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88)
특성 쌓는 김전사-88화(88/300)
삼위일체 빌드 -3-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날 저녁.
한 사냥꾼이 목소리를 냈다.
“뭐가 이상하지?”
“군단장님 말입니다. 갑자기 결투 명령을 내리다니요. 평소에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침묵하시던 분이.”
이상하긴 이상하다.
협회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흐흐, 그만큼 우리 협회장님이 대단하시다는 얘기지요.”
“암요. 군단장님이 협회장님을 밀어주시려는 게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면 굳이 결투를 지시할 필요가 없어요.”
“강 이사 따위 협회장님한텐 한주먹거리 아닙니까? 간단히 때려눕히시고 비상하실 일만 남아 있습니다.”
“협회장님! 세 번째 군단장 되시고 저희 모른 척하시면 안 됩니다!”
“이 사람들도 참, 김칫국부터 마시긴.”
뻔히 보이는 아첨이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결투에서 강 이사가 자신을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기분좋게 술을 한 잔 마셨지만 처음 말했던 사냥꾼이 초를 쳤다.
“어쩌면 협회장님 때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응?”
“협회장님 때문이 아니면 누구 때문이야?”
“제 생각이지만, 내일 상대로 강 이사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강 이사 말고는 협회장님 상대가 될 사람이 없어!”
“이 과장과 박 과장은 4레벨인 거 몰라?”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머리를 좌우로 젓고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협회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조금 전 사냥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어. 김 사냥꾼, 김전사가 청소부 협회장과 사자 기사를 단신으로 이겼다고 했지?”
“예. 청소부 협회를 이겼을 때만 해도 소문이 과장된 것 아니었겠냐고 했지만 사자 기사를 이긴 후로는 그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사자 기사라고 해봐야 고작 4레벨입니다! 협회장님과는 상대도 안 됩니다!”
“아니지. 사자 기사면 자네들도 나도 이름은 들어본 인간이잖아. 그리고 사자 기사와 싸울 때 김 사냥꾼은 3레벨이었어. 4레벨이 아니라.”
청소부 협회와 싸웠을 때는 몇 레벨이었는지 정확히 모른다.
김전사는 1레벨에서 2레벨을 건너뛰고 3레벨을 바로 인증받았으니까.
아마도 그때도 3레벨이지 않았을까?
협회장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청소부 협회 생존자들 말로는 신열로 인한 흑염이 그때 이미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3레벨에 4레벨을 이긴 김전사.
협회장은 본능적인 경계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3레벨에 4레벨을 이겼다면, 4레벨에 5레벨을 이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설마.’
군단장이 그걸 알아보았다면?
이번 결투판을 벌인 게 그 때문이라면?
동부군 군단장은 극도로 호전적이고 힘을 숭상하는 인물.
특히 전사 계열 유망주를 좋아했다. 싹수가 있다 싶으면 제자로 삼거나 자기 무예를 전수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
그렇게 받아들인 제자 집단이 동부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단장님이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다. 고작 4레벨 전사 하나 때문에 우리 협회를 적으로 돌리다니요?”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군단장님이 그 김 사냥꾼이라는 작자를 언제 봤다고 밀어줘요?”
“혈연이 아니고서야······ 으음?”
천 이사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 설명된다.
혈연관계.
성은 다르지만 외가 쪽이라면?
혹은 숨겨놓은 자식이라면?
“맞는 것 같지요?”
“김 사냥꾼이 구 군단장님 손자나 제자라면 가능하지요.”
“그랬다면 레벨 차이를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묵호무적검법을 익혈을지도 모릅니다.”
“묵호무적검법이라니······”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검법.
김전사가 들었으면 그거 익히느니 3대 검법 익히겠다고 코웃음을 쳤겠지만 이들은 진지했다.
협회장의 얼굴도 침중하게 굳었다.
“이거 방심하면 안 되겠어.”
사냥꾼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협회장님. 지금이라도 물러나시는 게······”
“흥. 물러나라고? 택도 없는 소리. 이미 성사된 명예 결투를 취소하면 군단장이 좋아하겠나? 자기 명예를 짓밟았다고 화를 내겠지.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협회장은 주먹을 꾹 쥐었다.
“압도적인 승리. 그것뿐이다.”
주먹에 핏줄이 돋는다.
눈에 힘을 주자 세상이 붉게 물든다.
그리고 빨간 세상 위 거미줄처럼 돋아난 어떤 마력 문양.
몸에 이식된 어떤 변이 인자가 반응하고 있었다.
‘진혈.’
협회장은 몇 년 전 힘들게 구한 변이 인자를 떠올렸다.
이식은 했어도 차마 각성하지 못한 그것.
사용하면 반드시 강해지겠지만 이성을 잃고 변이체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여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오늘이야말로 이 변이 인자를 각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정오.
