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당연하지만 이안이 마리아를 혼자서 보낼 리는 없었다.
위험할 수도 있으며 마리아의 성격상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그렇다 보니 몸집이 작아서 숨기도 편하고, 마리아를 제어할 수도 있는 윤을 보내긴 했으나.
이안은 그러면서도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300년 전, 강한 기사들을 찾아서 입에 장죽을 물고 한량처럼 대륙을 떠돌던 게 윤이다.
검사로서 강자들을 상대로 싸우던 걸 즐기는 여인.
마리아처럼 어딘가 머리가 잘못된 것 같은 광기는 없더라도, 윤 역시 강자들과의 싸움을 충분히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인간이나 수인도 아니고 악마도 아닌 존재랑 싸우는 건 또 처음이네.”
호전적인 윤의 말투에 세리안의 눈가가 살짝 떨려왔다.
“미물들과 나를 동급으로 여기느냐.”
인간이나 악마들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는지 미간을 찌푸린 순간.
지하이기에 불리 없는 거센 바람이 순간적으로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다.
살기가 담긴 바람은 그를 따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 공간 안의 모든 게 세리안에게 호의적이었다.
부우웅!
세리안이 손을 뻗자 그에게 쥐여지는 폭풍의 검. 그것은 주변의 모든 걸 빨아들이려는 것처럼 세차게 공기를 휩쓸어 간다.
“내가 먼저 할 테니까 뒤에서 눈치 좀 봐.”
윤이 앞으로 나서며 마리아를 뒤로 물리자 마리아는 바로 투덜거린다.
“왜? 쫄았어? 같이 싸우면 그만이잖아.”
“천치야, 저놈이 성검의 원 주인이잖아.”
한숨을 내쉬며 마리아를 질책하면서도 윤의 시선은 여전히 세리안에게 꽂혀 있었다.
이전에 실험을 위해 다른 기사단원들이 성검을 만졌을 때, 곧장 역소환되었던 걸 생각하며 윤은 긴장한다.
“일단 나는 죽어도 다시 소환될 수 있지만 너는 죽으면 끝이니까.”
“…….”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마리아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물러나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윤을 버림 말처럼 사용하자는 건, 그녀 스스로가 제안했다고 하더라도 마리아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일단은…….”
부우웅!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새 두 사람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세리안이 휘두르는 폭풍의 검은 두 사람을 동시에 찢어발기려는 듯 흉흉하니 다가왔으나.
카아앙!
순식간에 뽑아 낸 윤의 태도가 폭풍을 막아낸다. 그녀 역시, 바람과 연관 있는 검술이었기에 그나마 대응할 수 있었다.
“호오?”
세리안이 여유를 지닌 탄성을 내뱉는 순간에도 윤의 몸은 거칠게 회전하는 중이었다.
태도를 회수하며 그대로 몸을 돌려 방금 휘둘렀던 궤도의 반대로 태도를 휘두른다.
실로 놀라운 속도.
여유를 보이던 세리안조차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몸을 뒤로 빼보지만.
윤의 태도 끝이 스치며 지나갔고, 붉은 선이 뺨에 그려진다.
다급하게 뒤로 물러난 세리안은 자신의 뺨에 묻은 피를 손으로 찍어 확인하더니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는다.
“고작 인형에 들어간 수인 주제에 내 뺨에 닿아?”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허세는 아니었다.
실제로 윤의 검술은 세리안에게 닿았고, 효과가 충분해 보였다.
자신의 검술에 의문을 품은 적은 없지만, 미지의 적에게도 확실하게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윤은 각오를 다 잡는다.
“마리아, 일단은 싸워보겠는데 수틀리면 바로 도망쳐라. 알았지?”
“아, 알겠다니까.”
허락이 떨어지자 마리아도 자세를 잡고 세리안에게 달려든다.
그렇게 시작된 2:1의 전투.
흥분한 세리안은 백발을 흩날리며 폭풍의 검을 휘두른다.
화력만큼은 일방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과격했으나, 윤과 마리아는 기술의 기교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위대한 광경이었다.
재앙이라 불러도 될 폭풍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음에도, 두 사람은 쌓아올린 검으로 그것을 흘리며 전진하는 중이었다.
