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58
…저도 쉬기는 싫습니다만…쿨럭~ 별 수 없더군요…
아버지의 눈초리의 압박…쿨럭~ -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9…
음…그리고 ‘능력자’라는 명칭 말인데요…그냥 그것으로 하기로 했습니다…’흑호’님게서 알려주신 사이트…좋기는한데요…쿨럭~ ‘알롸쏼라’의 압박…당췌 뭔 소리를 하는건지 읽을 수가 없으니 낭패였다는…아무튼 신경 써 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음…그리고 ‘horizon’님…오늘은 별 수 없으니…쿨럭~ 이해해 주세요…^_^;;;
그리고 마지막으로…자폭하신 ‘yaiddasya’님의 묘비에 묵념을…쿨럭~
그럼 제사지내러 다녀오겠습니다아~ ^0^)/~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순찰을 마친 시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중대장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깨에 메고 있던 자동 소총을 자신의 책상 위에 내려놓고 30발이 들어 있는 탄창도 그 옆에다 내려놓았다.
시아는 총을 계속 메고 있어 굳은 어깨를 한 번 펴 보인 후 몇 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뒤 헬멧과 군장을 벗어 관물대 위에 정리해 놓았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시아는 정리 정돈 때문에 많이 애를 먹었다. 사관학교에서는 정리 정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벌점을 먹어 주말 외출 외박이 취소되고 자칫 잘못하면 그것 때문에 퇴소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정리 정돈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때 들인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군장의 정리를 마친 시아는 자동 소총을 관물대 옆에다가 걸어 놓은 뒤 자물쇠를 채워 놓았다. 그리고 탄약이 가득 들어 있는 탄창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퇴근하기 전 대대 사무실에 들려 소지하고 있던 탄약을 반납했다.
시아의 몫으로 배정 받은 관사는 기지 외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시아는 기지 외각의 관사 촌으로 이동하는 순환 버스에 올랐다. 시간이 흘러 기지를 한바퀴 돌면서 퇴근하는 장교들을 태운 순환 버스는 관사촌에 정차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몸을 쉴 관사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언제나처럼 이어지고 있는 이런 생활이 참으로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보름 정도 정기 훈련으로 기지 주변 순찰등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관사로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사람들 끼리 어울려 사귀기도 했다. 사실 서로 군대라는 것이 아니라면 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군대라는 곳에서 서로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사귀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 본다면 군대에 남녀를 섞어 놓는 것은 결혼을 장려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그렇게 정책적으로 해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다 보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가진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자연스럽게 바람을 피우기도 하니 우습기 그지없는 일이기도 했다.
시아는 자신이 7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자랐다. 아버지란 존재는 저멀리 바르디아와 전쟁을 하러 떠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홀로 지내는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이 끝이 나고 처음 아버지를 보았을 때 그녀는 울먹이며 크게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이나 자신을 안아 보려는 아버지에게 가지 않고 도망 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것을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시아는 군복을 벗고 군화를 벗어 그 자리에서 구두약을 묻혀 가면서 손질했다.
침대가 하나 있고 간단한 주방과 샤워실이 딸린 욕실 하나가 시아에게 배정된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사실 뭐 더 큰 방을 배정 받는다고 해도 지금은 달랑 혼자뿐이니 나머지 공간을 모두 비워 둘 것이었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군화를 손질한 시아는 군복과 속옷까지 모두 벗은 후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속옷을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뒤 벗어 놓은 군복과 속옷을 모두 봉투에 모아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공용 세탁소로 향했다.
공용 세탁소는 시아의 관사에서 느긋한 걸음으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세탁기를 일일이 관사에다가 구비할 수 없으니 비용절약 차원에서 이런 공용 세탁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그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세탁기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아는 다시 10여분 정도 세탁기가 빈 것이 날 때를 기다려야만 했다.