협회장은 시청 앞 광장에서 김전사와 마주 섰다.
날씨는 우중충하다.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시작 전에 비약을 만들겠습니다.”
“순수하게 본인의 능력으로만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못 만들면 불허하겠다.”
“당연하지요.”
김전사가 능숙하게 연금술 도구를 써서 비약을 만든다.
누구도 본인 능력이 아니라 주장하지 못할 지경.
‘군단장의 혈육이 연금술을 익혔다고?’
저런 잡기를 허용할 인간이 아닌데?
그러거나 말거나 비약을 마시고 무장을 갖춘 김전사.
“시작하라!”
구형원이 마력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시작.
우드득!
즉각 변이 인자를 활성화시켰다.
진혈이 아니라 기존의 변이 인자만.
혈류가 빨라진다. 심장에서 마혈이 뿜어져 나온다. 근육이 질겨지고 피부에 각질이 번진다. 손톱이 쇠칼처럼 자라나고 송곳니가 검치호처럼 변했다.
“히익!”
“흡혈귀다!”
“변신마였어?”
구경하던 시민들이 놀라 웅성거렸다.
그렇겠지.
흡혈귀는 이미 멸종한 마물.
그 변이 인자를 얻기란 굉장히 어려웠으니까.
변신이 완료되자 자신감이 차오른다.
흡혈귀는 강하다.
아무리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전사 계열 초인이라 해도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자신은 수십이나 되는 전사를 쓰러뜨린 적이 있다.
압도적인 힘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근력과 반사신경으로!
탓!
김전사가 땅을 박찬다.
벼락처럼 공간을 좁혀서는 방패를 휘두른다.
가소롭다.
통짜 강철 방패를 휘둘러도 모자랄 판에 접이식 방패라니?
반짝반짝 빛나는 게 마법이 깃들어 있다만, 그렇게 따지자면 자신도 풀세팅을 마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마법 무구라고!
“멍청한 놈!”
힘껏 팔을 휘두른다.
무쇠도 구부리는 근력.
철판도 뚫는 강화 손톱.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어둠 마력까지!
단번에 방패를 쪼개고 치명상을 입힐 작정이었다.
일그러질 얼굴이 눈에 선히 보였다.
그리하여 손톱과 방패가 격돌한 순간.
꽈앙!
느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크억?”
세상이 뒤집혔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었다.
심지어 몇 바퀴를 그대로 회전한 다음 어둠이 찾아왔다.
잠깐 기절하고 만 것.
가공할 재생력을 가진 흡혈귀답게 곧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눈앞에 보인 것은 은색 빛무리를 머금은 성검이었다.
“으허억!”
가까스로 쳐냈다.
손톱에 깃든 어둠 마력이 뭉텅이로 깎이며 자랑스러운 쇠칼 손톱에 쩌적 금이 갔다.
협회장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마법검과 마주쳐도 멀쩡하던 손톱이 왜 저런단 말인가!
협회장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전 일격에 [거인의 힘][실전 격투][강타][참격]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꽂혔던 돌진도 마찬가지다. [거인의 힘][실전 격투][돌진][방패 치기]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에 5레벨을 뛰어넘는 공격이 나왔다.
그러고도 [금강체]와 [불사] 덕에 김전사는 어떤 반동도 받지 않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5레벨 전사보다 강하다!’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다.
검기와 신들린 몸놀림 대신 우악스럽고 강인한 육체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지금도 방패가 빛을 발하며 날아오지 않나!
가까스로 두 팔을 교차하여 막았다.
포탄에 맞은 듯한 끔찍한 충격이 팔을 뚫고 쏟아졌다.
“끄흑!”
이대로는 필패.
‘레벨을 숨겼구나!’
하지만 어떻게?
4레벨 인증을 받은 게 고작 며칠 전인데?
사냥꾼 협회에서 봤을 때도, 어제도 분명히 4레벨 마력 파장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레벨과 레벨 사이, 근본적인 무력 차이는 어지간해서는 극복할 수 없다!
용력을 타고난 천하장사거나 신화에나 나올 마법 무구를 풀 세팅하지 않는 바에야.
“으아아아아!”
거칠게 고함을 질렀다.
전신 혈관이 터지며 피가 뿌려진다.
변이 인자, 진혈을 각성한 것.
이 수밖에 없었다.
전사에게 한 번 밀린 이상, 강화병이 이길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파파팍!
덩치가 커진다.
하체는 그대로인데 상체가 주르륵 길어진다.
허리는 앞으로 굽어 꼽추처럼 변하고 안 그래도 빨갛던 눈이 위아래로 쭈욱 찢어졌다.
거의 한 뼘이 넘게, 생물의 눈이 아니라 공간에 뚫린 균열처럼 변이된 기괴한 눈.
“괴, 괴물이다!”
“변이체다!”
