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66
하지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마을 창고에 묵고 있는 세 사람의 부상자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기는 하지만 촌장을 비롯해서 마을의 아낙들이 돌아가면서 돌봐주고 있으니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고 있어?”
그때 안쪽에서 라터가 레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레나는 슬쩍 뒤돌아보면서 라터 쪽으로 돌아섰다. 그런 뒤 씽긋 웃으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쓸데없는 것은 잊어버리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불안한 곳이기는 해도 그래도 에인샤도 있고 자신고 결혼도 하게 될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길리엄 메즈 중위는 자동 소총을 들고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병사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흙벽돌로 지어 만든 집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낡고 허름해 보였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상당히 시원하기는 했다. 이에 몇 채의 집을 징발하여 주둔지로 삼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커다란 텐트를 짓고 그곳에 병력을 수용하고 있었다.
마을 중앙에서 샘솟고 있는 오아시스에서 물을 길어가고 있는 아낙들의 모습이 보였다. 장갑차 사이로 근처에 서 있는 에이센 병사들을 살짝 살피며 걷고 있는 부녀자들 중에서는 젊은 처녀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총을 가진 병사들이 서 있었다. 사실 이런 식의 강제 점령 비슷한 성격의 상황에서는 많은 분쟁들이 발생할 수 있었다. 특히 부녀자들에 대한 강간 사고는 꽤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현지인들에 대한 폭행 사고는 간혹 발생해도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강간 사고 같은 것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비케르트 소령의 휘하에 있는 대대 구성원 1,500여 명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800명 이상으로 오히려 남성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이 반수가 넘으니 부녀가 강간 같은 일은 쉽게 벌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강제적으로 현지 부녀자를 강간하다면 자칫 동료들에게 매도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병 부대에서 여병사의 비율이 높은 것은 비단 비케르트 소령의 대대뿐만이 아니었다. 이는 일반적인 보병 부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편제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병들은 함대 수병들 보다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남녀 공통 병역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에이센은 여성이라도 남성과 동등한 병역 의무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 조건이 어떻게 하든 일단은 군대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함대 수병이 되기에는 부족한 병력 재원들이 많았고 이들 대부분을 보병 부대가 흡수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보병부대 병사들 중에서는 신체검사 부적격자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들에서 보병 부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서 전투력이 현저하게 낮게 평가되고 있었고 대체적으로 공격 행동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거점 확보와 방어, 치안 유지 같은 임무에 투입되고 있었다.
그리고 별다른 중요성이 없는 병과이다 보니 보병 부대 장교들은 진급이 늦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유에서 메즈 중위도 아직까지 중위 계급에 머물러 있는 것이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전투 공적을 세울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메즈 중위는 몇 번의 게릴라들에 의한 공격 행위를 방어해 낸 공적으로 이제 대위로 승진하게 될 예정이었고 지난 달 30일에 있었던 전투에서 살아남은 것 때문에 잘 하면 무공 훈장을 수여 받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메즈 중위는 신경질 적으로 헬멧을 벗고 머리에 감고 있던 휴대용 통신기를 벗어 목에다가 걸쳤다. 그런 뒤 중앙 광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대대 지휘본부로 찾아 들어갔다. 이것은 현지 주민의 상점을 통째로 차지한 것이었다. 전후 사정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현지 주민의 상점을 차지해 버린 것이니 메즈 중위는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게다가 병사들을 더위 속에 팽겨쳐 두고 장교들만 시원한 곳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그는 대대장인 비케르트 소령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살짝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케르트 소령은 참모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가 메즈 중위가 먼지를 뒤집어 쓴채로 들어온 후 경례를 올리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뒤 참모들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린 후 메즈 중위의 보고를 받았다.
대대장에게 정기 보고를 올리고 난 메즈 중위는 다시 자신이 지휘하는 중대의 거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을 외각에 장갑차들이 군데군데 위장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메즈 중위의 중대가 기관총 진지와 거점들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료수가 풍부한 곳이라서 건조하지만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메즈 중위는 주둔 하고 있는 중대원들을 한 번 돌아 본 후 마을 밖에 구축한 진지에 들어가 앉았다. 무척이나 날씨도 덥고 건조하고 먼지 많은 곳이니 짜증스러움이 먼저 일어났다. 하지만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불평불만을 모두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다만 자동 소총을 내걸고 자리에 앉아 다음 명령을 기다릴 뿐이었다.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메즈 중위는 2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판 중대원들의 참호와 마을 외각에 거점을 구축해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자신의 중대 소속 2개 소대를 돌아보며 병사들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병사들 대부분 샤워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식사와 음료수는 정기적으로 공급되고 있지만 먼지가 많은 곳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니 샤워를 하고 싶은 생각 밖에는 없다고 투덜거렸다.
