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68
그는 백효연이 신족의 독립 운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계속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과 이야기 할때는 한마디도 그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더욱 백효연이 신족의 독립 운동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게르트를 가슴 아프게 만들었엇다. 그는 자신이 백효연이 신족 독립 운동에 가담하는 것을 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게르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친구라······’
언제나처럼 게르트는 백효연을 친구라고 여기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들인 기엽란과 기자란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두 아내들을 지금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지만 백효연은 이제껏 자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신과 마음이 맞고 오래 기억이 남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4월 4일 크라우프는 로드 멜비스로 부임 도중 수송함 속에서 4월 2일의 참사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20년 전쟁 종결 이후 에이센 내부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폭동이라는 뉴스 보도였다.
“엄청나군······”
그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위협을 받으면 공권력에 대항해서 저렇게 싸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남·여들이 군 경험자로서 당연히 기본적인 총기를 다룰 수 있었고 기초적인 군사 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사회로 복귀했어도 자신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면 군대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로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시가전이라······’
뉴스에서 내보내 주는 사건의 진행 상황으로 볼때 총기를 소지하고 폭동에 가담한 시민들은 경찰 전력의 약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서 경찰들의 진압을 어렵게 만들었다.
일부 지휘관 출신의 폭동 가담자들이 지휘력을 발휘해 오합지졸들이나 다름없던 시민들을 압도적인 무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이상을 버텨내도록 만들었다.
‘상황이 좋지 못해······’
크라우프는 이 폭동 이후로 비상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만 바이파에 있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혹시 다른 곳에서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것 아닌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그는 이런 사건이 에이센 전역에 보도됨으로서 사정이 꽤나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걱정이 되었다. 만일 하만 바이파에서 네페르를 공격한다면 분명 아이크도 대규모 전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좋게 이 상황이 끝내야 할텐데······’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번 상황이 조금 진정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걱정보다 자신이 부임해야 하는 로드 멜비스로 가는 일이 더 시급했다.
4월 5일 목요일 하만 바이파 행성계에서 송출하는 지역 뉴스에서는 고비엘트리턴의 슈필 테이레 시티에서 4월 2일 발생한 사건의 사망자가 최소 3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시 경찰국에서는 이번 사건의 사망자를 10배나 축소시켰던 것이다. 이런 경찰 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에 애꿏은 시민들만 죽어 나갔다고 하면서, 시 경찰국에서는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 한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시 경찰국의 책임론으로 결론을 몰아갔다.
또한 재야단체에서는 다시금 민회의 책임론과 시민들의 정확한 희생자를 발표하라는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모든 책임이 군부에서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군부에서는 당장에 모든 전쟁 획책 의도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했다.
사건이 계속해서 서로의 책임 공방으로 변질되고 가니 민심은 군부와 민회 모두에게서 떠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에 일부 반정부적인 성격과 과격 민족주의 성향을 띈 재야의 언론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신족이기 때문에 이렇게 가혹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설을 펴대기 시작했다. 이런식으로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한 것은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신족이었고 이번에 죽은 사람들도 신족들이었기 때문에, 진압 명령을 내린 쪽에서는 별다른 죄책감 없이 시민들을 진압하는데 총기를 사용하라고 명령했다면서 신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되었다고 소문을 퍼트렸다. 이렇게 되니 거주민들 대다수가 신족들인 이곳에서는 자칫 민족주의 운동이 일어나려는 듯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4월 6일 금요일 시 당국에서는 민족주의 운동의 기세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시위 진압때 참가한 경찰 대부분도 신족들이라고 발표하면서 신족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항변했다. 황제 폐하의 시민권을 지닌 사람들은 모두 공평한 대우를 받고 엄격한 법적용을 받는다고 역설했다. 신성한 법에 의거해 지난 2일에 벌어진 폭동 사건은 법질서를 위한하는 엄연한 범법 행위였고, 이에 정당하게 법에 정해진 대로 시 당국이 소요사태의 진압 책임지고 시 경찰국에게 사건의 해결을 지시했기 때문이 당연하게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
“이들은 무려 8천 정이나 되는 총기류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권력에 법이 아닌 무력으로 저항했습니다. 이들은 바로 폭도들이었습니다.”
