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작전은 나름대로 완벽하다 생각했다.
인간의 선입견을 찌르고 들어가는 수인만이 할 수 있는 기습.
흐르고 있는 하수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간 급습 자체는 훌륭했다.
“끄읍!”
“화, 화살?!”
이안 아이넬이 실은,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베테랑 기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마법사를 홀로 두고 갈 생각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상황을 언제나 대비하고 있었다.
“꺄악!”
방금까지 사카렌의 손아귀에 들어갔던 앤. 자신을 옥죄이는 악력이 사라지자 그녀는 바닥을 기며 수로에서 거리를 벌렸다.
“크으으!”
손등에 박힌 화살을 노려보는 샤카렌. 재빨리 고개를 돌려봐도 궁수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동물적 감각을 통해 어떤 여인이 어둠에 숨어 화살을 겨누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다.
“잡것들이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등에 매고 있던 톱날 대검을 뽑아 든 샤카렌은 망설임 없이 크게 휘둘렀다.
거대한 대검은 좁은 하수로 전체를 휩쓸고도 남았기에 바닥에 몸을 구르며 피할 수밖에 없었다.
퍽!
또 한 발 날아든 화살이 샤카렌의 어깨를 정확히 꿰뚫는다. 자신의 두터운 피부를 이렇게까지?
‘보통 놈이 아니구나.’
우선순위를 돌린다.
앞에 있는 아카데미의 애송이들보다는 뒤에 숨어 있는 궁수를 잡아야 승기가 굳혀진다.
처음엔 샤카렌도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정면에서 날아드는 화살 정도는 충분히 쳐낼 수 있다고 판단했었으니까.
팍! 팍!
하지만 허벅지와 가슴에 동시에 꽂혀 들어온 화살을 보면 판단을 달리 했다.
‘눈으로 쫓아도 반응이 힘들다!’
결국 그는 대검을 방패처럼 치켜든 상태로 숨어 있는 궁수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묵직한 발걸음이 마치 궁수의 심장고동을 대변해 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승리를 확신했으나.
궁수의 실력을 얕본 대가는 부상이라는 결과로 직결되었다.
팍!
대검의 범위 밖인 발등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온 화살.
앞으로 내달리던 탓에 화살이 어중간하게 발바닥을 꿰뚫고 들어와 박혀버렸다.
“크으으윽!”
대검 끝이 땅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려온다.
고통에 신음하던 샤카렌은 다시금 날아드는 화살 소리에 급하게 대검 뒤로 몸을 웅크렸다.
가까스로 대검이 막아주고 있기는 하나, 마몬의 선지자로서는 치욕스러운 상황.
발바닥에 꽂힌 화살을 뽑아낸 샤카렌은 결국 대검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만마전의 주인이여. 섬김을 위한 만찬의 준비 가운데 있는 어리석은 종에게 한줌의 광기를.”
목에 걸고 있던 마몬의 로자리오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안개가 샤카렌의 몸을 감싸오기 시작한다.
뚝, 뚜두둑.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근육이 팽창한다.
거대해지기 시작한 샤카렌의 몸이 어느새 대검 밖으로 몸이 삐죽 튀어나왔다.
덩치가 너무 커져서 하수도의 천장에 머리가 닿아 허리를 살짝 낮춰야 할 정도.
호기롭게 날아든 화살이 강철과 같이 변한 샤카렌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허망하게 바닥에 떨어진다.
핏빛으로 붉게 물든 눈동자는 이미 여인을 포착했다.
“거기 있었구나.”
군침을 흘리며 쇄도해 간 샤카렌이었으나, 막상 바로 앞에서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자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의족?”
제물로 바쳐져야 할 몸은 정결하고 깨끗해야 한다. 가능하면 상처 없는 몸이어야 했으나, 궁수는 처음부터 의족이었다.
이래서 도망치지 못했던 거군.
샤카렌은 한편으로 납득하면서도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자신의 검을 높게 치켜 올렸다.