“하핫! 그래 이제 조금 만 더 지내라. 그러면 아주 따뜻한 물로 시원하게 몸을 씻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직은 모든 것이 완전하게 자리 잡지 않았으니 그런 것이라고 병사들을 다독여 주는 메즈 중위였다. 이렇게 병사들을 돌봐 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에는 어느새 밤은 깊어 있었다. 자동 소총을 손이 닿을 곳에다 내려놓은 그는 조용히 자신의 침낭에 들어가 몸을 뉘였다. 그에게 배정된 숙소는 딱 메즈 중위 자신이 들어가 잠을 잘 정도의 크기였다. 그는 이곳에 들어가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누워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무덤에 누워 있는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 잡혔다.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덤 속에 있는 듯 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하지만 이내 그런 불길한 생각을 접고는 자신의 눈에 비추어 지는 마치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의 모습을 황홀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는 저런 광경을 보는 것이 지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것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내 부정해 버렸다. 내일도 그렇고 모레도 그렇고 아니 자신이 베르베라로 돌아가서도 밤하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되새기고 있었다.
다음날 비케르트 소령에게 정기 보고를 하러 가고 있던 메즈 중위는 차츰 병사들이 경계심을 풀어 버리고 있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그늘에서 퍼져 있는 것을 보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바르디아인 주민들도 에이센인들이 무기를 압수하고 몇 가지 저항한 사람을 체포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약탈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은근하게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특히 마을 중앙의 오아시스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하게 물을 길어가고 있었다. 대대 지휘본부를 가기 위해서는 가로질러야 하는 마을 중앙의 오아시스에서는 물을 통에다가 퍼담고 있는 에이센 취사병과 바르디아인 아낙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차량의 옆에서는 발가벗은 채로의 남녀가 타월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지 몰라 그쪽을 바라보니 드럼통 2개에 오아시스에서 길어온 물을 담고 샤워를 시켜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트럭 위에 서서 물을 끼얹어 주고 있었고 몇 몇 사람들이 계속해서 물을 퍼나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메즈 중위는 곧 자신의 중대도 샤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주변 바르디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 느꼈다. 생명수나 다름없는 소중한 물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대대 지휘본부에 들어가 비케르트 소령에게 정기 보고를 했다.
소령은 별다른 변동 사항은 없고 병사들이 샤워를 원한다는 메즈 중위를 보고를 받고는 점심 식사 후 3교대로 나누어 병사들에게 샤워를 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메즈 중위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안정이 잡혀 간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오후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 보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약속대로 메즈 중위의 중대도 대충 먼지는 씻어낼 수 있었다. 대대에서 오후에는 급수차를 동원해서 병사들을의 샤워를 지원한 것이었다. 오래도 아닌 간단한 샤워 였지만 그래도 샤워가 간절했던 병사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메즈 중위는 기뻐하는 병사들을 보고 대대장인 비케르트 소령의 작은 술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그런 작은 술수 때문에 오후 내내 그늘에서 퍼져 있던 병사들이 활기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중대원들에게 샤워를 지시하고 있던 메즈 중위도 병사들 틈에서 샤워를 마치고 군복을 찾아 입고 군장을 꾸렸다. 그의 주변으로 젊은 남녀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고 있었다. 모두들 기다리던 대로 샤워를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고 고이 아껴둔 속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중대원들이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며 메즈 중위는 자신의 턱을 한 번 쓸어 만지면서 면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르디아인 아이들이 위층에 올라 낄낄 거리면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바르디아인 아낙들이 그 아이들을 호통치면서 데리고 가는 것이 보였고 메즈 중위는 작게 웃으면서 주머니를 뒤적여 면도기구를 찾았다.
어느덧 이 마을 생활도 익숙해 져 가고 있을 때였다. 길리엄 메즈 중위는 병사들이 보다 말끔하게 변한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병사들 대부분이 마을에 흩어져 그늘을 찾아 늘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차로 마다 초병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사들은 집집의 그늘마다 퍼질러 있는 모습들은 여전했다.
중위는 다시 정기 보고를 마치고 자신의 중대 거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중대 소속의 몇 몇 병사들이 물을 떠오기 위해서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메즈 중위가 거점으로 복귀해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그의 통신기가 작동했다. 이것은 적의 움직임을 감제하기 위해서 마을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 있도록 한 견시 초소 근무병들로 부터의 보고였다. 소초 근무 조장으로 나가 있는 하사는 다소 당황한 목소리로 메즈 중위에게 지시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대장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금 대로를 따라서 4명, 아니 5명 정도의 사람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갑작스러운 보고를 받고 메즈 중위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그들이 무기를 가졌냐고 물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거리가 있어서 자세히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사는 그들이 망토와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보고를 하면서 다시 한 번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메즈 중위는 그대로 통과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견시 초소 근무병들로서는 적을 모두 상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고 마을 외각에 이미 방어 거점들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4, 5명을 사로잡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메즈 중위는 즉시 중대원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는 이 사실을 대대 지휘부에 보고했다.
