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ght Summoner of the Knights Academy RAW novel - Chapter 40
40화.
“…….”
“크흠.”
“하아.”
“아이고.”
공정해야 할 교수들이 하나같이 탄식을 내뱉고 한숨을 흘린다.
어느덧 결승전.
결승까지 올라온 건, 앤 에실리와의 접전을 통해서 겨우 승리한 골드먼드 가문의 파르텔 골드먼드.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갑자기 튀어나온 악동, 이안 아이넬.
결승까지 이안 아이넬이 올라오면서 그에게 처참하게 쓰러진 다른 학도들을 보고 있자면 교수들은 두통이 이는 것 같았다.
자그마치 생도한테 마도대련으로 패배했으니까.
수치는 물론이고, 고개조차 들지 못할 지경!
그들의 불쾌감은 유일하게 이안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알프레도 교수가 원망스러울 지경에 이르렀다.
“하아, 파르텔이 잘하길 빌어야겠죠.”
“사실상 차석은 무조건 저놈이 차지하는 거라서 이미 망하긴 했지만요.”
“쯧, 도대체 왜 저런 놈을 받아줘서.”
속삭이는 교수들은 차라리 억지를 부려서라도 판정패를 만들어 버릴까 했었다.
이미 몇 번이나 그럴 기회를 보고 있었으나 이안 아이넬은 그야말로 흔들림 없는 대련을 이어오며 압승을 쟁취했다.
기초적인 마력탄만 사용하고 있음에도, 다른 마법들을 정면에서 깨부수고 들어가는 마나 운용.
만약 그 성과를 다른 학도가 해냈다면 통쾌함을 느꼈을 텐데….
결국 교수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알프레도에게 다가가 물었다.
“도대체 뭘 가르치신 겁니까? 닷새 전까지만 해도 마력탄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놈이 저렇게 변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자 다른 교수들도 하나둘 모여든다.
“맞습니다. 교수님께서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리신 겁니까?”
“혹시 뭔가 비전이라도 있으신 거 아닙니까?”
“1학년 총괄이신 교수님께서 편애를 하시면 학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질문이 이해는 되었지만, 반대로 무례하기도 했기에.
알프레도는 점잖게 헛기침하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좋아하지만 가르침에 차별을 두진 않네.”
“…….”
“그에게 가르친 건 전부, 다른 학도들에게도 가르쳤던 것들뿐이었네.”
무슨 엄청난 마법을 가르친 것도 아니다.
그저 마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가르쳐 줬을 뿐이다.
그 외에는 이안 아이넬이 직접 와서 묻고 배워 갔다.
다른 학도들이 만약 알프레도를 찾아왔으면 그때도 동일하게 답해줬을 것이다.
“연구실에서 지내게 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생도라는 신분 때문에 주변 학도들에게 방해를 받을 것이 뻔했으니 장소를 내어준 것뿐이네.”
학도들에겐 당연한 공부할 공간이, 이안에겐 없기에 내어줬다는 이야기.
그의 대답에 입을 꾹 다무는 이들을 옆으로 치우며 알프레도는 다시금 대련장으로 눈을 두었다.
이윽고 시작된 대련.
이안의 마법이 다시금 둥실 떠오른다.
속에 응축된 어둠을 담고 있는 마력탄.
거기에서는 신비로움을 넘어 일면에는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느껴졌다.
알프레도 교수는 저것이 단순한 속성부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이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얼추 눈치챘으나….
‘그걸 다루는 것도 이안 아이넬이란 말이지.’
거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 마력탄을 다루고 있는 것이 이안 아이넬이었으니까.
폭주하거나 휩쓸리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자신의 힘을 절제하고 다룬다.
또한 그러한 힘에 교만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으며 계속 도전자의 입장으로 배우려 한다.
그런 이안을 보고 있자니 괜히 뿌듯함이 느껴져 미소가 그려졌다.
“자네들도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게나.”
알프레도가 미소와 함께 건넨 말은 교수들의 심기를 긁어댔지만 그의 말을 끊거나, 반박할 교수는 없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재능을 눈치챈 것뿐이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마법이라는 건 참으로 불합리한 학문이지 않은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마나량.
그로 인한 재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학문이 바로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고개를 저을 것이다.
누군가는 화를 내며 꾸짖을 수도 있었다.