“제물로 쓰임 받지도 못할 년한테 시간만 버렸구나! 그 피로 갈증을 씻으리라!”
“미안.”
궁수 한나는 무표정하니 손을 흔들었다.
“이쪽 역할은 여기까지라서.”
쿠웅!
바닥에 내리쳐진 톱날 대검.
하지만 샤카렌의 손에는 어떠한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일종의 쾌감도, 전신을 짜릿하게 적시며 낭자해야 할 선혈도 전부 사라졌다.
대검이 내리친 장소에 남아있는 건, 희미한 마나의 잔향뿐이었기에….
“끄아아아아아!”
샤카렌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던 분노를 토해냈다.
* * *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윽, 엄마아아!”
“얼른 나가자. 기사단! 기사단이 온 거지?”
구출된 인질들은 서로를 얼싸 안고 울거나, 당장에라도 도망치자고 옷자락을 잡고 재촉해 왔다.
“괜찮으니까 다들 진정해. 차분하게 밖으로 나가자!”
앤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가장 겁에 질린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그녀였다.
상어 수인의 거대한 손아귀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당연히 무서울 수밖에.
‘한나가 당했다.’
정확히는 한나가 마나를 사용해서 신호를 줬기에 타이밍에 맞춰 역소환 했을 뿐이지만.
이제 내일까지는 한나를 소환할 수 없게 되었다.
한나한테 근접전까지 바라기엔 무리였다.
소환수 상태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의족이라 근접전에 취약한 데다가….
스르륵.
역소환과 동시에 사라지는 한나의 검.
그녀의 검을 내가 쥐고 있던 상태라서 근접전을 할 수 있는 무기도 없었다.
레지스탕스가 사용하던 검 중에서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걸 하나 주워 든다.
‘그것보다 마몬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내 안에 있는 각인 때문인지 저 멀리서 상어 수인이 마몬의 힘을 사용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악마에게 도움을 청해 폭발적인 힘을 사용한다.
우리는 당시 저걸 마인화라 불렀다.
사용한 이후의 몸에는 꽤나 무리가 가며, 악마들에게 혼과 사상이 오염되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광신도들은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상어 수인의 목에 걸린 건 분명 마몬의 로자리오였다.’
그는 마몬의 신자라는 뜻이었고, 다른 이들 역시 레지스탕스로 위장한 광신도들이었다.
신자들은 마몬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마몬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거지?’
분명 그 악마는 내가 죽였다.
광신도들에게 힘을 빌려줄 주체가 사라졌는데 저 상어는 어떻게 마인화를 하고 있는 걸까.
“지, 진정해 봐. 얘들아! 일단은 같이 다니면서……!”
귀를 찌르고 들려오는 소란에 사고의 흐름이 뚝 끊긴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아이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는 앤.
이런 것까지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싶었으나 뜬금없게도 인질 중 하나였던 에디가 신도들의 검을 들고 외쳤다.
“다들 조용하고 일렬로 서! 왕국 일류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생도와 학도들이 오합지졸처럼 굴어서야 되겠나!”
‘흐음.’
브릴리언 가문의 카리스마는 익히 알고 있다.
둠베스트 가문에서 대대로 뛰어난 무인을 많이 배출해 냈다면, 브릴리언 가문에서는 뛰어난 통솔력을 지닌 장군들을 배출해 냈다.
에디의 간섭 덕분에 이제 좀 살겠다며 표정이 풀어진 앤과 나를 보며 아이들을 인솔해도 되겠냐고 눈짓하는 에디.
“네가 해. 나는 아직 할 일이 있어.”
통솔권을 받게 된 에디가 그대로 학생들의 선두에 서서 더 깊은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다 보면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하나쯤은 나오겠지.
앤은 가장 뒤에 있고 나는 일행의 중간에 자리 잡았다. 그런데 안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다이니 브랜드는?”
한나를 통해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걸 알고 있는 나였기에 다이니와 평소 함께 지내던 생도들에게 물었다.
“어… 자, 잘 모르겠는데.”