레나와 보디세아는 라터와 나림, 그리고 한 사람의 마을 아저씨와 함께 물건들을 사러 큰 마을로 꼬박 하루를 걸어 왔다. 도중에 도적떼의 습격을 받을 것을 예상해서 권총과 자동 소총으로 무장을 차리고 온 뒤였다. 많이 피곤하고 잔뜩 경계를 하고 왔지만 다행히도 도적떼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일단 마을에서 필요한 소금하고 결혼식에 쓸 옷가지, 그리고 음식을 살 생각이었다. 그것의 대금으로는 마을에 있는 작은 제분기에서 간단히 가공한 밀가루와 마을 주변 광산에서 나온 질이 낮은 암염으로 정제한 소금 자루를 가지고 왔다. 레나는 마을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마을 뒤쪽 산에서 암염이 나온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 본격적인 인력과 장비가 없어 암염 광산을 개발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물물 교환의 화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암염 광산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서 많은 이득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지만 마을 사람들 전부가 암염 광산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다른 곳에서 힘겨운 노동자일을 겪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암염이 난다는 것이 알려지만 자신들이 그곳에서 쫓겨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암염 광산이 있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암염을 잘게 빻아서 그것을 물에 녹인 뒤 다시 정제하는 과정으로 소금을 만들어 큰 마을로 가져와 필요한 것과 바꿔 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레나로서는 모순된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이 이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레나 자신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나중 일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레나는 지금 자신과 보디세아의 결혼 준비를 서둘러야 겠다는 생각으로 들뜬 마음과 함께 큰 마을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큰 마을에 들어서려고 하면서 무엇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레나가 무엇인가 기분이 이상하다고 라터에게 말을 꺼내려 했을 때 이들 주변으로는 이미 자동 소총을 든 군인 수십 명이 둘러싸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레나와 보디세아를 비롯한 모두들 순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자동 소총을 손에 든 군인들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소리로 이들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들의 앞쪽에서 에인샤 또래의 한 젊은 여성이 자동 소총을 들고 눈을 크게 뜨면서 어린애 수준의 바르디아어로 손들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라터와 나림, 그리고 마을의 아저씨는 당황한 나머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동 소총에 손이 갔다. 그것을 발견한 한 병사가 허공에다가 총을 발사했다. 그것은 경고 사격이었다. 자신들이 총을 쏠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세 사람의 남자는 모두 양팔을 머리위로 들었다. 그리고 레나와 보디세아도 서서히 손을 머리위로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레나와 보디세아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 대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순간 에이센군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레나와 보디세아는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으면서 등골이 오싹해 지고 온몸의 털끝이 올올이 서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도 에이센군을 여러 번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군은 여자가 군인이 되는지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군인들의 반수가 여자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들은 자동 소총을 들이 댄 채로 모두의 몸을 뒤쳐 총기를 회수했다.
레나와 보디세아도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빼앗겼다. 이들은 무기를 발견하자 더욱 흥분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거칠게 이들이 입고 있던 망토를 벗겨 내고 자신들이 가지고온 밀가루 자루를 바닥에 쏟고 소금 자루를 뒤엎어 버렸다. 이것을 보고 라터와 나림이 항의하려 했지만 곧바로 머리통에 총구가 들이대 지니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도 얌전해 지고 있었다. 자칫했다가는 자동 소총에 머리통이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에 황금색 머리칼을 가진 검은 피부의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나타났다. 그는 자동 소총을 허리에 멘 채로 손에 무엇에 쓰이는지 모를 기계를 가지고 이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밀가루 자루와 소금 자루가 뒤엎어 진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다른 에이센군인들에게 무엇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자 황급히 다른 군인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네모난 기계에 대고 무엇인가 에이센어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무엇인가 기계를 조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기계에서 듣기 싫은 기계음이 잔뜩 섞여 있는 바르디아어가 튀어 나왔다. 기계를 통해 튀어나온 말은 아주 간단한 것으로서 레나 일행의 정체와 목적을 묻는 것이었다. 레나는 자그마한 기계를 통해서 바르디아어를 들을 수 있게 되자 당혹스러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상태에서 대답을 잘못한다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해서 말을 꺼냈다.
