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3)
특성 쌓는 김전사-33화(33/300)
암흑 시장 -3-
“옘병······ 옘병······”
쇠전갈이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린다.
부하들이 보고 있어서일까?
울지는 않는다. 욕을 하고, 바닥을 긁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 피가 날 뿐이다.
떠엉!
뽑은 강철 손가락을 집어던졌다.
“더 해볼 거냐?”
휘익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 쇠전갈.
두 눈에 원독과 분노, 증오가 진득하니 맺혀 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수락해서 잿빛 사신을 먹일 듯 하면서도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
위계 관계가 확실한 갱단.
아무리 No. 2라고 해도 보스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너······ 이름이 뭐냐!”
그걸 이제 물어봐?
나는 팔짱을 끼고 쇠전갈을 굽어보며 대답했다.
“김전사다.”
“김전사, 김전사, 김전사!”
쇠전갈이 내 이름······ 김전사의 이름을 입에서 굴리며 증오를 불태웠다.
“두고 보자, 김전사! 언젠가 내 손가락을 네 심장에 꽂아주겠어!”
“어, 그래라.”
나는 코웃음만 한 번 날려주었다.
“진부한 엑스트라 새꺄, 안 덤빌 거면 꺼져.”
“크흑!”
지도 지가 진부한 말을 했다는 자각은 있나 보지?
쇠전갈이 몸을 일으켰다.
여태 구경만 하던 독약파 놈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누님!”
“저한테 업히십쇼!”
“얼른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이거 놔! 내 발로 간다! 저리 꺼져!”
쇠전갈은 업히는 것도 부축받는 것도 거부하고 자기 발로 걸어 나갔다.
그 뒤를 따라 독약파가 썰물처럼 빠졌다.
남은 것은 실시간으로 안구 테러 중인 나체파뿐.
나는 노출광을 지그시 응시했다.
“이제 그쪽 차롄데?”
“흐흐흥, 그러게 말입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독산동 쇠전갈이 저리 비참하게 도망칠 줄이야. 김전사 초인님이라고 하셨지요? 앞으로 뒤통수 조심하셔야겠습니다.”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언제는 안 그랬나.
거래소에서 마력핵 팔자마자 노루 패거리한테 습격당했었는데.
결국 믿을 거라곤 나 자신의 무력뿐.
그러려면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력 연공법을 구해야 한다.
노출광이 과장되게 팔을 벌렸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태초의 여신께 귀의하심이 어떠십니까? 김전사 초인님께서는 얼굴도 잘생기셨고 몸도 참 좋으십니다. 지극히 남자다운 상처도 있으셔서 태초의 여신께서 아주 흡족해하실 겁니다. 태초의 여신께 귀의하시기만 하면, 저희 조직과 교단에서 전력을 다해 초인님을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흐흐, 어쩌면 저보다 상급자로 시작하실 지도 모르지요.”
하여간 사제 계열 초인놈들은 죄다 교세 확장시키지 못해 안달이 났다니까.
나는 정면으로 팩트 폭력을 가했다.
“내가 왜 니네 교단에 들어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야, 잘 생각해 봐. 내가 교단에 들어갈 거면 당연히 크고 강한 교단에 들어가야지, 7대 교단도 아니고 그 아래 2티어 교단도 아니고 하꼬 중의 하꼬, 아니, 사이비밖에 안 되는 너희 교단에 왜 들어가냐고. 안 그래?”
말을 하면서 검은 불꽃을 쿡쿡 찔렀다.
마음만 먹으면 옛 아버지 교단에 들어갈 수 있는데 왜 너희 교단에 들어가겠냐는 뜻.
화악, 검은 불꽃이 타오르면서 노출광의 얼굴에도 붉은 불꽃이 피어났다.
“가, 감히!”
“왜? 사이비라고 하니까 화나? 너희 사이비 맞잖아. 베스트팔렌 조약에 기재된 100좌 신격. 거기 없으면 사이비인 거 몰라?”
“이이익! 이 무엄한 자가!”
노출광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금방 평정을 되찾는다.