이윽고 자신의 차례가 되어 동전을 넣고 세탁물을 안에 집어 넣은 시아는 팔장을 낀 채 물끄러미 세탁기 속의 빨래가 뒤엉키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탁기 안의 빨래는 서로 뒤엉켜 상하 좌우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 장면이 시아에게는 뒤엉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인생처럼 보여지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바르디아에 온지 거의 6년째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아는 이제껏 전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훈련 때에만 총을 쏴 볼 뿐이지 적을 향해서 총을 쏴보지도 못했다. 자신의 사관학교 동기생들 중에서는 소령이나 중령까지 승진한 사람들도 많았고 일부는 교전중 사망한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보병과 출신인 시아로서는 전공없이 대위 이상 승진하기 힘들다는 말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었다. 대위까지는 사관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승진이 가능했지만 소령으로 승진하려면 어떤 내세울 만한 공적이 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 참가 공적이 없는 시아로서는 더 이상 승진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번번이 교전이 가능한 지역으로 전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시아의 전출은 언제나 보류되곤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이 현직 군 고위 장성의 친자녀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쯤은 시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부친인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직접 자신에 대해 부탁을 하지 않아도 사령부에서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시아를 전선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자면 알아서 시아 같은 고위 인사의 자녀는 최전선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시아가 교전 상황에 휘말려 전사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들을 뻔히 알고 있는 시아로서는 자신이 안전한 네이더 기지의 경비 대대에서만 보직이 순환되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스러워 졌다. 완전히 다람쥐가 차바퀴 돌리듯 계속해서 네이더 기지의 경비 대대에서만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씁쓸한 표정과 함께 짧은 한숨이 곁들여 졌다. 어느덧 빨래가 다 되고 건조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이런 상념에서 되돌아오게 되었다.
시아는 묵묵히 빨래를 가지고 세탁소를 나왔다.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를 얼굴에 맞으며 관사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관사로 돌아와서 빨래를 내려놓았지만 너무나도 지루한 시간을 어찌 보내기 힘들었다. 다시 관사의 문을 닫고 비상 연락용 휴대 전화만 챙겨 들고 관사촌 근처에서 민간 경영자가 운영하는 바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시아와 마찬가지로 잠자리에 들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아는 이곳에서 다른 여자들처럼 마음이 맞는 남자를 만나 사귀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남자랑 사귀는 것이 차츰 지루해 지고 있었다. 어떤 남자든지 두어 달 정도 사귀다 보면 그 남자가 그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런 곳에서 같이 영화를 보거나 어디 놀러 갈 수 있는 여건이 못되었기 때문에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었고, 시아로서는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바에 모여 앉아 카드 게임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즐거이 떠들며 맥주 같은 것을 나누어 마시고 있었다. 이곳은 게릴라의 공격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니 장교들도 은근하게 퇴근 후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시아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장교들을 비난할 입장은 아니었다.
바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여러 병과의 장교들이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시아는 바리스타 파일럿들과 강습해병대 장교가 가장 부러웠다. 시아의 아버지 쿠르트 지겔마이어는 대령으로 바리스타에서 내려 함대 지휘관이 되기 이전까지 역전의 바리스타 파일럿이었다. 비록 게르트 하우츠 황제나 백효연 원수 같이 매우 유명한 격추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순수하게 공중전 경력과 공중전 부대 지휘 공적으로 대령까지 승진한 경우였으니 역전의 파일럿이라고 당당히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파일럿에서부터 함대 지휘관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고 전공을 세워 원수로까지 승진했으니 군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살아오신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아는 이런 아버지가 자랑스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나처럼 자신이 쿠르트 지겔마이어의 딸이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버지를 뒤따르고 싶어 겨우 황립 사관학교에 들어갔지만 성적이 썩 좋은 것이 아니어서 해군 장교로 지원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황립 사관학교 안에서도 인기가 없고 지원율이 가장 낮은 보병과를 지원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보병장교로 임관하게 된 것이었다.
