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6)
특성 쌓는 김전사-66화(66/300)
사자 기사 -1-
사자 기사
서울시 외곽.
한 비밀 결투장.
평소라면 구경꾼과 도박꾼으로 넘쳐났을 곳.
오늘은 조용하기 짝이 없다.
공증을 맡은 서우진이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다.
나는 결투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서우진이 내게 다가왔다.
“선생님, 오셨어요?”
“이재열은?”
“아직입니다. 아마 가장 늦게 올 거예요. 아, 여기 이분은 전직 대법관이신 정명수 변호사님이세요. 오늘 공식적으로 공증을 맡아 주실 거예요.”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초인 변호사는 아닌가 보다.
중후한 분위기의 신사가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그럼요. 초인님께서 우진이 은인이라면서요? 우진이 살려주셨으면 제게도 남이 아닙니다. 깔끔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초인님께서는 결투 이길 생각만 하세요.”
속속 모여든다.
최 소장도, 서우진의 친구들도.
생각지도 못한 얼굴도 하나 있었다.
가볍게 무장한 백소린이 방방 뛰어온 것.
“선생님!”
“어떻게 알고 왔어?”
“다 아는 방법이 있죠!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이 승천보안이랑 결투를 왜 해요?”
“최 소장한테 물어봐. 난 결투 준비해야 해서.”
“선생님이 꼭 이길 거예요! 누가 대전사로 나오든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세요!”
“말이라도 고맙다.”
펑! 펑! 펑!
드디어 결투 시간.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천장과 벽면에 설치된 조명이 결투장 중심을 비춘다.
이재열측 인사들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은 더 지난 후.
똥 씹은 얼굴을 한 이재열이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재열 대신 그 옆의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흑금 갑옷을 빈틈없이 차려입었다.
등에 짊어진 거대 방패, 전쟁 망치, 대구경 산탄총은 전형적이기까지 하다.
뻗친 머리칼에 수북한 구렛나룻. 부리부리한 눈동자는 사자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오른손에 낀 강철 장갑.
손등에 새겨진 사자 조각.
아는 얼굴이다. 예상했던 인간이기도 하고.
‘사자 기사 오두식.’
3레벨 인증 받으러 갔을 때 초인탑에서 봤던 그자.
옛 아버지 교단 인간치곤 예의가 발랐지.
광신도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저벅저벅.
오두식이 내게 걸어왔다.
이재열이 그 뒤를 따라오며 쩔쩔맨다.
“대장님. 대장님께서 굳이 여기 오실 필요까진 없으셨습니다.”
오두식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답했다.
“조용. 뭘 잘했다고 입을 여는 것이냐. 넌 성기사의 자격도 없는 놈이다. 당장 파문하지 않는 것을 감사히 여겨라.”
“대, 대장님. 파문은······”
“쯧쯧. 성녀님께서 너를 직접 세례하신 것이 아니었다면 진작 쫓겨났을 것이다. 성기사 서임 취소로 끝난 것을 감사히 여겨라.”
저벅저벅.
오두식이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다가왔다.
나는 새삼스레 그 뒤의 이재열에게 시선을 던졌다.
성전사 갑옷을 입고 있다.
분명히 3레벨이 되면 성기사 서임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꼴 좋다.’
암살자를 보낸 게 문제가 되긴 한 모양.
고소한 느낌이 들면서도 경계심이 들었다.
옛 아버지 교단이 정석적인 대처를 하는 게 오히려 수상했으니까.
차라리 대놓고 이재열 편을 들었으면 도리어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지?
“다시 뵙습니다. 김전사 초인님.”
“아, 예.”
오두식이 내게 정중히 인사했다.
그러더니 허리를 90도로 꺾고는 사과의 뜻을 밝힌다.
“먼저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단원 교육을 잘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의 잘못이며, 이번 일에 위대하신 옛 아버지와 고귀한 성녀님, 그리고 대주교님들께서는 아시는 바가 없습니다.”
뭐지?
사과를 해?
나는 팔짱을 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무 늦게 사과하시는 것 아닙니까? 정말로 사과하고 싶으셨다면 최소한 결투 전에 사과를 하셨어야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드리는 사과입니다. 교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다릅니다.”
