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0
“일찍 전역하고 싶은 거겠지? 임신해서 말이야!”
동생의 조금은 억지스런 말에 아세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었다. 약간 기분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 어때? 네가 임신하는 것도 아닌데!”
아세라의 대답에 페넬로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좋을대로 하라고 했다.
“에라, 난 가서 쉬련다!”
“같이 가! 혼자서만!”
둘은 몸을 움직여 엘리베이터쪽으로 들어갔다.
…복구합니다…^_^;;;
우주공간은 무척이나 넓어 같은 시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의 생활범위가 광대하게 넓어져 있고 서로간에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는 이 때, 기준이 되는 규칙을 정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고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하나의 시간으로 살게되는 것은 하나의 국가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에서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에이센이라는 국가에서 분리독립하게 된 파츠 베이스도 현재까지는 에이센의 시간과 날짜를 사용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제국력 10년 4월 18일 19시 10분 흑인이며 건장한 체구인 셀리더 아르코 중위는 전투훈련을 마치고 탈의실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창가에 속옷만 걸친 풍만한 몸매의 여성이 걸터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두다리 모두 끌어당겨 무릎위에 양손을 포개얹고 그 위에 얼굴을 기댄 채로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 하시나?”
아르코 중위가 몇걸음 다가서면서 물었다. 검은색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멋진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는 약간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별 다르게 내색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는 여성은 매우 아름다웠다. 허리를 들어 왼쪽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그대로 곧추세워 놓은 채로 자신쪽으로 돌아보고 있는 모습이 무척 흥분되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전쟁이 벌어 질 것 같다는 생각!”
그녀는 아르코가 누구인가 끊임없이 생각을 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그것을 짐작한 아르코는 피식 웃기만 했다.
“난 라디아 파드라고 하는데……이름이 뭐였지?”
“아? 셀리더 아르코라고 해!”
그는 약간 목소리를 떨었다가 이내 본래대로 돌아왔다.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걱정돼?”
아르코의 물음에 라디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싸우는 거 무서워해 본 적은 없어!”
단정하는 듯한 그녀의 말에 아르코는 핏 웃었다.
“글쎄……나는 지금도 무서운데……”
그녀가 상체를 세웠을 때 풍만한 유방과 날씬한 허리, 살이 적당히 올라있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코는 몸매가 꽤 좋다는 생각을 했다.
“무서워? 하기야……생각이 더 무섭기는 하더라!”
“전쟁에 들어가면 무슨 생각해?”
사방에서 적들이 공격을 해오는 것이 보통이다. 우주공간은 360° 전방향에서 적들이 들어오고 대공포와 미사일들이 공간의 에너지를 과포화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을 하는 곳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각이 필요할까 싶었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엔 생각을 해!”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샤워하려고 온 것 아닌가?”
라디아의 말에 아르코는 그렇다고 하면서 돌아서서 자신의 라커를 열고 옷을 벗었다. 하나씩 벗고 있을 때 뒤쪽에서 라디아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늘상 있는 일이다보니 별다르게 부끄러울 것은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돌아섰고 라디아는 별다른 표정없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샤워룸으로 걸어 들어갔다.
샤워를 다 마치고 나왔을 때까지도 라디아는 아까 그차림 그대로인 채로 창가에 기대 있었다. 그가 물기를 모두 닦아 내는 시간동안에도 아무도 없는 것처럼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뭐 걱정하는 거라도 있어?”
그의 말에 라디아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면서
“아? 아니……아무것도……빨리 씻었네?”
아르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뭐……괜찮다고 한다면 시간 남을 때 내방에 가서 술이나 한잔 할래? 브랜디 있는데 말이야!”
“알콜비행은 영창 감인데……하지만 오늘 훈련은 끝이 났으니까!”
“그럼 옷부터 입어!”
승낙을 받아낸 아르코의 말에 라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시창에서 내려왔다.