자신들은 산골 마을에서 밀가루와 소금을 의복과 식량으로 바꾸러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던 대장으로 보이는 검은 피부의 에이센 군인은 레나들이 무기를 왜 소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물었고 레나는 이곳은 도적떼가 들끓는 곳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하다고 강변했다. 그녀의 말이 기계를 통해 에이센어로 번역되었고, 에이센군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검은 피부의 남자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사들이 쏟아 버린 밀가루와 소금은 자신들이 변상해 주겠다고 밝히며 무기는 자신들이 압수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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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드뎌‘승’에 접어 들었습니다…하지만…앞으로의 전개야…너무 뻔~~하니…쩝…
음…레나들이 있는 곳은…사막이라 하기엔 좀 거시기하고요…음…아프간과 비슷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상당히 척박한 곳이지요…
에…그리고 조그마한 마을에 무슨 제분기냐…고 하실지 몰라 변명을…폭풍이 불면 상당기간을 고림된 생활을 하게되니…자급자족적인 생활을 위해서 제분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쩝…말이 안되나? 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1…
‘판타로드’님…1타를 축하드립니다…커흠흠~…잘못 들으신 겁니다…설마 제가 만인의 연인인 디나를 노리겠습니까? 안 그래요? 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세요…사심이 하나도 없는 맑은 어린아이 같지요? 그쵸? 절대로 잘못 들으신 겁니다…흐흐흐…글고 레나와 보디세아는 어찌 될는지 모릅니다…
‘흑호’님…허허허…10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아무리 가상의 캐릭이라지만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고…하겠습니까? 오히려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서 씁쓸하지요…그리고…‘S’라니요…작가넘은 확실히 ‘정상’입니다…저도 물.론.!!! 정상이구요…음…최근에는 채찍 보다는 관장이…헛~ 내가 무슨 소리를….쿨럭~ -ㅅ-;;;
‘yaiddasya’님…으음…확실히 ‘디나 하렘 편입당’의 저력은 무섭군요…순위권을 사그리 쓸어 버리셨으니…^_^; 음…그나저나 오늘도 집안일을 하셨다구요…다른 것은 모르겠지만…주부 습진에는 조심하시길…쿨럭~ 살갗이 벗겨질 때의 그 당황함이란…쿨럭~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ㅅ-;
‘horizon’님…애니멀 테이머…예전에 올라왔던 소설이더군요…그때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작가님이 상당기간 연중을 하셔서 접었더라는…어제 다시 읽어 보니 진도는 그리 많이 나가지 않으셨더군요…^_^; 그래도 장래가 기대 되는 작품이더군요…아무튼 좋은 작품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도 종종 부탁할께요~ ^_^;
‘toyr’님…그럭저럭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조금 더 긴박하게 묘사할 수도 있었으나…귀차니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여…퍽~!…윽…레나랑 보디세아가 몇 편 내로 편입되는지 맞추면 정말로 교정권을 넘겨도 되나요? 가져가 주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작가넘의 속터지는 묘사에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 탈모증에라도 걸리시면 우잘라고 그러시는 지…음…언젠가 한번 미 수정판을 올린 후 반응을 함 볼까나…쿨럭~ 그게 그거라고 말씀하시면 낭패…ㅡ_ㅡ; 음..그런데 크라우프의 주변 야그에 식상하신 듯 하군요…그럼 과감히 다 짤라 버리고 스토리만 진행해도 될런지요…감초가 빠지면 쓰기만 할 텐데…쿨럭~
‘테르미도르’님…계륵…닭갈비…맛있는데…쩝…근데 고기집에서 파는 닭갈비가 새고기가 아니라며?…수군수군…음…그러고 보니…왜 닭갈비라 칭했을 까요? 쿨럭~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새박사님께 물어 봐야 하나…( ‘.’)>
‘휴식시간’님…물론 먹을 수야 있습니다만…양이…쿨럭~ 배가 차지 않으니 문제지요…그리고 먹었다고 해서 다른 것 찾지 말라는 법도 없구요…그러니 입맛만 버리는 계륵은 그냥 버리는 것이…물론 그냥 버리기는 조금 아깝지만…괜히 먹었다가 목에 뼈가 걸리는 것 보다는 낫지요…안그래요?
