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mpir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9)
우리가 바이칼호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무렵. 함께 모스크바로 돌아온 빅토르는 중대 발표를 했다.
“우리 러시아 제국 또한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겠다!”
당연히 러시아 제국도 대한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난리가 났다.
백성들은 거리로 나와 그건 안 된다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빅토르도 이를 듣지 않았고. 백성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의회 설립을 추진했다.
“허 참. 러시아 제국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런 걸 의도한 게 아니었던 나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고.
아무리 미래를 생각하면 입헌군주제가 최선이긴 해도 내 말을 듣자마자 따라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당황스러워하는 내게 아냐가 웃으며 말했다.
“대한제국이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았던 것으로 밝혀졌으니까요. 괜히 러시아인들이 대한제국을 그대로 따라만 해도 반은 간다고 하는 게 아니라고요.”
“······그런 말이 있었어요?”
처음 듣는 말에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이해가 되었다.
러시아 제국은 처음 대한제국과 교류를 시작한 이후부터 대한제국이 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빅토르의 결정 또한 같은 이유였다.
“어쨌거나 저 때분에 러시아 제국도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이러다가 제가 무슨 민주화 투사로 알려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호호. 그것도 나쁘지 않은걸요?”
뭐, 러시아 제국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되면 나야 좋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푸X 같은 미친놈이 정권을 잡는 일도 없을 테니까.
빅토르의 발언과 함께 모스크바는 변화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며 바빠졌다.
하지만 빅토르의 가족과 함께 모스크바의 도착한 우리만큼은 제외였다.
우리는 손님이니까. 그렇기에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휴식을 취하던 중, 손님이 찾아왔다.
“주가슈빌리 전 총리! 몸은 좀 어떻소?”
“하하. 걱정해 주신 덕분에 건강합니다.”
손님은 다름 아닌 강철의 대원수, 주가슈빌리였다.
원래라면 주가슈빌리는 몇 년 전, 뇌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어야 했다.
실제로도 그때쯤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큰일이 날뻔했다.
하지만 원 역사와 달리 쓰러지자마자 의료진이 출동하여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직후 수술을 받은 뒤 다행히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짧은 재활 운동과 함께 다시 일선에 복귀했다.
몸을 회복한 주가슈빌리는 그 후 몇 년을 더 일하다가 얼마 전 은퇴했다.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모스크바 인근에서 살고 있었고.
지금은 동네에 한두 명씩 있는 성격 좋은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은 것이 정말 스탈린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어쩐 일이시오?”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오셨는데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내가 자리를 안내해 주자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은 주가슈빌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감사하다고? 내가 근래에 그대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있던가?”
“제가 충성하는 황실이 더 번영할 기회를 주지 않으셨습니까?”
저 말이 뜻하는 바를 바로 눈치챈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주가슈빌리는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발표된 것처럼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돌려주기 위함만은 아님을 눈치챘다.
나라에서 실패를 해도 황실이 욕을 먹는 일을 막고, 언제나 고귀하게 군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러시아 제국 황실이 앞으로도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 내게 감사하다 말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자신의 충심은 여전히 황실에게 향하고 있으므로.
‘기분이 묘하군.’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유명한 스탈린이 그런 이유로 내게 고마워하다니 말이야.
주가슈빌리가 원 역사의 스탈린이 아닌 건 알지만. 기분이 묘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후 우리 둘 다 남는 게 시간이겠다. 술과 함께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의 대한제국 황제 폐하께서 황태자 시절 달에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외교부 장관을 불러 화를 냈었습니다. 일 똑바로 안 하냐면서요.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알았을 때는 바로 외교부로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하하하!”
“허허. 그런 일이 있었소?”
“예. 그날 저녁 사과의 의미로 술집에 갔다가 지갑이 탈탈 털렸습니다. 하하.”
근데 누가 황태자가 정말로 달에 갈거라 생각했겠냐며 주가슈빌리는 껄껄 웃었다.
“그리고 정말 달에 가셨을 때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 정도로 정말 대단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웃은 주가슈빌리는 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레닌 전 총리님도 그걸 보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아쉽게 되었지.”
전쟁이 끝나고 은퇴한 후, 레닌은 인류가 우주에 가는 것을 보기 전 눈을 감았다.
