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22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멸감과 모멸감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크라우프는 조용히 그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에이센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는 에이센어 그대로 말을 받았다.
“만약······내가 당신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똑같이 당신과 같이 행동 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겁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순간적으로 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여성과 크라우프의 눈이 그대로 마주쳤다. 하지만 그 둘은 서로 아무런 말이 없이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시에나와 다이레아는 테이블 밑에 들고있는 권총의 방아쇠에 걸려있는 검지 손가락에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깐 동안의 긴장감은 누군가 커피숍 문을 벌컥 열어 젓히는 것으로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왔어!”
“이런!”
크라우프 때문에 잠시 움직임이 멈추었던 이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황급히 커피숍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길거리를 내달렸고, 자심 뒤 그들의 뒤를 따라서 에이센 병사들 서너 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슬그머니 권총을 집어넣는 다이레아와 시에나를 보고 크라우프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의아한 표정이었다.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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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묘~한 캐릭이 출연…쿨럭~ 과연 저 여자는 새로운 캐릭일 것인가…아니면 어제와 같이 ‘단순하지만 비중은 있는 엑스트라’일 것인가…아리까리…하군요…쿨럭~ -ㅅ-;;;
에…그리고…갑작스럽지만 슬픈 소식을 전해야 겠습니다…ㅜ_ㅜ
…작가넘이…작가넘이 그만…ㅠ_ㅠ…
…피곤하다는군요…-ㅅ-;;
…쿨럭~
아무튼 상기의 이유로 금일의 ‘독자와의 대화’는 쉽니다…^_^;;;
앗~!! 돌 던지지 마세요…실은 급하게 어디를 가야할 일이 생겨서리…아마 밤 12시는 넘겨야 들어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럼…이만…작가야~ 옷 다 입었냐? 그려? 빨리 가자~!!! ┌( ;ㅡ_-)┘┌( ;=_=)┘
…P.S…미팅이라던가 맞선이라던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리하르트 황제력으로 267년 9월 13일 토요일 09시 40분 우라베 기지 주변은 수많은 전투함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미 우라베 기지의 우주항은 과포화 상태였고 우주항에 들어오지 못하는 전투함들은 우라베 기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전투함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나 이곳에 집결하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레나가 타고 온 검은 묵시록호가 우라베 기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전투함들이 모여 드는 것은 멈추어 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모여든 것들을 대충 어림잡아도 2천 척 이상은 되어 보였고, 기지의 주변에 포진하고있는 것들까지 합한다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 덕분에 식구들이 은근하게 많아지고 있었고 이렇게 부쩍 늘어난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인지 얼마전까지 민간 화물선 10척이 매일 입항해 많은 양의 물자들을 하역시키던 것이, 이제는 하루에도 대 여섯 번씩 10척 단위로 우라베 기지에 도착해 화물을 하역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레나는 우주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자주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우주항을 통해서 화물선이 입항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자 불안한 마음이 먼저 일어났게 되었다. 화물선이 자주 입항해서 화물을 하역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쓰일 엄청난 양의 물자가 계속해서 우라베 기지로 모여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나는 분명 그것이 식량과 무기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레나가 식량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물선들의 취항이 많아지면서 배식받는 식사의 양이 부쩍 늘어났고 식사의 질도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기들이 반입되고 있다고 짐작하게 만든 것은 많은 수의 헤비호스들이 완전히 조립된 형태로 우라베 기지의 우주항에 계류중에 있는 전투함들로 꾸준하게 공급되고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만간 크게 한바탕 하려는 건가?’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레나는 정규 함대전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나 레나는 정규 함대전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대규모 함대끼리 맞붙는 상황이 제대로 짐작되어 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지오콘 다비토와 다크 크라이드 같은 사람들에게 대규모 함대 전투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었지만, 거의 열흘 정도 그들 두 사람은 아예 기지를 떠나 버린 것처럼 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기에 생각에 그쳐야 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건네보기도 하였지만, 그들은 대답을 회피하거나 자신도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된 대답밖에는 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레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이런 우라베 기지에서의 생활이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지만 짜증스러움과 자신들에게 아무 것도 말해 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무슨 일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길지는 않을 것 같은데?”
레나가 이렇게 불퉁거리고 있을 때 보디세아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신경을 쓰지 말라며 그냥 마음 편하게 있으라며 레나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요즘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조만간 큰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지루하고 따분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테니 현재를 즐기라는 말로 레나를 위로해 주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뭐하러 모두 다 알고 있으려고 해?······그냥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히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고. 알겠니?”
