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9)
특성 쌓는 김전사-79화(79/300)
콜로세움 -1-
콜로세움
완성된 특성 영약은 용암빛이었다.
TV에서 보던 선명한 주황색.
질감도 걸쭉하기 그지없고 자체적으로 열기를 품고 있어 부글부글 끓는 중이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수정 그릇에 손을 가져갔다.
[조심하세요. 초인님.] [벌써 두 번째 복용 아닙니까. 너무 많이 마시면 안 좋다는데······]걱정하던 최 소장의 얼굴이 생각난다.
괜찮다.
부작용을 없애려고 철원까지 달려가서 산왕을 잡았던 거잖아.
특성 선택에도 변주를 주었다.
[파산검법][에인헤랴르 연공법] [약물 의존][약물 중독] [마력 안정][정화]성장 방향 유도는 두 개로.
넥타르 효과 극대화도 두 개만.
나머지 두 개는 부작용 제어에 방점을 찍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후우우.”
긴장되는 순간.
수정 그릇을 들었다.
맹렬한 열기가 손바닥으로 파고든다.
손바닥이 익어가는 것을 무시한다.
영약을 꿀꺽꿀꺽 삼켰다.
예전에 넥타르만 마셨을 때와는 달랐다.
활화산 같은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익어버리는 동시에 재생되는 목구멍. 식도. 위장.
시작되었다.
용암이 나를 관통한다.
태양 속에 몸을 던진 것만 같다.
뜨거운, 너무나도 뜨거운, 뜨겁고도 뜨거운 열기가 나를 그대로 불살라 버릴 듯이 번졌다.
그러나 그 안에서 피어난다.
청량함이.
맑고도 상큼한 힘이.
마력 덩어리가 불타는 감각을 쫓아와 온통 점령해버린다.
‘아······’
나는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좁디좁은 관에 갇혀 있다가 산 정상에서 깨어나면 이럴까?
압도적인 해방감과 고양감이 나를 일깨우고 있었다.
육체를 진화시키고 있었다.
흡사 영혼 자체가 승격되는 듯하다.
이 비좁은 사바세계를 떠나 천국으로 헤엄치는 듯한 감각.
우드드득.
작은 환골탈태가 진행된다.
그 속에서 마력 회로가 확장된다.
3레벨이 되면서 손발 끝까지 닿았던 마력 회로.
더 질겨진다. 더 굵어진다.
아울러 회로들끼리 연결된다.
기존에는 사지 말단을 향해 종으로 쭉쭉 뻗었다면 이제는 자기들끼리 우회로를 겹겹이 생성한 것.
당연히 더 효율적이고 더 강력한 위력을 뽐낸다.
여기에 하나 더.
뜨끈뜨끈 아랫배로부터 차오르는 힘이 있었다.
힘은 내 머리를 한 번 자극했다가 내려와 심장에 깃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잠든다.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겠다는 듯이.
[용맹] 특성.산왕의 선물.
강건과 비슷하게 1.5티어 정도 되는 특성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평소에는 적용되지 않고 오로지 전투 중에만 적용된다는 것.
대신 힘과 체력에 상당한 보정을 준다.
수치로 따지면 강건보다 더 높을 정도로.
나는 가만히 앉아서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힘이 넘쳐났다.
전신이 가벼웠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이 전능감.
찰랑찰랑 차오르는 자신감.
몸이 근질근질했다.
그리고 부작용은······ 없다!
“좋았어!”
영약 만들길 잘 했고 마력 안정과 정화를 넣길 잘 했다.
마력을 한 바퀴 돌려봐도 걸리는 것이 없다.
체내 어디든 집중하면 그 순간 마력이 도달한다.
에인헤랴르 연공법의 영향으로 내 마력은 폭풍처럼 광폭하고 강철처럼 강인하다.
그런데도 몸에 부담 하나 주지 않는다.
“하하하.”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이내 웃음소리가 커지며 수련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4레벨, 4레벨이다!
3레벨부터 진짜 초인 대접을 받는다면 4레벨은 그 이상.
어느 조직에 들어가든 중견 취급을 받았다.
몸값도 받는 임무도 차원이 달라진다.
현대병기로 따지면 걸어 다니는 공격 헬기 취급이니 오죽하겠어.
“하하하! 하하하하!”
한참을 웃다가 그쳤다.
한쪽에 놓인 마법 욕조를 보곤 피식 웃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마력천도 필요 없었다.
마력 안정이랑 정화 말고 마력 흡수랑 마력심 넣을 걸 그랬나?
‘아니야.’
혹시라도 부작용 생겼으면 피똥 좀 쌌을 거다.
‘이게 맞아.’
더구나 4레벨이다.
태생 N급 캐릭터의 한계.
5레벨이 되려면 한계 돌파해야 하는데 부작용에 발목 잡혀서 골골 거리고 있으면 안 된다.
‘5레벨에는 또 얼마나 필요할까.’
한계 돌파도 넥타르만 마시면 안 되겠지.
특성 영약 비슷하게 다른 종류 영약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넥타르를 구해야겠네.’