“아까 막 끌려가던 거 보긴 했어…….”
“일단은! 일단은 우리가 먼저 나가고 기사단을 불러서 수색하자!”
혹시라도 다이니를 찾으러 가자고 할까 봐 말이 빨라진 생도들.
정작 에디는 입을 다물고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고, 앤은 당장 구하러 가야 한다며 콧김을 뿜어댔다.
‘정말로 연관되어 있는 건가?’
납치된 척하고 신자들과 합류한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이니 브랜드의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저, 저기! 사다리 있어!”
“밖으로 나가는 통로다!”
“우아아아아!”
“잠깐! 다들 조심히 움직여! 다른 사람들 위험하잖아!”
에디가 억지로 고삐를 쥐고 아이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걸 통제했다.
아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하수구 뚜껑을 밀어내자 바깥의 햇빛과 도시의 소음이 하수구로 내려온다.
학생들의 입가에 피는 환한 미소.
앞다투어 먼저 올라가겠다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검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
“다들 올라가!”
푸화아악!
수로의 물이 범람하듯 출렁이며 거대한 상어 한 마리가 대포알처럼 날아든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달려들기도 전에, 머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마몬의 각인 덕분에 위치를 특정하는 건 쉬웠다.
녀석이 수로에 숨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같잖구나!”
하지만 박혀든 검에 휩쓸려 몸이 붕 떠오른다.
검은 정확히 꽂혀 들어갔으나, 성어 수인의 강화된 피부를 제대로 뚫지 못해 밀려났다.
쾅!
몸이 떠올라 천장에 등을 부딪치고 다시 떨어진다.
충격이 아릿하게 배와 등에서 울려왔으나 쓰러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안!”
“이안!”
동시에 나를 부른 앤과 에디. 이미 학생들은 사다리를 타고 대부분이 올라간 상태였고, 앤과 에디만 남은 상황.
“빨리 올라가!”
급박하게 외쳤지만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며 더욱 거칠게 외쳤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올라가라고!”
“하, 하지만……!”
“……가자!”
에디가 앤의 손목을 낚아채고 사다리를 올라가라 재촉했다.
결국 앤은 오열하며 사다리를 올랐다.
상어는 아이들을 막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려 했으나, 내가 앞을 막아섰다.
“고귀한 너의……!”
“닥치고 가라고!”
뭐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려는 에디의 말을 끊었다.
“경비들이 오고 있어! 조금만 버……!”
“조잘조잘 시끄럽구나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에디의 목소리가 끊긴다.
자신의 대검을 그대로 사다리를 향해 던진 것이었고, 사다리를 부숨과 동시에 대검이 홀을 막는 하나의 뚜껑이 되어버렸다.
하수구에 남은 건 나와 상어.
“무기 없이 되겠어?”
애써 이죽거려 보지만 이미 상어는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분노한 상태였기에 썩 효과는 없었다.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 후, 이 도시에 잔해를 뿌리리라!”
어차피 나를 죽이는 데 대검까지는 필요 없으니 검을 희생해서 후속 부대를 막았다는 거다.
상어는 다시 물로 들어가서 수로를 타고 도망치면 되니까.
“어리석은 희생의 대가를 달게 받아라!”
“멍청하긴, 둘이 남은 건 네가 의도한 게 아니라 내가 의도한 거야.”
도대체 애들이 언제 사라지나 계속 노심초사 했는데 저렇게 대검으로 시야까지 막아주니 딱 좋았다.
바로 마나를 끌어올려 넬슨을 소환하려던 그때….
내 손에 닿은 건 마나가 아니었다.
“크, 으으으!”
녀석이 갑자기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인화를 통해 비대해졌던 덩치가 점점 작아지며, 근육이 쪼그라든다.
“무슨……?”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녀석에게 뭔가 말하려 했으나 할 수 없었다.
아니, 충격적인 상황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네놈!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아아아!”
상어 수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마몬의 기운이, 내 가슴에 있는 각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