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53
트리멜 중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타르고 대위님. 괜찮으시다면 술이라도 한잔 하실래요?”
“술?”
“예······제 방에 브랜디가 있거든요.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요.”
엘레비아는 술을 즐겨 마시지 않기 때문에 별로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세라핀 생각이 났다. 세라핀은 곧잘 아버지가 마시던 술을 마시고 싶어했다. 무엇이든 자신보다 빨리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먼저 죽어 버렸는 지도 모른다.
“미안하네만 별로 생각이 없네······나도 솔직히······”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트리멜 중위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려 주었다.
“기운 내도록 하게······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있을 테니 말이야!”
“대위님은 어떠신지 몰라도 저는 좀 견디기 어렵군요.”
트리멜 중위가 약간 목소리를 내리 깔자 엘레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도 힘드네······하지만 술은 좋지 못해······해소되기는 커녕 자신만 더욱 괴롭게 만들 뿐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대답을 한 후 조금이라도 잠을 자두라고 말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네. 알겠어?”
그렇게 위로를 해 준 후 엘레비아는 트리멜 중위의 옆을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도 같이 가서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제껏 지켜온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리게 될 것 같았다.
‘술이라······’
엘레비아는 사람들이 술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술로 모든 것을 잊고 싶지 않았다. 술이라는 것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만들어 주지만 그 와중에 모든 것을 잊어 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너무나도 조용한 파일럿 숙소의 내부를 따라 걸으면서 엘레비아는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26일 09시 44분 아이크 행성으로 철수한 에이센 함대는 파츠 베이스 함대가 다시 아이크 행성 쪽으로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는 보고에 당황하고 있었다. 현재는 보급 물자도 바닥난 상태였고, 많은 수의 전투원들을 잃어 다시 적과 전투를 벌인다면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니 에이센 군관구에서는 전투를 회피하고 병력을 후퇴시키자는 의견들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향이 아이크와 로드 멜비스인 병사들이 많이 있었고 아이크의 거주민들을 그냥 내버릴 수 없다면서 결사적으로 항전해 싸우자는 의견들도 많았다.
하지만 거주민들 전부를 후방으로 옮길 수 있는 배도 확보할 수 없었고, 파츠 베이스 함대가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황제 폐하의 칙명으로 아이크 행성계의 거주민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황제 폐하의 군대가 거주민들을 내버리고 달아난다면 웃음 거리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특히 파울르스 제이콥 로델 웨스트 대장이 더이상 후퇴할 수 없다면서 아이크 행성에서 결사 항전을 벌일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지엘하르트 대장은 이 이상 무모하게 전투를 계속해 봐야 무의미하게 목숨을 잃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렇다면 아이크의 거주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니콜 프라우저 대장도 후퇴 쪽으로 마음을 두고 있으면서도, 아이크 군관구 소속 함대 지휘관으로서 아이크 행성계 거주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한 답변에 고심해야 했다. 당장 후퇴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거주민들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거주민들을 반란군들의 손아귀에 넘겨줄 수 없습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원칙적으로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어져 후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군관구 소속 함대 지휘관으로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로드 멜비스 행성 사령관 존 스피너 대장의 부사령관 신분으로서, 스피너 대장은 로드 멜비스에서 방어전을 지휘하기 위해 일부러 행성에 남았는데 부사령관인 자신은 이대로 도주해 버린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일단 살아 남아야 스피너 대장의 위급도 구하고 아이크 행성과 로드 멜비스 행성도 반란군들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태가 불리하니 후퇴를 주장하는 지엘하르트 대장은 이렇게 다시 이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군관구 사령관 로포프 원수에게도 더이상 견딜 수 없으니 후퇴를 하자고 제안한 상태라고 알렸다. 