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95
“뭐······나야 별로 상관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야······나는 파일럿이고 다크는 지휘관이니 말이지······”
“······이해를 해 줘서 고맙군······”
다크가 살짝 감사함을 표시하자 다비토는 미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내가 이해를 못한 다면 어떻게 하겠나? 다크 자네가 곤란한 일의 연속 아니겠나?”
그는 그렇게 대답을 한 후 다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7월 12일 금요일 10시 20분 베르베라 외각을 순찰하고 있던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는 약 5만 척 정도로 구성된 전투 함대가 베르베라 외각 지역에서 전투 훈련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5만 척 정도로 구성된 전투 함대는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손실된 함대를 재건한 것으로서 대부분이 새로 만든 전투함과 최신예 전투 장비를 공급받고 있었다.
아세라와 에이린은 자신들이 베르베라에 있는 황립 사관학교 교관이 된 것을 전해 듣고는 처음에는 황당해 하고 거부감을 나타내었지만, 장시간 이어진 크라우프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두 사람은 그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군대를 그만두도록 한 것도 아니었고, 황립 사관학교 교관 자리는 군 관료로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그의 제안을 어렵사리 승낙했다.
크라우프는 록시나 XI호의 함교에서 주변으로 보이는 함대의 전투 장면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이것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함대전 훈련이었다.
“조금······음······뭐라고 할까?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니까······전투를 관전하고 있잖으니 조금은 즐겁다?······아니 재미있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크라우프는 자신의 옆에 있던 다이레아에게 나직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 놓았다. 그의 주변에는 부사령관 마티니 준장이나 록시나 XI호의 함장인 워크홀 대령, 전투 지휘관인 게리 쉐프턴 대령, 정보 참모인 존 마르티네즈 테즈 중령 같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크라우프가 함대 참모진들 중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해 주는 이는 다이레아 뿐이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다이레아가 살짝 목소리를 낮춰 그의 말에 동의하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격렬한 전투 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쟁에서 손실된 함대가 서서히 재편되는 것과는 별도로 비등해 진 것이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너무나 많은 병력을 잃었다는 불만이었다. 이것은 파츠 베이스 전쟁 이후 함대를 재건하는 것이 꽤 힘이 들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군관료 집단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이었다. 그들의 불만 내용은 기존에 편성되어 있던 수많은 함대를 파츠 베이스 전쟁에 동원해서 마치 용광로에 집어넣는 고철처럼 사라져 버리게 만들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군부에서는 수많은 병력을 상실케 하고 적보다 2배 이상의 병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손실을 입은 파츠 베이스 전쟁이 에이센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는 것에 동의했다. 승리라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현재 파츠 베이스 잔당의 세력이 다시 비등해 졌기 때문에 수많은 희생을 통해 얻은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실제적으로 에이센이 얻은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진 후, 군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에이센을 위해 헌신한 아델베르크 원수나 지겔마이어 원수들이 지탄을 받게 되었다. 게다가 함대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방에 나가 있던 수많은 역전의 지휘관들이 파츠 베이스와의 전쟁을 통해서 사망한 것 때문에 에이센군 내부에는 상당한 불만을 가진 지휘관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파츠 베이스의 성립이 오랜 기간동안 계획되고 그들의 전력을 구성하고 있던 병력이 강력한 집단이기는 했지만, 파츠 베이스가 최대로 동원한 병력의 2배 가까운 병력들을 보유하고 있던 에이센의 피해가 너무나도 극심했기 때문에 그것을 재건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군 관료나 동료를 잃어버린 일선 지휘관들의 불만은 어지보면 당연한 것일런지도 몰랐다. 그동안 승리라는 달콤한 술에 취해있었던 관계로 조금은 외면받고 있던 이러한 문제들이 손실된 함대를 재건하면서부터 서서히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동안은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는 것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잃은 함대를 재건하면서 생각보다 에이센이 잃은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불만은 군 관료 집단과 일선 지휘관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고 있었고, 최근에는 이번 파츠 베이스 전쟁이 에이센의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사실상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들과는 반대로 파츠 베이스와의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들은 파츠 베이스 반란이 그것을 계획하고 실행했던 집단에 의해서 매우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준비되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사로잡은 파츠 베이스의 요인들의 입을 통하여 그들이 20년 전쟁 전부터 이번 반란을 준비해 왔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파츠 베이스 반란에 크게 일조한 백효연 원수조차도 20년 전쟁 전부터 파츠 베이스 반란을 주도한 집단들에 의해서 철저하게 지원 받아 성장한 존재라는 것이었고, 그녀뿐만이 아니라 파츠 베이스 반란을 지원하기 위해서 에이센의 군부와 사회 곳곳에 요직에 파츠 베이스 동조 세력을 고정적으로 배치시켜 에이센의 모든 움직임이 파츠 베이스에게 알려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츠 베이스 전쟁 초기 에이센군이 대패한 것이며 계속된 에이센의 공세가 실패로 돌아간 것들, 그리고 마지막에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파츠 베이스를 상대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것 모두가 파츠 베이스에게 정보를 제공한 내부 첩자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반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였다.