전쟁이 다시 벌어질 것 같다는 분위기가 병사들 사이에서도 팽배해지고 있었다. 병사들은 전쟁이라는 것이 다시 벌어지게 된다면 다시금 많은 사람들이 죽게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사람이 죽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현재 군대의 주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강도가 조금 높은 편이었다. 고급 지휘관들 중에서는 십수년 전에 벌어진 대규모의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수였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죽어버리는 전쟁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의 전투에 수백만씩 사람이 죽어나가는 그런 식의 낭비되는 전쟁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한 전쟁방식은 자제해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에이센이 기회만 된다면 파츠 베이스를 재점령하려 들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들은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파츠 베이스는 자금력이 에이센에 비해서 뒤떨어 졌다. 중력하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전함들도 지상으로 강하시키지 못하고 셔틀을 이용해 함대인원들만 강하하도록 하는 것은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에 비해 자금이 풍부한 에이센은 대기권내로 함대를 진입시키는 것이 보통이었다.
“에이센과 전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역침공을 행사할 만큼의 자금이 부족합니다.”
유케울의 사령부에서는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군의 최전선 기지를 공격하려는 계획이 터무니없다는 반대의견이 크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적의 보복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파츠 베이스제국력 08년 4월 25일 14시 20분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은 곧바로 유케울의 파츠 베이스군 야전 함대 사령부로 전달되었다.
특유의 건장한 체구로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는 할트레인 빈스 중장은, 유케울의 야전 함대 사령관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가 상장과 대장들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군 사령관들을 소환한 것에 대해서 큰 걱정이 들었다.
차수는 원수보다 한단계 아래쪽의 계급이었고, 상장은 대장과 원수사이에서 차수 아래쪽에 위치한 단계였다.
참모로서 야전함대 사령부의 작전회의에 배석하게 된 빈스 중장은 약간 침을 삼키면서, 반백이 된 대머리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남자였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체구의 소유자인 암브로이즈 차수가 회의실내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음. 자리에 앉게!”
유케울 기동함대 지휘관으로서 야전함대 사령부 직할부대 지휘관인 빈스 중장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암브로이즈 원수를 보게 될 때마다 마음이 굳어졌다. 그가 매우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장급 이상의 참모들이 자리에 앉았고 차수는 이번에 보고된 정보를 정보부장에게 브리핑을 지시했다.
“예!”
작전참모 이하 최고위 지휘관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중장계급인 정보부장은 긴장했는지 약간 침을 삼키고는 에이센의 하만 바이파로부터 입수된 대규모의 군사행동 조짐과, 베르베라 국방부에 하만 바이파의 지드 렐 프로트 원수가 유케울을 공격할 계획을 상신했다는 정보를 전달하면서,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침공계획을 승인했다는 첩보도 아울러 전해 주었다.
“에이센군이 침공을 해와?”
순간 장내가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암브로이즈 차수는 장내를 진정시키면서
“적이 공격해 온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로 된 것이고, 적의 군사행동 목적이 무엇에 있든 간에 우리는 군인으로서 적의 공격에 대한 행동을 결정해야 할 것이오. 적이 온다면 유케울을 버리고 퇴각을 하든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데, 맞서 싸운다면 어떤 방식으로 싸울 것인가 하는 것이오!”
유케울을 버리고 퇴각하자는 의견은 없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전쟁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그렇지만 병력규모나 지원능력에서 에이센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쉽게 전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부터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에 대해 암브로이즈 차수는 불안감을 일소시켰다.
“적들의 행동목적이 대규모의 침공이라고 한다면 하만 바이파의 배후에서도 막대한 양의 병력이 움직여야 할 것인데, 아직까지 이것에 대한 정보는 없었소. 따라서 이번의 군사적 행동은 유케울에 대한 위력행동으로 파악되오!”
그렇다면 적이 공격을 해온다면 격퇴하는 방식이 될 것이고, 끝까지 항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적을 격퇴한다면 적의 본거지까지 추격할 것인가에 대한 의논이 이어졌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현 국경을 회복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 되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적을 막을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해 봅시다.”