시 당국은 자신들의 결정과 시 경찰국의 결정이 옳았고 옳은 판단하에 엄격한 법규정에 따라서 시위를 진압한 것일 뿐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다며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밝혔다.
7일 토요일에는 하만 바이파 사령부에서도 자신들은 정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만 바이파 군관구는 전쟁을 획책한 적이 없으며 이 모든 것이 파츠 베이스에서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근거없는 비방일 뿐이라고 몰아 붙였다. 또한 군부에서는 파츠 베이스에서 내세우는 논리를 별다른 여과없이 그대로 옮겨 발표한 언론사에 책임을 전가했다. 언론들이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거짓된 정보로서 결국에 시민들의 폭동을 야기시켰다는 식으로 원론적인 책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관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4월 7일 19시 정각 군관구의 정례 브리핑실에서 군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본관은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관, 지드 렐 프로트 원수입니다. 지난달 3월 18일로부터 시작해 3월 30일의 폭력 사태, 그리고 애석한 일이 많이 벌어진 4월 2일의 폭동 사건에 대해, 그리고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군부의 전쟁 획책 의도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있으실 줄 알고 있습니다.”
프로트 원수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브리핑실 안쪽에 가득 들어차 있는 방송기자들을 한번 내려보았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한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런 일련의 폭력 시위에 자의든 타의든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군부에서 책임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인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파츠 베이스에서 내세우는 거짓된 선전임이 명백한데도 사실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도 클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될 정도로 군부에 대한 정확한 신뢰가 부족하고, 군부가 단지 전쟁만 획책하는 집단이라는 비난이 나오게 된 것에 대한 군부의 책임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언론들에게 이번 폭동의 주된 원인을 돌리면서 원수는 잠시 자신들의 앞에 있는 기자들을 한번 돌아 본 뒤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런 사태를 야기하게 된 것이 바로 군부의 작전과 이에 대한 공식 발표가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니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 자주 벌어진 국경분쟁이 군부에서 획책한 것이라는 낭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본관은 현재 프로스베인에서 훈련 중에 있는 우주 공격군 함대를 후방으로 철수시킬 것을 결정했습니다.”
말을 마친 프로트트 원수가 경례를 올린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터졌는데 이에 대한 방어는 공보 장교가 대신 올라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갑작스레 프로스베인에서 훈련 중에 있는 우주 공격군 함대를 철수시키는 것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공보 장교는 이것은 프로스베인에 대규모의 전투 함대를 배치시킴으로서 파츠 베이스측도 이에 대응해서 많은 수의 전투함대를 전진 배치시키고 있는 바람에 최근 잦은 국경 분쟁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여 일단 가장 먼저 취할 일은 우주 공격군 함대를 철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공보 장교는 이런 설명 요구들을 적당히 받아 넘기면서 우주 공격군 함대의 철수가 가져올 의의를 설명하는데 열중했다.
바로 군부에서 전쟁을 바라지 않고 평화를 바라는 것이며 주민들의 반전 요구에 최전선에 나가 있는 정예 함대도 후방으로 불러 들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프로트 원수의 계산하에 들어가 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난 프로트 원수는 뒷방에서 묵묵히 공보 장교가 능란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때 슬며시 다가온 정보 장교가 귀엣말을 건네자 묵묵히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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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줄이기가 무척이나 힘들군요…-ㅅ-;;
시가전이 무려…5편이나 있었습니다….쩝…
그래서 과감히!!! 두편분량으로 줄여 버렸습니다…중간에 짜를까…했지만…이어지는 내용이기에 그냥 붙여서 올립니다…
…3일 연속 25kb이상 올리는군요…비축분도 10여개 빡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작가넘이 발광하는군요…(또다시 피어오르는 아뒤쥔장의 어두운 오러…)
음…싸랑하는 동생넘의 눈물을 머금은 부탁을 못이겨…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13~15kb씩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6…
광복절입니다…더욱이 말복…나라를 되찾은 기념으로 둘중 한마리…드셨습니까?
저는 그냥 치킨 한조각으로…ㅡ_ㅡ;;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프로트 원수가 발표한 이번 우주 공격군 함대 철수에 대해 반전 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희생에 따른 승리며, 대가라고 환호성을 질러댔다.
4월 8일 일요일의 하루 동안은, 온통 군부의 결단을 환영하는 분위기와 4월 2일의 사건에서 희생자들을 1/10정도로 줄여 발표한 시당국과 시 경찰국에 대해서 비난을 퍼부어대는 분위기였다.