보디세아의 말을 들은 레나는 씁쓸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 사실 보디세아의 말대로 기다리고 있기만 한다면 언젠가 어떠한 형태로든 일이 벌어질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 일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 있을 수 있다면 알 수 없는 미래에 닥쳐오게 될 혹시모를 위험에 대비하서 마음의 준비 정도는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무슨 일을 한다는 목적의식 같은 것을 가지게 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레나 같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사전에 귀뜸이라도 해주는 사람들은 없었고, 그 때문에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명령이 내려지기를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무조건 위에서 결정하고 지시만 내린다고 될 것은 아닌데······’
레나는 자신이 보디세아처럼 마음이라도 느긋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것은 레나가 단순하게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디세아와 더불어 우주를 떠돌았을 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체득하게 된 삶의 방식들 중 하나였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다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고,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면 막상 코앞에 닥친 어려운 일도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레나가 보기에 이들 바르디아 해방 전선의 지휘부는 그런 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시각 다크 크라이드는 우라베 기지의 작전 회의실에서 며칠째 면도를 하지 않아서 수염이 자라 거칠어진 자신의 턱부분을 왼손으로 쓸어 만지고 있었다.
조명이 완전히 꺼진 작전 회의실의 중앙에 위치한 원형 테이블에 배석해 있는 다크 크라이드의 앞에는 입체적으로 항주도가 나타나 있었다. 수많은 별들의 위치가 표시된 입체 지도가 떠있는 테이블의 주변에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항주도에 표시되어 있는 붉은색 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보고 있던 다크 크라이드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세워야 겠다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이었다.
“빌어먹을·····이대로 라면 에이센 지배 지역 안쪽으로 항해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2,500척이나 되는 함대가 중립지대를 따라서 예정된 지점으로 항해한다면 얼마 가지 못해 에이센의 순찰 함대에게 발각될 것이 분명합니다.”
다크 크라이드는 항주도에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는 붉은색의 선이 에이센의 지배 지역 내부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반대를 했다. 비록 예정된 항로가 지난번 검은 묵시록호가 지나왔던 무덤속이기는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단지 1척의 배였을 뿐이었지만 지금은 2,500척이라고 하는 대규모 함대였기 때문이다.
“2,500척 이나 되는 전력을 집결시키고 보급을 마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예정된 지점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계획의 수립이 무엇보다 좋지 못합니다.”
그는 다시 한번 더 에이센의 영토 내로 항해해 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피력하고는, 우라베 기지에서부터 예정된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는 이동 경로를 발바이스의 내륙 쪽으로 잡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두는 다크 크라이드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정된 지점으로 향하기 위해 다크 크라이드가 제안한 항로상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행성계인 발바이스의 나우베 행성계 지역 때문에 이들 모두는 쉽게 다크 크라이드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우베 행성계에서 우리들을 통과시켜 줄지 모르겠네. 우리들도 모두 다크 자네의 의견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는 하네만, 같은 발바이스의 영토라고 해도 나우베 행성계는 좀 꺼림직한 것 또한 사실이네. 나우베 행성계만 아니었다 라고 한다면 우리들도 에이센에게 발각될 험이 농후한 무덤속을 헤치고 예정된 지점으로 이동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네······”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던 테르 벨키우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명을 하던 다크의 주장을 맞받았다. 그의 말을 들은 다크 크라이드는 자리에 앉으면서 항주도에서 깜빡이고 있는 나우베 행성계라 적힌 곳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나우베 행성계는 이전에 바르디아 제국이 존재하던 시절에도 손에 꼽히는 무역의 중심지였다. 바르디아 제국이 존재하기 전에 우주를 지배하고 있던 뮤틸레 족의 제국 시절에도 교통의 요지라서 매우 번창하고 있었던 곳이었다. 그러니 나우베 행성계는 무역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역사가 수 천 년에 달한다고 할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사방으로 어느 지역으로든 갈 수 있게 길이 트여 있었고, 소행성들과 가스성운들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는 주변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넓고 안정된 주역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우베 행성계에서 무역이 발달하게 된 계기는, 나우베 행성계가 국가적인 위치적에서도 수도인 에르바에서 부터 리베스텔을 거쳐 나우베로 이어지는 중요 무역로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에이센과의 전쟁에 의해서 묘하게 그어지게 된 지배 지역의 구분 때문에 리베스텔 행성계가 요지중의 요지로 자리잡고 있기는 했다. 리베스텔 행성계를 접점으로 에이센과 발바이스, 그리고 에롤드족 자치구가 세력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우베 행성계가 가지는 위치적인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서 크게 후퇴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다소 그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예전처럼 무역이 매우 번창해 있었고, 발바이스와 교역하려는 에이센과 에롤드족의 주요한 무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경제적인 위치 이외에도 과거 바르디아 제국 시절에 뮤틸레 족의 영토를 전쟁으로 획득한 지역과 새롭게 개척한 지역으로 나누던, 소위 말하는 구지역과 신지역으로 나뉘던 지표가 되었던 행성계가 바로 이 나우베 행성계 였다. 뮤틸레 족과의 오랜 대전이 끝났을 때 바르디아 제국이 새로 획득한 영토의 한쪽 끝이 나우베였기 때문에 그렇게 구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구분 같은 것은 아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런 구지역과 신지역의 구별은 사실 별 필요 없는 일이기는 했다.
