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77)
특성 쌓는 김전사-277화(277/300)
특성 쌓는 김전사 277화
실현된 예언 –2-
각성 실패!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15년, 포카 소교단의 모든 역량이 오늘을 위해 집중되었으니까.
그럼 뭐다?
분명히 외부 원인이 개입했다는 뜻이지.
듣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가죠.”
“예, 예!”
“각성만 실패한 겁니까, 아니면 다른 문제도 있는 겁니까?”
“가,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식 장소는 멀지 않다.
무기를 챙겨서 대주교를 따라갔다.
공기가 급박했다.
아우성치는 소리와 비명, 울음이 메아리치듯 멀리서 퍼지고 있었다.
대신전 안인데도 음파 차단막을 쓰고 말하는 대주교.
“타오르는 연기께서 피를 토하셨습니다.”
“피요?”
“예. 꼭 중독되신 것 같다고…….”
“중독이라니, 그게 가능합니까?”
조선 시대 왕만 해도 기미 상궁이니 뭐니 잔뜩 달라붙었다.
그런데 21세기 초대형 교단의 어린 현인신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철통 보안이 이뤄지겠지.
뚫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대주교가 신음을 흘렸다.
“모르겠습니다…….”
마침내 의식 장소에 도착.
성기사단장 여럿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지키고 있었다.
대주교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대포 달린 도끼창을 내밀어 가로막는다.
“실례하겠습니다. 대주교님. 몸수색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몸수색이라니! 이미 영혼 탐색과 마력 파장 탐지를 한 것으로 아네만, 날 몸수색하겠다고?”
대주교가 얼굴을 팍 찡그렸다.
하지만 성기사단장들은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분위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되풀이했다.
“죄송합니다만 상황이 상황이지 않습니까. 총대주교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대주교님께서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후…… 좋네. 빨리하게나.”
대주교가 뻣뻣하게 두 팔을 들었다.
성기사단장이 날 보며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바울의 기사께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당연한 일인데요.”
몸수색을 거쳐 의식 장소로 들어갔다.
지하 대공동.
중심에 싱크홀처럼 구멍이 크게 뚫려 있고, 안쪽에서 용암이 끓고 있었다.
그 위에 겹쳐진 것은 입체 마법진.
위이잉. 위이잉.
각성 의식이 여파인지 마력이 번쩍이는 중.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대공동 한쪽에 눕혀 놓은 어린 소년이었다.
중학생이나 될까 싶은 외모.
그러나 심장에서 고동치는 막강한 마력.
파리하게 질린 얼굴과 새까맣게 죽은 사지.
현인신 포카였다.
“계속 치료하십쇼!”
“의식! 의식부터 중단시켜야 합니다!”
“안 돼! 의식의 마력이 끊어지면 타오르는 연기께서 즉사하십니다!”
“Fuck! 이대로 가면 마력 폭주로 돌아가실 판이오!”
“마력 주입 속도를 최대한 늦추겠습니다!”
“젠장! 더 강하게 치료하란 말입니다! 이러다 심장과 허파가 다 지워지겠습니다!”
완전히 난장판.
대주교들이 말단 견습 사제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마법진에 주입되는 마력을 조율하고, 쓰러진 포카에게 달라붙어 신성력을 발휘하느라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다.
차분히 포카를 주시.
보인다.
심장에 뭉쳐 꾸물꾸물 불어나는 어떤 기운이.
먹물보다 짙고 해구보다 깊은 칠흑 색채가.
익숙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천마신교에서 몇 번이나 봤던 그 힘이었다.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천마신공.
혹은 천마신공을 정제해 만든 독.
그렇게 불러야 할 힘이 포카를 갉아먹고 있었다.
심장은 이미 거의 파먹어 소멸시켰고, 지금은 허파와 위장으로 뻗어 가는 중.
총대주교를 포함한 대주교들이 쉬지 않고 치유 마법을 쓰지 않았으면 진작 죽었겠지.
대주교가 발을 동동 굴렀다.
“검천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마퀼라 교단에 도움 요청은 보냈습니다만 현인신께서 오시는 데 최소 몇 시간은 걸린답니다!”
현인신에게 걸린 각종 제약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저번 망령왕 사태 때 내가 힘쓸 시간도 없이 도착해서 쓸어버렸겠지.
“괜찮습니다.”
“네?”
“절 데려오신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제가 막아 드리죠.”
대주교가 얼핏 기대 섞인 시선을 보냈다.
“믿겠습니다. 검천님. 타오르는 연기께서 검천이 당신을 구하실 거라 예언하셨으니, 그 예언이 실현되기만 바랍니다.”
신성력이나 레벨은 다른 대주교에 딸리는 인물.
하지만 처신과 처세만은 확실히 훌륭했다.
이 정신없는 상황에 날 데리러 온 걸 보면.
천마신공의 독.
이걸 제어할 수 있는 건 천마가 죽은 지금, 나와 신군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포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누구…… 음? 검천 아니십니까?”