전쟁을 하고 적을 격퇴하고 현 국경선을 회복하는 선에서 전쟁의 범위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국방부에서 야전함대 사령부에 위임된 권한의 범위 내에서 야전함대 사령관은 휘하의 집단군을 통솔해서 책임범위 내에서의 군사행동에 대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암브로이즈 원수는 이 사실을 수도인 록세비엔으로 보고하는 것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단 이런식으로 적을 맞을 것임을 보고하고 수도에서의 다른 지시와 후방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에이센군은 하만 바이파의 군관구 사령부에서의 명령에 따라 각 집단군은 독자적인 함대 기동훈련에 들어갔다. 이것은 본래 260년 전반기 훈련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파츠 베이스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실시되는 이 훈련은, 각 집단군 독자적으로 기동함대를 편성해 함대전술 전투훈련에 투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4월 26일 09시 40분 하만 바이파에서도 파츠 베이스방면군 군관구 직속의 함대가 집결을 시작했다. 정기적인 기동훈련이라고 하지만 그 규모가 실로 대단했다. 전체 함정의 숫자는 대략 2만척에 가깝다고 했다. 이 정도의 함정이 집결하게 된 것은 그렇게 흔하지 않은 일은 아니었다. 대규모의 함대전이 끝나고 양측이 서로간의 국지적인 분쟁만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에서 2만척의 함대가 집결한다는 것은 실로 의외의 일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와, 대단하다.”
충돌방지를 위해 전함과 전함 사이는 일정한 공간을 확보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집결한 함정들의 모습이 내시창을 통해서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내시창을 통해 나란히 서 있는 전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빌리 테이터 준위는 짧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기동훈련인데 집결하고 있는 함정들이 큰 배들이 많군요.”
슈레델호를 중심으로 한 전함들이 상당히 많았다.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는 거의 같은 제원의 전함을 건조하고 있지만, 파츠 베이스는 부족한 예산과 운영비 때문에 대형 전함 대신에 중순양함을 대량으로 건조해서 전함에 대항했던 것이다. 중순양함은 에이센의 순양함 보다는 강력하지만 전함에 비해서는 화력이 떨어지는 배로서, 전함에 대해선 기동성이, 순양함에 대해선 화력이 앞서는, 어느쪽이든 한가지는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는 배였다. 파츠 베이스의 포격전력의 주력이 되는 중순양함을 상대하기 위해 전함들이 다수 집결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은 채로 자신의 직속 소대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준위가 5명, 상사가 한명, 중사가 한명이었다. 언젠가 이들이 소대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싶었다.
‘파츠 베이스를 공격한다라……’
쓴웃음을 짓고 있던 그는 시에나가 상의에 티셔츠만 걸친 채로 자신의 침대에 기댄채로 잡지책을 뒤적이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시에나……’
약간 허리를 뒤로 젖히고 있던 디네스는 크라우프가 시에나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 자신만의 기분은 아니었다. 기동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전함들을 집결시켜 놓은 것은 흔치 않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전쟁의 결정은 총사령부에서 주요 지휘부에게만 전달된 것이지만, 대다수의 병사들이 어딘가에서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얼핏 들으니 동원되는 함대의 규모가 대략 10만척쯤 될 것이라 싶었다. 10만척 정도면 최근 10년 들어 최대규모의 함대를 동원하는 것이었고, 파츠 베이스방면군 군관구가 여력으로 동원할 수가 있는 숫자였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시에 프로트 원수만 책임을 지면 충분한 숫자이면서, 전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기도 했다. 적은 숫자로 강력한 화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하만 바이파의 사령부에서 약 1만 5척척에 달하는 전함들을 동원했다. 타집단군들에게서는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들을 일정 숫자씩 투입시키게 될 것이다.
미하엘 페코 중장은 깊게 숨을 들어마시면서 서서히 이동을 시작하고 있는 함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함정의 창고에는 각종 전투물자가 만재되어 있었다. 장기간의 전투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하만 바이파에서부터 로이드쪽으로 1번의 초장거리 워프에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3번의 단거리 워프를 마치고 난 후, 로이드에서 비밀리에 출격한 함대가 우리함대를 대신해서 예정지점에서 훈련에 들어갈 것입니다.”
페코 중장의 부관은 함대의 움직임에 대해서 보고해 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에게 전쟁터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하만 바이파에서 출격한 함대의 3명의 중장급 지휘관중 한사람으로 전함대 5천척을 통솔하고 있었다. 5천척 전부 전함급으로서 그는 막강한 전투력을 지닌 부대를 통솔하고 있는 것이다. 막중한 책임감이 페코 중장을 짓눌러 오고 있었다.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는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었다. 그는 공전대의 회의석상에서 배석해 있는 다른 중대장들과 함께 대대장인 알프레드 토마 중령의 훈시를 듣고 있었다.