병맥주를 반쯤 마시고 있을 때 그녀는 떠들썩하게 강습해병 장교들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술집에서 마치 자기 세상인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것이 바리스타 파일럿과 강습해병들이었다. 사실 이들이 전투의 최전선에 서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강한 자부심의 일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시끄럽고 짜증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시아는 파일럿과 강습해병을 동경했었기 때문에 그것이 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전에는 바리스타 파일럿과 강습해병 출신들과 사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무용담 같은 것을 재미있게 듣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그런 남자들이 지루해 지기 시작해 버렸다. 너무 거칠고 매너를 모르고 단지 자신이 잘난 맛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근하게 황립 사관학교 출신으로서 보병과 장교인 시아에게 많은 비아냥 같은 것을 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시아를 대하기를 머리 나쁘고 몸만 가지고 군대의 괜찮은 남자나 건지려는 부류로 몰아 붙였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사람들에게 차츰 정나미가 떨어져 버렸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존심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시아는 그 바리스타 파일럿들이 잠자고 있을 때 그들을 지켜주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녀석들인 바리스타 파일럿들과 강습해병 같은 녀석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애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맥주를 거의 다 마셨을 때 강습해병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남들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신나게 떠들고 웃고 마시고 있었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저런 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졌지만 지금 보면 정말로 생각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런 사람들이 전투의 가장 선두에 서고 있었기 때문에 사령부에서도 저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로움 같은 것을 허용해 주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자유로움을 자신들만의 특혜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시아로서는 그런 것을 어떻게 항변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아는 맥주를 한 병 거의 다 마셨다. 오늘은 별로 얻어 걸리는 남자들도 없고 어딘지 모르게 한심스럽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아가 맥주를 모두 마시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그녀는 오늘 밤 혼자 자기 좀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어디 혼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일어설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로 그때 시아의 앞쪽으로 건장한 체구의 30대 중반 정도의 금발 머리카락의 흑인 남성이 불쑥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런 뒤 병맥주를 하나 주문하는 것이었다. 거친 강습해병이나 버릇없는 파일럿 같아 보였지만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병맥주가 나오자 그것을 받아 조용히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때때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했다.
“무슨 일이 있어요?”
한숨소리가 길어지자 시아가 조용히 물었다. 그 남자는 일어서려다가 시아가 관심을 보이자 다시 병맥주 하나를 더 주문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신의 옆에 앉는 시아를 힐끗 바라보더니 별것 아니라고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뒤 다시 맥주를 입안에 흘려 넣었다.
“아······한숨 소리가 너무 애처롭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어딘지 모르게 고단해 보여서 말이죠.”
시아가 변명을 하듯 조용히 말을 건네니 그 남자는 씽긋 웃으며 시아를 돌아보았다.
“고단이야 하죠······빌어먹을 일이 너무 많으니 말입니다.”
그 남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오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표정과 말투였다. 그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마신 뒤 시아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는 군수과 장교였는데 요 며칠 동안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게릴라 토벌 전투에서의 물자 공급을 책임지느라 진땀을 뺐다는 것이다. 자신이 며칠 째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전투 지역에 군수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고 전달되도록 하는데 힘썼는데 전투가 끝나고 나서 아무도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뭐 그런 것이야 어디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사무직은 아예 아무 말도 없으니 말이죠. 나야 그렇다 쳐도 함께 고생한 병사들 보기 미안하니 원 참······”
그 남성은 나직이 푸념을 털어 놓으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강습해병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적개심 같은 것이 아니라 쓸쓸한 연민 같은 것이 배어져 있었다. 강습해병들은 자신들이 잘싸워서 승리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후방에서 이들이 싸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승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강습해병대원들이라고 해도 손과 발이 묶이고 눈도 가려진 채로 무기도 탄약도 없이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서로 은근하게 마음이 맞은 둘은 나직이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통성명을 했다.
남자는 자신을 카르스 에곤 솔티라고 밝혔다. 시아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성을 감추고 싶기는 했지만 나중에 가면 다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밝혀 버렸다.
시아의 성을 들은 그는 슬쩍 웃음을 지어 보인 후 그녀에 대해서는 묻지 않은 채 여러 가지 말들을 나누었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쉽게 친해 질 수 있었다. 솔티 중령은 은근하게 털어 놓는 시아의 걱정을 들어 주면서 그녀가 모처럼 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 솔티는 자신의 계급을 밝히지 않았지만 말이 나오면서 은근하게 그가 중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맡은 일이 군수 계장이었고 이 기지에서 군수 계장 정도의 지위는 중령 정도가 맡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우습기도 하면서도 그가 자신에게 건네주는 말이나 배려가 이런 식의 남자에게 목말라 있던 시아에게는 감사하게까지 느껴졌다.
두 사람이 즐거이 대화 상대를 만나 한참 동안 둘의 대화를 이어 나가고 서로 조금의 차이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은 없는 일이었다.
