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
특성 쌓는 김전사-6화(6/300)
마굴 청소 -2-
아저씨들이 입을 쩍 벌렸다.
“내가 꿈을 꾸고 있나?”
“미쳤어, 미쳤어.”
“나 원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고슴도치 머리가 손을 떨었다.
“혹시, 초인?”
홱, 머리가 돌아간다.
아저씨들이 숫제 눈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단어.
초인.
뻣뻣하게 굳어 있던 노루가 마른 침을 삼킨다.
“아저씨, 진짜 초인이야?”
“아니.”
“초인이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어?”
“말했잖아.”
나는 어깨만 한 번 으쓱였다.
“군대 갔다 왔다고.”
“아······”
“혹시, 군단 출신?”
“서부군? 아니면 동부군?”
“군단 출신이면 그럴 만하지.”
이 세상은 많은 점에서 원래 세계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군대.
원래 세계 대한민국과 다르게 모병제였던 것.
모자란 병력 자원은 두 개의 군단이 대체한다.
막강한 민간군사기업이자 전사 계열 초인들의 이익 추구 단체이며, 국소적인 자치권마저 부여받은 국가 내 권력 집단이.
“일이나 하지.”
퍽퍽!
나는 돌아다니며 뭉개진 슬라임 파편에서 마력핵을 수거했다.
마력핵이 깃든 파편은 꾸물거리며 재생 중이라서 수거하는 일 자체는 쉬웠다.
아저씨들도 몸을 일으켜서 나를 도왔다.
“이거 마력핵은 전부 이 형씨 줘야겠는데?”
“그럽시다.”
“이 형씨 아니었으면 피똥 꽤 쌌을 거니까.”
“비싼 것도 아니고, 뭐.”
옛날에는 0레벨 마력핵도 귀중한 자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다.
0레벨 마력핵으로 돌릴 수 있는 기계는 TV나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이 전부고, 거기에 비싼 마도과학 장치를 쓰느니 전기세 좀 내는 게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이 0레벨 마력핵을 모아 내게 건네주었다.
유일하게 노루만 마력핵을 주는 걸 거부했다.
“이건 내 거야.”
노루가 잡은 슬라임은 겨우 2마리.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지만 그거라도 챙길 작정인가 보다.
0레벨 마력핵을 가방에 거칠게 쑤셔 넣는 걸 보며, 마력핵을 모아 건네던 아저씨들도 한 걸음 물러났다.
“흠.”
“마음대로 하십쇼.”
딱 보기에도 노루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등 돌린 뒷모습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어리기는.’
대장 대접을 못 받아서 기분이 상했다, 이거지?
어차피 며칠 보면 작별할 인연이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받은 것은 0레벨 마력핵 21개.
남들에게는 쓰레기지만 내게는 보물덩어리.
감사를 담아 정중히 목을 숙였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우리가 더 고맙지.”
“덕분에 쉽게 했어······ 아니, 했습니다.”
“맞아, 맞아. 우리 후배님 덕에 쉽게 했지. 안 그랬으면 땀 실컷 흘리고 마력도 엄청나게 마셨을 거야.”
말투도 호칭도 바뀌었다.
속으로 한 번 픽 웃고는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앉았다.
“얼른 끝내고 가죠. 오늘 하나는 더 돌아야 하잖습니까.”
“흐아아, 죽겄네.”
“벌써 폐가 녹는 것 같어.”
“젠장. 그놈의 도박만 아니었어도.”
아저씨들이 꿍얼거리면서 적당히 벽에 둘러앉았다.
노루는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아예 드러누워 있었다.
아무 보호 장구도 차지 않은 나를 한 번 보고는 자기도 스카프와 방독면을 벗더니 크게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꼴에 경쟁심을 느끼는 모양.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단전 호흡도 명상도 해본 적 없지만, 의식을 배꼽 아래에 집중한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길게 숨을 들이켰다.
스으읍, 하아.
습-습- 후으읍-
길고 낮은 숨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그에 따라 오염 마력이 내 허파를 간지럽힌다.
아니, 찌른다.
허파가 통째로 이질적인 마력에 침습 당하고, 심장 박동이 제멋대로 뒤틀리는 이 더러운 기분.
“후우우.”
의식적으로 가슴을 부풀렸다.
마력을 최대한 받아들인다 생각하며 숨을 들이쉬자, 어느 순간 뱃속까지 뜨거워지면서 전신이 간지러워졌다.
[마력 흡수] 특성 획득.눈을 뜨자 검은 연기 덩어리가 내게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J-13 구역 전체가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염 마력이 일정 부분 정화된 것이지만.