그러나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대규모 병력을 상실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군부에서 굳이 이리나스가 파츠 베이스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에 오른 것은 이리나스가 파츠 베이스 전쟁을 총괄 지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주 함대 사령장관인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에 대한 군부 내에서의 탄핵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지고 있었다.
탄핵론자들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의 전술 보고서를 검토해 보고는, 그녀가 우직하게 함대를 너무 수평적으로 운용했고, 정면 공격만 고집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리나스의 전술적인 능력 부족을 지적했고, 그녀의 지휘관으로서의 자질론을 걸고 넘어지고 있었다.
함대 전술의 기본은 함대를 좌우로 신속하게 전개 시키는 것에 있었다. 이것을 두고 탄핵에 참가한 어떤 사람들은 이리나스가 시행했던 전술 보고서의 내용을 보고는 그녀가 채택한 전술이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를 상정한 것 치고는 매우 평면적이라고 주장했다. 우주 공간은 사방으로 무한한 공간이기 때문에 함대가 좌우로만 움직이며 싸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이리나스가 채택한 함대 전투가 너무나도 단순한 전술뿐이라고 지적하며 그것을 문제로 삼았다.
또 보고서를 검토한 어떤 이들은 대기권 내에서의 공중전을 염두에 두고는 공중전 전술도 무한한 공간을 두고 상하 좌우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화려한 전술을 벌이는데 이리나스가 채택한 함대 전투 방식은 함대가 서로를 향해 장거리 포격전을 벌이고난 이후 접근전을 벌이는 식으로 너무나도 상투적인 방식을 사용했다고 문제를 삼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이리나스가 정면 공격과 단순한 함대 전술을 고집함으로서 작전이 적에게 쉽게 간파되었고, 이 때문에 아군의 피해가 커졌다면서 함대 전투에 대해서 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어야 했다고 강변했다. 함대 전투를 벌일 때 정면 승부보다는 함대를 상하 좌우로 전개시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리나스가 사용한 좌우로 함대를 나누어 정면의 적을 공격하는 함대 전술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은근하게 이리나스의 전술 운용이 너무나도 단순하여 상대가 알아차리기 쉬운 것이라면서 이리나스가 무능력하기 때문에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많은 손실을 입게 되었으니 그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은근하게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주장은 실제로 우주 공간에 나와서 대규모 함대전을 벌이는 모습을 바라보면 상당한 모순점이 발견되는 것이었다. 소규모가 아니라 몇십 만 척이 모인 대규모 함대정의 경우 일정한 상하 좌우 공간 전체가 전투함들이 가득 들어차 있게 되며, 이러한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있는 함대가 끊임없이 좌표를 바꿔가며 움직인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능한 지휘관이 승리를 얻기 위해서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이란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라고 하는 덩어리를 얼마만큼이나 질서 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냐는 것에 있었는데, 이리나스의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간과하고는 그녀가 왜 보다 더 화려한 전술을 사용하여 적을 격파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만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물론 화려한 전술을 사용하여 적을 격파하는 것이 아군의 손실을 줄이는 데에는 아주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그러한 전술적인 움직임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함대가 오랜 시간 동안 기동 훈련을 쌓아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방법이었다. 바로 함대라고 불리 우는 거대한 덩어리가 지휘관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만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전투에서 보면 이쪽 지휘관이 함대라는 덩어리를 움직여 상대의 위쪽으로 올라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하면 상대는 그만큼 아래쪽으로 자신이 지휘하는 덩어리를 내려 자신들의 위쪽으로 올라간 함대가 함수를 내린 만큼 함수를 들게 되고, 이러한 작업이 반복되면서 언제나 상대와 정면을 마주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함대 전투라는 것이 언제나처럼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대기권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기들간의 공중전이야 높은 고도를 점유한 쪽이 에너지 상태가 높아 다양한 공격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주공간이라고 하는 무중력이 지배하는 장소에서는 고도의 차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대가 올라가면 이쪽은 내려가서 상대와의 수평을 다시 맞추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주 함대라고 하는 전투함들의 집합체는 전투함을 일직선으로 포진시킨 형태가 아니었다. 