일단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두 사람이 후퇴를 승낙한다면 로포프 원수도 이들과 함께 후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칙적으로나마 용감하게 남아 싸우자고 주장하는 두 사람도 지엘하르트 대장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한 때의 굴욕을 참고 다시 기회를 노리자는 주장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고, 후퇴를 주장하여 일견 비겁하게 보이는 지엘하르트 대장도 자신들 못지 않게 여러 전장을 누빈 역전의 장군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남아 있는 거주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두 사람은 계속 거주민들을 버리고 후퇴해야 하는 자신들이 모양새가 마음에 걸리는지 그렇게 질문을 해 왔다. 지엘하르트 대장은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그렇지만 수많은 거주민들을 이대로 내버리듯 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프라우저 대장과 로델 대장은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지엘하르트 대장이 이들 두 사람을 설득 시키고 있을 때 로포프 원수가 군관구에서 함대를 이끌고 철수하겠다고 통보를 해 왔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질 것이니 프라우저 대장과 로델 대장을 비롯한 아이크에 잔류하고 있는 모든 함대 전력은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하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거주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로델 대장이 로포프 원수에게 자신들의 마음에 걸려 있던 행성 거주민에 대해 물었다. 로포프 원수는 행성 내부에 남아 있는 지상전 병력들과 아이크의 예비군 사단 병력들이 남아 공격해 들어오는 반란군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들에게 충분한 양의 탄약과 병기를 남겨 줄 것이네······그리고 행성의 내부로 대량의 군용 식량도 반입될 것이고 말이네!”
로포프 원수는 이런 군용 식량과 병기 탄약들을 남겨 주고 자신들은 일시적으로 후퇴하겠다고 말했다. 함대 전체적으로 보급물자의 부족이 심각한 상태였지만, 남아 있는 것을 모두 모은다면 지상부대가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양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지엘하르트 대장은 혹시 로포프 원수가 아이크에 남아 방어전을 지휘하겠다고 할 것인가 잠깐 생각해 보았지만, 로포프 원수는 총체적인 방어 지휘는 아이크의 예비군 사령관이 도맡아 하기로 결정 내려 졌다고 말했다. 군관구 사령관은 이제 일이 정리 되었으니 자신들은 즉시 아이크에서 철수하자고 하면서 즉각 일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각하!”
이것으로 자신들의 명분이 확보된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파울르스 로델 대장도 군관구 사령관의 명령에 순순히 따랐고, 지엘하르트 대장도 철수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곳을 버리고 떠나야 하다니······”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못내 아쉬운 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일단 아이크 행성을 버리고 철수하는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리고 있는 것이다. 로포프 원수도 말은 하지 않을 뿐이지 착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말씀대로 이곳에서 살아 남고 전력을 보존해야 반격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엘하르트 대장이 좋은 말로 이들을 위로했다. 일이 이렇게 되니 프라우저 대장과 로포프 원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엘하르트 대장의 말에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어찌 생각해 본다면 모든 책임을 로포프 원수가 진다고 말했으니 이들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후퇴를 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속 마음을 알고 있는 지엘하르트 대장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무사히 후퇴하는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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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때문에 결국은 친구 집에서 숙박…하루종일 빈둥대다가 저녁까지 얻어먹고 19:50에 귀가…
오자마자 180화 오타 수정하고…수정작업에 돌입…
…간신히 올립니다…아…어째 더 피곤해…역시 간만에 마신 술의 여파는…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0
음…어제는 술 때문인지 조금 헛소리를 했을지도…쿨럭~ ㅡ_ㅡ;
‘K.S.Ahuelion’님…1타 축하드립니다… ^_^; 음…그리고 이번화에 별다른 작전이 나오지 않은 것은…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에이센이 패하는 상황이고…이왕 진다고 하면 폼나게(?) 지는 것이…^_^