바의 밖에 나온 두 사람은 잠시 동안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서로 이대로 헤어지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졌다. 서로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도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4월 15일 크라우프 함대의 부사령관 후안 마티니 준장은 사령관 대리로서 크라우프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현재 크라우프는 지난 4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 지휘관 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밀린 지휘관으로서의 교육을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몰아서 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다소 불퉁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 모두가 받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을 가지지 못하고 보충 교육을 받으러 갔다. 이제껏 그는 그런 대부분의 교육을 거치지 않고 승진을 거듭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나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나마 지난번 4주짜리 지휘관 보충 교육을 수료했었기 때문에 지금 2개월로 집중 교육 기간이 줄어든 것이었다.
이런 보충 교육과 집중 교육을 마친다면 그는 엄연하게 소장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는 지휘관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가 복귀할 때 까지는 마티니 준장이 사령관 대리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다이레아는 자신이 보고를 해야 하는 사람이 마티니 준장이 되자 다소간에 어색한 감이 없지는 않았다. 전의 지그스문트 대령처럼 소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마티니 준장은 강직하면서도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해서 친해지기는 힘든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레아는 보다 신중하게 마티니 준장을 대했다.
마티니 준장은 크라우프 함대의 주요 지휘관들이 전투 경험자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 때문에 사령관의 부재시 주요 지휘관들과 함대 내에서의 기강 해이를 우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이레아를 비롯한 참모들에게 함대 내에서의 엄격한 군기 확립을 요구했고 이들은 마티니 준장의 그 명령을 지키려고 애섰다.
시에나 필드 플레인 소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니콜라스 라티시드 소위와 함께 휴게실에 앉아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사실 크라우프도 2개월 정도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시에나를 비롯한 여자들 모두는 자유의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니콜라스 라티시드 소위는 야이다가 결혼 때문에 전출 나가고 우즌 리베라가 소위로 승진한 후 제대해 버린 것에 때문에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도 제대를 하고 싶어 했지만 사회에 나갔을 때 그가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군대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희망을 위해 과감하게 군대를 그만두고 떠난 우즌 리베라 소위나 결혼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훈련소 교관으로 전출을 신청한 야이다와 같은 용기는 없다고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당신은 충분히 용감한 사람이에요.”
시에나는 씽긋 웃으며 라티시드 소위를 위로해 주었다. 시에나는 처음에 라티시드 소위를 보았을 때의 감정과는 달리 지금은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를 위로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시에나는 크라우프만 아니었다면 라티시드 소위와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내 이런 생각을 버렸다. 자신은 크라우프의 여자였기 때문에 그 사람 이외에의 남자를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라티시드 소위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시에나에게 이런 식의 고민을 털어 놓는 전우 이상으로의 관계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간에 라티시드 소위는 이런 평화 상태를 무척이나 두려워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자신이 최전선으로 다시 전출 나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고생을 한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더욱 두렵고 아쉽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전출을 가고 싶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된 시에나는 잠깐 놀란 눈을 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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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제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독자와의 대화’를 건너뛰었습니다…^_^;;