연구실을 내어준 알프레도였기에 더욱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소년이 지난 닷새 동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노력을 해왔는지.
그는 말 그대로 잠을 최소한으로 줄여가며 머리가 빠져라 공부했다.
그 성과를 이렇게 볼 수 있으니, 교육자로서 어찌 박수 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재능을 노력으로 갈고 닦아, 천재의 반열에 들어선 건 분명 저 소년의 온전한 노력이지.”
“…….”
“교수된 자로서, 그것을 함부로 무시하지는 말게나.”
결국 알프레도 교수가 내뱉은 경고에 교수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자리로 돌아와 대련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은 교수이다.
최후의 최후에는 기도 말고는 학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차분히 두 손을 모으며, 대련장을 바라봤다.
파르텔 골드먼드의 승리를 바라며.
* * *
결승에서는 앤이랑 붙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수도에서 그녀의 빼어난 실력을 봤으니까.
하지만 앤은 골드먼드의 파르텔이라는 소년에게 패배했다.
다채로운 마법을 다루는 앤이랑 반대로 파르텔이라는 소년은 공격일변도의 마법사였다.
그 점이 두 사람의 승패를 가른 게 아닐까 싶었다.
뭐, 어쨌든.
“시작!”
대련 시작 소리가 울리자 나는 언제나 그랬듯 마력탄을 만들었다.
최소한의 마나를 이용해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낸다.
이를 해내기 위해 꽤나 고생할 거라고 생각했었으나 의외로 해답은 쉽게 튀어 나왔다.
마나의 운용과 미세한 조정을 배워왔다. 보통의 마법사들이라면 거기서 끝이었겠으나 나의 경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다름 아닌 마몬의 기운 때문이었다.
샤카렌을 통해 얻은 마몬의 기운은 지금까지는 마나에 뒤섞여서 함께 사용됐지만.
마나를 다루게 되면서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순물처럼 섞여있던 두 가지를 분리하고 정제하여 다시 조합한다.
억지로 욱여넣으며 합을 맞춰오던 두 가지 힘이, 지금은 탄탄하게 쌓아올린 벽돌처럼 딱 맞아 떨어진다.
목적에 맞춰 체계적으로 마몬의 기운을 섞음으로서 예전보다 더한 파괴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이처럼 의도적으로 마몬의 기운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내 마법의 성취는 쑥쑥 자라났다.
검은색으로 변모한 마력탄을 쏘았다.
오늘 있던 대련에서 이 마력탄을 막아낸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떤 마법과 맞부딪쳐도, 심지어 보호 마법조차도 자비 없이 깨부수고 나가는 모습이 실로 마몬을 연상시켰다.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마력탄을 막지 못한다는 걸 파르텔도 알았는지 그는 의외로 터프하게 나섰다.
보호 마법을 펼치거나 도망치는, 틀에 박힌 대응이 아니라, 역으로 지팡이로 바닥을 후려치며 공격 마법을 사용한 것.
처음에는 마력탄을 요격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파르텔 골드먼드는 아마 지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아이였던 듯하다.
내 발치 근처가 잠깐 울리더니 나무뿌리로 된 창이 그대로 땅에서 솟아오른다.
정확하게 심장을 노리고 찌르고 들어오는 날카로움과 정교함.
그렇다고 한들 원래라면 손쉽게 피할 수 있을 공격이었으나, 로브에 걸린 보호 마법이 작동하며 충격이 들어왔다.
“아오!”
로브에 닿은 마법의 충격 탓에 머리가 살짝 울려왔으나….
콰앙!
“끄어어억!”
비명을 들어보니 저쪽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정통으로 마력탄에 맞은 파르텔은 저 멀리 뒤로 날아가 버렸고, 그대로 장외패가 결정됐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하겠다는 생각으로 마력탄이 자신에게 닿는 것보다 먼저 나를 쓰러트릴 생각이었겠지만 실패해 버렸다.
최후에는 둘 다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굉장히 터프한 작전.
하지만 그런 결단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파르텔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보통의 마법사들은 쉽게 할 수 없는 판단이었다.
막상 소년의 승부욕을 보니 조금 미안해지긴 했다.
사실 내 마법은 마몬의 기운을 이용한 일종의 꼼수였으니까.