“키아!”
마리아 쪽이 아무래도 부족한 감이 있었으나, 윤이 알아서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부담을 덜어준다.
그렇게 이어지는 전투.
아무리 그래도 검의 정점, 그 언저리까지 다가갔던 여인이다.
상대가 하늘에서 떨어진 뭔가인지 몰라도 윤은 이길 자신이 충분했다.
그래,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분명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다조차 베어 넘기겠다는 일념으로 검을 연마해 왔던 여인.
손에 검을 쥐고 있는 순간만큼은 자신을 막아설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며.
그대로 앞으로 계속 나아갔으나.
“……어?”
어느 순간, 발걸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억척스럽게도 쏟아지는 폭풍 탓은 아니었다.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세리안과 가까워지는 순간, 자신이 역소환되고 있음을 인지한다.
“마리아!”
상성의 차이?
모르겠으나 앞에 있는 남자가 지니고 있는 신성은 대악마와 연관되어 있는 윤에게 있어서는 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보이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숨는 그림자처럼.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도 윤은 다급하게 태도를 휘두른다.
자신의 바로 뒤에 있는 마리아를 향해서.
콰앙!
“어억!”
묵직하니 밀어내는 윤의 일격에 순간적으로 숨을 토해내며 마리아의 허리가 굽는다.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던 마리아는 윤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어느새 마리아는 폭풍 속에서 탈출한 상태였고, 윤은 빛에 잠식당한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추한 것들.”
방금까지 뒤로 밀리던 세리안은 이제는 여유로운 표정을 되찾으며 혀를 찬다.
몸에 먼지라도 묻었는지 툭툭 털어내며 마리아에게 다가오는 세리안.
“젠장.”
도망쳐야 했다.
윤이 도망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
자신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이 다소 허무하게 역소환되었으나, 어차피 다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리아의 발걸음은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윤의 죽음이라도 본 것처럼 그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욕망이 치고 올라왔다.
생각보다 자신의 스승에게 정을 많이 주고 있었구나 깨달은 마리아.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욕심을 인정하고 몸을 돌렸다.
기울어진 통로를 내달린다.
마리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나는, 이안의 보조마법과 비교하자면 다소 투박하며 비효율적이었으나.
어쨌든 그녀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하나.
다시금 폭풍이 불어온다.
통로 전체를 휘감는 폭풍은 어느새 마리아를 휘감듯 덮쳐왔다.
* * *
“…….”
“음?”
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자 교육을 진행 중이던 성녀 루메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안 님도 화장실이신가요?”
마리아가 꽤나 오래 돌아오지 않았으나 이미 루메나는 마리아에게 뭔가 가르친다는 것에 굳이 목매지 않았다.
결국 성검의 주인인 내가 가장 중요했으니까.
그래서인지 내가 일어선 걸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보는 루메나.
하지만 나는 몸을 돌려 나와 함께 교육을 받고 있던 두 사람에게 말했다.
“바로 기도실로 간다.”
내 말에 두 사람은 벌떡 일어선다.
평소엔 교육받는 장소까지 무기를 챙겨 오진 않지만, 오늘은 운동한다는 명목으로 둘 다 교육실 뒤에 무기를 비스듬히 세워 뒀었다.
“어? 무슨 일 있으신가요?”
다이니와 벨레스가 힐끔 내 눈치를 보더니 먼저 밖으로 나가고.
나는 허리 뒤로 성검을 맨 후, 성녀를 노려본다.
“마리아는 화장실이 아니라 주교가 기도 중인 기도실로 들어갔습니다.”
“…….”
“그리고 방금 마리아와의 연결이 끊겼고요.”
정확히 말해서는 마리아가 아니라, 함께 갔던 윤이 역소환된 거긴 하지만 굳이 윤에 대해서까지 설명해 줄 필요는 없겠지.
“나도 지금부터 기도실로 갈 거고요. 그러니까 똑바로 말하세요.”
협박처럼 들릴까?
혹은 겁을 주려는 것처럼 보일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러는 중이었으니까.
“기도실 안에 뭐가 있습니까.”
