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43)
특성 쌓는 김전사-43화(43/300)
청소부 협회 -1-
청소부 협회
“이, 이건······”
카론이 방독면 안에서 입을 뻐끔거렸다.
고글이 가로막고 있지만 보인다.
경악에 찬 눈빛.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이어지지 못했다.
덜컥.
결국 그렇게, 고개를 떨어뜨렸다.
“흐어어어어.”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나도 풀썩 쓰러졌다.
퍽!
어디에 부딪힌 건지 무릎이 심하게 아팠다.
“크윽, 쿨럭!”
격하게 피를 토하는 나.
심각하게 검은색인데다 다 썩은 악취까지 난다.
안 되겠다.
[에인헤랴르 연공법][재생][활기] [마력 회복][오염 저항][독 저항]특성을 교체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흐으읍, 흡.”
피비린내가 개미 떼처럼 콧속으로 파고든다.
성검을 움켜쥐고 한참이나 심호흡한 다음에야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르륵······”
“그그그극······”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신음 둘.
그래, 저것들도 남아 있었지.
시체에서 성검을 뽑으며 겨우 일어섰다.
머리가 핑 돌고 시야가 잠깐 어둑해진다.
내상도, 중독도, 오염도 모두 심각한 수준.
성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한쪽으로 걸어갔다.
시체 방패병과 해골 총잡이가 흐릿한 안광을 번뜩이며 나를 보고 있었다.
“죽겠다, 진짜.”
제작자가 죽어 허수아비가 된 둘.
검을 들어 내리쳤다.
참격!
내가 지치긴 지친 모양이었다.
마력칩이 든 머리에 성검을 맞추긴 했는데 채 절반도 뚫지 못하고 박혀 버린 것.
으······ 정신차리자.
“후욱, 후욱.”
마음을 다잡고, 마력도 더 회복한 다음 도전.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갔다.
성검이 두개골과 마력칩을 깔끔하게 베고 나왔다.
철퍼덕!
천천히 모로 쓰러지는 시체 방패병.
해골 총잡이도 똑같이 처리했다.
시체 세 구가 바닥에 널브러지자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으으으.”
긴장이 탁 풀렸다.
다리에서 힘이 쪽 빠져서 저절로 주저앉게 된다.
벽에 기대고 앉은 채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그리고 연공법을 운용하여 독을 손에 모은 다음, 신원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처를 내어 바닥에 버렸다.
몸이 단박에 시원해지면서 한 줄기 맑은 기운이 마력 회로에 깃들었다.
[정화] 특성 획득.나는 머리가 가물가물한 중에도 피식 웃었다.
‘진짜 성기사도 아니고.’
흑염 대신에 성광을 얻었으면 완벽히 성기사 빌드다.
나는 스스로에게 정화를 거푸 사용했다.
알게 모르게 변형되던 신체가 정상을 되찾는다.
여기에 회복된 마력을 전부 목걸이에 투여해서 [치유] 발동.
몇 시간을 그런 다음에야 몸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힘들다.’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다.
내상이 아직도 절절하게 남아 있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마력천.
그 안에서 최소 24시간은 쉬어야 완벽하게 회복되겠지.
“흐흐흐.”
나는 더러운 벽에 기댄 채 웃음을 흘렸다.
카론, 카론이다.
어엿한 3레벨 초인이자 던전 보스, 카론!
2레벨에 잡으려면 한 파티 풀로 채워가야 하고 3레벨에서도 특성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솔로잉은 택도 없다.
그런 카론을 혼자 잡았으니 웃음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지.
절그럭.
성검을 허리에 꽂고 일어섰다.
먼저 시체 강화병과 해골 총잡이의 마력핵부터 수거.
잠시 고민하다가 머리도 잘라서 골프백에 넣었다.
증거가 필요하니까.
찰칵, 찰칵.
사진도 찍고 마력칩도 수거했다.
주변을 쭉 돌면서 망령체 마력칩도 수집.
이미 반토막 나서 쓰지는 못하겠지만 공무원들한테 증거로 제출하면 어느 정도 보상은 주지 싶다.
마지막으로 카론의 시체에 다가갔다.
‘손목 보호대랑 반지가 있었지?’
아마도 아티팩트.
상자깡을 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심장 터져서 피범벅이 된 시체를 앞에 두고 이렇게 흥분된다니.