고령이기도 했고, 전쟁 동안 과로하며 몸이 많이 안 좋아진 탓이었다.
그의 죽음에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가 슬퍼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었다.
그가 죽고 얼마 후엔 그의 노력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붉은 광장에 세워졌고.
반쯤 채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먼저 간 친구들을 위하여.”
“그리고 곧 따라갈 우리를 위하여.”
건배한 우리는 잔을 들이켰다.
술이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 * *
한 달간 이어진 러시아 여행이 끝이 난 후, 우리 부부는 다시 기차에 탔다.
다음 목적지는 폴란드. 대전쟁 때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것이었다.
“다음에 또 놀러 와요!”
“도착하면 편지 쓸게요!”
빅토르와 그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모스크바에서 푹 쉬어서 그런가? 그렇게 피곤하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당신도요? 저도 그렇네요.”
우리도 이제 집 밖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바로 피곤해질 나이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있는 동안은 정말 푹 쉬기만 해서인지 피로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폴란드행은 그저 여행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닌 만큼 마침 잘됐다 싶었다. 해외 순방답게 일도 좀 할 생각이었으니까.
잠시 후 기차가 출발하고, 우리는 폴란드로 향했다.
가는 길을 올 때처럼 여유 있게 중간중간 쉬면서 천천히 이동했고, 그로 인해 폴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도착한 기차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 있었다.
“폴란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기차에서 내리자 폴란드 대통령, 유제프 베크(Jozef Beck)가 우릴 맞이했다.
원 역사에서 그는 폴란드의 정치인으로, 대전쟁 때는 폴란드 군단에 입대해 싸우다가 2월 혁명 이후엔 지하조직을 결성에 독일군과 오스트리아군을 상대로 싸우기도 했다.
그 후 폴란드가 독립한 후에는 외무상까지 되었고, 프랑스, 루마니아와 함께 삼자동맹 체결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폴란드 침공 이후 루마니아로 망명을 갔다가 구류되고 이후 사망한 비운의 인물이었는데. 이 세상에서는 역사가 바뀌며 생존했고, 이렇게 폴란드의 대통령까지 되었다.
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갑소. 대한제국의 태상황, 이광이라 하오.”
“폴란드 대통령 유제프 베크입니다. 형제를 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형제. 그 단어만으로도 폴란드가 우리 대한제국을 얼마나 가깝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전쟁 때 처음 만나 함께 싸우기 시작한 두 나라는 그 이후 교류를 시작하며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2차 세계 대전 때도 함께 싸우며 두 나라는 형제처럼 가까워졌다.
요제프가 살짝 기대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제가 알기로 폐하께서는 정말 오랜만에 폴란드를 다시 방문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오랜만에 온 폴란드는 어떻습니까?”
“여전하구려.”
내 간단한 대답에 요제프는 물론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아지기 전, 바로 말을 이었다.
“여전히 아름답소. 머릿속에 잊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오.”
“하하하!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칭찬에 요제프와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 후 우리는 요제프가 준비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바르샤바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만찬에는 폴란드 정통 음식들이 나왔는데, 제대로 준비한 음식들이라서 그런지 대전쟁 때 폴란드에서 먹었던 음식들보다도 더 맛있었다.
특히 ‘플라키’라 불리는 소 내장으로 만든 전통 수프는 내장탕이랑 비슷한 것이 술 마시고 먹으면 더 좋겠다 싶었다.
또한 폴란드의 전통 음식 중 ‘카샨카’라는 음식은 순대와 비슷, 아니 거의 똑같아서 순대국밥을 만들어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음식은 입맛에 맞으십니까?”
“딱 좋소. 기차를 타고 오느라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구려.”
만찬이 끝난 후엔 폴란드 정부에서 준비한 공연 또한 관람했다.
근데 이건 예상보다 더 재미있었는데, 다름 아닌 폴란드의 자랑인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s)의 전투를 재연한 공연이기 때문이었다.
족히 수백 명은 될 기병들이 등 뒤에 독수리 날개가 달린 갑옷을 입고 창을 든 채 달리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원래 전쟁이 끝나고 기병은 사라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많아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 이런 공연을 위해 일부 남겨 놓기로 했죠.”