지금 내가 가진 걸로는 부족할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탔다.
싸구려 커피믹스.
고급 찻잔에 안 어울리게 믹스 커피를 마시며, 한 마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근력.”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세 번째로 획득한 특성.
그리고 내가 조합하려는 어떤 상위 특성의 기본 특성이기도 하다.
“괴력, 강건, 용맹, 위압, 거구.”
이 여섯을 합쳐서 나오는 특성.
거인의 힘.
전사 계열 상위 특성이다.
오로지 전사만이 얻을 수 있고 쓸 수 있다.
획득 조건도 엄청나게 까다롭지.
어려운 특수 퀘스트를 마치거나 거인왕 레이드에서 나오는 거인왕의 심장을 달여 먹어야 한다.
그래도 나는 김전사에게 이 특성을 자주 달아줬었다.
조합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거든.
3티어 공용 특성인 근력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것부터가 감사한 일이지.
나는 수련실 한쪽에 걸어놓은 방호복을 가져왔다.
그리고 비밀 금고 안.
여태 신원 시장 고물상을 통해 모아놓은 다이아도 같이.
“갑옷을 바꿔야 하나?”
어쩌다 보니 방호복 특성을 먼저 가져오게 되었다.
아니, 아니지.
거인의 힘과 하위 특성은 서로 중첩된다.
거구 특성도 좋은 특성이니 그냥 입고 다녀도 좋다.
게다가 방호복 자체가 워낙 방어력이 좋아서 말이지.
SSR급 방호복을 구하기 전까진 이걸 써야겠다.
천천히 방호복을 입었다.
바지에 다리를 집어넣고, 상의에 몸을 끼우고.
굼벵이처럼 느리느릿.
방호복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행복감이 전율하듯 일어났다.
심장이 방망이질 하듯 두근거린다.
여섯 속성 저항을 조합한 마법 저항만 해도 엄청났었다.
그럼 마법 저항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모든 전사 계열 초인의 워너비인 거인의 힘은 도대체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까?
여행 가기 전날 밤처럼 들뜬 내 심장.
방호복을 갖춰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앉아 다이아를 쥐자 완벽히 절정에 달했다.
“후우욱, 후욱.”
길게 심호흡하며 진정했다.
도저히 가슴 뛰는 게 가라앉질 않아 [심호흡][마력 안정][명상] 특성의 힘까지 빌렸다.
그리고 사용.
다이아를 방호복 상의에다가 박아넣었다.
상의에 접촉한 즉시 다이아가 눈 녹듯 증발한다.
오색 보광이 핥듯이 나와 방호복 상의를 어루만졌다.
자연스럽게 내 체내로 스며드는 어떤 힘.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그래서 방호복 상의와 하의를 모두 벗어 던졌다.
속옷만 입은 나.
여전히 변화가 없다.
즉, 방호복 상의로 적용되었던 [거구] 특성이 온전히 이식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나는 차분히 특성을 갈아 끼웠다.
근력을 강화하는 기본 특성 [근력]
순간적으로 근력을 폭증시키는 [괴력]
근력과 맷집, 활기가 섞인 능력의 [강건]
육체를 키우고 근력과 체력을 함께 증가시키는 [거구]
전투 시 사용자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용맹]
마지막으로, 나보다 약한 적을 공포 효과에 빠뜨리는 [위압]
구웅 구웅.
심장이 울부짖었다.
전신이 저릿저릿 저렸다.
정신을 집중한다.
마법 저항 때와 비슷하다.
마력 회로가 깨지고 재조립되면서 심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아울러 전신 근육이 찢어진다.
뼈대가 해체된다.
거인의 힘 조합은 마법 저항 조합보다 훨씬 더 극적이었다.
마력 회로와 심장만이 아니라 온몸에, 근골격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겠지.
따닥따닥 올라오는 통증을 이를 악물고 버텼다.
혼백이 달아나기 직전.
한참이 지난 후에야 특성 조립이 완성되었다.
“흐아아!”
솨아아.
수증기가 증발한다.
허연 김이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내가 흘린 땀이 활성화된 마력 회로와 반응하여 기화한 것.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특성을 지우고 오직 [거인의 힘] 특성만 장착하고 전신 거울을 바라본다.
원래 김전사는 호리호리한 체구다.
그런데 거울 속 김전사, 나는 전혀 달랐다.
완벽한 근육질.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체형.
키도 컸다. 180 남짓하던 키가 190은 넘어간 것 같다.
여기서 하위 특성을 더 장착하면?
[거인의 힘][근력][괴력] [거구][강건][강타]근육이 뿌득뿌득 불어났다.
키도 더 커졌다.
거의 2미터를 넘는 거구.
근육이 얼마나 커졌는지 영화 속 초록색 돌연변이 히어로를 연상시킬 지경이다.
‘이거 완전 돌연변이네.’
돌연변이 근육에 돌연변이 육체, 돌연변이까지 장착했을 때 내가 비슷했지.
그때보다는 훨씬 사람 같지만.
전투 시에는 강타가 아니라 용맹을 장착하는 게 낫겠다.