다시 한번 더 사과를 드립니다…요즘 과일값이 바싼 것 같던데 맛있게 드세요…-ㅅ-;
음…그건 그렇고…시아…쿨럭~ 30대 중반의 중령이면…쿨럭~ 유부남일 확률이 높은데…
비록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그렇게 몸을 함부로 굴리면 어떻게 하냐…
시아가 몸을 함부로 놀리다가 그것이 세간에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아버지인 쿠르트 지겔마이어의 입장이 난처해 질 수도 있는데…쩝…
…나중에 크라우프가 그녀를 타겟으로 삼든 아니든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지요…-ㅅ-;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20…
‘검은묵시록’님…1타를 축하드립니다…^_^)/~ 쿨럭~ 제사보다 젯밥…공교롭군요…제사 지내러 갔었는데 말이지요…^_^;;; 음…솔직히 어렸을 때에는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만…아, 여기서 말하는 젯밥은 순수한 사전적인 의미의 젯밥입니다…요즘은 그다지…뭐랄까요…의무감? 비슷한 것 때문에 참가하지요…친척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쿨럭~ 음…그건 또 그렇고…저랑 작가넘은 시아가 황비 후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물론 군부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의 딸이라는 메리트가 있습니다만…황제 자체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이 마당에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물론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 가 황제에 대립하는 존재도 아니고요…아니 외려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사람이지요…그런 의미에서 본다면…음…‘디나 하렘 편입당’에 맞서는 세력을 어서 규합해야 하는데 말입니다…쿨럭~ -ㅅ-;;
‘horizon’님…어허~ 도망이라니요…피치못할 사정이라 하지 않았습니까…^_^;;; 지하 1,000m벙커가 있는 이상 도망이라니요…‘도피’라면 모를까…그리고 저는 은영전의 얀이랑은 조금 틀린 것이…후퇴나 퇴각이라는 단어 대신…‘텨텨텨텨~’를 애용하는 편인지라…쿨럭~ 텨텨텨~ ┌(^_^)┘
‘yaiddasya’님…쩝…엊그제 그렇게 가(?) 버린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 상사…에 대한 진혼제라도 해 드렸어야 하는데…쿨럭~ 응? 죽은게 아니었던가? -ㅅ-; 뭐…근 300회 가까이 출연했으니…상당히 장기간 활약했군요…음…야이다가 갑작기 그렇게 사라지는 것을 의아하게(억울하게??) 생각하실지 몰라 살짜꿍 알려 드리자면…현재 작가넘은 대대적인 캐릭터 ‘정리’ 작업을 시행중입니다…저도 누구누구가 정리 될는지 모르고 있지요…‘극비중의 극비’라 하면서 작가넘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더라구요…뭐…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몇몇 여성 캐릭도 조만간 정리가 될 것이라는…쿨럭~
‘다크크라이드’님…음…늦게 올린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시간(20시부터 21시 사이)에 올렸는데요…코멘트가 적게(솔직히 적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달린 것은 아무래도 갑작스런 저 아뒤쥔장의 통보 때문일지도…쿨럭~ 음…그건 그렇고 말이죠…시아…의외로 바람둥이 스타일 일지도 모르겠군요…아마도 어렸을 때 아버지의 정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캐릭일 수도 있다는…어렸을 때 받은 트라우마(??)는 의외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쿨럭~ 저도 약간의 트라우마(다 컷을 때 받기는 했지만…) 때문에 여자를 기피하는 것일 수도…에효…
‘판타로드’님…음…어제는 공격이 상당히 약하셨군요…안도하고는 있습니다만…강력한 숨은 병기를 동원하기 위한 연막작전일 수도 있기에 방심하지는 못하겠군요…-ㅅ-; 갑자기 날아오는 코멘트 테러의 압박…쿨럭~
‘나만의천사’님…흐흐흐…일반적인 짱돌 폭탄으로는 지하 1,000m벙커에 기스도 내지 못합니다…충격 대비용 완충장치라던가 방사능 오염에 대비한 장비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는 관계로…흐흐흐…그리고 ‘디나 하렘 편입당’의 정예부대인 ‘사시미 부대’의 침입에 대비하여 각종 ‘활어(活魚)’로 구성되어 있는 횟집도 여러군데에 조성해 놓고있지요…흐흐흐…그리고 점점 늘어나고 있는 세력으로 인한 방어력 강화는 아군의 승률을 점점 높이고 있다지요…흐흐흐…
‘toyr’님…음…아마도…제 짧은 소견으로는…‘toyr’님께서 400회 특집으로 폭참…이라던가 하는 이벤트를 기대하고 계시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군요…하지만 아쉬워서 어쩌지요? 작가넘이 개강하는 바람에…비축분의 제작이 지지부진한 관계로 인하여 ‘무리’이겠는데요…-ㅅ-; 작가넘이 올해 졸업반인 관계로 더더욱 무리…쿨럭~
‘흑호’님…음…그런 속담도 있었나요?…처음 듣는 것 같은 기분이…쿨럭~ 그건 그렇고…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많은 속담이군요…어찌 본다면 단순하게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범인보다 못하다’ 라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다르게(즉 약간 삐딱하게…) 해석해 보면…‘일반 서민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놀고 먹는 부자를 따라잡지 못한다’ 로 들린다는…쿨럭~ 너무 비약적인가요…쩝…역시 울나라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땅…아니면 Lotto밖에 없다는…쿨럭~