‘하레스’님…오타지적 감사합니다…그래도 다행히 별로 없더군요…알딸딸한 정신으로 쳤으니 상당히 오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별로 없더군요…^_^; 아…짱돌은 좀…
‘창세전쟁’님…음…솔직히 협박은 하지 않습니다…단지 갈굴뿐이죠…(이게 더 무서운가?)…작가넘은”필요없으면 죽인다”(←소설에서 말입니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한번 죽이기 시작하면 우수수라는….(←역시 이것도 소설 말입니다…실제론 작가넘 마음 여린 편이거던요…닭 모가지도 비틀지 못하는…)
‘제로나인’님…일단 전투가 벌어지면…’피로도’라는 것이 증가하니…끊임없이 싸운다는 것은 조금…ㅡ_ㅡ; 싸우다 쉬고 싸우다 잠깐 쉬고…의 반복이지요…의지가 있는 적이라면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yaiddasya’님…쿨럭~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꽤 오래전 일이지만 저같은 경우도 모 소설에 코멘트를 남기니…”어라? 크라우프 안쓰시고 뭐 하세요?”라는 코멘트가 바로 달려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그리고…세번째 코멘트 부터는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시에나나 다이레아를 노리시다뉫~! ㅡ_ㅡ^…줬던 것도 뺐는 수가 있습니다…
‘피르다룬’님…맞습니다…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라는 속담도 있듯이…지금 괴롭고 힘들더라도 참고 견디는 것 입니다…우리에게는 최후의 희망! 승률 50%의 인생역전!…Lotto가 있잖습니까~!!…응? 로또 당첨 확률이 왜 50%냐구요?…당연하지요…”되거나…안되거나…”…쿨럭~
‘다크크라이드’님…그렇지요…상당히 터프하고 박력 넘치고…웬일인지 밉던(?) 야이다가 최근 여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그것도 11살이나 차이나는 디네스를!!!…저런 도둑넘을 봤는가!
‘양아’님…음…건담같은 것이 아니라…짐이나 자쿠의 개념입니다…찍어내는 대량 생산 병기…그리고 연재 처음에 밝혔듯이…건담…마크로스…은영전이 짬뽕된(Mix된) 소설이 모토입니다…쿨럭~ 그냥 아무생각 하지 마시고…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대로 상상하시면 됩니다…^_^;;;
‘버드아이스’님…야이다…솔로탈출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 듯…알리시나가 살아 있으니…언젠가는 이어지지 않을까…합니다…만약에 알리시나 죽이면…(그리고 야이다도 죽이면…)…어찌될지 상상하기가 싫어진다는…모모 독자님께서 사시미를 들고 오시지 않을까…쿨럭~
음…늦었군요…텨텨텨~ ┌( ㅡ_-)┘
아차…소제목 바꾸는 걸 깜빡할 뻔 했네…ㅡ_ㅡ;
리하르트 황제력 262년 11월 27일 파츠 베이스 함대는 에이센 함대가 아이크 행성을 버리고 철수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크 행성을 감싸고 있던 에이센 함대는 마치 썰물 빠지듯 아이크 행성에서부터 멀어져 버리는 장면은 정찰부대에 의해 빠짐없이 보고되고 있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너무나도 빨리 에이센 함대가 철수해 버리자 식스톤 차수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런 기쁜 소식이 참으로 듣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군!”
그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제 자신들이 아이크 행성에 도착한다면 독립 전쟁 이후 처음으로 신족의 성지인 아이크를 되찾게 되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간단한 것을 십수년 동안을 끌어온 것이 이상했는지 식스톤 차수는 조금 허탈한 느낌마저 가지고 있었다.
“혹시 에이센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계속해서 에이센 함대의 움직임을 추격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적이 우리의 방심을 노릴 지도 모른다. 알겠나?”
식스톤 차수는 환호성을 질러 흥분하고 있는 참모들을 진정 시키면서 자신들이 완전하게 아이크의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의 철수는 확실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었고, 자신들은 이대로 진격해서 독립 이후 처음으로 아이크를 에이센의 손아귀에서 수복하는 것 때문인지 식스톤 차수가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환호성은 가라앉을 줄 모르고 높아져 갔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식스톤 차수는 갑자기 자신이 적지 않게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의 한 가운데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이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지금에도 크나큰 흥분이 되었던 것이다. 전황이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파츠 베이스 독립 이후 처음으로 아이크를 수복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것은 파츠 베이스가 존재하고 그리고 에이센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전승될 역사적인 사실인 것이다. 자신이 역사적인 일을 해 냈다고 생각하니 식스톤 차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 질 수 밖에 없었다.
