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아, 아니.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마수랑 수인은 엄연히 다르지요. 서로 소통도 할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기도실의 앞에서 벨레스는 다소 억울한 어투로 앞에 있는 두 여신도를 설득하려 든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여신도들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애초에 공격성이 적은 마수 정도지요.”
“말이나 개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인들도 노예로 다루는 도시가 훨씬 많잖아요.”
폴탄 해안처럼 수인들이 인간들과 엇비슷한 대우를 받는 장소는 사실 왕국 내에선 거의 없었다.
생각해 보니 프나틱스교 내부에서는 수인을 본 적이 없다는 걸 벨레스는 알아차린다.
“신께선 평등하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수인들도 엄연히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신을 믿을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수인이세요? 무슨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 말에 벨레스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당장에 허리띠 형태의 아티팩트를 풀고, 자신의 이마에 솟아난 뿔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런 벨레스에게 여신도들은 답답하단 한숨과 함께 단호히 선언한다.
“인간을 위한 신이지, 수인을 위한 신이 아닌데요.”
“…….”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벨레스는 결국 참담히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수인과 인간을 동등이 여기는 종교가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프나틱스교는 아니었다.
고작 그 정도의 진실일 뿐이었으나.
벨레스는 눈물이 살짝 고일 것만 같았다. 은빛사자 연구회 말고도 또 다른 든든한 아군이 생긴 줄 알았다.
인간과 수인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미래를 위한 폭력 없는 투쟁에 동참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프나틱스교의 교리에 따르면 모두가 평등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두에 수인은. 벨레스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우르르 몰려오는 다른 신도들. 벨레스의 앞에 있던 여신도들은 곧장 그를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여기요! 주교님의 기도를 방해하러 생도들이 들어갔어요!”
“도와주세요오오!”
꺄악꺄악 거리며 외쳐대는 목소리조차 벨레스에겐 이제 거슬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부 쓸어버리면서 이 복잡한 마음을 후련하게 쏟아버리고 싶었지만.
쿠웅!
다시금 벨레스는 창으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한을 담아 외쳤다.
“아무도 못 지나간다아아아아아!”
* * *
아무도 못 지나간다아아아아아!
왜인지 벨레스의 거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오는 기분이었다.
같이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달리고 있는 다이니도 들었는지 피식 웃음을 흘린다.
“쟤 왜 저런데.”
“……나름 사연이 있어.”
아마 쓰라린 진실을 알아차린 게 아닐까 싶었다.
벨레스는 평등이라는 말에 혹해서 프나틱스교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지만.
정작 신전과 더불어 마차를 타고 올 때 봤던 마을에는 수인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결말.
일부러 벨레스가 충격 받으라고 말을 안 해준 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경각심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번 크게 데여야만 나중에는 알아서 주의하겠지.
‘너무 아프게 데인 것 같긴 하지만.’
그 벨레스가 저렇게까지 소리칠 정도면 정말 상실감이 컸던 듯싶다.
“도대체 통로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거야?”
내려가도 계속 뻗어가는 통로. 어찌나 깊게 들어가는지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마리아가 혹시 무슨 일을 당했는데 이 통로 때문에 늦는 건 아닐까 하고.
후웅.
그때 안쪽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피부를 때리듯 흘러나오는 바람에 나와 다이니는 동시에 시선을 맞춘다.
“안쪽에 또 다른 통로가 있는 걸까?”
이런 지하에 바람이 불어 올리는 없으니 다이니의 추론은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으나.
과연 이렇게 깊게 파인 통로가 이곳 말고도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소 거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끝내 안에 도착할 수 있었고.
꽤나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이 우리를 맞이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거대한 주홍빛의 깨진 알.
지하 내부에는 어떠한 조명도, 횃불도 없었으나 저 알 하나가 은은하니 주변을 밝히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깨진 알 위에 걸터앉아 있는 백발의 남성은 머리가 얼마나 긴지 자신의 영토라도 된다는 듯 땅에 길게 늘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쓰러져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익숙한 소녀.