일정한 공간 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전투함들이 거의 빈틈없이 가득 잔뜩 들어차 있는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이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자신과 맞상대 하는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언제나 상대방의 정면을 보도록 해야 했고, 이것을 계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야 말로 함대 전술의 기본이었다. 이러니 병력을 상하로 움직여 공격시키는 것은 어찌 본다면 우스운 일이기도 했다. 상대방의 함대가 2차원적인 평면에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면야 그러한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상대는 넓은 3차원적 공간에 전투함을 고르게 배치시켜 놓고 있었고, 이쪽이 병력을 상하로 나눈다면 저쪽도 그렇게 대응하면 그만이었다. 아니면 후방의 함대의 선수를 약간만 움직여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려 하는 적함의 배면이나 상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함대 전투에서 함대가 일정한 수평 좌표에서 가만히 늘어서서 포격전만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고력이 대기권 내에서만 멈추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 함대간의 전투에서는 수평 좌표에서 포격전만 벌이고는 것이 아니었다. 양측의 함대는 상대의 약한 부분을 잡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장 전투함의 노출 부분이 적고 수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좌우로 상대를 감싸안 듯 움직여 공격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실제적으로 정면에 포진한 상대를 향해 병력을 상하좌우로 분산시켜 공격한다면 자칫 적 함대 전체를 전투에 참가하도록 할 수 있었고, 넓게 분산되어 필연적으로 방어력이 떨어지게 되는 아군에 비하여 밀집해 있기 때문에 화력의 집중도가 높은 적의 강력한 반격을 받아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적의 후방 함대가 최대한 전투의 정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기동을 하고, 자신들이 공격하는 범위는 최대화 하고 적이 반격해 나오는 면적을 최소화 하기 위한 기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따라서 상하 좌우로 공격하는 것 보다는 정면과 좌우 측면으로 빠르게 전진해 나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전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츠 베이스 전쟁 당시 이리나스가 채택한 전술이 너무 단순하고 정공법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도의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그와 같은 상황 훈련의 반복을 거쳐 완전하게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이리나스는 그 함대를 처음부터 지휘했던 것이 아니었고, 그녀가 지휘햇던 함대는 각가 다른 군관구 별로 훈련되어 있던 함대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했다. 갑자기 그러한 함대를 지휘하게 된 이리나스로서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정공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파츠 베이스 전쟁에 동원한 에이센 함대는 대부분이 지방 군관구와 주요 거점에서 긁어모은 함대들로서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함대를 집결시킨 것이었지만, 사실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함대를 모아들이고 있던 중이었다. 충분한 휴식과 재보급을 끝마치고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으니, 사실상 파츠 베이스 전쟁에 동원된 에이센 함대의 숫자가 파츠 베이스 함대보다 2배나 많았지만 실제적인 전투력에 있어서는 오랫동안 전술 훈련을 거듭했고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고 나온 파츠 베이스 함대에게 뒤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니 이리나스는 대규모 함대를 이끌면서도 상대보다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지휘하는 함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그 함대를 이끌어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파츠 베이스를 상대로 승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사정이 이러했는데 현재 군 관료 집단에 있는 자들은 이리나스가 파츠 베이스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이고 있었고, 그녀가 채택한 전술 같은 것을 문제로 삼고 있었다. 사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20년 전쟁 중간과 끝이 난 후 백효연 원수에 대해서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개되는 상황은 그때와는 사뭇 달랐는데, 그 당시의 백효연 원수는 그녀의 난잡한 사생활이 문제가 되어 탄핵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와는 달리 평소 수도사 같이 생활하고 있는 이리나스는 워낙 사생활이 완벽하다 보니 그녀의 군인으로서의 자질이 주로 문제가 된 것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지고신교에 대해서 독실한 신자이거나 사제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당연히 받아 들여 지고 있는 것이었고, 이리나스는 실제적으로 과거에 기적을 실행한 적도 있으니 생활에 대해서는 문제 삼기는 힘들기 때문이었다.