“그렇겠죠. 말씀해 보세요.”
“조금 전, 성녀님께서 저를 친히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허리를 굽혔던 오두식이 고개를 든다.
두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막 분출하는 화산처럼.
시커먼 화산재를, 광신을 어둠처럼 두르고 지독한 광기를 안광으로 빚어내어 나를 쏘아본다.
“위대한 옛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성녀님께서 계시를 받아 인간의 언어로 옮기시기를, 김전사 초인님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빛이자 구원자가 되실 거라고요.”
덩달아 내 눈도 어둑해진다.
빛이자 구원자.
그 말을 또 듣는다는 생각에.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는 그쪽 교단하곤 아무 관련도 없는데 빛이자 구원자요? 누구 마음대로요?”
“이제는 관계가 있어질 겁니다.”
“하, 결투 조건으로 제 입교라도 걸 생각이신가 보죠?”
“예. 그렇습니다. 저는 김전사 초인님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제 조건은 오직 하나, 제가 승리한다면 김전사 초인님이 우리 교단에 입교하는 겁니다.”
나한테 꿀 발라놨냐?
어?
성녀부터 사자 기사까지 아주 위아래가 쌍으로 입교시키지 못해서 난리네.
나는 가만히 얼굴을 구겼다.
반지가 진동하고 있었다.
가슴이 섬뜩하게 옥죄이는 것은 물론, 전신의 솜털이 올올이 일어났다.
“도대체 그 빛이자 구원자라는 게 뭡니까? 들어나 봅시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 교단의 희망이자 소금이며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우리 교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 세상을 다가올 종말로부터 구할 승리자이기도 하고요.”
말은 거창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뭔데?
다시 따져 물으려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영감이 있었다.
‘옛 아버지는 죽어 있지.’
그리고 몇 년 뒤 부활이 예정되어 있다.
성녀의 손에 의해서.
게임에서는 촉수 덩어리로만 표현이 됐었다.
한참 부활 의식 진행 중 파티가 진입하여 보스전을 벌이는 게 게임 스토리.
그렇다면 성녀가 말하는 빛이자 구원자는 결국······
“그릇입니까?”
대놓고 묻자 오두식이 경건하게 두 손을 모았다.
“바로 그렇습니다.”
“하! 미친! 절 그릇으로 쓰겠다고요? 제가 그걸 동의할 것 같습니까?”
“실로 고결한 헌신이며 성스러운 봉헌입니다. 저는 기꺼이 초인님이 위대한 옛 아버지의 그릇이자 제물이 되도록 돕겠습니다. 김전사 초인님의 영육은 옛 아버지의 일부이자 화신이 되실 겁니다.”
“이 미친 새끼가!”
소름이 쫙 돋았다.
진짜 미친 거 아냐?
누구 마음대로 날 제물로 써?
이건 사육하는 돼지나 다를 게 없다.
몇 년 동안 최대한 키우고 부활 의식 때 바치겠다는 거잖아.
여기서 지면 차라리 자살하는 게 낫다.
영육 어쩌고 하는 걸로 봐선 부활 의식의 제물이 됐다간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옛 아버지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초인님의 자유 의지에 반한다는 사실은 압니다.”
오두식이 나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필코 초인님을 옛 아버지께 바치고 말겠습니다.”
“하······ 좆 같은 광신도 새끼.”
“칭찬 감사합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후퇴따윈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준비한 대로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까.
“흠, 흠.”
우리 측 변호사가 헛기침을 했다.
“시간이 지체됐으니 결투를 시작하지요. 이재열 성기사······ 아니지, 성전사님 공증인은 어디에 계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결투 맹약서를 확인하지요.”
맹약서는 여기 오기 전에 확인한지 오래.
단순히 법적 계약이 아니라 마법 맹약이다.
어기면 심장이 터져 죽게 되는.
변호사들이 중요한 항목만 짚었다.
“양쪽 요구사항 확인하겠습니다. 우선 이재열 성전사님. 성전사님이 승리하면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며 김전사 초인님이 정식으로 세례를 받고 옛 아버지 교단에 입교한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반대로 김전사 님이 승리하면 이재열 성전사님이 문서로 본인의 암살 의뢰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추후 김전사 초인님에게 직간접적으로 위해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옛 아버지에게 맹세한다. 또한 소정의 배상금을 보낸다. 맞습니까?”