“과연 불신자이십니다. 이리 오십시오. 여신의 자비와 사랑을 그 볼품없는 두뇌에 콰악 찍어드리겠습니다.”
“하긴 그게 너희 장기지. 좋아, 받아주마.”
노출광의 특성은 별것 없다.
[정신 지배]전투에선 꽤 쓸모 있는 특성이었다.
적 중 하나를 우리편으로 만들어 버리니까.
현실이 되어버린 이 세계에서는 더 강력할 테고.
철권파 간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보았다.
“초인님. 조심하십쇼. 저놈 저거 어설퍼 보여도 대단히 강한 놈입니다.”
“아까 보니까 별것 아니던데?”
“직접 손을 대고 신성력을 쓰는 것과 멀리서 쓰는 건 차이가 큽니다.”
게임에선 별 차이 없었는데 여기선 아닌가 보네.
상관없다.
나는 당당하게 걸어가 노출광 앞에 섰다.
그러자 노출광이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지껄인다.
“무릎을 꿇으십시오. 강하고도 잘생긴 형제여.”
“개소리 말고.”
“후······ 여신의 은총을 영접하는 일이거늘, 어찌 이리도 무도하단 말인가.”
김전사의 키는 180을 살짝 넘는다.
반면 노출광은 키가 작아서 160 정도.
팔을 뻗고도 내 정수리에 손이 안 닿아서 노출광은 까치발을 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기대 어린 시선과 걱정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특성을 교체했다.
[신성 저항][명상][집중] [인내][마력심][흑염]이 정도면 N급 초인의 정신 공격따위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느껴진다.
정수리를 통해 이질적인 힘이 투사되는 것이.
거룩하고도 압도적인 그림자가, 높고도 높은 존재감이 내 정신에 드리워지는 것이.
무릎 꿇고 싶어진다.
그녀의 발등에 키스하고 싶다.
그 아름다움을, 그 고귀함을, 그 영광스러움을 찬미하고 싶다.
옷을 벗어서.
나 또한 내 몸을 드러내어서.
발정 난 개가 되어 이 거대한 그림자에 몸을 비비는 것으로 찬양하고 감사하고 예배드리고 싶어진다.
생각보다 강하다.
분명히 신성 저항과 인내가 날 보호하고 있음에도 이 지경.
신성력에 노출된 상인들이 왜 약을 빨았고, 게임에선 적들이 예외 없이 정신 지배 당했는지 알겠다.
나는 혀를 꽈악 깨물었다.
치과에서 마취 주사 맞은 듯 어릿하고 둔한 통증과 함께 비릿한 액체가 뜨끔하니 퍼진다.
‘정신 차리자.’
성녀의 세례도 이겨낸 몸.
고작 N급 2레벨 초인에게 당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내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간다.
특히 대뇌에, 중추 신경계에 집중했다.
마력 회로는 심혈관계와 신경계를 따라 분포하는 법.
마력심에서 출발한 마력이 로켓처럼 치솟는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대뇌에 꽂히고, 중추 신경계 전체로 퍼지고, 요소요소 성채를 건설하고 길고도 긴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상상했다.
머리가 불타는 것 같다.
뇌리가 새하얗게 변하고, 맹렬한 열기가 뇌척수액을 타고 등골까지 질주한다.
어렵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미 내게는 경험이 있었다.
또, 나를 보조할 특성도 있었다.
어차피 승리는 나의 것.
뜨겁고도 뜨겁던 머리가 갑자기 차가워진 순간, 격한 힘의 역류가 발생하며 여태 내 정수리에 손을 대고 있던 노출광을 덮쳤다.
“크허억!”
노출광이 피를 뿜으며 튕겨 나갔다.
거의 10미터는 넘게 나가떨어진 노출광.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피를 뿜으며, 경악에 차서는 날 쳐다보았다.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어떻게 여신의 권능을 튕겨낸단 말이냐!”
정신 지배에 크게 자부심이 있었나 봐?
하지만 말이다. 정신 지배도 무적은 아니거든.
정신 보호 관련 특성 하나만 있어도, 장비 하나만 있어도 성공률이 확 떨어지는 게 정신 관련 능력이다.