5만 척 규모의 함대 훈련장을 지나친 크라우프의 함대는 15시 40분 지방의 조선소에서부터 재편성 되는 함대에 공급되기 위해 운송되어 오고 있던 순양함 함대와 마주칠 수 있었다. 순양함들로만 이루어진 함대들이었지만 최소한의 운항 요원들만 배치되어 있을 뿐 전투를 치를 만한 능력을 가진 함대들은 아니었다. 크라우프는 상대를 확인한 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라는 격려의 말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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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금일 급한 볼일이 생겨 ‘독자와의 대화’는 쉽니다…
…돌 던지지 마세요…^_^;;;
…여자는 아니니 안심하시길…
쩝…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yaiddasaya’님?…도둑…이셨군요…ㅠ_ㅠ…부러버라…
음…그리고 위에 언급한 함대전에 대한 것은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 주세요…
…작가와 아뒤쥔장의 헛소리!…라구요…
동생아…텨텨텨~ 돌 날아온다~ ┌( ;ㅡ_-)┘┌( ;@_@)┘
…고민끝에 변경치 않기로 한 소제목…<(-_ㅡ*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7월 17일 레나는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에이센군 기지 누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 브리핑을 받기 위해 식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다크 크라이드는 에이센군 누라크 기지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보여 주었다. 어디서 어떤 루트를 통해 입수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의하면 누라크 기지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에이센군 잠수함은 모두 해서 5척 남짓이었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기지 주변 방어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별다른 초계활동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크는 덧붙인 말을 하면서 에이센이 보유하고 있는 5척의 잠수함 중 2척만이 섬 주변에 배치 되어 있을 뿐, 2척은 항구에 정박되어 수리와 재보급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1척은 예비함인지 상시 항구에 정박해 있다고 설명하며 대원들의 불안감을 감소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센의 잠수함 중 2척은 중형 잠수함으로서 레나를 비롯한 바르디아 해방 전선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형 잠수함 보다는 성능적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에이센 잠수함이 수중형 헤비호스를 보유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다크는 그점에 대해서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파악된 바로는 누라크 기지에 에이센군의 수중형 헤비호스가 단 1기도 목격된 적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보급을 받았거나 기밀로 분류되어 철처히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수중형 헤비호스라는 것이 그렇게 기밀로 취급될만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정보에서 단 1기의 수중형 헤비호스도 발견되지 못했다는 것은 아마도 수중형 헤비호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이었다.
자신들도 수중형 헤비호스가 아니라 수중에서도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한 만능형 헤비호스를 보유하고 있기는 했지만, 변변한 수중용 무기가 없는 마당에 수중에서 수중형 헤비호스와 마주친다면 아마 거의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것이 분명했다. 현재 정비반원들이 수중에서 조금 더 활동할 수 있도록 방수 처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중에의 활동을 전제로 제작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동작이 굼뜨고 무기도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만약 이동중에 에이센의 수중형 헤비호스를 만난다면 아마 몰살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브리핑을 들으면서 레나는 에이센 같이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이런 곳에 수중형 헤비호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레나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계속해서 짓고 있자 한창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인데도 불구하고 레나의 바로 옆자리에서 보디세아와 바싹 붙어 앉은 채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한껏 느끼고 있던 지오콘 다비토가 이런 레나의 궁금함을 차분하게 풀어 주었다.