“우웨엑!”
노루가 뛰쳐나가더니 구성지게 구토했다.
“어어, 노루 님. 괜찮으세요?”
“정신 차리십쇼!”
“숨 참아요, 숨!”
“뭔 짓을 한 거야?”
“방독면은 왜 벗으셨대? 노루 님, 그러다 훅 갑니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오염 저항으로 마력 오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활기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는 나랑 같냐?
게다가 나는, 김전사는 전사 계열 초인.
아직 각성은 못 했다고 해도 4대 계열 초인 중 가장 오염 한계가 높았다.
노루는 강화병 계열이니 차이가 날 수밖에.
“후우, 후아아.”
더욱 깊이 심호흡하여 오염 마력 흡수에 박차를 가했다.
사실 오염 구역 정화에 있어서 오염 슬라임 제거는 전채에 불과했다.
진짜 업무는 바로 오염 마력 흡수였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 필터라고 보면 되겠다.
오염 마력으로 가득 찬 오염 시설에 던져넣어 오염 마력을 한계까지 흡수하는 직업.
그것이 마굴 청소부.
막장 세계에서도 막장 중의 막장 직업이었다.
“우어억!”
“쿨럭!”
“케헥! 케헤엑!”
아저씨들이 하나둘 밖으로 뛰쳐나갔다.
통로 밖으로 멀찍이 떨어져서는 구토를 하고, 설사를 지리고, 식은땀을 흘리고, 아주 야단이었다.
저러니 냄새가 안 나겠나.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썩은 냄새가 난다 싶더니, 다 저거 때문이었나 보다.
밖에서 한바탕 쏟아낸 고슴도치 머리가 들어와서는 퀭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허억, 허억. 후배님은 괜찮으십니까?”
“전 괜찮습니다.”
“허······ 진짜 예비 초인님이 여기 계셨네.”
고슴도치 머리가 무심코 노루와 나를 힐끔 쳐다본다.
노루가 욱해서는 소리 질렀다.
“새꺄, 뭘 봐?”
“아닙니다, 노루 님.”
찔끔 놀라서는 벽에 달라붙는 고슴도치 머리.
나는 고슴도치 머리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분명히 착각이 아니다.
처음 봤을 때보다 고슴도치 가시가 두 배 이상 길어졌고 금속성 광택이 흐린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번들거리고 있었다.
몇 시간 후.
모든 오염 마력 정화가 완료되고 초록색 불빛이 켜졌다.
아저씨들이 환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세상에!”
“벌써 끝났다고?”
“원래는 두 시간은 더해야 하는데!”
“후배님이 오래 버텨준 덕분이지.”
“고맙습니다! 후배님!”
“내 머리 좀 봐. 아직 안 뾰족하지?”
“어. 조금은 버티겠어.”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후배님만 있으면 오늘 일은 쉽게 끝나겠어!”
아저씨들이 허리를 굽실거렸다.
어울리지 않게 상찬의 말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주먹을 한 번 쥐어보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삐걱삐걱.
주먹이 잘 안 쥐어진다.
J-13 구역의 오염 마력이 내 생각보다 더 짙고 음울했기 때문이다.
오염 저항까지 갖춘 김전사의 몸뚱어리에, 이미 심각할 정도의 오염 마력이 들이차 있었다.
‘억제제를 맞을까?’
원래 계획은 억제제 안 맞고 버티는 거였는데 마력 흡수 특성 때문에 오염 마력이 계획보다 훨씬 많이 들어왔다.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몸을 일으켰다.
“다음 구역으로 가죠.”
“예, 후배님.”
마굴 청소는 순조로웠다.
다음 구역에서도 오염 슬라임 제거에 걸린 시간은 30분.
그 후 몇 시간 정도 내부에서 숨을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우!”
“으으으!”
“우웨에엑!”
아저씨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젠 구토나 설사, 식은땀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눈코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살짝 드러난 피부에는 온통 부스럼이 돋고, 장착한 의체는 빠져 버리고, 변형된 신체는 더욱 기괴하게 변하고······
노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도 괴상하게 휘어 있던 다리.
이젠 두 배는 넘게 부풀어서 말처럼 변한 채 근육을 꿈틀거린다.
“흐어어, 흐어.”
다행인 것은 여기서 더 변형되기 전에 끝났다는 점.
띵!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초록색 빛이 반짝였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졌다.
“살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죽으면 차라리 다행이게?”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버스로 돌아가자고.”
“가자고, 얼른.”
터벅터벅 걸어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빠져나왔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주차장과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화장실, 샤워 시설뿐.