‘휴식시간’님…음…아직 시아가 새로운 타겟이라고는 말한 적이 없는데요…어쩌면 야이다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한 캐릭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어짜피 바르다이 쪽의 이야기에서는 보병들간의 전투도 심심치 않게 나올테고…야이다가 없으니 시아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음…그건 그렇다 치더라도…‘반사적으로’ 라…쿨럭~ 중증이시라고 밖에는…빨리 밖으로 나가셔서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시세요…그러면 조금 진정이 될지도…응? 오염된 공기를 들이 마시게 하여 ‘휴식시간’님을 보내려는 음모가 아니냐구요?…하하하~ 에이~ 설.마.요~ ^_^;;;;;;;;
‘절명’님…오타지적에 감사드립니다…어쩌다가 저런 초보적인 문맥상의 오류를 범하였군요…응? 초보작가이니 당연한 것이라고요? 아 네에….ㅠ_ㅠ…음…그런데…읽다보니 아이디가 참…‘절명’님의 아이디가 혹시 ‘絶命(목숨을 끊다…)’인가요…그렇다면 상당히 무서운 이미지…쿨럭~ ㅡ_ㅡ;;
‘파란강아지’님…예~ 잘 다녀 왔습니다…어제 집에 돌아오니 대충 12시더군요…씼지도 않고(윽~ 디러~) 그냥 디비 잤다는…쿨럭~ -ㅅ-; 쩝…장남인 관계로 제가 제사를 주관하니 저야 그렇다 치더라도…제 동생-작가넘-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찾아와야 하는데…쿨럭~ 고생이 많을 듯…^_^; 아~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캬하하하하핫~
‘soulschaos’님…오~ 동참해 주신다니 감개 무량하옵니다…헌데…디나와 그 친위대…라고요…-ㅁ-;; 음…당장은 아군이지만…잠재적인 적군으로 분류해야 하는게 아닐는지 모르겠군요…흠…당장 감시 병력을 풀어야지…혹시 스파일일지도 몰라…*_*)/
에…오늘은 상당히 빨리 올립니다…왜냐구요? 기냥요…텨텨텨~┌(^0^)┘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4월 30일 23시 20분 시아의 관사 밖에서는 어딘가로 이동중인 듯 한 바리스타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지표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침대위에서 솔티와 함께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아에게는 그런 것은 오히려 가벼운 흥분 같은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시아는 같이 지내면서 느끼게 된 솔티의 따뜻한 마음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그런 이해심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모처럼만에 괜찮은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것 같았기 때문에 시아는 솔티와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 위해 애썼다. 관계를 가지면서 시아는 솔티가 여타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피임에도 신경 써 주는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둘이 거의 한 시간 정도 침대에서 서로 몸을 섞은 후 완전히 녹초가 되며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바리스타들의 구동에 의한 지표의 움직임이 조금 크게 느껴졌다. 시아는 솔티가 35세에 중령이고 아직 미혼이라는 것에 마음이 끌린 것도 사실이었지만 솔티 자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시아는 그와 함께 침대위에 있는 시간이 즐겁게 느껴졌다.
시아는 솔티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 얹고 차츰 멀어지고 있는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바리스타가 차츰 멀어지자 허리를 일으켜 세우며 솔티에게 키스를 해 주고 그의 목이며 가슴에다가 차례대로 키스를 해 주었다.
“고마워.”
솔티는 시아의 부드러운 유방이 자신의 피부에 와 닿을 때의 느낌이 짜릿하다고 생각했다. 시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솔티의 옆에서 피곤하다면서 씽긋 웃었다. 그는 시아의 연한 금발 머리카락을 쓸어 만져 주면서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주었고 시아는 솔티에게 등을 보이며 자신이 편한대로 자세를 잡고는 그대로 잠을 청했다. 지겨운 생활을 계속하는 와중에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기 때문인지 마음이 무척이나 편안했고 즐거웠다.
5월 3일 목요일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는 솔티와 함께 밤을 보내면서 솔티가 안나펠의 바르디아 게릴라 토벌전 준비 때문에 꽤나 골치를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솔티는 4월 25일에 바르디아 게릴라들이 병력 수송중에 있던 에이센군 장갑차를 공격해 14명이 전사했다고 설명해 주면서 이 사실은 사령부에 의해 은폐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게릴라들의 공격을 간과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강습해병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가지로 힘들겠다.”