구경하던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적당히 떨어져서 관전하던 구형원이 검을 뽑는 것이 보인다.
협회장은 속으로 오직 한마디만을 되뇌었다.
‘나는 윤병진이다. 나는 윤병진이다······’
생체 강화병이 변이 및 각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폭주하는 마력을 제대로 추슬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한 마리 괴물로, 변이체로 영락하고 말 테니.
‘나는 윤병진이······ 커헉!’
뻐억!
관자놀이를 강타하는 충격!
변이 각성 진행 중임에도, 김전사가 달려들어 방패를 후려갈긴 것이다.
협회장은 기괴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각성 중이다! 공격하지 마라!”
“뭔 개소리야? 공격받기 싫으면 결투 시작 전에 각성했어야지.”
김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임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격을 퍼부을 뿐이다.
협회장 [SR 흡혈마]의 특성은 [흡혈귀][돌연변이 손톱][돌연변이 근육][진화].
진화가 완료되어 2페이즈로 완벽히 진입하면 난이도가 몇 배로 상승한다.
5레벨 풀 파티도 전멸시킬 정도로.
흡혈귀, 돌연변이 손톱, 돌연변이 근육, 세 특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전에 끝낸다.’
김전사의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검이 협회장을 긋고 지나갔다.
방패가 명치를 후려치고 손도끼가 머리를 찍는다.
그때마다 일어나는 흑염!
신의 불꽃이라 믿어지지 않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화염이 전신을 불사른다.
어둠 마력이 사정없이 잡아먹히고 신경계가 고문당했다.
“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협회장.
크게 팔을 휘둘렀다.
고무 채찍처럼 탄력 있게 변한 팔이 김전사를 강타했다.
“큭!”
변이 인자가 제대로 정착하지도 못했건만 어마어마한 힘.
거인의 힘과 거구 중첩으로 키 2미터를 넘는 김전사도 감당하지 못하고 몇 미터도 넘게 날아간다.
그러나 한 호흡조차 시간을 주지 않고 곧바로 일어선다.
오뚜기처럼.
“으아아아!”
직후 다시 돌진.
아직도 각성 진행 중인 협회장으로서는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두툼하게 부푼 팔을 뻗어보지만 부족하다.
흑염에 휩싸인 성검이 손바닥을 뚫고 눈앞까지 다가왔다.
“이이익!”
팔을 휘두른다.
바위도 깨뜨릴 타격이 쏟아진다.
그러나 몇 번을 두들겨도 김전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레 더욱 몸을 들이밀며 반격을 가할 뿐이다.
분명히 유효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데도 보이는 반응이라고는 눈을 꿈틀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크아아악! 으아아! 죽어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5레벨 전사라고 해도 뼈가 부러질 공격이다.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제대로 소화하면 7레벨이 되고도 남을 변이 인자, 진혈.
아무리 각성 중이라고는 하나 고작 4레벨 전사에게 당하고 있다는 것이.
5레벨이라고 잠깐 착각했으나 이 연약한 마력 파장을 보건대 4레벨임이 분명한데도!
“크아아아!”
회심의 일격을 꽂았다.
마침 손도끼를 휘둘러 자신의 어깨에 공격을 꽂은 직후.
김전사는 피하지 못했다.
관자놀이를 제대로 때렸으나 당연히 기절해야······
아니었다.
철컥, 쇳소리와 함께 버텼다.
뭘 했는지 전신이 잠깐 무쇠덩어리로 변한 것.
[무쇠주먹]의 고유 발동 효과.여기에 특성 전환으로 방어 특성 여섯 개를 쫙 깔았다.
그 결과 김전사는 협회장의 일격을 버텨냈고 이로써 승패가 갈렸다.
자세를 취하는 김전사.
검을 살짝 뒤로 돌리고 몸을 틀었다.
손도끼는 아예 버리고 성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진하게 풍기는 마력 파장에 협회장 또한 최후를 직감했다.
“내가 이렇게 끝날 줄 아느냐!”
각성 완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위기감이 이성을 붙잡았다.
마력이 제대로 통제되는 중이다.
괴물처럼 변했던 육체도 정상으로 되돌아가기 시작.
이 위기만 넘기면 된다!
이 공격만 막으면!
그때는 내 세상이다.
최소한 6레벨.
어쩌면 7레벨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사냥꾼 협회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세 번째 군단장이 될 수도 있다!
펼쳐지는 장밋빛 환상.
그러나 김전사가 검을 뻗었을 때.
몸에서 새하얀 마력이 전개되었을 때.
황홀하게 타오른 빛이 유성의 형태를 갖추었을 때.
그 유성이 한 자루 검이 되어 질주할 때.
협회장은 직감했다.
이건 못 막는다고.
“아······”
부질없이 내미는 손.
곧,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의식이 끊어졌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