나도 어느덧 훌륭한 사이코패스가 된 모양이다.
약간 씁쓸함을 느끼며 손목 보호대와 반지를 벗겼다.
‘손목 보호대는······’
예상했던 대로 마법 지팡이의 경량화 버전이었다.
마법 회로를 짜 넣은 천으로 두툼하게 손목 보호대를 만들고, 그 안에 특수한 수정 팔찌를 여러 겹 배치한 다음 안감을 댄 물건.
나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지만 그뿐.
흥미를 잃고 골프백에 던졌다.
그리고 반지를 손에 낄 듯이 쥐고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어, 뭐지?’
아무 느낌도 안 든다.
외형도 몰개성한 민무늬 금반지라 이름을 모르겠고.
마법이나 특성이 담겨 있으면 소유주한테 어떤 식으로든 느낌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반지를 만지작거리기 한참.
별안간 반지가 진동하며 내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뭔지 알겠다.
마력 저장 반지구나.
일종의 배터리처럼 마력을 저장해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아티팩트.
요즘에는 스마트폰, 헬멧, 벨트, 안경, 방호복 등에 마력 저장을 많이 부여해서 쓴다던데 카론 이놈은 좀 앤틱한 취향이었나 보다.
‘아니네. 이거 용량이 엄청 크네.’
마력을 넣어보니 생각보다 용량이 컸다.
나도 전사 계열 초인치고는 마력 용량이 많이 큰 편인데 내 마력을 다 집어넣고도 꽤 남을 정도.
완전히 3레벨이 됐을 때를 가정하면 1.5 김전사라고 하면 될까?
카론도 그 정도였을 테니 이 조그마한 반지치고는 어마어마한 물건이다.
방호복에 마력 배터리 꽂아서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좋았어.”
하나는 건진 느낌이다.
나중에 마총 쓸 때 반지랑 같이 쓰면 좋겠지.
아무리 내가 마력 회복 관련 특성이 많아도 마총을 난사하기는 부담스러웠거든.
서걱.
카론의 머리를 베어 역시 골프백에 넣었다.
나름대로 이름 있는 초인이지만 장비는 이 두 점이 전부였다.
제 1 매립지에서 퀘스트가 발생하면 이렇다.
설정상 청소부 협회의 세 이사 중 하나가 거의 맨몸으로 잠입하고, 제 1 매립지에서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 것.
‘골치 아파지겠네.’
퀘스트 진행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연계 퀘스트가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청소부 협회와 갈등하게 된다.
이 세상이라고 다르지는 않겠지.
완전한 현실인 만큼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별수 없다.
이겨내는 수밖에.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다짐했을 때부터 끝없는 투쟁은 예약된 거였다.
“오늘처럼만 하자, 오늘처럼만.”
정말로 잘하고 있다.
오늘 나 완전 멋있었다고.
누가 그 급박한 순간에 정면으로 뚫고 나갈 생각을 했겠어.
나도 아케인 서울에서 쌓은 1만 시간이 없었으면 그렇게 하진 못했겠지.
스스로를 격려하며 일어섰다.
골프백에 망가진 총과 유탄 발사기를 넣자 무게가 상당했다.
기이이잉.
수동으로 출입구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슬슬 해가 지고 있었다.
붉게 내린 석양.
이미 퇴근했을 시간인데도 공무원들이 초조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치고 더러워진 나를 보자 놀라면서도 반색했다.
“초인님! 드디어 끝나신 겁니까!”
최 소장도 같이 있었다.
“초인님! 괜찮으십니까? 너무 늦어지셔서 무슨 일 생기신 줄 알았습니다!”
“일이 있긴 있었죠.”
“예? 그래 봤자 2레벨 변이체 아니었습니까?”
변이체만 있었으면 쉬웠지.
몸서리를 한 번 치고는 더러워진 내 몸을 가리켰다.
“샤워랑 정화부터 해야겠습니다. 퇴근은 늦겠지만 중요한 이야기니까 다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 예, 당연하죠.”
“그럼요. 기다리겠습니다.”
공무원들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다.
슬슬 6월 말. 해가 떨어지려면 7시가 넘어야 한다.
이 시간까지 기다렸으면 됐지 왜 더 기다려야 하냐는 태도.