사실 이재열은 배상금으로 퉁치려고 했다.
100억을 주겠다고 했지.
그건 내가 거부했다.
100억은 물론 큰돈이지만 나도 돈이 아쉬운 처지가 아니니까.
돈을 받느니 사과문을 받고 더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 받는 게 낫다.
물론 이걸로 끝은 아니다.
나 뒤끝 있는 인간이야.
언젠가 내가 승천보안이 아니라 승천그룹과 맞설 힘을 얻게 되는 날.
이재열은 내 축적된 분노를 맛봐야 할 것이다.
‘옛 아버지 교단이 문젠데······’
지금이라도 강제 입교 행위 불가 조항을 넣을까?
······의미가 없다.
그런 조항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성녀뿐.
성녀가 날아와서 수작을 부리기라도 하면 일이 더 어려워진다.
지금은 옛 아버지 교단의 흉계를 안 것에서 만족하고, 눈앞의 사자 기사를 쓰러뜨리는 것에 집중하는 게 낫다.
“다음은 결투 규칙입니다. 결투 규칙은 국제 초인 연맹에서 정립한 국제 표준 규칙을 따릅니다. 모든 초능력, 무구 사용이 가능합니다. 단, 본인의 소유가 명확해야 하며 본인 소유가 아닌 무구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최근 일주일 내에 새로 획득한 무구가 있다면 미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다음은 소모품입니다. 소모품은 지금 이 자리에서 본인이 직접 제작하신 물건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두 분께선 어떤 소모품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오두식이 전쟁 망치 자루를 툭 건드렸다.
“옛 아버지께서 함께 하시니, 어떤 소모품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김전사 초인님은 어떻습니까?”
“전 조금 많습니다.”
골프백을 열고 준비해온 물건을 주섬주섬 꺼냈다.
“우선 비약 세 개를 사용하겠습니다. 강체의 비약, 섬전의 비약, 마룡의 비약,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세 가지나 말입니까?”
“예. 바로 제작하지요.”
바닥에 비약 재료와 작업 기구를 빠르게 늘어놓았다.
정식 작업대는 못 가져왔다.
대신 접이식 앉은뱅이 탁자를 놓고 초소형 마법 화로에 불을 지폈다.
변호사들이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다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제한 시간은 비약 하나마다 10분입니다. 그 이상 걸리면 숙련도가 부족한 것으로 간주하고 사용을 금지하겠습니다.”
“충분합니다.”
조제, 제작, 개조 특성으로 순식간에 끝내고 비약 세 개를 제출했다.
“비약 3종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끝입니까?”
“하나 더 있습니다. 강화 촉매를 제작하겠습니다.”
“연금술에 정말로 일가견이 있으신가 봅니다. 이번에도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골프백에서 비장의 마법 촉매 셋을 꺼냈다.
천상금, 지옥은, 세계철.
셋을 1:3:16의 비율로 섞고 흑염을 뿜어 달군다.
화악, 신령한 불길이 번지고 기이한 색채가 피어났다.
그 색채를 본 오두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살신자······”
이재열이 눈을 부릅뜬다.
“살신자? 이게 살신자라고요?”
“그렇다. 후, 확실히 많이 준비해 오셨군. 하지만 승리는 옛 아버지의 것이다.”
“대장님께서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살신자 합금.
신멸 전쟁 당시 옛 아버지의 심장을 찔렀던 바로 그 검을 만들었던 금속을 재현한 게 이 강화 촉매다.
옛 아버지가 이 비율의 합금검에 쓰러짐에 따라 옛 아버지의 모든 권속에게 약점이 생겼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 정확히 10분.
골프백을 탈탈 털어 부무장을 꺼냈다.
유탄 발사기 네 점이 툭툭 떨어진다.
동일한 모델, 심지어 챙겨온 유탄도 동일했다.
오로지 대인 유탄.
“유탄도 개조하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똑같죠?”
“허허······ 손재주가 대단하십니다. 예. 10분입니다. 10분 내에 쓰실 탄환 개조가 끝나야 합니다.”