마리아 레이로즈.
“……마리아.”
다이니가 탄식을 섞어 친우의 이름을 불렀으나 애석하게도 마리아는 답하지 못했다.
저렇게 고요하게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소녀였다.
“멍청한 년아, 거기서 뭐 하냐고.”
다시금 거칠게 불러보지만 여전히 마리아는 눈을 감은 채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죽은 건 아닌가 덜컥 걱정됐으나 옅은 숨소리가 들려오긴 했다.
“너, 너희까지!”
주교로 보이는 남자가 당황하며 우리를 가리켰으나, 그는 금세 눈치를 보며 입을 막는다.
백발의 남자는 묵직한 호흡을 내뱉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정확하게 나를 주시한다.
허리춤에 달고 있는 성검이 부르르 떨려오며 당장이라도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성화를 부린다.
“마몬.”
벽을 타고 잔잔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 명확하게 나를 가리키고 있는 명칭은 상당히 불쾌했다.
“네가 세리안이냐?”
딱 봐도 알 수 있었으나 굳이 꼬집듯 물어준다.
내가 마몬이라고 불렸던 것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다.
“악마를 품고 있으면서도 내 검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못 버렸나.”
자신의 검을 매고 있는 내 모습이 썩 보기 흉했는지 손을 까딱거리면서 역겹다는 감정을 내비치는 세리안.
그가 봤을 때는 아직까지 내가 성검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아니, 이거 검 주인이 이상한 장난질을 쳐놔서 아주 잡아 족치려고 가져왔지.”
쿵!
성검 끝으로 바닥을 내리 찍는다.
붕대로 둘둘 감고 있었기에 지금은 잡아도 성검 수여식에서 느꼈던 통증은 없었다.
기껏해야 손바닥에서 찌릿하고 정전기 정도가 통하는 느낌.
“그리고 줬으면서 어디서 개소리야. 이제 내 거야.”
마음에 들지 않는 무기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저놈한테 다시 돌려주는 것도 고까웠다.
성검은 당장이라도 주인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울어대며 검신이 비틀리고 있었으나.
꾸득.
나는 손에 힘을 강하게 주며 성검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다.
그제야 알에서 일어난 세리안.
녀석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본다.
“대악마의 힘을 믿고 그리도 까부는 것인가.”
“…….”
“설마 마몬의 특성을 이용해서 레비아탄과 벨페고르까지 먹어치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한 적의가 아닌, 폐기물이라도 바라보는 듯 역겨움을 담아 놈은 말을 이어간다.
“동족상잔. 실로 어울리는 결말이며, 너희에 어울리는 죽음이로구나.”
그 말만으로도 천사라는 자들이 대악마와 꽤나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적대적이면서도 깔보는 느낌.
나는 슬그머니 그에게 물었다.
“벨페고르가 말하더라, 대악마들을 이 땅으로 보내는 존재들이 있다고.”
“…….”
“그게 너희냐?”
천사니 악마니 혹은 신이니.
그런 건 다 상관없었다. 내게는 대륙의 위험이 될 수 있는 존재들만 치우면 그만이었다.
“후우, 인형도 그렇고 똑같은 것만 물어보는구나.”
같은 것만?
아마 윤도 나와 똑같은 질문을 했나 본데 세리안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 넘긴다.
워낙 장발인지라 그래봤자 다시금 흘러내릴 뿐이었으나.
저런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세리안의 기분이 몹시 불편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대체 그걸 알아서 너희의 뭐가 달라지지? 그래, 우리가 보냈다. 대악마들을 이 땅으로 내려 보내고 있는 건 바로 우리다. 자, 이제 내게 말해봐라.”
양손을 펼치며 세리안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또한 다소 노기가 진 목소리로 따지고 든다.
“무엇을 할 수 있지? 어! 우리가 대악마들을 폐기물처럼 너희의 땅에 쏟아낸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희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냐는 말이다!”
우우웅!
성검이 기울기 시작한다.
