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87)
특성 쌓는 김전사-87화(87/300)
삼위일체 빌드 -2-
검문소가 보인다.
탕탕탕!
뒤에서는 총격이 쏟아진다.
무시하고 내달린다.
퍽!
운전석 사이드미러가 총알을 얻어맞고 깨졌다.
펑!
심지어 타이어 하나도 펑크가 났다.
SUV가 끼기긱 미끄러지지만 운전대를 끝까지 붙잡았다.
가까스로 감속한 SUV가 검문소 앞에 정확히 정지했다.
동부군 병사들이 소총을 꼬나쥐고 튀어나왔다.
잔뜩 마력 파장을 발하는 상태.
나는 창문을 열고 사냥 증서와 초인증을 내밀었다.
“사냥꾼 협회 소속 4레벨 초인 김전사입니다. 사냥 마치고 복귀합니다.”
“어? 며칠 전에 산왕 잡았던 분 아닙니까?”
공교롭게도 아는 얼굴이었다.
산왕을 잡고 통과할 때 날 검문했던 장교.
장교가 만신창이가 된 SUV,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나, 그리고 뒤쪽에서 달려오는 사냥꾼들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죠? 철원 시국은 사냥터의 분쟁에서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국 안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건 군단장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니까 조용히 있으셔야 합니다.”
“그럼요. 저도 군단장님 존경합니다. 절대 소란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통과!”
병사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쫓아온 협회장이 항의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놈은 범죄자입니다! 사람을 죽였다고요!”
“철원 시국은 사냥터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협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작년 조약 갱신 때 직접 오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그건······”
“아니면, 소란이라도 일으켜 보시게요?”
장교가 검을 빼든다.
비록 4레벨에 불과했으나 동부군 소속.
게다가 장교.
잘못 건드렸다간 동부군 전체가 들고 일어나는 수가 있다.
협회장도 목소리를 낮췄다.
“그럴 리가요. 답답해서 한마디 해봤습니다.”
“살인 사건이라면 서울 가서 고소하든 고발하든 하십쇼. 철원은 동부군이 지배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제가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4레벨이지만 목에 힘을 주는 동부군 장교.
5레벨이어도 머리를 숙이는 사냥꾼 협회장.
우열이 명백히 갈려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협회장과 사냥꾼들도 검문을 받고 통과했다.
몇 시간 동안 추격전을 벌인 것이 무색하게, 검문소 통과 뒤에는 금방 따라잡혔다.
타이어 펑크 때문에 제대로 속도를 못 냈거든. 그나마 특수 타이어라 저속 주행은 가능해서 다행이었다.
“강기석! 도망치는 걸 보니 아주 쥐새끼가 따로 없던데? 어디서 전속 레이서라도 고용했나?”
협회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 이사가 지지 않겠다는 듯 입대포를 발사한다.
“아, 그야 그쪽 애새끼들이 총을 아주 지랄 같이 잘 쏴서 그랬지! 진작에 타이어 맞췄으면 내년 오늘이 내 제삿날이었겠어! 그건 그렇고 우리 잘나신 협회장 나으리께선 어디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오셨어? 몇 시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이제 그 못생긴 얼굴을 보여주시네?”
“이 새끼가!”
“주 이사는 잘 있대? 벌써 제삿밥 뜨신 건 아니지? 우리 김 사냥꾼님이 로켓탄 탄두를 맞춰서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잖아! 캬, 아주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었다니까? 사냥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고 총도 잘 쏘고. 딸 있었으면 사위 삼고 싶어 아주!”
그건 좀.
투머치토커 사위가 된다?
상상만 해도 귀에서 피보라 터지는 느낌이다.
협회장이 구겨진 얼굴로 날 보았다.
“이래서 김 사냥꾼을 영입하려고 했던 건데······”
나이든 사냥꾼의 육감이라고 할까?
정 사냥꾼을 통해 날 초청한 협회장도, 소식을 듣자마자 중국행을 취소한 강 이사도 행동력 하나는 대단했다.
나는 시청을 향해 SUV를 몰았다.
강 이사의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거였는데, 사냥꾼 협회 SUV들이 우리를 앞질러 앞을 잔뜩 가로막는다.
아예 도로 자체를 차단.
빵빵빵!
애꿎은 철원 시국 시민들만 피해를 보았다.
“뭐야!”
“도로는 왜 막아!”
“비켜!”
“당신들이 도로 전세 냈어!”
시민들이 고함을 지르고 경적을 울리자 사냥꾼들이 눈을 부라렸다.
“시끄러!”
“우리도 이판사판이야!”
저러다 동부군이 열 받아서 튀어나오면 어쩌려고 저러지?