‘파란만장’님…에…확실히 시에나는 크라우프의 첩이 아니지요…하지만 그것은 게르트 황제와 기엽란, 기자란 황후 자매가 정한 것일 뿐…크라우프가 첩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땡이라는…물론 당장에야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니 그냥 있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자신의 발언권이 쎄지면 첩(후궁)으로 받아들이겠지요…아니면 간단하게…임신을 시키던가…황태자의 아를 밴 여자를 누가 후궁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피르다룬’님…응? 계륵을 드셔본 적이 없다구요? 이상하네…혹시 이제것 후라이드 또는 양념 치킨을 한번도 드셔보지 않았다는 말씀? 튀김옷을 한겨풀 벗기면 드러나는 그 아름다운 갈비뼈의 압박을 못 느끼셨다는 말씀입니까…쿨럭~ -ㅁ-; 으음…아니면 조류독감 때문일지도…쿨럭~
‘soulschaos’님…음…시아의 경우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본격적인 활동을 하구요…메즈 중위는 지금 활동에 들어갔습니다…그나저나 그들이 활동하기를 기대하는 분도 계시다니 의외로군요…작가랑 저랑은 쓰면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두려워 했다는…쿨럭~ 아무튼 그 둘은 중요하다면 중요한 역할이니…
‘다크크라이드’님…디네스랑의 H신이라…음…그러고 보니 요즘 안들리시는 듯 한 ‘제스’님께서 디네스의 하렘 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신 적이 있지요…하지만…쿨럭~ 예정되어 있는 것을 바꿀수는 없는 법…언젠가는 들어갈 테니 기다려 주세요…글고 새내기 미녀 하사라…-ㅅ-; 으으음…‘지금은 스토리 전개가 우선이다’…작가넘의 말이었습니다….
‘무적동방불패’님…허허허…야설작가로 활동하려면…등장하는 각종 체위…에 대한 실전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쿨럭~ 저는 간접 경험밖에는 없으니…쿨럭~ 낭패…그리고 아바타가 저모양인 것은…별 것 아닙니다…저 표정의 주인공인 키무라 선생(출연작 : 아즈망가 대왕)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지요…왜 마음에 들었는지 이유는 묻지 마시길…(차마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라서…라곤 말 못해!) 음…그리고 서울랜드에서 알바를 하신다고요? 수고하십니다 그려…허허허…그런데 문제는 제가 어디 놀러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계로 놀이기구 같은 것을 전~혀 타지 못하니 문제지요…그리고 문제는…사는 곳이 충남이다 보니 서울랜드(아마 과천이었죠?)에 갈 일이 없다는…쿨럭~그저 열심히 일 하시길 빌어드릴 수 밖에 없군요…^_^;;;
‘검은묵시록’님…기렌의 야망…쿨럭~ 하고는 싶으나…돈이 없어서 소프트를 구입하지 못한다는…ㅡ_ㅡ; 쩝…5월까지 돈이나 열심히 모아서 슈로대 MX나 구입해야 겠습니다…예상 가격이 9만원인가 였지요…쿨럭~ 음…요즘에는 PC로 삼국지 9를 다시 하고 있다지요…최대한 통일을 미룬 채 시간을 끌고 있다는…출연하는 장군들을 다 보려는 욕심 때문이지요…쿨럭~ 190년 시나리오로 시작해 현재 225년…쿨럭~ 아직도 멀었다는…글고요…저들이 1타 놀이에 빠져 있는 동안 세력 확장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믿습니다~ ^0^)/~
에…그나저나 ‘제스’님께서 얼마전에 있었던 엘레비아양의 H신 때문에 충격을 받고 글을 읽는 것을 그만두신 듯 하네요…물론 순전히 제 짐작이기는 합니다만…ㅡ_ㅡ;
…오랜기간 읽어 주시고…매번 오타도 지적해 주시곤 하셨는데…ㅠ_ㅠ…크윽…
…제가 슬퍼하는 이유는…이 소설을 읽어 주시는 여러 독자님들 중에서 ‘여성’ 독자님이라 밝혀 주신 분은 ‘제스’님께서 유일하셨기 때문에…크흐흑~
…이 소설이 점점 늑대들의 소굴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던 아뒤쥔장의 푸념이지요…
…‘제스’님…컴배에엑~~…ㅠ0ㅠ)/~ 알라뷰~ (←의미불명…)
…고민끝에 변경치 않기로 한 소제목…<(-_ㅡ*
레나 일행이 겨우 마을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곳의 분위기가 전과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을 안에 완전 무장을 갖춘 군인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같은 모양의 얼룩덜룩한 군복을 갖춰 입고 자동 소총과 기관총을 가지고 개개인 마다 헬멧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때 완전한 정규군 병사들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레나는 자신들을 검문했던 에이센 군인들의 대장이 앞장서서 자신들과 함께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에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 대장은 바르디아어가 나오는 기계를 조작하면서 자신들에게 부하들이 망가뜨린 밀가루와 소금을 변상해 주겠노라고 밝히며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을 따라 오도록 요구했다.