나는 다 묵살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분명히 배신자가 있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공무원은 여기서도 박봉이니까.
돈 좀 찔러주고 접대도 빡세게 해주는데 누가 거부하겠어.
게임에서는 배신자의 행동이나 정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연계 퀘스트의 설정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나도 굳이 내가 직접 배신자의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다.
그런 건 공무원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
청소부 협회와 어떻게 싸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팠다.
“초인님.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바로 가죠.”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곳은 오염 시설 관리소의 한 회의실.
관리소장을 필두로 주르륵 앉아 있다.
그중 젊어 보이는 공무원이 주위 눈치를 살피고는 내게 말했다.
“초인님. 다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변이체들만 다 잡아주셔도 나머지는 저희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
내가 소식이 없을 때야 일이 커질 수 있으니 발 동동 굴리며 기다렸지만, 일단 살아서 나온 걸 보니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나 보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았다.
찌이익.
골프백을 열었다.
거기서 첫 번째로 시체 강화병의 머리를 꺼내 회의실 탁자에 내려놓는다.
쿵, 소리와 함께 탁자가 울렸다.
공무원들이 기겁해서는 벌떡벌떡 일어난다.
“아니, 잠깐만. 그거 뭡니까?”
“무슨 사람 머리를······”
“아냐! 사람 머리가 아냐! 저거 변이체다!”
“변이체라고요?”
“변이체인데 왜 머리에 마력 회로가 박혀 있습니까?”
아직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그들.
해골 총잡이 머리도 꺼내고, 따로 챙겼던 마력핵과 마력칩을 전시하듯 앞에 늘어놓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어리버리하면 이 막장 세상의 주민 자격이 없다.
당장 공무원들 얼굴이 심각해졌다.
“설마, 이거······”
“예. 맞습니다. 그냥 변이체가 아닙니다. 제작 변이체, 아니 개조 변이체죠.”
“그렇다는 건 혹시······”
“모두 이 얼굴 알아보시겠습니까?”
카론의 머리를 꺼냈다.
퍼렇게 질려서, 혀를 깨물고 있는 얼굴.
앞서 두 머리통은 괴물 같아 보이기라도 했지 이건 그냥 사람 머리였다.
“우욱!”
젊은 공무원 몇이 입을 가리고는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쯧쯧.”
관리소장이 혀를 찼다.
“하여간 요즘 젊은것들이란. 나 때는 머리통 아니라 시체가 수십구 굴러다니는 걸 직접 치우고 그랬었는데 말이야. 안 그래? 안 계장?”
“그랬지요. 몇 년 전만 해도 난리 아니었습니까.”
“그때 협회 놈들 기강을 콱 잡았어야 했는데.”
“의원님들이 협회 편을 들어주셔서 어쩔 수 없었지요. 전대 회장 수완이 너무 좋았습니다.”
“흐, 협회장이 바뀌어서 다행이야.”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요.”
말본새를 보니 알아본 모양이다.
나는 골프백에서 마력칩을 모조리 꺼내 늘어놓았다.
쪼개지고 부서진 마력칩이 적어도 수백 개 이상.
관리소장의 낯빛이 달라졌다.
“마력칩? 카론이 쓰던 마력칩이면······ 좀비는 못 만들었을 거고, 설마 망령체입니까?”
“정확합니다.”
“그냥 노획하신 게 아니고, 망령체를 잡고 가져오신 거고요.”
“그렇죠.”
“허어······”
관리소장이 경탄 섞인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카론과 변이체를 잡은 것만으로도 대단하신데 망령체까지 이렇게 많이 잡으시다니, 저희가 초인님에 대해 파악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나 봅니다.”
“솔직히 운이 좋긴 했죠.”
“운도 실력입니다. 제가 초인은 아니지만 초인 분들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카론이 쓰레기 같은 인간인 건 맞지만 실력 하나는 진짜죠. 카론이 작정하고 준비했을 텐데 그걸······ 후,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른 변이체들도 당연히 잡으셨겠죠?”
“물론입니다.”
증거품으로 마력핵을 추가로 제시했다.
공무원들이 부산하게 사진을 찍고 시료를 채취했다.
아울러 마법 보관함을 가져와서 내가 준 머리통 셋을 넣는다.