시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솔티의 일이 늘어나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 불만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시아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면서 시아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5월 10일 목요일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는 언제나처럼 자동 소총을 메고 시설 경비를 서고 있는 중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이것은 중대장으로서 임관하고 있는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힘들어 하거나 지쳐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일 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다만 중대 사무실에 출근해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퇴근하는 따분한 생활을 반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시아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중대원들을 돌아보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기지 외각의 경비 중대 소속의 보병 대원들은 매일 같이 보초선을 지키며 인적이 거의 없는 곳만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따분해 질 수 있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일과 시간이라고 해도 주변 청소와 보유하고 있는 중대의 치장물자 손질, 그리고 세탁물을 건조시키는 일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었다.
시아는 보초선의 순찰을 마치고 중대 사무실로 되돌아 왔다. 이곳이 안나펠 행성이 적의 공격이 거센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이 기지는 적의 공격을 한번도 받지 않았으니 기지 자체의 경비 상태는 상당히 헤이해진 상태에 있었다. 가끔 시아는 보초 근무를 서고 있는 중대원들이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수다를 떨고 있거나 야간에는 졸고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장교로서 시아도 이곳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병사들의 그런 태도를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엄격히 그런 상황들을 지적하고는 있었다.
전투가 없으니 중대장으로서 시아는 병사들의 근무 태도를 문제 삼거나 중대의 위생상태, 그리고 장비 점검 상태 같은 것을 지적하는 등, 별것 아닌 것으로 트집잡는 까다로운 중대장으로서의 역할 밖에는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런 일도 하지 않는 다면 중대의 규율이 완전히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시아는 자동 소총을 멘채로 밖으로 나왔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솔티와 저녁때 만나기를 약속하려 했지만 솔티는 오늘은 야근이 있는 날이니 안된다고 거절했다. 시아로서는 오늘의 야근이 그가 미리부터 말을 해 준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기억해 내면서 미안하다고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후······지루하다.’
그녀는 사관학교에서 교육받을 당시나 임관후 실시된 지휘관 교육 등에서 장교가 병사들에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것을 여러번에 걸쳐 교육을 받았다. 가끔씩 중대장 보충 교육 같은 것으로 짧게는 일주일이나 혹은 2주 정도를 보충 교육 받으러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 교관들은 장교들의 태도로서 병사들 앞에서 엄격해 질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었다. 또한 교관들은 병사들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했다. 시아가 처음 소대장으로 부임했을 때에도 자신의 직속 중대장은 시아에게 같은 말을 계속해서 주입시켰다. 그녀는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병사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했던 적들도 많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지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직속 중대장에게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아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이 계속 의문이었는데, 이런 시아의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강습해병대나 파일럿들과 사귀게 되면서 부터였다. 그들로부터 전투중 자신의 실수로 인해 소대원들을 죽게 한 일 같은 것을 들으며 그들이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것을 여러번 보아 왔었다. 그 덕분에 시아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에 자신도 중대원들과 전투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인간적으로 가까운 이들에게 죽으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 시아는 사관학교에서 늘상 강조 받았던 대로 장교의 태도를 신봉하게 되었다. 자신이 엄격하지 않는다면 병사들이 해이해 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5월 24일 에이센 베르베라의 황궁에서는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초대로 크라우프를 제외한 그의 애첩들이 모두 황실 가족의 만찬에 참석하게 되었다. 크라우프가 없어서 게르트 하우츠 황제는 자신의 두 황후와 딸인 디나와 수양딸인 카레나 스쿠비, 그리고 크라우프의 다섯 애첩까지 포함해서 무려 9명의 여성들에게 둘러 싸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자리는 카레나가 이번 6월 1일 부로 바르디아로 떠나게 되기 때문에 갖게 된 자리였다. 비록 크라우프는 없었지만 크라우프에게는 시간 같은 것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억지를 써서 그를 참석시키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다.
“언니가 바르디아로 간다니 참······안타까워.”
디나는 카레나와 게르트 하우츠 황제, 그리고 이들의 어머니인 두 황후처럼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존재였지만 카레나를 무척이나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카레나가 바르디아에 가게 된다는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있었다.
“언니가 한두 번 바르디아에 가 본 것도 아닌데 그렇게 서운해 하지 말라고.”