이윽고 트럭이 잔득 늘어서 있는 곳에 도착한 그 에이센군인은 몇몇 군인이 짐을 내리고 잇는 어느 커다란 트럭 앞에서 그곳을 지키고 있던 다른 에이센 군인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레나는 에이센어를 모르기 때문에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두려웠지만 내심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잠시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이센 대장의 말을 이해한 다른 에이센 군인은 무엇인가 종이을 내밀더니 트럭을 열었다. 그런 뒤 그 안에서 밀가루 2포대와 소금이 가득 담긴 2자루를 꺼냈다. 에이센 대장은 감사하다는 듯 그 에이센 군인에게 웃는 얼굴로 무엇인가 말을 한 뒤 레나 일행에게 밀가루와 소금 자루를 내밀어 가져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뒤 바르디아어가 나오는 기계를 향해서 열심히 말을 했다. 그가 내민 기계에서는 여전히 듣기 거북한 목소리로 자신들은 이제 가도 좋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그제서야 나림과 라터, 그리고 마을의 아저씨가 재빨리 밀가루 자루와 소금 자루를 집어 들었고 레나와 보디세아도 이들과 함께 마을 안쪽으로 걸어 나오게 되었다.
“빌어먹을 왜? 갑자기 이런 에이센 군인들이 온거지?”
나림과 라터 두 사람 모두 에이센 군인들이 마을에 가득 들어 있자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보디세아는 자신의 가족들이 에이센인들에게 몰살당했었기 때문에 에이센인들을 보는 눈이 곱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디세아는 에이센 인들을 공격할 의향은 없었다. 자칫 하다가는 족히 수천명은 되어 보이는 에이센 병사들 모두를 상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은근하게 소금과 밀가루를 고기와 옷가지로 바꾸려던 본래의 계획대로 마을의 상점으로 찾아 들던 일행은 길거리 옆에서 에이센 군인들이 죽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거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레나로서는 다소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에이센 병사들의 반수 이상이 자신이나 에인샤 또래의 여자애들 이라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보통 군인이라고 한다면 건장하고 근엄하고 두려운 존재들일 것이지만 이들은 대부분이 마른 체격이거나 아니면 너무 뚱뚱뚱거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뿐이었다.
“무슨 군인들이 이렇게 여자가 많냐?”
마을의 아저씨는 은근히 투덜거리고 있었다. 바르디아인들의 오래된 상식으로 여자를 전쟁에 내보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자가 군인이 된다거나 기사가 된다고 하는 것은 많은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일이기는 했다. 그 아저씨는 과거 바르디아 군인이었다고 하면서 여자가 군인이 된 경우는 귀족의 자제들이나 그렇지 않으면 매우 뛰어난 기사들 이외에는 없었다면서 그런데 에이센 병사들의 반수는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작은 목소리로 설명을 곁들였다. 물론 크게 말을 한다고 해도 저들이 알아들을 리 없었지만 집중되는 시선이 부담되는 것 같았다. 과거 군인이었기 때문에 그 아저씨는 여자들이 많고 어딘지 경계심이 풀어져 버린 것 같은 모양으로 퍼져 있는 에이센군을 경멸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과거 자신들이 저렇게 구성된 자들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았다. 레나는 슬쩍 웃음을 지은 채로 그 아저씨의 투덜거림을 듣고 있었다. 이것은 보디세아와 함께 여행하면서 은근하게 터득한 바르디아인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이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자리 잡게 된 레나도 에이센 군인들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일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재빨리 밀가루와 소금을 옷가지와 음식들로 교환해 마을로 돌아가는 일이 급하게 느껴졌다.
에인샤는 남편 마두리 케나프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임신한 에인샤는 이제 곧 출산일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배가 몰라보게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혹시 쌍둥이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해주고 있었다.
에인샤는 케나프에게 아들을 원하나 딸을 원하나 하고 물어 보았다. 이런 질문을 받은 케나프는 히죽 웃으면서 아들이들 딸이든 좋다고 대답하며 에인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었다. 케나프는 에인샤가 불편한 몸으로 점심 식사를 준비해 준 것을 맛있게 먹었고 감사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 에인샤로서는 이런 식의 사소한 케나프의 감사 표시가 큰 힘이 되었다. 이것으로 자신이 살아 있는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곤 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에인샤는 우주를 떠돌면서 온갖 경험을 해 보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이때까지의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행복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케나프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일을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밖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에인샤는 설거지를 하려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밖을 돌아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케나프는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서서 출입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케나프가 거의 출입문 쪽에 다가 섰을 때 순간 문이 비정상적으로 안쪽으로 열렸다. 이것은 누군가 밖에서 억지로 안으로 열고 들어오려 하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순간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던 케나프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 안고 몸을 거꾸러뜨렸다.