‘그래도 마법사들한테도 내 마법이 확실하게 먹힌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냉정히 판단했을 때,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
이 사실에 만족스레 웃으며 내 승리를 알리는 심판의 얼떨떨한 선언을 듣고 있는데….
“이건 무효야!”
방금의 충격 속에서도 벌떡 일어난파르텔 골드먼드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휘청거리면서도 억지로 중심을 잡더니 침을 튀겨가며 외쳐댄다.
“교수님! 이 대련은 제가 이겼습니다! 마도대련의 취지는 실전성을 기르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방금 제 마법이 먼저 저 녀석의 심장을 뚫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억지인가 싶었다.
하지만 파르텔은 진심인 듯했다.
얼굴을 붉히고 핏줄이 툭툭 튀어나올 정도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실전이었다면 제가 먼저 죽였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승리가 맞지 않습니까!”
자신이 장외로 패배하기 전, 먼저 승리했다면서 판정승을 노리는 파르텔.
교수들은 그의 말에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생각한 걸까?
아니면 그냥 나를 어떻게든 떨어트리고 싶은 걸까?
그 말에 수긍하듯 저들끼리 열성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학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래. 원래였으면 심장이 뚫렸을걸?”
“파르텔도 무사하진 못했겠지만,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파르텔이 먼저 죽이긴 했을 거야.”
“아니, 무슨 말이야! 실전성이 중요시된다고 해도 진짜 실전이 아니잖아. 결국 규칙 안에서는 이안이 승리한 게 맞아!”
중간에 앤이 끼어들며 내 편을 들어줬으나 다들 탐탁지 않게 볼 뿐이다.
굳이 말이 나오는 것도 거슬리고, 저렇게까지 실전을 요구한다면….
“한 판 더하시죠.”
원하는 대로 해주면 그만이다.
나는 별 상관 없었기에 어깨를 으쓱이며 재대련을 제안했다.
파르텔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외친다.
“맞습니다! 재대련을 요청 드립니다!”
우리 두 사람이 동시에 그걸 원하고 있으니, 교수들도 어렵지 않게 재대련을 결정했다.
그대로 끝났다면 결국 결과는 내 승리로 나왔을 거다.
내가 굳이 한 번 더 대련을 하자고 말해주니 좋구나 하고 받아들였겠지.
“그, 그럼. 파르텔 골드먼드와 이안 아이넬의 대련을 시작합니다!”
다시금 울려 퍼진 심판의 외침과 동시에, 이번에는 파르텔이 먼저 선공을 쏟아낸다.
방금 전과 똑같은, 나무뿌리를 창처럼 이용한 마법이 땅 밑에서 뿜어져 나오려 했고….
나는 보호장비인 로브를 벗어던졌다.
“어?”
“자, 잠깐만!”
당황한 교수들과 학도들의 비명소리가 울려왔으나, 이미 파르텔의 마법은 나를 향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나무의 창은 내 옷깃조차 스치지 못하고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실전처럼 하자고 했지?”
나는 또,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식하게 마력탄만 쏘아댔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크게 발을 앞으로 내리찍으며 치고 나선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나와 파르텔의 거리.
“어?”
당황한 파르텔이 급하게 마법을 쏘아댔으나, 당황해서 커진 손짓 탓에 마법의 궤도가 다 보여 피하는 건 너무나 쉬웠고….
그와 동시에 손바닥에 잡히는 이질적인 촉감.
마나로 이루어진 십자 검이 생성된다.
기사로서 검이 없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해 둔 마법.
마나로 유지되기에 강철과 같은 강도는 없고, 형태도 갖추기 어려웠으나….
그 모든 게, 마몬의 기운을 섞어 넣으면 전부 해결되었다.
검게 물든 십자 검은 단단했으며, 형태도 깔끔하게 잡혀 들어간다.
“어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간 나는 파르텔이 최후의 발악처럼 쏟아내는 나무뿌리 창들을 베어 넘겼고….
쨍그랑!
로브의 보호 마법까지 꿰뚫으며 그대로 파르텔의 몸에 검이 닿으려는 순간….
파스슥.
십자 검이 흐트러지며 사라진다.
만약 마법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파르텔의 심장에 그대로 검이 박혔을 상황.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파르텔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온다.
소년의 겁에 질린 모습이 괜히 안쓰럽게 느껴졌기에 어깨를 툭툭 쳐주며 위로했다.
“이런 게 실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