에이센이나 파츠 베이스나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헤비호스들은 기본적으로 수중에 들어갈 수는 있었다. 물론 움직일 수만 있을 뿐 공격을 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상당히 제약을 받았고, 콕핏 주변만이 밀폐되어 있으니 침수의 위험 때문에 장시간 활동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물론 우주와 지상, 공중, 수중을 포함하는 어떠한 지형에서라도 큰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양 국가가 채용하고 있는 헤비호스였지만, 아무래도 특수한 상황을 상정하여 전문적으로 설계․생산한 헤비호스와는 성능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우주에서 사용하던 헤비호스를 지상에서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단지 지상에서는 그리 필요가 없는 추진제의 무게 때문에 행동이 굼뜨긴 하겠지만, 일단 사용하는 데에는 그리 큰 제약을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중이라는 상황은 전혀 별개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 이동을 한다거나 간단한 작업을 할 수는 있었지만 공격다운 공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헤비호스의 주무기인 빔 라이플과 광검은 물이라는 것과는 상극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때문에 수중에서 재빠른 이동이 가능하고 강력한 공격도 할 수 있는 헤비호스가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양 국가는 수중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게 설계하고 제작한 헤비호스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경청하는 레나와 보디세아라는 두 학생 덕분인지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에 열을 올리던 다비토는 상당히 맥빠지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는 이곳 안나펠에는 에이센에 적대할만 한 세력이 없기 때문에 수중형 헤비호스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이고, 이 때문에 에이센군은 아마도 수중형 헤비호스를 도입해 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장황했던 설명에 비해 다소 어이없게 간단한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수중형 헤비호스는 만능형 헤비호스에 비해서 매우 특수한 기체였기 때문에 기체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고장이 발생하였을 시 부품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다비토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양은 아니지만 왠만한 깊이의 바다속이나 강속은 만능형 헤비호스가 약간의 방수 처리만 해 준다면 들어가서 필요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지간히 대량으로 수중형 헤비호스가 필요로 한 곳이 아니라면 수중형 헤비호스를 갖추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다비토의 설명이었다. 굳이 대양에서 헤비호스를 사용할 일이 없다면 유지 보수가 힘든 수중형 헤비호스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수중형 헤비호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장황한 설명의 요지였다.
지오콘 다비토가 자신이 해야 할 설명을 훌륭하게 대신하여 대원들을 납득시키는데 성공하자 다크 크라이드는 헛기침을 한번 해 주의를 다시 자신에게 집중시킨 후 아직가지도 약간이나마 불안해 하는 파일럿들에게 누라크 기지에 대한 공격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하얀 백작이 제공해 준 정보에 의하면 누라크 기지의 에이센군은 04시에서부터 05시까지 방어 시스템 점검을 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있었다. 자신들은 이 틈을 노려야 한다며 불안해 하는 파일럿들에게 너무 불안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일시적인 시스템 점검이라······그런데 보통 몽땅 다 완전히 정지시키지는 않지 않나?”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던 파일럿들은 완전하게 시스템을 다운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누라크 기지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해 했다.
“뭔 상관이 있냐? 적 기지에 바로 접근할 때까지 완전히 모르게 할 수는 없지 않겠어? 차라리 당당하게 쳐들어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계획이 너무나도 허술하게 느껴진 탓인지 파일럿들이 불안해 하자 지오콘 다비토가 이들의 불안함을 불식시키기 위해 짐짓 호기롭게 소리쳤다. 다크 크라이드와 하얀 백작이 계획을 세운 것인데 걱정할 것이 무엇이겠냐면서 자신은 전적으로 다크 크라이드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굳건한 의지를 표명했다.