궁지에 몰리게 된 시당국에서는 이 모든 것이 파츠 베이스의 스파이들이 부추겨 일으킨 일이라는 정보를 언론에 흘려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3월 18일에 벌어졌던 폭력 사건과 3월 30일, 4월 2일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나처럼 폭력을 조장하는 불순분자들이 순수한 목적으로 모여든 시위대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3월 18일 시위 해산을 촉구하는 군 공보장교가 폭행당하는 영상을 분석해보여 주었다, 시위 군중 속에 있던 남자 한 사람이 군 공보장교를 향해 주먹을 날려 쓰러 뜨린뒤 마구 짓밟고 있었고, 헌병들이 곤봉을 들고 뛰어 나오자 즉시 군중들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이들이 바로 파츠 베이스의 스파이들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또한 3월 30일의 사건에 대해서도 아마도 이들이 시위대간의 폭력 사태를 조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보냈다.
그리고 4월 2일 사건에서는 이들이 바로 시위 해산을 촉구하러 현장에 도착한 진압 경찰 1개 중대를 향해서 권총과 자동 소총 사격을 가해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식으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의 무력 충돌을 야기시켰다며, 이번 사건을 파츠 베이스의 음모론으로 몰고가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 당국의 발표가 행해지자 다시금 여러 단체들에서 비난 및 동조 성명들을 차례로 발표해 대기 시작했다. 사태는 민회와 군부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파츠 베이스에 대한 응징을 주장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4월 9일 사태는 갑자기 급진전 되었다. 월요일 07시 고비엘트리턴의 중심 도시 슈필 테이레시티는 아침부터 매우 어수선해 졌다. 그간 베르베라에서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던 황제가 직접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로이드의 민회 의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도록 조치를 내렸다는 뉴스 보도가 계속해서 흘러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관구에서 전쟁을 획책했다는 의도를 조사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로이드 행성계 사령부에서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의 지휘권을 임시로 이양받아 군부의 전쟁 획책 의도에 대한 진상조사가 전격적으로 결정되었다.
황실의 이러한 조치가 있자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결국 에이센 황제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번 황실의 전격적인 조치는 지극히 민회와 군부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던 민심을 사로잡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결국에는 황실에서 나서야 비로소 이런 권력형 비리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뉴스에서는 황실에서 개입을 결정한 이 발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4월 9일은 하루 종일 황실에서 고비엘트리턴의 사건에 개입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발표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황실에서 지방 자치에 너무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일부 제기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의견들이 황실에서가 아니면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려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결국에는 황제의 귀에 이 사건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저멀리 베르베라에 있는 황제도 이런 지방의 한 유인 행성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취해질 황실의 조치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4월 10일 09시 정각에는 베르베라에서부터 송출되어 에이센 전국적으로 중계 방송되는 중앙 방송 채널에서는 현황제 게르트 하우츠의 고비엘트리턴사건에 대한 일련의 공식 정견 발표가 있었다.
황제는 별다른 장식없는 단순하게 디자인 된 어두운 색의 정장을 입은채로 정견 발표장에 나섰다. 그의 뒤쪽으로 민회와 군부의 요인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민회쪽에서는 베르베라 최고 민회 의장 엘리자 메리 스텍하우스 의원과 에이센을 대표하는 양대 정당의 영수들도 함께 자리했다. 여당인 황정파 다르마당의 당수 알 마누케 의원과 야당인 공화파 디켄 다밀당 당수 가브리엘 아르고 알더 마켈 의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에이센 최고 재판소의 의장 알렉산드라 에마 마누엘 재판관도 민회쪽에 배석해 있었다.
군부에서는 국방부 장관 엘베르트 폰 아델베르크 원수와 통합작전본부 장관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 통수본부 장관 어빙 루드히 원수, 우주함대 사령부 장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게르트 하우츠 황제는 이런 사람들을 배경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사건이 일어난지 약 1주일만에 행해진 것으로서, 과거 비슷한 사건에 대한 조사나 분석에 한달 이상이 걸렸던 것으로 볼때 이례적으로 재빠른 것이었다. 이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곧 황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었다. 게르트 하우츠 황제는 이전의 여타 황제들과는 달리 강압적인 정책을 그다지 펴지않는 온건한 황제라는 세간의 평판이 컸기 때문이다.