왜 밖으로 나가면 안 되냐고 묻자 고슴도치 머리가 얼굴에 돋은 각질을 뜯으며 대답했다.
“방역 때문에 마력 정화기랑 오염 검사기를 한 번씩 돌려야 하니까 그렇죠.”
“그게 왜요?”
“여기 공무원들 일하기 싫어하는 거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그리고 세 번 돌릴 거 한 번 돌리고, 문서에는 세 번 돌렸다고 써놓으면 뒷구멍으로 챙기는 것도 좀 있죠.”
“아······”
게으름과 욕심의 환상적인 콜라보다, 이 말이지.
샤워실에서 적당히 물로 몸을 씻어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샴푸 하나 비누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기서도 예산을 아껴?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거울 속 내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가관이네.”
얼굴에 물고기 비늘 같은 각질이 빼곡하게 났다.
머리카락도 변형되어 끄트머리가 Y자로 갈라져 있었다.
여기에 눈동자에는 물 위에 뜬 기름때 같은 얼룩이 감도는 중.
하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인간 고슴도치처럼 변한 고슴도치 머리나 다리가 두 배로 커진 노루에게 비교하면.
샤워실에서 나와서 버스로 돌아왔다.
시동이 꺼져 있었다.
해가 진 다음이라 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노루가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들어와서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 그 아저씨 진짜. 또 차 키 가져갔네.”
“항상 그랬잖습니까. 겨울에도 그랬고요.”
“그때 그 푸닥거리를 했어도 이 짓거리를 하니까 그렇지.”
“소장 새끼가 시키는데 어쩌겠습니까. 저 인간도 돈 벌어야죠.”
“이제 6월인데, 에어컨도 없이 어떻게 자라고.”
투덜대면서도 자기 자리에 앉는다.
의자를 최대한 젖혀서 눕고는 비닐팩을 꺼냈다.
1cc 인슐린 주사기에 억제제 주입.
주사 바늘을 자기 팔에다 꽂고 대충 밀어 넣었다.
“흐으으으.”
앓는 소리를 내는 노루.
놀랍게도 비대해졌던 다리가 순식간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
알게 모르게 털이 수북하게 났던 얼굴 역시 마찬가지다.
고작 십여 초 만에, 키가 껑충했던 괴인이 왜소한 청년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흐윽!”
“허어어.”
다른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였다.
흡사 기적의 물약처럼 보일 정도로 급격한 변화.
그러나 나는 억제제를 투여하는 대신 김밥과 생수를 꺼냈다.
‘저런 게 부작용이 없을 리 없지.’
싸구려니까.
딱 봐도 수전노 느낌이 폴폴 나던 최선수 소장.
그 작자가 양질의 억제제를 줬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분명히 최하급일 거고, 어쩌면 마약 종류일지도 모른다.
이 세계에선 양질의 약품보단 마약이 훨씬 싸게 먹히니까.
“크, 좋다.”
역시나 노루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푸우우.”
전자담배를 꼬나물고는 길게 청록색 마력 연기를 뿜어낸다.
거기에 주섬주섬 주사기 몇 개 더 추가.
바늘을 몇 개나 더 팔뚝에 꽂고서야 만족한 얼굴이 되어 널브러졌다.
“흐······ 천국이다.”
완전히 풀린 표정.
게게이 흘리는 침.
징그럽기만 한 장면이다.
내가 슬쩍 고개를 틀어 그 광경을 외면할 때,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손이 있었다.
“후배님, 하나 하실랍니까?”
가시 같은 솜털이 오돌토돌 돋아 있는 손.
고슴도치 머리였다.
시가 같이 생긴 담배를, 보기만 해도 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물건을 쥐고는 내게 내밀고 있었다.
보자마자 마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이 인간은 빚도 많다면서 마약을 해?
나는 뚱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됐습니다.”
“이거 진짜 좋은 물건입니다.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아주 직빵이에요. 한 대 피우면 바로 천국 간다니까요?”
“정말 괜찮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고슴도치 머리가 미련 없이 담배를 물었다.
불을 붙이자 마력이 타오르며 금세 형광색 불꽃으로 변하고, 어지럽게 춤추는 꽃잎 사이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순식간에 너구리 소굴이 되어버린 버스 안.
아저씨들이, 아니 약쟁이들이 해롱대며 내는 소리에 귀가 다 썩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버스 밖으로 나가는 대신, 진저리를 치면서도 마력 연기에 찌든 김밥을 씹었다.
‘죽겠네. 진짜.’
몸은 냄새 때문에 괴롭고 마음은 신음에 문드러지고.
신체와 정신 양면으로 가해지는 공격.
새로운 특성의 개화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