레나는 에이센의 누라크 기지를 공격하는 이번 작전이 허점 투성이에다가 불확실성에 근거를 둔 너무나도 빈약한 작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에이센군 최대 기지인 네이더를 공격했을 때에도 파일럿들은 불안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에이센군을 속이기 위한 많은 준비들이 있었다. 에이센군의 ID 카드 위조는 물론 고장난 자카운으로 속이고 기지로 최대한 접근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위험하지만 나름대로 준비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 누라크 기지는 잠수함을 타고 이동해 그 상태 그대로 대양에서부터 직접 정면 공격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철수도 마찬가지로 대양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출발할 때는 방수판을 덧대는 식으로 방수 처리를 하지만 일단 지상에 올라오면 그것들을 내버리고 활동에 들어가니 상륙해서 전투를 벌이는 일은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일단 후퇴해 오기 위해서는 다시금 수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때 모함인 대형 잠수함이 적에게 노출될 수 있었다. 방수판이 벗겨져 수중에서의 활동 시간에 제약을 받는 헤비호스의 회수를 위해서 잠수함이 연안 가까이 까지 접근해 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에이센에서 상시 활동중에 있는 2척의 잠수함이 자신들의 모함을 발견하고 어뢰 공격을 가해온다면 기동력이 느린 대형 잠수함은 자칫 격침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것은 자신들이 겨우 1함 뿐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그러나 파일럿들은 하얀 백작이 가져다 주는 정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다크 크라이드의 계획을 믿고 따르고 있었다. 비록 잠자코 있기는 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며 레나는 이 점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하지만 바르디아 해방전선 소속의 전사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하얀 백작과, 언제나 불확실하고 위험한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겨 언제나 멋지게 성공시켰다는 다크 크라이드를 믿고 있는 파일럿들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크 크라이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 모두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고 있는 다크 크라이드이기 때문에 레나도 그들과 함께 다크를 믿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7월 19일 에이센의 수도 베르베라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크라펠 기지에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가 일상적인 초계활동을 마치고 귀항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소실되었다가 재건된 함대들의 훈련이 잦아지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신조함을 사용하고 있었고 바리스타를 비롯한 장비들은 모두 신형이나 신품으로 공급되어 있었다. 실제적인 전투력이 어느 정도일 지는 몰라도 일단 장비와 훈련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함대임에는 틀림 없었다.
크라우프는 새로이 만들어지다시피 한 이 함대들 대부분이 바르디아 지역으로 파견될지 모른다는 소문을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바르디아 지역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수도에서 대규모 함대 파견으로 이들 지역을 안정시키려 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르디아 지역을 완전하게 에이센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함대를 파견하는 것이라는 소문의 구체적인 근거까지 나돌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사실상 바르디아로 가도록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조금 착잡한 느낌이나 그 비슷한 기분이 들 뿐이었다.
크라우프가 크라펠로 귀환해서 수도 방어 함대 사령부로 찾아 갔을 때 그는 사령부가 이상하게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의아해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점령지의 안정을 위해 록세비엔으로 보병들을 수송해 가던 수송함대가 파츠 베이스 잔당들의 공격으로 궤멸당해, 잠깐 사이에 벌어진 전투로 인하여 우주 공간에서 폭사한 전사자가 무려 8백 만 명에 달한다는 소식을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록세비엔을 비롯한 옛 파츠 베이스 영토를 완전하게 점령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보병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보병들이 파츠 베이스 지역으로 배치되기 위해서 수송함에 태워져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수송함대를 중시 여기는 에이센군의 방침에 입각하여 무려 5천 척에 달하는 호위함들이 배치되어 수송함들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측면을 기습하여 공격을 해 왔다는 것이다. 5천 척의 호위함들은 경비함과 구축함들이 주축이었던 것에 비해 파츠 베이스 잔당들은 상당수의 순양함과 중순양함들로 이루어져 있고 숫자도 휠씬 많았기 때문에 호위함대가 초전에서부터 완전히 밀렸다는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수송함들이 다투어 뱃머리를 돌려 달아나고 있을 때 이들의 퇴로에 구 파츠 베이스군의 구축함들이 나타나 거의 비무장이나 다름없는 수송함들을 닥치는 대로 격파해 버렸던 것이다. 이러니 보병들을 태우고 있던 수송함들의 피해가 극심해 졌고 호휘함대도 거의 궤멸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수송함에 탑승하고 있던 다수의 보병들이었는데, 별다른 시간 및 탈출수단이 없었던 그들은 수송함이 폭발해 버리면서 함께 전사했고, 무려 8백만 명의 보병이 한꺼번에 몰살당했던 것이다.