아이크 행성을 버리고 철수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에이센군들의 기분은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과는 달리 착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특히 많은 수의 장병들이 아이크 행성계가 고향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 강도는 조금 심한 편이었다. 덕분에 지금 자신들이 버리고 물러나게 되는 곳이 바로 자기 자신들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함대 내부의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빌어먹을······”
아이크가 고향인 병사들은 자신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는 점이 못내 안타까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군관구 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후퇴를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부족한 탓에 고향을 반란군의 손에 떨어 뜨렸다는 것이 이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크 행성에서는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에 대비해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함대와 군관구의 통수부에서도 대량의 무기와 탄약, 그리고 전투 식량들을 남겨 놓았다고 했다. 이는 아이크 행성계가 그냥 항복할 생각이 아닌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분명히 반란군들과 지상전이 벌어질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남겨진 사람들만으로는 압도적인 적을 맞아 승리하기엔 요원한 일이었으므로,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떠난다면 다시는 고향을 찾아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일부 병사들은 고향을 반란군들의 손에서 지켜내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크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볼 수 있겠냐면서 오열하기도 했다. 비단 이런 병사들 때문이 아닐지라도 함대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침울해져 있었다.
“빌어먹을······”
도주로에 오르고 있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 지휘하에 있는 분견 함대 중 크라우프 페트릴 준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 함대 소속의 파일럿 디네스 펜터 호리스 상사는 묵묵히 아이크 행성계가 고향인 사람들이 서로 모여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짧지 않은 그녀의 군 생활 속에서도 후퇴를 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침울해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많은 수의 장병들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살아 남았으니 다행 아닌가? 다시 정비해서 반란군 놈들을 우리들의 고향에서 몰아내 버리자고!”
아이크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도 비슷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말로나마 힘을 붇돋워 주려고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이크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도 마치 자신들의 고향을 버리고 도주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착찹한 분위기가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디네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이런 사람들 사이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일년 조금 더 남은 자신의 의무 복무 기간을 생각했다.
‘빌어먹을······이 짓도 이제 일년 쯤 남은 것인가?’
디네스는 간단하게 이제 일년 남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할······’
자신의 고향 프로스베인도 어릴적부터 이런 식으로 전쟁에 휩싸여 있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기에도 어렸을 적에 가끔 프로스베인의 밤하늘이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물들여 진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우? 디네스? 안피곤하니? 기운차게 걸어 다닌다?”
그때 조금 앞쪽에서 시에나가 마주 오면서 반갑게 디네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시에나는 군복 하의만 걸치고 위에는 러닝 셔츠만 하나만 입고있는 간단한 차림이었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디네스는 처음 시에나를 보았을 때보다 그녀가 많이 밝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무척이나 친해지기 힘든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예전과는 달리 이런저런 말도 많이 나누기도 하고 먼저 아는체 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좀 푹 잤어요. 깨어보니 몸이 좀 뻐근하기는 해도 피로는 거의 풀린 것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시에나도 많이 피곤한 것 같았는데······어제 보다 말짱해 보이네요?”
“나야 뭐······코프가 몸을 다 주물러 주더라고······그래서 한결 개운해 졌어······”
시에나는 엷게 웃으면서 디네스를 바라보았다. 디네스는 히죽 웃으면서 시에나가 그래도 몸이 많이 결린다면서 기지개를 켜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팔을 들어 한껏 기지개를 켜는 시에나의 동작에 슬쩍 러닝 셔츠가 들려지면서 군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날씬한 배가 드러났다.
‘칫······’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시에나는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디네스가 기억하기로 자신이 시에나를 처음 만났을 때가 18살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겨우 2살 차이였지만 자신보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었다. 지금 디네스는 당시 시에나의 나이인 18살이었다. 이제 이제 조금만 있으면 19살이 되겠지만, 자신은 어느정도 노력해서는 시에나만큼 얼굴도 아름답고 몸매도 좋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시에나가 하품을 하다가 빤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디네스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커지나요?”