“에이센의 제 10대 황제 게르트 하우츠 펜 류픽크는 지난 3월 18일부터 하만 바이파행성계의 고비엘트리턴행성에서 발생한 일련의 유혈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과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짐의 보호를 받고 법 앞에서는 모두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는 짐의 백성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준 것에 대해, 짐이 이 모든 사건의 당사자와 피해자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황제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런뒤 계속해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의 불빛을 받으면서 약간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말을 이었다.
“이 모든 사건들이 발단이 되어 짐의 백성들이 짐을 대신한 민회와 군부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되는 것에 심히 마음이 괴롭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짐에 대한 통치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이에 대한 잘못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지난 9일 하만 바이파의 민회와 군부에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했습니다.”
황제는 다시 한번 정견 발표 도중 잠시 시간을 두었다. 기자들의 반응과 충분한 이해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특별 조사는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될 것이며, 특히 법에 의거하지 않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해 짐의 백성들에게 함부로 위해를 가하고 짐이 백성들과 불신의 벽이 생기도록 만든 조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여기가지 말한 게르트 황제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사건에서 보여진 모든 것들이 짐에 대한 백성들의 불신이 되어 짐을 책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별 조사 지시가 이 사건으로 발생한 짐에 대한 불신과 책망이 얼마만큼 해소될지는 모르겠지만, 짐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사건들로 억울하게 희생된 짐의 백성들에게 삼가 사죄의 말을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게르트는 연단에서 한발자국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이례적인 황제의 모습에 기자들은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황제의 정견 발표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사항은 최고 재판소 의장 알렉산드라 에마 마누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사건에 대한 최고 재판소의 법률적인 견해를 밝혔다. 알렉산드라 에마 마누엘의장은 키와 체격이 왜소한 흑인 여성으로서 머리카락이 매우 심한 곱슬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 만큼은 무척 힘이 있었다.
“본 의장은 현재 최고 재판소의 의장으로 있게 되면서 폐하께서 이번 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심사를 하명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본 의장은 하만 바이파 사건에 대한 법률적인 책임을 심사하고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 결코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곧 자신의 의지를 이 자리에서 피력했다.
황제의 정견 발표가 끝나고 최고 재판소 의장, 민회 의장인 엘리자 메리 스텍하우스 의원, 여당과 야당의 대표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군부의 대표인 국방부 장관 엘베르트 폰 아델베르크 원수가 앞으로 나섰다. 아델베르크 원수는 옛 백효연 원수의 오랜 심복부하로서 7년 전쟁과 20년 전쟁 전부를 겪고 파츠 베이스와의 내전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본래 아델베르크 원수는 백효연 원수가 파츠 베이스 반란에 주도적인 입장에 서자 친 백효연파의 인물로서 에이센 특수조사부에 의해 구금되어 처형될 뻔 했었다. 하지만 아델베르크 원수는 게르트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사면을 받아 현재는 국방장관의 지위에 올라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오랜 군인답게 카메라를 향해 경례 올린 뒤 말을 이었다.
“이번의 사건에서 직접적인 원인이 된 하만 바이파 군관구의 전쟁 획책 의도에 대해 본관은 이미 로이드 행성계의 군사령부가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의 지휘권을 인계 받아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파츠 베이스의 위협에 대한 군부의 정보 조작이나 언론 호도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며, 이에 대한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할 것입니다.”
엄숙하게 말을 마친 아델베르크 원수는 다시 한번 경례를 올림으로서 자신이 발표해야 할 부분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시각 로드 멜비스로 향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에이센 전역에 방영되는 이 황제의 특별 담화 내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담화를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 걱정의 말을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에휴······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저러나······”
크라우프의 옆에 서 있던 게리 쉐프턴 대위와 레너드 페러타인 대위가 나란히 팔장을 끼고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TV방송에서는 하만 바이파 민회 의원 윌리엄 비츠가 이번 사건의 철저조사를 촉구한 황제의 조치에 환영한다는 멘트를 내보내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윌리엄 비츠는 하만 바이파의 민회 의원이기는 해도 반전 공화주의자의 선두로 베르베라까지 그 이름이 익히 알려진 인물이었다. TV앞에서 윌리엄 비츠는 매우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이번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비무장의 민간인들에게 무단으로 발포를 명령한 자를 비롯해 발포행위를 한 전원을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윌리엄 비츠는 황실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개입하게 되더라도 제대로된 조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은근하게 조사단을 구성해서 모든 것을 잡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방송 멘트를 끝맺었다.