에인샤가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녀의 앞쪽으로는 자동 소총을 든 수많은 군인들이 들어와 있었다. 안에 들어온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천장에다가 자동 소총을 발사했다. 엄청난 총소리에 에인샤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군인들은 처음 듣는 말로 떠들면서 거칠게 집안 살림들을 뒤집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 뒤 케나프가 집에 보관하고 있던 자동 소총과 권총을 발견하고는 무엇인가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그 총을 꺼내가고 있었다. 케나프가 이마에 피를 잔뜩 흘리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군인들 중 하나가 케나프의 어께를 군화발로 짓밟으면서 그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었다. 에인샤는 그 순간 케나프를 잃게 되는 줄 알았다. 본능적으로 케나프를 향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달려가려 했지만 에인샤는 자신의 머리통에 겨누어진 자동 소총의 총구 때문에 몸이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
집안으로 들어온 에이센 병사들에 의해서 밖으로 끌어내진 에인샤와 케나프는 마을의 중앙에 다른 집안에 있는 사람들도 끌어내져 있고 집집마다 보관하고 있던 무기들이 마을 한 가운데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아 놓은 뒤 집집마다 거친 동작으로 가재도구를 뒤집어 놓고 무기들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인샤는 자신의 머릿수건으로 남편의 이마에 난 피를 닦아 주고 상처를 처매 주며 불안한 표정으로 군인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들은 무엇인가 자신들끼리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이 난 것인 군인들이 비슷한 소리를 지르면서 마을 중앙에 모여든 주민들 주변으로 몰려들어 있었다. 모두 자동 소총을 마을 주민들에게 겨누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군인들이 자신들을 이대로 총살해 버릴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었다. 에인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군인들의 기세가 워낙 험했기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바로 그때 같이 끌려나와 있던 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화를 청했다. 촌장으로서는 군인들의 이런 횡포를 그대로 보아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촌장이 일어서서 크게 소리를 지르니 군인 들 중 한 사람이 자동 소총을 겨누면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바르디아어로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꼬······꼼짝 마. 손들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상대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촌장은 다시금 서서히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이들 앞으로 한 사람의 건장한 체구의 여성이 다가왔다. 체격이 컸기 때문에 처음에는 남자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여성이었다. 그 여성이 모두의 대장쯤으로 보였다. 무엇인가 손에 네모난 기계 장치를 들고 있었는데 그 장치에다가 열심히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그 기계를 조작하니 그 기계를 통해서 기계적인 음성이 섞인 바르디어가 흘러 나왔다.
[우리들은 에이센 군인들이다. 너희들을 해치러 온 것이 아니다. 너희들이 소지하고 있는 무기들을 모두 압수하고······이 마을에서 에이센에게 적대하는 행위자들을 색출하러 왔다.]기계음이 모두 끝이 날 때까지 그 대장으로 보이는 여성은 그 기계를 들고 서 있었다. 에인샤는 촌장이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일어서서 말을 시작하자 그 기계 장치에다가 대고 말을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에이센 군인 대장이라는 여성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에인샤는 얼마 전에 들어온 그 부상이 심했던 사람들이 생각 나 지금 이 자리에 그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그들은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알아서 잘 숨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당장 자신들의 눈앞에서 촌장과 에이센 군인 대장과의 네모난 기계 장치를 두고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촌장이 열심히 그 기계 장치를 통해서 말을 하고 잠시 뒤 에이센 군인 대장이 기계를 조작하니 그것이 다시 기계적인 음성으로 에이센어로 번역되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의 기계를 보게 된 에인샤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어버리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에이센 군인 대장이 들고 있는 네모난 기계 장치에 시선이 쏠렸다.
에이센 군인 대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숨겨둔 무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어찌 된 상황이든 바르디아인들인 자신들에게 무기 소지는 금지 되었다고 하면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처벌된다고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다.
이런 에이센 군인 대장을 향해 촌장은 이곳은 거친 곳이니 총과 같은 무기가 없으면 도적떼들에게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을 받는다고 설명을 하며 총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가피성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러자 에이센 군인들은 이런 촌장의 말 따위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무기를 압수하겠음을 선언해 버렸다. 이어지듯 에이센 군인 대장의 질문이 있었다. 그 여자는 에이센군에게 적대했던 도적떼들이 이 근처로 달아났다고 하면서 이들을 보았냐고 물어 왔다. 촌장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보았다고 대답했다.