총대주교가 인상을 긁다가 나를 보고 표정을 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도와주시러 온 것은 감사합니다만, 전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뇨.”
나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타오르는 연기께서 당한 독은 오직 전사만이 풀 수 있습니다. 사제가 아니라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비켜 보세요.”
총대주교의 어깨를 움켜쥐고 치워 냈다.
어어, 하며 딸려 나오는 총대주교.
그 자리에 대신 앉아 포카에게 손을 뻗었다.
대주교들이 뭐라 하려는 찰나 특성을 복제했다.
까맣게 변하는 내 손.
역시 마력 회로로 각인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포카를 갉아먹는 천마신공을 통제할 수는 있었다.
‘천천히…….’
요령은 간단하다.
예전에 했던 대로 하면 된다.
바로 신원 시장에서 독약파 쇠전갈의 독을 해독할 때처럼.
단지 내 몸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몸이라는 게 다를 뿐.
칠흑 기운을 인도했다.
심장에 가까운 왼쪽 팔로.
조금씩 조금씩 한 방울 한 방울 긁어모으듯이.
혈관이 녹는다.
근육과 살점, 신경이 모조리 소멸하고 있다.
지독했다.
내가 겪어 본 어떤 독보다도.
만약 내가 이 독에 당했으면 [불굴]과 [불굴]을 결합하여 진화시켰어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외부에서 시술 중이라, 남의 몸에 펼치는 중이라 오히려 쉬웠다.
“효, 효과가 있습니다!”
“독이 움직였어요!”
“심장! 심장을 재생시키게!”
신성력이 폭격하듯 가슴을 두들겼다.
느릿하긴 해도 재생되는 심장.
허파도 위장도 복구되었다.
남은 것이라곤 오른팔에 몰린 독 기운뿐.
날 데려온 대주교가 기세 좋게 외쳤다.
“잘라 버리죠! 팔 하나는 잘라도 쉽게 재생합니다! 그런 다음에 의식 재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 의식이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닌 모양.
나는 손을 휘저어 대주교를 말렸다.
“아직 치료된 게 아닙니다.”
“예? 독이 모두 팔로 이동했습니다만……”
“이거. 뿌리가 마력 회로 전체에 박혀 있습니다. 각성 의식으로 공급되는 마력을 잡아먹어서 성장하고 있고요.”
“그, 그럴 수가.”
“각성 의식 중단 못 합니까? 그래야 이걸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그, 그게 말입니다.”
대주교가 울상을 짓고는 총대주교를 쳐다본다.
총대주교가 눈을 한 번 질끈 감고는 말했다.
“불가합니다.”
“왜요?”
“그것이…….”
기밀 사항이라도 되나?
한참을 망설이던 총대주교.
내가 무언의 압박을 보내자 겨우 털어놓는다.
“한 번 각성 의식에 실패하면 현인신께서는 평범한 인간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 거였나.
8레벨 초월자이자 신앙의 대상이 영구히 사라지는 것.
포카 소교단으로서는 절대 못 할 일이다.
나한테도 완전 개손해고.
“각성 의식을 중단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예.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각성 의식만큼은 성공해야 합니다. 저흰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총대주교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다른 대주교들도 주먹을 쥐고 결의를 다졌다.
유사시 희생 마법을 써서라도 성공시키겠다는 태도.
어쩐다.
어떻게 해야 뿌리를 제거하고 이 독을 해독할 수 있지?
‘그건 그렇고 희한하네.’
성녀가 했는지 옛 아버지가 직접 손을 댔는지는 모르겠다.
무슨 수를 썼기에 무공인 천마신공을 초대형 방어막으로 설치하고, 이렇게 독으로 가공해서 중독시킨 걸까?
<[신의 눈]>
귀안을 진화시켜 샅샅이 살핀다.
금오안과 예언자의 고리는 물론, 운명안도 동원한다.
여기에 육감과 마법뇌, 휴거 등 도움 될 특성도 장착.
포카의 신성 육체가 내 머릿속에 낱낱이 그려진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훨씬 초월적이며 고등한 그 육체가.
‘엄청나네, 이거.’
네 번이나 재구성한 내 육체.
그러나 포카의 육체는 나보다 우월했다.
이건 거의 신체(身體)가 아니라 신체(神體).
현인신의 육체.
그 생김새와 짜임새를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욱여넣게 된다.
혹시 알아?
나중에 진화 특성으로 나도 현인신, 혹은 반신에 가까운 육체를 손에 넣을지.
‘저거다.’
아름답고도 정교한 구조물을 연상케 하는 신의 육체.
깊숙이 독버섯처럼 자라난 칠흑 기운이 보인다.
독의 뿌리.
슬쩍 잡아당겼다.
천마신공의 특성을 손에 담고서.
아주 조심스럽게, 의사들이 뇌혈관 수술할 때처럼 섬세하게 힘을 주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다.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의지를 발해도 마찬가지.
내 손에 깃든 천마신공과 아예 따로 노는 모습.
‘천마신공이 아니다?’
다시 관찰.