성검 안에서 타오르는 무언가가 붕대를 불태웠고. 결국 나는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세리안의 손으로 착 감겨 들어간 성검에 둘러진 백색 전류.
지금까지의 원한을 토로하듯 파직파직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울부짖는다.
“뭘 할 수 있냐고?”
손끝에 그려지는 마법진.
튀어나온 것은 마몬의 성물인 아르가스가 아닌, 훈련용으로 쓰기 위해 챙겨둔 날이 상한 검.
단원들이 성검에 휩쓸려 닿기만 해도 역소환되었던 걸 보면.
마몬의 창인 아르가스를 사용하는 건 오히려 카운터를 맞아주는 꼴이었다.
비루한 검 한 자루를 감싸고 드는 나의 푸른 마나.
마몬의 기운이 당장이라도 세리안을 먹어치우겠다며 날뛰고 싶어 했으나.
강제로 억제하며 나는 이 자리에 인간으로서 선다.
어차피 마몬의 기운을 이용해 봤자 놈에겐 통하지 않는다.
“하는 건 결국 똑같아.”
나는 대악마를 무조건 죽여야 하고, 그들을 찾아가서 갈기갈기 찢어놓고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기사로서 대륙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고 있는 것이고.
대악마들이 대륙을 침범했으니 그들을 막아서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천사라는 기이한 존재들이 등장해서는 대악마를 대륙으로 뿌려대고 있다?
결국 내 입장에서 대악마와 천사는 하등 다를 거 없는 것들이며.
할 일의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
“너희도, 악마도. 다 죽이는 거지.”
이 땅에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찾아온 자들을 베어 넘기는 것.
딱 그것뿐.
“…….”
도발적인 내 선언에 세리안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나를 노려본다.
다시 자신의 검을 되찾아온 천사는 방금 전이랑은 아예 다른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나도 아니고, 악마의 기운도 아니다.
위에 있는 프나틱스교의 신자들이 봤다면 성스럽다고 말했을지도 모를 힘.
그것이 내 안에 있는 마몬을 강렬하게 억제하는 중이었다. 레비아탄과 벨페고르를 먹어 치웠음에도.
정작 저 힘 앞에서는 그들조차 무용지물이었다.
“같잖은 힘 좀 얻었다고 스스로를 위대하다며 으쓱거리는 꼴이 봐주기 힘들다.”
세리안이 천천히 검을 들자 나를 향해 폭풍과 전격이 동시에 쏟아져 왔다.
어떠한 영창도,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 신묘한 공격.
하지만 그걸 보면서 나는 오히려 우스워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너무 높은 자리에 있다 보니 우리는 보이지 않는 걸까.
아직까지도 그는 내가 대악마들 따위를 믿어서 이렇게 그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나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놈의 폭풍과 전격에 정면으로 대항한다.
늘 단원들을 소환하고 있었으나.
지금만큼은 어떤 마나의 손실도 없이 꽉꽉 담아 상대한다.
생각해 보니 이런 적은 처음이었는데 내 예상 이상으로 많은 마나를 다룰 수 있음에 살짝 놀랐다.
부우웅!
거대한 돔에 우리 둘의 힘이 격돌한 후폭풍이 불어온다.
다이니와 주교의 탄성이 귓가에 스치듯 들려왔으나.
나는 이미 그러한 바람을 정면에서 맞으며 세리안의 앞으로 도약했다.
카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친다.
하나는 성검이라 불리는 위대한 보물이었으나 또 하나는 기껏해야 연습용으로 쓸 수밖에 없는 날도 제대로 갈리지 않은 비루한 검.
당장이라도 내 검을 양단해 버리려는 듯 힘을 주는 세리안이었으나.
나는 검을 비틀며 힘을 흘려내곤 그대로 놈의 앞에 선다.
세리안이 가진 힘의 총량과 그 성질은 분명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에, 도달하지 못한 영역.
“검술은 꽝이구나?”
샬롯조차 비웃을 검술 실력을 비웃자 놈은 이를 으득 물며 거칠게 성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