세뇌가 무조건 성공하면 아케인 서울에서도 정신 계열 초인만 썼게?
더구나 이번 겨루기로 내가 얻은 것도 있었다.
[결의] 특성.정신 방어에 특화되어 있으며, 추가로 마법 피해를 감소시켜 준다.
좋아. 하나씩 하나씩 잘 쌓이고 있어.
“내 차례지?”
주먹을 모아쥔다.
특성을 교체한다.
내 주먹에 핏줄이 일어나고 츄리닝이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노출광이 기겁해서는 소리쳤다.
“자, 잠깐! 하지 마십시오! 형제님! 제가 위로금을 드리겠습니다!”
“위로금?”
“예! 예! 형제님도 손 아프게 이러실 필요까진 없지 않으십니까! 제가 1억, 아니, 2억, 아니, 3억을 드릴 테니까 이번만 참아 주십쇼!”
와, 태세 전환 봐라.
사제 계열 초인이라 돈 많다 이거지?
3억이면 분명히 큰돈이다.
한 대 때리지 않고 돈 받으면 그게 이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끄덕이는 대신 주먹을 휘둘렀다.
뻐어어억!
“꾸에엑!”
턱을 후려갈기자 핏물이 일직선으로 쭉 솟구쳤다.
눈을 까뒤집는 노출광.
그 투실투실한 몸이 부들부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나는 은은히 통증이 올라오는 손을 탈탈 털었다.
“3억 가지고는 안 되지.”
한 10억 넘게 주면 몰라.
처음부터 개패고 싶었다고.
단망토에 티팬티.
으, 꿈에 나올까 두려운 몰골이다.
“안 꺼져?”
“가, 갑니다!”
“사제님 챙겨!”
“으······ 주교님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나체파가 노출광을 들고 사라졌다.
철권파 간부가 그 뒤에 대고 성한 쪽 중지를 들었다.
“꼴 좋다! 개 같은 새끼들. 으하하하!”
“초인님, 고맙습니다!”
“김전사 초인님 만세!”
“와하하하! 우리가 이겼다!”
내가 나서기 전만 해도 비 맞은 패잔병 꼴이던 철권파.
이제는 날 둘러싸고 만세를 부른다.
내가 철권파 소속이었으면 아예 헹가래까지 쳤겠어, 아주.
그런데 주위에서 구경하던 상인들의 표정이 영 어둡다.
그럴 수밖에 없다.
철권파는 악질적인 보호비 수금으로 유명하니까.
예전에 내가 살던 고시원 주인 아줌마 죽었을 때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때도 주인 아줌마가 보호비 내야 한다고 돈에 환장해 있다가 칼침을 맞았지.
“이봐.”
“예! 초인님!”
간부를 부르자 바짝 군기 든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번 일, 솔직히 내가 다 한 거 맞지?”
“어······ 그야 그렇습니다. 초인님 없었으면 여기 시장은 저희가 못 먹었죠.”
간부가 약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김철권에게 말은 잘해주기로 했으나 그걸로 입 씻으면 곤란하지.
유형의 이익은 아니더라도 무형의 이익은 받아내야 한다.
“나한테도 여기 시장 지분이 있어. 그렇지?”
“어, 어흠, 하지만 아까는······”
“앞으로 일은 생각 안 해? 지금은 독약파는 독산동에, 나체파는 봉천동로 돌아갔지만 천년만년 그럴 것 같아? 다시 여기 시장 욕심내서 들어오면 그때는 어쩔래?”
법정동 구역을 벗어나는 건 경찰 눈치가 보여서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 일이다.
동을 넘어 구로 진출하려면 그만큼 체급이 되어야 한다.
파출소가 아니라 경찰서에, 주민 센터가 아니라 구청에 뒷돈을 팍팍 찔러주고 인맥도 확보해야 하니까.
그래도 시장 하나쯤은 가능하지.
“어, 어, 그러니까 그게 말입니다······ 저희 큰형님께서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그래서 여태 여길 방치 했고?”
“그야······”
“솔직히 말해서 김 사장은 아직 신림동을 먹을 깜냥이 안 돼. 2레벨 초인이 김 사장 본인밖에 없잖아.”