관리소장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초인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사실 초인님 말고 고용하려고 했던 용병팀이 있었는데, 그 용병팀 들어갔으면 아주 개판 났을 겁니다.”
잘 아네.
게임에서는 정말로 그렇게 돌아갔다.
완전무장한 카론이 제 1 매립지 던전 최종 보스.
개조 변이체로 되살아난 용병팀이 중간 보스.
이 던전을 한 번은 깨야 제 1 매립지에서 광질이 가능해졌다.
나는 이 공정이 시작되기 전에 개입한 거고.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소송 걸어야죠. 안 그래도 저희가 갑질 좀 당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본때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에이, 초인님께서 증거를 이렇게 많이 가져다주셨는데 그렇게 되겠습니까? 청소부 협회 뒤 봐주던 의원님도 실각하셔서 그 인간들이 비벼볼 데가 없어요.”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거대 세력도 아니고 고작해야 협회 하나.
공중분해 되는 장면이 눈앞에 선했다.
싱글싱글 웃던 관리소장이 별안간 얼굴을 굳혔다.
“먼저, 초인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요?”
“괜히 저희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신 것 아닙니까. 저희가 일처리만 제대로 했어도 오늘처럼 위험한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도망치시지 않고 일을 제대로 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알긴 아네.
관리소장이 잠깐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마법 상자 두 개를 가지고 돌아온다.
두 개?
하나를 여니 기대했던 마총, 흑염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요한 두 번째.
거기에는 고풍스러운 양식의 수정병이 별빛을 담고 빛나고 있었다.
공무원들이 깜짝 놀라서는 관리소장을 쳐다보았다.
“소장님! 그건!”
“좀 과하지 않습니까?”
“우리 관리소에도 하나밖에 없는 물건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그만. 초인님 덕에 우리 목이 남아 있게 됐다는 거 몰라? 카론 그놈, 가만히 놔뒀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아? 불명예 퇴직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 모두 징역 먹었을 거라고!”
암, 그러고도 남지.
카론이 계속 남아서 사고를 치고, 대괴수 변이체가 탄생하거나 대폭발이 벌어졌으면.
관리소장이 내게 공손히 마총과 성수를 내밀었다.
“약속드린 보수와 제 마음의 선물입니다. 최상급은 아니고 상급이지만 언젠가 필요하실지 모르니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쁘게 받겠습니다.”
안 그래도 필요한 물건이었다.
신전 가서 사와야 하나 생각 중이었는데 잘 됐지.
감사히 받아 들자 관리소장이 이번에는 은근하게 목소리를 낮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혹시 청소부 협회장에 대해 아십니까?”
“조금은 알죠.”
“성격도요?”
“예. 그냥 개진상 아닙니까. 내로남불이 패시브에, 주먹 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인간이죠.”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아마 그놈이 초인님께 앙심을 품을 겁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조금 그렇지만······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청소부 협회에 전달이 되거든요.”
관리소장이 주변 공무원들에게 눈을 흘겼다.
공무원들은 뭐 어떠냐는 눈치.
뇌물 받고 정보 파는 게 일상화된 세상의 모습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저희랑 계약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예? 계약이라뇨?”
“한 2년 정도 저희랑 전속 계약 맺으시고 오염 시설 관리국에서 일하시는 겁니다. 관리국은 초인님 같은 능력 있는 분들을 항상 환영하거든요. 특별 채용 형식으로 하면 문제 될 것도 없지요. 2년만 지나면 청소부 협회 다 망가져 있을 테니 소나기 피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다 마음에 들면 아주 뿌리 내리셔도 좋고요. 초인님이면 관리국이 아니라 그 위에 초인청까지 올라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관리소장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관리소장은 사람 좋게 웃고 있다.
최 소장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또, 원래 세계에서 날 등쳐먹었던 노가다 반장처럼.
“어······ 초인님?”
최 소장이 조심스럽게 날 불렀다.
말리고 싶은 마음 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 반.
공무원이 된다?
청소부 협회를 피하고 싶다면 그래도 좋다.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세상 공무원의 위상은 원래 세계와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는 다가오는 에피소드 연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공무원이 되어 따박따박 월급 받아먹고 뇌물 챙기면서 살면 특성은 누가 키워?
적당히 강한 초인으로 성장하다가 시류에 휘말려 죽어 나자빠지게 된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그래서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거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