‘전쟁을 하겠군……’
크라우프는 자신들이 전쟁이 벌어졌을 시 중요한 전력으로 투입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서 있는 중대장들과 주요 구성원들 모두 1번 이상의 전투를 치룬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1번 이상 살아 남는다면 계속해서 살아 남을 수가 있는 요령이 생긴다고 할 수 있었다.
문득 전에 놓아 주었던 그 파츠 베이스군 여자 파일럿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죽이기에는 웬지 아까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보내 주었다. 어차피 그녀의 바리스타는 전투력이 상실된 기체였기 때문이다. 제대로 살아 돌아 갔을까 싶었지만 다시 볼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었다.
대대장과의 회의가 끝나고 중대장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다. 크라우프는 약간 앞서서 걸어 나가고 있는 아세라 우르반 중위의 옆으로 걸어갔다.
“1중대장님! 저하고 잠깐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그의 말에 아세라는 약간 으쓱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 보았다.
“무슨 일?”
아세라의 물음에 크라우프는 핏 웃으며
“저희 중대와 훈련을 했으면 해서요.”
상대가 선임자였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존대해 주었다. 아세라의 옆으로 약간 통통한, 그러나 꼭 닮은 얼굴이 무슨 재밌는 얘기 하냐고 물었다.
“아니, 같이 훈련하자고 해서……”
“중대단위끼리?”
“예!”
페넬로페 로자 우르반 중위는 핏 웃으며 왼손 중지 손가락으로 코를 한번 쓱 문질렀다. 습관인 것 같았다.
“내 중대고 같이 하자!”
그녀의 말에 아세라는 팔장을 낀채로 오른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었다. 눈이 조금 왼쪽 아래로 쳐졌다. 그러다가 자세를 풀면서
“좋아 뭐……집단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렇게 하자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가상의 적이 되어서 모의전투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같은 중대끼리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집단전 훈련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집단전술이 최고니까!”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조직적인 공격을 분쇄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극히 뛰어난 능력과 운을 가진 파일럿이 아닌 이상, 보통의 파일럿들에게는 집단전이 효율이 좋았고 그것은 동료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시했다. 또한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대단위로 적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훈련이 중요했다.
“중대단위로 개별훈련 하는 것 보다는 확실히 나을 꺼야!”
어느정도 실력이 된 파일럿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집단전술 훈련을 반복한다면 실전에서 중요한 전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구합니다…^_^;;;
4월 27일 유케울의 파츠 베이스군 야전 함대 사령부는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이센함대가 하만 바이파의 군관구 사령부에서 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정확하게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콜 브롱 암브로이즈 원수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에이센군의 정보 동향에 대해서 파악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지하고 있었다.
“크!”
짧게 혀를 차고 있는 원수였다. 에이센군이 동원 가능한 함대규모를 추산해 볼 때 10만척 전후가 될 것이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주된 전력은 아마도 전함들을 주축으로 해서 막강한 공격화력을 구성해 내려 할 것이 분명했다.
에이센에 비해 소형함의 비율이 높은 자신들로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집단인 것이다. 적 함대 10만척이라고 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에이센으로서는 최소한이면서도 최대한으로 동원될 수가 있는 병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승패에 관계없이 변명하기 딱 알맞는 병력이었다. 일이 잘못된다면 프로트 원수가 책임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의 독단으로 함대를 움직였다고 하면 될 것이고, 파츠 베이스측에서 침략이라며 비난하면서 수집된 증거를 보인다고 해도 날조된 것이라고 하면 그만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프로트 원수에게 지우면 흐지부지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질 수는 없다.”
암브로이즈 원수는 병력들을 집결시키도록 지시했다. 에이센도 파츠 베이스도 서로를 꾸준하게 감시하고 있을 것이겠지만 적들을 안심시키도록 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
“일단 전투 물자의 확보에 주력하도록 하게!”
에이센군의 행동이 점령행동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대규모의 점령전이라고 한다면 하만 바이파 군관구의 병력만 동원하도록 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원정이 벌어진다면 하만 바이파를 비롯해서 그 후방에 있는 병력들이 연쇄적으로 전방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전투에 소요될 물자와 병참선 확보에 주력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활동하게 되는 병력들이 연이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동향은 파악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암브로이즈 원스는 이번의 에이센군의 군사행동이 위력행동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위력행동에 10만척에 달하는 함대를 동원하는 것이 에이센이라는 생각은 그를 전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국력의 열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