“민간인 폭동에······경찰들이 발포하고······경찰들은 과잉 진압을 함으로서 스스로의 무덤을 팠다······인가?”
말끝을 흐리는 크라우프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군인으로서 심각한 위기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사건 정황으로 볼때 우리들에게 그 사건의 여파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쉐프턴 대위가 크라우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러다가 또 전쟁이 나버리면 어떻게 하려고······그나저나 폐하께서 이 난국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군······그럼 일이 잘 풀릴 것 같으니 너무 염려들 말게!”
크라우프의 말에 페러타인 대위는 지금 상황이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걱정 되는 건 파츠 베이스 놈들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겁니다.”
쉐프턴 대위의 투덜거림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확실히 위기는 위기인데······파츠 베이스 놈들이 이 위기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대응할까 걱정이 되는군······”
“그놈들 머릿속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겠죠······”
페러타인 대위의 대답에 세 사람은 하핫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에이센 내부의 분열에 대한 정보에 대해 유케울 사령부에서는 에이센군이 당분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버렸다. 이에 대해 래리는 참모들의 상황 판단이 너무 안이하게 진행되었고, 이런 위기가 외부로 보도 통제되지 않고 내보여 지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가 없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위기 의식이 상당히 부족함을 한탄했다. 그렇지만 그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일단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 편성에 관한 일에 매달렸다. 군수 참모로 인선된 담당 대좌는 일처리가 매우 미흡했다. 그리고 로드리게스 중장이 래리가 이런 일까지 맡아서 처리해 줄 것을 바라고 있었기 래리가 일을 거의 도맡다시피 해야 했다.
‘젠장할······지위가 올라가면······이런 일이 많아 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단순하게 군대만 모아 들이면 전쟁을 할 수 있고 그 전쟁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래리는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군대를 모아 들이면 그에 해당하는 보급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각 함정들을 규모에 맞게 나누고 하는 일들을 하기에는 인재가 부족했다. 함대의 부사령관 내정자인 어네스트 베른트 소장 또한 함대 전투에 알맞은 인물이었지 군수나 보급쪽에서는 상당히 소홀한 인물이었다.
베른트 소장마저도 래리에게 이번 일을 위임해 버리니 래리는 상당히 고된 작업을 홀로 해결해 낼 수 밖에 없었다.
‘망할······내가 작전 참모야. 아니면 군수 참모야?’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이 몸담게 될 함대가 제대로된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1만 척의 군용함을 끌어모아 조직적인 힘을 발휘하려 하기를 원한다면 충분한 보급과 물자를 적재하고 많은 조직 훈련을 쌓아야 한는 생각에 래리는 사령관에게 훈련안을 작성해 올렸다. 훈련안을 받아든 중장은 한참 동안이나 서류들을 검토해 보더니 래리를 바라보면서 너무 훈련 규모가 거대한 것이 아니냐고 다소 비아냥 거리는 듯한 말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애석하게도 각하의 휘하에 들어온 함대들 대부분이 제대로 훈련도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정도의 규모는 필요합니다.”
강한 어조로 부탁하는 래리에 로드리게스 중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너무 훈련이 과격하지 않은가? 비전투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겠군······병사들의 안전을 위함도 있고······게다가 이러면 전투 물자가 소모가 너무 많을 것이네······쓸모 없는 이런 기동 훈련 같이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연료비가 많이 들어 가는 이런 훈련은 제외시키겠네······”
로드리게스 중장은 래리가 작성해 올린 함대 기동 및 전술훈련 규모를 비용의 문제를 앞세워 절반 정도로 축소해 버렸다.
이런 대답을 듣게 된 래리로서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비용의 문제를 내세우고 훈련의 강도가 너무 강하다고 하면서 이런 훈련 자체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던 로드리게스 중장이 그나마 더 훈련 규모를 축소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는 간신히 군수 물자를 모아 들이고 함대를 훈련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4월 11일 21시 10분 래리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방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망할······무책임한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