사냥꾼들이 우리를 완전히 포위했다.
SUV로 둥글게 벽을 치고는 흉흉한 얼굴로 내린다.
꿇릴 거 없다.
나도 강 이사도, 두 과장도 마력 파장을 피우며 내렸다.
그나마 무기를 든 자는 없었다.
무기를 드는 순간, 동부군의 권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와중에도 최후의 선만은 넘을 수 없었던 것.
“강 이사.”
협회장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얌전히 따라오지 그래? 꼭 피를 봐야겠어?”
“이거 왜 이래. 이미 피는 봤고 막장까지 간 거 몰라서 그래?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였어. 소주랑 맥주에 독을 탔더라고? 조합독이라고 하지 그거? 협회에 소맥 먹는 놈은 나밖에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뒈질 뻔했지 뭐야.”
“흠.”
“그리고 시발 새꺄, 최 부장 배신하게 만든 새끼가 뭐? 피를 봐야겠냐고? 죽은 최 부장을 봐서라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 너랑 나,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해!”
강 이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최 부장이 죽었다는 말에도 협회장은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강 이사를 노려보면서도 뒤에, 파주 시청을 연신 힐끔거릴 뿐.
누구 기다리나?
그러나 엉뚱하게도 뒤쪽에서 불청객이 등장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쾅! 펑! 꽈앙!
SUV들이 하늘을 날았다.
폭죽처럼 치솟아서 근처에 떨어지고, 폭발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화염이 터지고 금속마저 모조리 증발하는 비현실적인 광경.
구경하던 철원 시민들이 환호를 질렀다.
“구 사단장님이다!”
“역시 화끈하시네!”
“개 같은 놈들, 길막하더니 잘 됐다!”
“사단장님! 저 새끼들 다 죽여 버리세요! 바빠 죽겠는데 길 막는 놈들입니다!”
뻥 뚫린 공간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
40대, 걸친 것은 동부군 군복.
덩치는 크고 눈은 부리부리했다. 허리에는 투박한 외형의, 검집에 호랑이 조형이 양각된 검이 달랑거린다.
동부군의 4대 사단장 중 하나.
구형원.
7레벨 전사 계열 초인이었다.
마력 파장이 유형의 빛을 뿌리며 사방을 장악하고 있었다.
혼자 온 것도 아니다.
수십은 넘을 초인들이 절도 있게 서 있다.
“안녕하십니까, 사단장님.”
“이거, 저희가 잠깐 대화를 한다는 게 조금 소란스러웠나 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협회장도 강 이사도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동부군 사단장이자 7레벨 초인.
구형원에게는 그만한 권력이 있었다.
사냥꾼 협회가 제법 큰 단체라곤 하나 협회장도 이사도 가볍게 날리고도 남을 정도의.
구형원이 둘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건넸다.
“부하들과 회식할 일이 있어서 기분 좋게 나왔는데 기분 잡치게 하는군. 다른 곳도 아니고 철원에서 이게 무슨 짓거리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들이 서로 총질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당신네들가 뭔 짓을 하든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철원에선 하면 안 되지. 여기가 당신네들 놀이터인 줄 알아?”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그걸 아는 인간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는 구형원.
막 사자후가 터지려는 순간이었다.
별안간 멈칫하더니 시선을 시청 뒤 높다란 마천루에 던진다.
군단 본부.
흔히 호왕궁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곳.
이어서 입술을 달싹이기까지.
전사 계열 초인 중 무사들이 자주 쓰는 전음이었다.
‘뭐지?’
구형원이 얼굴을 굳혔다.
명백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
그러나 막상 입 밖으로 낸 말은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동부군 차원에서 너희 관계를 중재하겠다. 내일 정오, 시청 앞 광장에서 명예 결투를 치러라. 단, 외부 대전사는 불허하겠다. 오직 여기 있는 너희 중 한 명이 나서야 한다.”
갑작스러운 선언.
바로 협회장이 항의하고 나섰다.
“사단장님! 저는 사단장님을 존경하고 공경하지만, 이건 엄연히 사냥꾼 협회 내부의 일입니다. 아무리 사단장님이라고 해도 우리 협회 일에 간섭하실 수는 없습니다!”
“흥.”
구형원은 코웃음만 한 번 쳤다.
“이건 명령이다. 너흰 거부하지 못해.”
“명령이라니요! 사단장님께서는 우리 협회에 명령하실 권한이······”
“내가 내린 명령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하늘.
즉, 군단장.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다들 당황한 표정이다.
강 이사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군단장님께서 왜······”
“어허!”
직함을 입에 담는 것조차 거슬렸나 보다.