“함대야 어찌 되었건······점령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은 보병인데······”
크라우프는 수송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에 공격을 받아 8백만 명의 보병이 궤멸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록세비엔을 비롯한 옛 파츠 베이스 지역을 완전하게 에이센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보병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보병들을 8백만 명이나 한꺼번에 잃어 버렸으니 사령부가 이상한 분위기에 휩사여 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들도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혼란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곧 다시 보충 되겠지?’
8백만 명이 죽든 1억 명이 죽든 잠깐 동안의 혼란이 일어날 뿐 곧 다시 그만큼의 숫자들이 채워지고 끝이 난다. 이런 생각이 들자 씁쓸한 기분이 든 크라우프는 일단 수도 방어 사령부에게 귀항 보고를 마쳤다.
크라우프의 함대가 크라펠로 귀항하고 난 뒤 퇴근을 하게 된 디네스 펜터 호리스 소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크라펠 내부에 있는 독신자 숙소로 향했다. 함대 사령관인 크라우프는 귀항할 때마다 매번 베르베라로 돌아가고는 했지만 디네스는 별로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었다. 사실 베르베라에 가서도 만날만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고향인 프로스베인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훈장도 수여받은 적이 있고 오랜 군 경력이 있으니 디네스는 같은 소위 계급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보다 훨씬 많은 급료를 받았다. 디네스는 꼬박꼬박 급료의 절반을 부모님께 부쳐 드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저축을 해 두고 있었다. 별로 쓸 일은 없으니 저축을 한 것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모아졌다. 디네스는 황실 소유의 제국은행 통장에 적립되어 있는 상당량의 돈을 보면서 군대에서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악착같이 모은다면 제대를 했을 때 쯤에는 상당한 금액의 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배정된 숙소에 들어서면서 디네스는 수도 방어 사령부에서 돌고 있는 소문을 되짚어 보았다. 자신들이 바르디아 전선으로 배치 될지 모른다는 소문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현재 바르디아 쪽 사정이 매우 좋지 못하니, 보다 확실하게 바르디아를 점령하기 위해서 많은 군사력의 추가 투입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현재 재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함대를 파견할 것이라는게 최근에 신빙성을 얻고 있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신규함대나 다름이 없는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도 거기에 낀다는 소문도 상당히 퍼져 있었다. 하지만 파견될 것으로 거의 확실하게 추정되는 신규 편성 함대의 대부분이 우주함대 사령부 소속인데 반하여,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는 수도 방위 사령부 소속이었으니 소문 자체는 그리 신빙성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디네스는 다시 바르디아로 간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디아에 가서도 지금, 혹은 파츠 베이스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앉아있던 디네스는 문득 바르디아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야이다를 떠올렸다. 하지만 야이다가 바르디아에 대해 해주었던 말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고, 단지 알리시나와 행복한 표정으로 떠나던 모습만이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었다.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디네스는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 길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파츠 베이스에서 터득한 것은 자신이 아무리 걱정을 하더라도 모든 결정은 자신이 아니라 군 수뇌부에서 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혼자 고민하고 걱정해도 디네스는 어쩔 수 없는 일개 병사일 뿐이었고, 이제는 그녀 자신도 그것을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7월 20일 20시 30분 발바이스와 에이센 사이의 중립 지대 리베스텔 행성계의 주성 안나펠의 어느 대양 속을 항해하는 잠수함 속에 설치된 파일럿 탈의실에서 레나는 보디세아가 파일럿 슈트로 갈아 입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보디세아는 지오콘 다비토와 같이 지내면서 몸의 곡선이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보고 있던 레나는 은근하게 보디세아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다는 에이센의 누라크 기지를 공격하는 일을 신경쓰는 일이 우선이었다.
“······잘 할 수 있을까?”
레나는 조금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고, 막 파일럿 슈츠를 다 입은 보디세아는 살짝 웃으면서 염려하지 말라며 레나를 안심시켰다.