에이센군 대장이 경유를 물었고 촌장은 몇 일 전 마을에 들어와 식량을 뺏어 갔다고 재치있게 대답을 해 주었다. 도적떼들이고 무장도 무슨 대전차 뭐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들로서는 상대할 수 없었다고 앞뒤가 맞는 말로 에이센군 대장을 설득시키고 있었다.
에인샤는 촌장이 꽤 능란하게 모든 것에 대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혹시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촌장이 그들이 남기고 간 부상자들을 숨겨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 군인 대장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일련의 소동이 지나가 버리고 좋은 식으로 결말이 내려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 같았다.
에이센 군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들을 자신들이 모두 회수하겠다고 밝힌 후 마을 사람들에게 숨겨 놓은 무기 같은 것이 있으면 내놓으라는 말을 했다. 이에 촌장이 무엇이라고 말을 하려 했을 때였다. 그 순간 에인샤는 무엇인가 작게 터지는 듯한 소리를 연속해서 들을 수 있었다.
“씨웅~ 퍽! 팍!”
에인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촌장과 에이센 군인 대장이 동시에 목에서 피를 내뿜으며 그 자세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어서 에인샤로서는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몰랐다. 에이센 군인 대장이 마치 조각상이 깨어지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고 주변에 자동 소총을 들고 있던 에이센 병사들이 깜짝 놀라 구석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다시 한 명의 에이센 병사가 목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어디에선가 총소리도 들리지 않고 사람을 세게 쳤을 때 나는 소리 와 같이 작게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에이센 병사들이 픽픽 쓰러져 버렸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몇몇 아낙들이 찟어지듯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에인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도 당황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때 에이센 병사들 중 한 사람이 마을 뒤쪽을 가리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것을 보고 있던 에이센 병사들이 일제히 자동 소총을 들고 쏘아대기 시작했다.
일제히 쏘아대는 총성 사이로 무엇인가 큰가방을 등에 맨 사람 하나가 달려와 쓰러진 에이센 군인 대장의 옆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목을 감싸 안으며 목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바닥에 쓰러져 괴로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을 가방을 맨 사람이 달려와 가방 속에서 붕대를 꺼내 상처를 감싸고 무슨 주사기들을 꺼내서 주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뒤 그 가방을 맨 사람도 목 뒤에 총을 맞고 쓰러져 버렸다.
잠시 뒤 마을 안쪽을 향해서 수많은 총탄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직까지 우왕좌왕하며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이리저리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에인샤도 자신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케나프를 비롯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몸을 피하려고 했고 에인샤도 남편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는데 순간 자신의 가슴과 아랫배에서 큰 충격이 느껴지며 무엇인가 뜨거운 것에 데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끝이 나고 엄청난 고통이 온 몸을 휘감고 와서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몸을 쓰러뜨려 버렸다. 갑자기 온 몸의 힘이 쭉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다시 겨우 눈을 뜨려 했을 때 에인샤의 눈앞에는 어서 일어서라는 듯한 표정의 케나프가 눈을 부릅뜬 채로 누워 있었다. 에인샤는 자신이 어서 일어서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갑자기 케나프의 모습이 급격하게 자신에게서 멀어져 감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케나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레나는 마을에서 잠시 머물면서 에이센군들이 들어와 온갖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에이센군들은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도 대부분이 샤워를 한답시고 마을의 우물을 마르게 하고 벌거벗고 다니곤 해서 마을 사람들로부터 비상식적인 무지한 원숭이들이라고 투덜거림을 듣고 있었다. 물론 작은 목소리이긴 했지만 말이다.
“문화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녀석들이니 어떻게 하겠어요.”
나림과 라터는 에이센군이 준 소금과 밀가루를 내미는 자신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마을 상인들에게 앞뒤 사정을 설명하고 소금과 밀가루를 레나와 보디세아가 입을 옷가지와 고기, 그리고 몇 마리의 닭으로 바꾸었다.
“감사합니다.”
일단 자신들이 사야 할 것을 모두 산 뒤 일행은 그것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서 움직였다. 레나는 에이센 병사들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벌거벗고 있거나 하는 것을 보면서 무슨 동물원의 동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도 남들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것을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야만족들······’
레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에이센 군인들을 한 번 바라 본 후 챙길 것들을 모두 챙겼다. 라터와 나림, 그리고 마을 아저씨는 다시 마을로 돌아갈 때까지 무기가 없어 불안하니 혹시 이 마을에서 총을 구할 수 있을 지를 물었다. 에이센군인들에게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모두 빼앗겼으니 다시 구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도 총기를 숨기고 있다가는 에이센군인들에게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자신들도 총을 내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대부분 에이센 군인들에게 총을 압수당했다면서 총을 구해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총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된 남자들은 수긍하면서도 어떻게든 조심해서 마을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