지금 굳이 강타를 선택한 건 따로 이유가 있었다.
“후으으읍.”
주먹을 꽈득 쥐었다.
허공을 노려본다.
있는 힘껏 정권 지르기!
퍼어엉!
압도적인 근육의 폭격.
공기가 사정없이 떨렸다.
마력을 쓰지 않았는데도 충격파가 터지고 거울을 깨뜨릴 지경.
하지만 나는 깨진 거울을 보면서 쓰게 웃었다.
“너무 심했나?”
제대로 내지른 내 주먹.
허공에 휘둘렀는데도 시큰하게 아팠다.
오른팔 전체에서 스멀스멀 충격이 올라왔다.
거인의 힘 자체적으로 체력 강화가 붙어 있는데도 그렇다.
강타 대신에 용맹을 같이 쓰면 괜찮을까?
아니다.
금강체가 필요하다.
거인의 힘과 금강체를 세트처럼 써야 내 공격에 내 육체가 망가지는 꼴을 피할 수 있겠지.
지금 같아서는 주먹질이라도 했다간 내 주먹이 먼저 박살 날 판이다.
‘재료는 다 있어.’
금강체의 재료는 맷집, 철갑, 성채, 인내, 결의, 극기.
방패에 깃든 성채와 방호복 하의에 깃든 극기만 가져오면 된다.
문제는 다이아.
신원 시장에서 물량 들어오는 대로 샀던 다이아는 거구를 이식하면서 모두 소모한 다음.
등급이 높아서 그런지 내 생각보다 다이아를 많이 쓴 것이다.
[물건 들어온 것 있습니까?]고물상에게 문자를 넣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다음 달은 되어야 추가로 들어옵니다. 아시다시피 물량 수급하기가 힘들어서요.] [알겠습니다.]어디 다이아 광산 같은 거 안 터지나?
한숨을 내쉬는 한편, 완성 직전인 상위 특성이 하나 더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걸 내가 김사제한테 받았었지?
재생, 소생, 상처 회복, 치유, 활기, 원기왕성으로 조합되는 상위 특성.
불사.
거인의 힘과 불사 조합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거인의 힘, 금강체, 불사 세 상위 특성으로 완성되는 삼위일체 빌드지만.
‘다이아 한두 개만 있으면 되는데.’
게임에서처럼 숙련도 몇 %가 찼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하지만 강건을 체화한 게 며칠 전이니 치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며칠, 길어야 몇 주다.
그전까지는 다른 특성으로 땜빵하면 된다.
[거인의 힘][파산검법][에인헤랴르 연공법] [맷집][인내][활기]이런 식으로.
여기에 방호복을 입고 벗어두었던 흡혈 장갑을 착용했다.
흡혈 저주를 감수할 만큼 강건 특성이 아쉬웠으니까.
[아니면 초인님.]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했다.
[저랑 같이 다이아 캐러 가시겠습니까?] [다이아를 캔다고요? 다이아를 캘 수가 있습니까?] [흐흐. 마굴 청소부도 원래는 정화 업무 종사자가 정식 이름 아닙니까. 그걸 그냥 청소한다고 표현하는 거지요. 다이아도 똑같습니다.]게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말.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눈만 끔뻑거렸다.
다이아를 캘 수가 있나?
초인이 자기 마력을 깎아 만드는 게 다이아잖아.
설정상으로는 레벨 다운까지 일어난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다이아 수급은 애초에 캐릭터 카드를 갈아서 했으니까.
[좋습니다. 같이 가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를 캐려면 리스크가 좀 있습니다. 마굴 청소도 그렇잖습니까?] [그렇죠.] [일단 가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가셔서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절대 초인님께 위험한 일을 강요하지 않을 겁니다.] [대체 뭔데 그러십니까?] [으음······ 밖으로 누출되면 안 되는 곳이라서요. 유선상으로 말씀드리긴 좀 그렇고,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의구심을 품고 약속을 정했다.
밤이 늦은 시간에 신원 시장에서 만났다.
김춘복 고물상이 과장되게 내게 허리를 굽혔다.
“타시죠, 초인님.”
“눈도 가려야 합니까?”
“에이, 농담도 잘하십니다. 초인님이 저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도 도착하시면 살짝만 조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가는 데는 초인이 꽤 많거든요. 3레벨, 4레벨, 심지어 5레벨도 꽤 많습니다.”
“5레벨도요? 어딜 가는데 그렇습니까?”
“가 보시면 압니다.”
고물상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서쪽으로 달리는 차에 속도를 더할 뿐이다.
쌔애액!
멀지 않았다.
신림동에서 약 40분 거리.
서울과 이어지는 도시.
그러나 행정구역상으로는 명확히 구별된다.
이쯤 되자 나도 눈치를 챘다.
“부천이네요?”
“예. 부천입니다.”
아케인 서울에서 부천, 하면 떠오르는 시설이 하나 있다.
수도권 최대의 격투장.
초인들끼리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소.
게임에서는 랭킹전이 벌어지는 곳.
콜로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