기도실에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윤의 역소환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인형의 몸에 들어갔더라도 검술 자체는 나와 엇비슷한 실력인 윤이 역소환됐다는 건.
함께하던 마리아도 위험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아찔한 생각이 들자 미간을 팍 찌푸리며 루메나를 노려본다.
그녀는 칠판에 등을 댄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러곤 생각 이상의 진실을 토해낸다.
“어차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검의 원래 주인은 그분이시니까요.”
“그분?”
“세리안 님이요. 100년 전 이 땅에 내려오신 분.”
내 허리춤에 매고 있는 성검의 이름은 세리안의 검.
이미 이름에서부터 사실 나 이전의 원래 주인이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천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런 세리안은 신을 따르는 사자. 즉, 천사라고 성녀인 루메나가 직접 가르쳤다.
그녀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7주 뒤, 당신이 제대로 프나틱스교의 신자가 되면 그때 소개시켜 드리려고 했다고요!”
“…….”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가요! 솔직히 저는 갑자기 왜 마리아 양이 기도실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겠고, 당신이 이러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거짓은 없어 보였다.
루메나 성녀는 정말로 내게 열성을 다해서 교리를 가르쳤고, 전도했다.
‘계시를 받은 건 루메나인데 정작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정말 딱 메신저의 역할, 그 이상은 되지 못한 여인.
성검이 나를 잡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걸 아직도 모르고 곧이곧대로 나를 가르치려고만 들었다.
“그래요, 그럼 됐습니다.”
이 이상은 그녀에게 볼일이 없었기에 나는 몸을 휙 틀며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로 간다.
“교육은 끝입니다.”
“자, 잠시만요!”
다만, 이 검의 주인을 만나서 분명하게 단판을 지은 뒤에 말이다.
다이니와 벨레스를 스쳐 복도를 거닐자 두 사람도 곧 바로 내 뒤를 따라온다.
“너는 좀 아쉬운 거 아니냐?”
슬쩍 벨레스를 보며 다이니가 묻자, 그는 어깨에 자신의 창을 얹은 채로 턱을 쓸어 넘긴다.
“조금 아쉽긴 하지. 나중에 시간나면 배워볼 생각이다.”
“……나중에 전도한다고 까불거리면 뒤진다.”
다이니와 벨레스는 다소 시답지 않은 농담을 나눈다.
저게 다이니 나름의 긴장을 푸는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굳이 말리진 않는다.
기도실 건물 쪽으로 향하자 때마침 여신도들이 음식을 담은 카트를 끌고 안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17시 식사가 배달 중이었다.
“다이니는 나랑 같이 안으로 들어간다. 벨레스가 밖에서 막고 있어.”
마리아가 부상을 당했거나 한다면 따로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차피 벨레스 혼자서 입구를 막고 있어도 프나틱스교에는 그를 뚫을 수 있는 전력이 없다.
평화로운 장소이기에 되레 자신들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알았다.”
벨레스가 곧바로 카트를 끌고 가던 여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창을 바닥에 꽂는다.
“무, 무슨 짓이에요?”
“성녀님께 가르침 받는 생도 분들 아니세요? 갑자기 이게…….”
두 명의 여신도가 당혹스러운 반응을 내보이는 사이, 나와 다이니는 기도실 안으로 들어간다.
“저기요! 뭐 하세요!”
“들어가시면 안 돼요!”
여신도들이 다급하니 외쳐보지만 이미 나와 다이니는 안으로 들어간 뒤였고.
밖에서 벨레스가 창으로 입구를 막으며 덤덤하니 선언했다.
“인간도, 수인도, 평신도도, 주교도. 평등한 프나틱스교이지 않습니까. 그들도 평등하게 기도실로 들어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규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벨레스는 콧방귀를 뀌며 별 반응하지 않았는데 그런 모습이 고까웠던 걸까.
괜히 여신도들이 그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
“그리고 수인은 평등하지 않아요!”
“가르침을 뭘로 받았는지! 수인은 엄밀히 따지자면 마수이지 않습니까!”
“……네?”
아직 거기까지는 성녀가 진도를 나가지 않은지라.
벨레스는 프나틱스교의 붉은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