유탄 탄두를 열고 강화 촉매를 적당히 넣었다.
미리 연습했던 거라서, 또 관련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
오두식이 헛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고, 서우진과 백소린은 주먹을 꽉 쥐고 나를 쳐다보았다.
탄두 개조를 마친 후 강화 촉매를 마법 기름에 반죽하여 내 성검에 치덕치덕 발랐다.
유탄 발사기와 성검이 묘한 파장을 발하는 것으로 준비 완료.
변호사들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비약 셋, 강화 촉매, 강화 기름. 이렇게 세 종류로 끝입니까?”
“예. 다 끝났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모품, 특히 독이나 약을 사용하시면 몰수패입니다.”
“동의합니다.”
마력 물약도 치유 물약도 만들지 않았다.
명색이 성기사.
게임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물약을 마실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물약 마실 시간이 나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0초의 공방.
그렇다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공방에 집중하는 게 낫다.
완성된 비약 셋을 연달아 마셨다.
뜨겁고 찌릿하고 서늘한 기운이 뱃속으로 퍼진다.
느껴진다.
몸이 강화되고, 감각이 예민해지고, 심장에서 마력이 용솟음치는 것이.
“시작하겠습니다. 당사자 두 분만 남고 모두 관중석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행들이 다가왔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내가 준비를 많이 한 것은 알지만 레벨 차이가 나니까.
상대가 물렙도 아니고 장비와 실력 모두 충실한, 그들도 이름을 들어본 명성 높은 기사이기도 하고.
“초인님. 꼭 이기셔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본때를 보여주십쇼. 박대엽도 이긴 초인님이신데, 성기사 하나가 대숩니까?”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이기실 겁니다! 전 선생님만 믿습니다!”
“고맙다. 걱정하지 말고 보고 있어.”
“선생님! 꼭 이기고 오셔야 해요! 여기서 지면 안 돼요!”
“그래. 너도 잘 보고 있어. 너라면 얻는 게 있을 거다.”
공증을 맡은 변호사들도 관중석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결투장에는 나와 오두식만 남았다.
철컥. 철컥.
나는 유탄 발사기 둘을 어깨에 걸치고, 나머지 둘을 양손에 하나씩 들었다.
이미 조정간 사격으로 밀어놓은 상태.
오두식이 크게 팔을 돌렸다.
자기 산탄총을 힐끗 보더니 한쪽으로 던져 버린다.
선택한 무장은 방패와 망치가 전부.
오두식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인님. 옛 아버지께 영육을 바치는 것은 실로 복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어 자발적으로 입교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약에 초인님께서 그리 하시면, 제가 성녀님께 청하여 이 단원에게 합당한 처분이 내려지도록 하겠습니다.”
“대, 대장님!”
이재열이 퍼뜩 놀라서는 오두식을 부른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오두식.
하지만 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신한테 셀프 인신 공양하라는 게 말이 돼?
“개소리 하지 말고.”
“허······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초인님을 옛 아버지께 바치겠습니다. 조금 아프시겠지만 잘 참으시기 바랍니다.”
오두식이 전투 자세를 취했다.
나도 유탄 발사기를 오두식에게 조준했다.
팟!
그러자 천장이 크게 한 번 반짝였다.
[10] 숫자가 새겨짐과 동시에 인공지능이 숫자를 읊었다. [10, 9, 8······]눈이 마주친다.
불꽃이 튀고 있다.
성난 수사자처럼 머리카락이 잔뜩 곤두섰다.
그리고 뿜어내는 마력 파장.
손발이 저린다.
방호복 아래 피부가 따끔따끔하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은 압박감.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 시야가 몽땅 날아간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망치와 방패를 치켜든 오두식뿐!
영겁과도 같은 10초가 지났다.
적색등이 결투장 전체를 비췄다.
[······0, 시작!]“우어어어!”
함성.
그리고 돌진.
오두식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십여 미터를 단축한다.
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광경.
내 바로 앞에 도달하여 전쟁 망치를 휘두르는 오두식.
광기 섞인 눈동자가 광신을 품고 속삭였다.
너는 반드시 신이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