우리 부부가 공연에서 눈을 떼질 못하자 요제프가 즐겁게 설명해 주었다.
대전쟁 이후 기병은 대부분 사라졌다. 기관총과 전차, 항공기가 전장을 주름잡는데 그런 전장에서 기병은 쓸모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든 나라들이 기병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버렸는데, 폴란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윙드 후사르라는 자랑거리가 있는 폴란드인들이기에 그들의 뒤를 이은 기병이 아예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런 여론에 정부는 난감할 따름이었고.
쓸모도 없고 돈만 들어가는 애물단지가 된 기병이지만, 윙드 후사르로부터 이어져 온 폴란드 기병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자신들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방법을 찾았으니, 아예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성공했다. 기병은 해체를 피했고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에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구경거리가 된 기병들이 불만을 가지는 일도 없었다.
자신들의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냈던 윙드 후사르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했으니까.
‘흠. 개마무사를 주제로 한 이런 공연을 만들어도 나쁠 것 같지 않네.’
기병대가 있는 건 대한제국 또한 마찬가지다.
시베리아까지도 대한제국의 땅이다 보니 도로도 없는 지역도 많아 그 넓은 지역을 다 관리하려면 기병이 딱 좋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쓸모가 없어 군 내부에서도 평가가 안 좋았는데. 이런 공연에 동원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공연이 끝난 후. 나와 아냐는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요제프와 만났는데, 이번에는 아냐가 같이 있지 않았다.
폴란드는 해외 순방으로 온 것인 만큼 일을 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흑호3 전차도 이제 쓸 일이 많이 없지 않습니까? 좀 더 깎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에헤이. 여기서 더 깎으면 진짜 손해 보면서 파는 것이오. 대신 사은품으로 포탄을 몇 발이라도 끼워 주겠소.”
현재 폴란드는 대한제국의 무기 구매를 희망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오래고, 주변에 폴란드의 적이라 할만 한 나라가 사라졌다지만 그렇다고 폴란드는 안심하지 않았다.
언제 또 저들이 강해져 조국을 위협할지 모르기에 미리 준비해 놓고자 했다.
그래서 대전쟁 이후부터 자주 거래한 대한제국의 무기를 또 사고자 했고.
2차 세계 대전 초반에 적들의 우월한 화력에 방어선이 뚫렸었던 만큼 강력한 화력을 가진 흑호3 전차를 추가로 구매하고자 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조금이라도 더 깎으려 하고, 대한제국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으려 하다 보니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폴란드에 오는 김에 내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참 동안 협상이 이어졌고 결국 요제프가 고개를 저으며 항복했다.
“휴우. 폐하께서 이렇게 강하게 나오시니 더 깎아 달라 하기도 힘들군요. 알겠습니다. 제시하신 가격으로 사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소.”
“대신 약속하신 기술 이전은 확실하게 해 주시는 겁니다?”
“걱정 마시오. 신의 하면 우리 대한제국이니.”
그렇게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폴란드에서 내가 할 일도 다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요제프가 제안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술이라도 한잔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좋지. 대신 안주는 카샨카로 합시다.”
“하하. 그러도록 하죠.”
난 다시 자리에 앉았고 요제프는 술잔과 술을 가져왔다.
“폴란드 전통주인 날레프카(Nalewka)라고 합니다. 과일과 허브 등을 이용해 만들었죠.”
“흐음. 냄새가 좋구려.”
난 향을 즐기며 천천히 술을 마셨다.
술병이 반쯤 비워졌을 무렵. 요제프가 내게 물었다.
“제가 듣기로 다음 목적지는 아일랜드라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소.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섬 풍경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지.”
폴란드 관광을 한 달 정도 더 한 뒤, 겨울이 되면 아일랜드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겨울은 그곳에서 보낼 예정이었다.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일랜드인 만큼 개인적으로도 기대 중이었고.
“이거 저희 폴란드가 아일랜드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군요.”
“하하.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그렇게 한 달 동안 귀빈 대접을 받으며 여유 있게 폴란드 여행을 한 이후, 우리 부부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Gda?sk)에 도착했다.
그리고 1960년 11월 5일.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아일랜드를 향해 출발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