카레나는 채근거리는 디나를 다독여 주었다. 사실 보드가 그렇게 된 이후 디나는 자신이 어릴적부터 많이 따랐던 카레나가 멀리 떠난다는 것에 많이 기분이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카레나는 금방 다녀올 것이라면서 디나의 그런 서운해 하는 마음을 달래 주었다.
크라우프가 없으니 그의 애첩들은 저녁 식사 후 황궁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황후가 같이 이야기를 하자면서 이들을 붙잡아 둔 것이다.
황후들도 20년 전쟁에 참가한 전쟁 영웅들로서 기자란은 소령이었고 기엽란은 소장으로 까지 승진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군인 출신들인 크라우프의 애첩들과 서로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대화가 쉽게 잘 풀려 나갔다.
기자란과 기엽란 모두 파일럿을 했었는데 기자란은 소령으로 승진했을 때 전상을 입어 게르트에 의해서 강제 전역해 버렸고, 기엽란은 중령까지 바리스타를 타다가 대령으로 승진하면서 참모 교육을 이수하고 함대 참모로 보직을 바꿔 버렸다. 그리고 종전때 까지 함대 참모로서 재직하고 있다가 소장으로 승진한 뒤 전역했다.
두 황후는 20년 전쟁 기간 동안 바르디아군과 싸웠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다이레아와 아세라, 그리고 에이린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참가한 전쟁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시에나와 티아라는 은근히 웃음을 짓고만 있을 뿐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카레나 스쿠비도 에이센에서 유명한 군인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이들처럼 파일럿을 하거나 역전의 전투장에 참가한 경력이 없는 디나는 씽긋 웃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모처럼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들이 계속되고 있었고, 크라우프의 애첩들은 황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새벽이 되자 디나 황녀는 내일 학교에 가봐야 한다면서 일찍 자신의 방에 들어가 버렸고 황후들도 황제와 잠자리를 함께 하기 위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크라우프의 애첩들에게도 쉴 수 있는 방이 하나씩 주어졌다. 모두들 피곤했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티아라는 쉽게 잠을 잘 수 없어서 밖에 나와 있었다.
달빛과 함께 차가운 새벽의 공기와 함께 화사하게 가꾸어진 정원을 가로지르는 회랑을 따라 걷고 있던 티아라는 쌀쌀한 새벽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씁쓸한 기분을 달래고 있었다. 자신이 어쩌다가 이렇게 에이센의 황궁 정원을 거닐게 되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황실 가족들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의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을 이렇게 받아 들여 준 것이다.
‘빌어먹을······’
티아라는 자신이 거닐고 있는 황궁의 정원이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파츠 베이스인으로서 교육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볼 때 에이센 황실의 이런 호화로운 궁전들은 모두 에이센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 지어낸 것이었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단 몇 사람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티아라는 자신의 힘으로 이런 에이센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자 짧게 한숨을 내쉬고만 있었다.
“달빛은 참 왜 이렇게도 밝은지······”
티아라는 전에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의 모크엔 행성에서 아사야 트리멜 대위와 함께 달빛이 이렇게 밝은 농장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트리멜 대위가 죽지 않았다면 자신은 티아라가 아닌 엘레비아로서 그와 결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어딘지 모르게 우스워져 버린 자신의 처지 때문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리게 되었다. 지금 크라우프와 함께 지낸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그가 원할 때 봉사해 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크라우프는 티아라가 어떻게 지내든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크라우프이외의 남자를 상대 할 수는 없기는 하지만 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티아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결혼이라는 관계가 쌍방에 대한 혼외정사를 허락하고 있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던 그녀로서는 지금 크라우프의 애첩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이제 크라우프 이외의 남자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문득 트리멜 대위 같은 사람들이 생각이 나는 것을 억누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였다면 적어도 이렇게 쓸쓸해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다이레아와 에이린과 시에나, 그리고 아세라 같은 여자들은 크라우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들을 얽매이게 만들어 버린 사람이지만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그와 함께 무엇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티아라는 그녀들이 크라우프와 만나게 되고 그들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한 후에 크라우프에게 빠져 들었다고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는 최소한 인간적인 관계는 맺고 난 후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지만 티아라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자신과 육체적인 관계를 갖고서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그렇게 억지로 끌려온 입장에서 크라우프를 계속해서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일지 그를 받아들인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크게 후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