“응? 뭐? 가슴? 나야 뭐 타고난 거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동작으로 슬쩍 가슴을 손으로 쓸어 내리던 시에나는 디네스를 바라보면서 히죽 웃었다.
잠시 떠들던 두 사람은 솔직하게 후퇴하는 길에서 자신들이 할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전망대로 올라갔다. 거의 비어 있다시피 한 파일럿 숙소가 너무나도 을씨년스러워서 그런 곳에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욱이 지금은 인사부에서 전사자들의 유품들을 모두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디네스가 음료수를 두 잔 빼 가지고 와서 시에나에게 건네 주었다. 그녀들은 음료수를 홀짝거리면서 자리에 앉아 간단한 농담 같은 것들을 주고 받았다.
자리에 앉은 디네스가 부럽다는 표정으로 시에나만큼 몸매가 아름다워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시에나는 기뻐하기는 커녕 갑자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왜?”
시에나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디네스를 바라보면서 시에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가진게 몸 뿐이니······에휴 갑자기 한심스러워 져서······”
시에나의 짧은 투덜거림에 디네스는 음료수를 입안에 흘려 넣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래도 왠지 부럽다······”
“부러워?”
“응······왠지 말이야!”
디네스는 히죽 웃으면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만드레일 대륙에서 파츠 베이스군에게 쫓겼을 때 크라우프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조금씩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디네스는 왠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고 있었고, 곁에 있던 시에나는 갑자기 몽롱한 시선으로 밖을 보면서 갑자기 웃는 디네스를 보면서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29일 07시 20분 크라우프 페트릴 준장은 모처럼 만에 에이린과 같이 잠을 푹 자둔 후 함교로 다시 올라왔다. 그는 모처럼 가지는 여유에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근무 교대를 위해서 올라온 것이다. 야간 근무를 한 지그스문트 중령과 잔업 때문에 같이 야근을 하게 된 다이레아가 자신이 교대해 줄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함교에 올라서면서 그는 이런 산뜻한 기분대신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미 전투에서 패전했고 무질서하게 상처를 받은 함대를 이끌게 되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지 못했다. 일단 휴식을 취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좋았지만 패전하고 돌아가는 길이니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지기만 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함대의 앞으로의 진로가 결정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그가 함교로 올라서자 마자 지그스문트 중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이렇게 네페르로 후퇴를 한다고 합니다.”
함교에서 다이레아와 함께 근무를 서고 있던 지그스문트 중령이 그가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시간에 결정되어 통보된 사령부의 결정 사항을 크라우프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지금 파츠 베이스군이 아이크 행성의 궤도를 완전히 점령한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도 가르쳐 주었다. 파츠 베이스군이 아이크를 점령한 것을 선전하고 있다는 말에 크라우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기야······대대적으로 선전할 만한 뉴스이니 말이야······”
크라우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바라보고 있던 지그스문트 중령이 다음번 워프 항해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민수용 통신파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넌지시 파츠 베이스의 민수용 통신파를 보겠냐고 물었다.
“······보겠네······연결해 주고, 중령 자네는 이제 가서 쉬어 두게! 밤새 수고 했네!”
크라우프의 말에 지그스문트 중령은 크라우프 앞의 작은 모니터에 TV를 연결해 준 후 간단하게 지휘권의 인수 인계식을 수행했다.
지그스문트 중령이 돌아가고 나자 중령이 보고하는 동안 일어서 있던 다이레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크라우프는 엷게 웃으면서 다이레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녀는 괜찮다고 하면서 지그스문트 중령도 꽤 괜찮은 사람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런가?”
“예······모처럼만에 할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려니 좀 힘들기는 했지만서두요.”
그녀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주변을 살핀 후 슬쩍 키스를 해 왔다.
“아?”
갑작스런 그녀의 입맞춤에 깜짝 놀라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면서 다이레아는 엷게 웃음을 머금었다.
“아침 인사에요. 아! 그나저나 파츠 베이스 발표로는 아이크 주민들이 열렬히 환영했다고 나와 있더군요.”
“열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