그러면서도 단검파와 비등비등 싸우던 건 대단하긴 하다.
대신 신림동 알짜는 단검파가 다 갖고 있었지.
여기 신원 시장처럼.
경찰 구역 바깥 빈민가는 사실 영역은 넓어도 돈은 얼마 안 된다.
나는 검지를 바짝 세워 아래쪽을, 지면을 가리켰다.
“내 요구를 들어주면 여기, 신원 시장에서만큼은 너흴 도와주지.”
“도와주신다고요?”
“그래. 시장 내부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해. 대신 정말 골치 아픈 분쟁은 개입할 수 있어. 신림동 바깥 갱단이 들어오면 같이 싸워줄 수도 있고.”
불가침을 넘어선 제한적인 동맹.
나쁘지 않다.
나도 어둠의 경로를 통해 해결할 일이 있고, 아무리 밑바닥 조직이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테니.
간부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신원 시장에 제한된 조건이라 해도 동맹은 동맹.
머리 굴리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린다.
간부는 지금 이 동맹을 통해 나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생각을, 그래서 철권파에 가입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나 정도로 전투력이 증명된 초인을 가입시킨다?
그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큰 공이다.
비록 서열은 한 단계 내려가겠지만 1레벨 초인 간부 중에선 입지가 확 강해지겠지.
“좋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해.”
나는 지면을 향했던 손가락을 들어 주변을 가리켰다.
그리고 원을 그린다.
시장 전체를 향해.
혹은 주위에 늘어선 상인들을 향해.
“보호비, 예전에 단검파가 받은 만큼만 받아.”
이건 평판작이다.
철권파가 상인들 등골을 가혹하게 빨아먹는다고 생각해 봐.
그 원망이 철권파한테만 가겠어?
나한테도 오지.
그러면 꼭꼭 숨겨둔 보물은 나한테 팔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예? 그러면 저희가 남는 게 없는데요······”
“없기는 왜 없어. 다 알고 하는 말이야.”
“끄으응.”
“싫어? 싫으면 말고. 그런데 좀 섭섭하다? 힘은 내가 다 썼는데 이런 것도 못 들어줘? 앞으로도 도와준다고 했는데? 이거 진짜 섭섭하네.”
섭섭하다는 단어에 강세를 왕창 실었다.
간부가 안절부절못하며 끙끙거리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는 큰형님도 이해해 주시겠지요. 오늘부터 보호비는 예전 그대로, 단검파가 걷던 대로만 받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역시 그 정도 재량은 있을 줄 알았다.
“와!”
상인들 사이에서 짧은 환호가 터졌다.
“고맙습니다! 초인님!”
“초인님 덕에 살았습니다!”
몰려와 인사하는 상인들.
나는 대놓고 내 본심을 말했다.
“앞으로 저한테 할인이나 많이 해주세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 그럼요! 본전 그대로······는 아니지만 하여튼 많이 할인해드리겠습니다!”
“전 밑지고 드리지요!”
“어휴, 강하신 분이 말씀도 예쁘게 하시네.”
“요즘 보기 드문 분이야.”
“앞으로는 깡패놈들이 행패 부리는 일 없을 테니 손님 많이 모아서 돈 많이 버세요. 물건도 많이 들여오고, 지금 쉬시는 분들한테 연락해서 가게 다시 열게 하고요.”
“암요, 암요!”
“초인님만 믿겠습니다!”
좋아서 소리 지르는 상인들과 어색하게 웃는 갱단 새끼들.
누가 보면 철권파가 아니라 내가 신원 시장을 먹은 줄 알겠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
보호비만 철권파로 갈 뿐이다.
철권파나 다른 갱단이 깽판을 치면 상인들은 날 찾겠지.
그때마다 내 평판은 오를 거고 무슨 물건이든 시장에서 쉽게 구하게 될 거다.
그것이 마력 연공법이든 뭐든 간에.
나는 그저 사람 좋은 듯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상인들이 더 크게 환호를 지르고, 철권파도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음 날.
마침내 영업 중인 김춘복 고물상과 대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