구형원이 강 이사를 보며 뜨거운 눈빛을 날렸다.
“내일 정오. 늦지 않도록 해라. 내가 직접 공증인이 되겠다. 지는 쪽은 이긴 쪽에서 목숨을 요구하더라도 얌전히 목을 내놓도록. 만약 거부하는 자는 내가 직접 나서서 단죄하겠다.”
철원 시국에서 군단장은 성역 그 자체.
구형원이 손을 떨치며 자리를 떴다.
남은 것은 협회장측과 우리뿐.
협회장과 강 이사가 눈을 마주쳤다.
“흥! 차라리 잘 됐다. 정의는 승리하는 법이지.”
협회장은 벌써 승리한 듯한 얼굴이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요.”
반면 강 이사는 초조한 기색이다.
생체 변이 변신마 대 의체 삽입 저격수의 싸움.
누가 유리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거리를 주고 시작한다면 모르겠으나 평범한 명예 결투라면 변신마 필승.
협회장이 강 이사와 나를 한 번씩 보고는 입을 비틀며 웃었다.
“죽이지는 않겠다. 대신 죽을 때까지 봉사할 각오는 해둬. 아주 개처럼 부려 먹어주지.”
“누가 보면 이미 이긴 줄 알겠어? 난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거야. 죽고 싶지 않으면 전력을 다하라고.”
“푸하하! 아주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네. 내일 보자고.”
협회장이 몸을 돌렸다.
비로소 막힌 길이 뚫리고 SUV들이 빠져나간다.
나도 SUV를 적당한 곳에 댔다.
“하아아아.”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강 이사가 한숨을 내쉰다.
“이사님······”
“괜찮겠습니까?”
과장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명예 결투의 결과를 뻔히 다 아니까.
“군단장님은 어째서 우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신 거지? 설마, 협회장이 군단장님한테까지 선을 댔나?”
“그럴 리가요.”
“군단장님 아닙니까.”
“협회장 따위가 비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럼 왜 갑자기 군단장님께서 협회장 편을 든 거야?”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나 때문이다.
얽힌 8레벨 초인만 두 명.
내게 강제 세례를 했던 성녀, 그리고 내기라는 명목으로 영입 우선권을 가져간 태양 마탑주.
군단장의 귀에도 그 사실이 들어갔겠지.
이번 일은 날 직접 확인하려는 군단장의 의도가 분명했다.
‘뭐, 좋아.’
날 확인해 보시겠다?
이번에는 당해드리지.
미래의 암살 조직 수장과 끝없는 암투를 벌이느니 여기서 끝을 보는 게 낫다.
기왕에 성녀와 마탑주 눈에 띈 몸이다.
거기 한 명 더 추가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협회장과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냐는 것.
‘가능해. 가능하긴 한데······’
2레벨 후반에 박대엽을 이기고 3레벨에 오두식을 쓰러뜨린 몸이다.
4레벨인 지금이라면 5레벨 협회장을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지.
전사와 다르게 강화병에게는 의외의 한 수가 있으니까.
협회장은 의외성 끝판왕인 변신마고.
“이사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제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습니까? 숫자로 표현하면 이길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됩니까?”
강 이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흠, 흠, 헛기침을 하는 강 이사.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대답한다.
“냉정하게 따져서 5프로 미만이지.”
사실상 이기기 힘들다는 뜻.
그나마 주제 파악은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괜히 똥고집을 부렸으면 나까지 말려 들어가잖아.
“이사님······”
과장들의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제가 나가겠습니다.”
“김 사냥꾼, 자네가? 하지만 자네는 4레벨이잖아! 협회장은 5레벨이야!”
“전 2레벨 때 이미 청소부 협회장과 싸워 이겼고 3레벨 때 사자 기사를 죽였습니다. 제가 이길 가능성이 5퍼센트보다는 높습니다.”
“협회장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저도 압니다. 흡혈귀 변신마지요? 눈이랑 송곳니를 보니 알겠습니다.”
“자신은 있어?”
“있죠. 필승을 자신합니다.”
[SR 흡혈마]게임에서 쉬운 보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흡혈마의, 협회장의 특성과 내가 곧 완성할 빌드를 비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최소한 5%보다는 낫지. 암.
“단, 필요한 게 있습니다.”
“뭐든 말만 해.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내가 무슨 수를 쓰든 구해주지.”
“다이아가 필요합니다.”
“다이아?”
“예. 최대한 많이요.”
그날 저녁.
강 이사가 다이아 여덟 개를 구해왔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맷집, 인내, 철갑, 성채, 결의, 극기 여섯 특성을 조합하여 금강체를 조립.
그리하여.
삼위일체 빌드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