모든 의식을 모아 독의 뿌리에 집중한다.
그러자 그 본질이 보였다.
무공이 아니라 신성력이었다.
어둠과 빛을 동시에 품은, 사악함과 순수함을 함께 가진 어떤 신격의 힘.
“옛 아버지…….”
“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거, 단순한 독이 아닙니다.”
“그야 당연히…….”
“무공이면서 독이고, 무공이면서 저주입니다.”
“예?”
독의 형태로 목표를 중독시킨다.
내가중수법의 위력으로 내장을 파괴한다.
저주의 특성으로 치료를 방해한다.
그런데 이 중심에 천마신공이 있다?
진짜 작정하고 손을 썼네.
‘천마신공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직접 와도 저주 해제를 못 하면 결국 포카가 죽었을 거란 소리네.’
계획은 완벽하다.
단,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하필 천마신교에 들렀고, 하필 천마신공을 흉내 내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면 말이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봉인하세요.”
“봉인이요?”
“예. 신성 봉인이요. 하루 정도는 버티실 수 있을 겁니다. 각성 의식도 최대한 유지해 주시고요. 그동안 저주를 해제하죠.”
“혹시 해주 방법을 아십니까?”
“그럼요. 우선 용의자들을 모두 모아 주세요. 각성 의식에 참여했던 사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타오르는 연기와 접촉했던 모든 사람을 모아 주셔야 합니다.”
“예. 이미 모아 두었습니다.”
15년 내내 철통 보안을 유지했던 포카 소교단이다.
포카와 내가 대면할 때도 총대주교와 알현하는 것처럼 꾸몄다.
당연히 포카와 접촉하는 것은 극소수였고, 각성 의식이 틀어지자마자 모두 잡아다 한곳에 가둬 두었다.
사제, 성기사.
딱 두 부류.
평범한 시녀나 사용인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사소한 요리, 청소, 시중, 모두 사제와 성기사들이 직접 했던 것.
임시 감옥에 들어가자 모두 아우성을 쳤다.
“총대주교 성하! 타오르는 연기께서는, 타오르는 연기께서는 무탈하십니까?”
“괜찮으시지요? 그렇지요?”
“저흴 영원히 가둬 두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타오르는 연기께서는 무탈하게 각성하셔야 합니다!”
“무한히 환생하시는 신께 영원토록 영광과 권세가 함께하시길!”
신이 실존하는 세계의 종교인이라 그럴까?
아니면 죽은 후에 마마퀼라 교단의 천국행 티켓이 예약되어 있어서 그럴까?
갇힌 사제와 성기사 모두 광신도처럼 포카만 걱정하고 있다.
포카의 각성을 위해서라면 자기들은 죽어도 좋다는 듯이.
“조용히 하게.”
총대주교가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바울의 기사께서 타오르는 연기께서 당한 부상을 치료하셨다네. 곧 완전히 치료되실 걸세.”
“오오! 감사한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파울루의 구원자, 바울의 기사시어!”
“저희가 협조할 게 있을까요?”
“뭐든지 말씀만 하십쇼! 아는 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제와 성기사들이 철창 너머로 몸을 내밀었다.
한 명도 예외가 없었다.
모두 눈에서 기쁨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압당한 상태지만, 자연스럽게 발해지는 신성 광채와 함께.
총대주교가 어렵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들 가운데 저주 시술자가 있겠습니까?”
만국 공통 저주 해제 방법.
바로 시술자를 죽이는 것이다.
“모르죠. 최소한 실행범은 여기 있을 겁니다.”
조제 및 개조는 옛 아버지, 혹은 성녀가.
저주 시술 및 중계는 마후가.
그러나 직접 잠입했을 가능성은 적다.
마후의 은신과 변신 능력으로는 여기까지 들어오기 어려우니까.
그게 가능한 것은 오직 하나.
마후가 부릴 수 있고, 마후에게 충성을 바치는 마교도 중 단 한 명.
‘천면마.’
7레벨인 그놈이라면 가능하다.
게임에서도 변신만 따지면 탑클래스였지.
인간형이라면 성별 나이 체형 다 안 가리고 변신할 수 있었다.
8레벨 캐릭터가 탐지를 돌려도 곧잘 속여 넘기곤 했지.
그럼 과연, 내 진화한 특성 앞에서는 어떨까?
<[신의 눈]>
한 명씩 한 명씩 들여다본다.
남자 사제 여자 사제.
늙은 성기사 젊은 성기사.
우락부락한 사람 비쩍 마른 사람.
그러다 문득, 한 성기사에게 시선이 꽂혔다.
잘생긴 남자 성기사.
총대주교에게 가장 열정적으로 포카의 안부를 물었었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신성 광채를 뿌리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골격을 변형시켜도 피부색과 안구색을 바꿔도 가짜 특성을 이식해도 숨길 수 없는 그것.
[천면][무골마공][거짓 신성력] [유령장법][유령보법][연기]마력 회로.
즉, 특성.
손가락을 들어 성기사를 가리켰다.
“저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