“뭐·····”
레나는 미미하게 웃으면서 보디세아를 바라보았고 보디세아는 안심하다는 뜻에서 왼손을 들어 레나의 뺨을 살짝 어루만져 주었다.
잠수함에 여자라고는 보디세아와 레나 두 사람 뿐이었기 때문에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둘 중에서 보디세아는 지오콘 다비토와 함께 늘상 붙어 다니고 둘이 매일같이 한 방에서 지내다 보니 보디세아에게 대해서는 별로 추파를 던지지는 않는데, 레나는 별다르게 만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래저래 만나자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레나가 그들 모두를 상대했다가는 아마도 하루에도 수십명 씩과 섹스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한 두 사람이면 몰라도 여럿이서 추파를 던져대니 최근에 레나는 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구와 마음에 맞는다고 관계를 가진다면 다른 사람들과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쉽게 사귀어 버린다면 다른 사람들도 쉽게 사귀자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레나는 남자와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별다른 남자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다.
레나와 보디세아가 파일럿 탈의실에서 서로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을 때, 잠수함에서는 공격 준비를 갖추고 있는 파일럿들과 더불어 헤비호스를 점검하는 최종 정비병들의 정비가 일사분란하게 이루어 지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자.”
다크 크라이드도 파일럿 슈트로 단단한 육체를 감싼 채 걸어 나오면서 격남고로 향하는 좁다란 복도에 서 있는 파일럿들 하나하나의 손을 잡으면서 열심히 싸워 줄 것을 부탁했다. 위험한 일이었고 실력 있는 파일럿이 필요하게 되니 다크 크라이드도 출격해 나가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위험한 일에 솔선해서 나서는 다크 크라이드에 대한 신뢰 탓인지 파일럿들은 위험한 작전이었지만 그가 함께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기를 드높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누라크 기지의 경비 대대 대대장인 시아 지겔마이어 소령은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대대장실에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이 기지에 온 이후 잔업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아로서는 짜증스러운 날의 반복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소령이 되었고 대대장이 되었지만 시아는 대대장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때문에 짜증서운 나날을 보내야 하고 있었다.
“에휴······”
대대의 당직 사관이 경례를 올리자 시아는 웃으며 당직 사관을 위로해 준 뒤 퇴근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네이더 기지 외각에 있던 자신의 관사는 지난번 습격 때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되어 버렸다. 그것 때문에 누라크 기지로 배치된 이후 기지 외각에 있는 장교용 관사촌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가진 짐은 얼마되지 않았다. 물론 네이더 기지때와 마찬가지로 집에 돌아가 봐야 누구하나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대대장실에서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시아는 퇴근을 위해 대대장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그녀는 일단 관사에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밤이 되어도 날씨가 꽤 후덥지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지낼 곳은 아닌 것 같아.’
시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었다. 그런 뒤 천천히 자신이 배정받은 관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때 기지의 상공위로 수송기 착륙을 시도하려는 듯 몇 번 기지 상공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매일 같이 고생하는 구만······”
시아는 수송기 파일럿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며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수송기 편으로 누라크 기지에 도착한 카레나 스쿠비는 피부로 느껴지는 날씨가 꽤나 후덥지근하다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덥다 더워······이곳은 왜 이렇게 더운거야?”
카레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왼손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살짝 당기고는 오른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수송기의 트랙에서 내려오는 카레나를 누라크 기지 사령관 기드 디 디레터 대령이 직접 나와 맞이하고 있었다.
“더운데 수고하시네요.”
카레나는 수송기에서 보급 물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디레터 대령이 준비한 지프쪽으로 내려갔다. 카레나가 탑승한 지프는 곧바로 기지 사령관실로 향했다. 디레터 대령은 카레나를 바라보면서 미인이라고 칭찬의 말을 했다. 그러자 카레나는 빤한 눈으로 디레터 대령을 바라볼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다소 무안해진 대령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카레나의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시선을 전방으로 돌린 디레터 대령은 카레나와 같은 인물이 갑작스럽게 누라크 기지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고, 카레나는 기지 사령관실에 가기전까지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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