다크 크라이드가 이곳 우라베 기지에서 출발시킨 함대를 바르디아 내륙 지역을 통하여 이동시켜 이곳 나우베 행성계를 거쳐 예정된 지점으로 이동하자는 제안을 내어 놓은 것은 발바이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만을 이동함으로서 에이센의 눈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물론 그는 우라베 기지의 다른 지휘관들이 세운대로 전함의 무덤속의 항해하는 방법도 일리가 있다고 수긍하기는 했다. 그 지역이 항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지역이고 중립지대에 위치해 있는만큼 에이센의 감시망이 조직적으로 펼쳐지기가 어려운 곳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기는 해도 한 두 척도 아니고 무려 2,500척이나 되는 배들이 이동하게 되면 얼마 가지 못해 어떤 식으로든 발각될 것이라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이었다.
다크는 자신이 안나펠에서 철수해 우주 공간에서 검은 묵시록호와 만나 검은 묵시록호 단함으로 여러 가지 항로를 따라 우라베 기지로 귀환하는 도중에도 무덤 속에 잔뜩 쌓여 있는 전투함들이 파괴된 잔해를 수거하고 있던 에이센의 고철 수집상들과 몇 차례에 걸친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그 작전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에이센의 고철 업자들이 우주에 떠도는 전투함의 잔해와 같은 고물들을 수거하기 위해서는 에이센 정부에서 발행하는 정식 허가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것은 에이센 항로국과 경비 함대에서 내주는 것으로, 항로국에는 배의 운항 사항과 작업 장소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했고, 경비 함대에게는 고철 수집상들이 작업하는 기간 이들의 보호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해야 했다.
물론 에이센 고철 업자들이 어떠한 곳에서든지 고철 수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해적들이 다수 출몰하는 등의 특히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고철 수집 작업을 하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 에이센의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당국이 허가를 내어줄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크라이드가 검은 묵시록호에 탑승하여 우라베 기지로 향하는 도중 마주치게 된 에이센의 고철 업자들은 십중팔구 에이센의 항로국이나 근처 경비함대에 고철 수집 허가를 받지 않고 작업하러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허가도 받지 않고 해적이 출몰하는 지역에까지 와서 위험을 무릅쓰고 고철을 수집하는 데에는 고철의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투 지역에 셀 수도 없이 흩어져 있는 주인 없는 물건들을 능력껏 끌어다가 팔아넘기면 금새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었다. 우주공간에 널려있는 고철을 그냥 끌어와 팔면되는 간단한 일이었고 수입도 엄청났기 때문에 고철 수집 허가를 따내기 위한 로비도 무척이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인기가 좋은 고철업에 뛰어 들기 위해서는 항로국에서 영업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를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의 돈이 필요했다. 또한 보호비의 명목으로 경비 함대에게도 일정하게 돈을 내야 했다. 그리고 사업을 벌여 이득을 취하면 당연하게도 그에 해당하는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그러니 이곳저곳에 세금의 형식으로 들어가는 돈이 많았다. 그런 돈을 마련할 수 없는 영세 업자들은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고철을 수집하는 수 밖에 없었고, 다른 대형의 고철업자들이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작업하는 안전한 곳 대신에 다소 위험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입이 더 큰 전함의 무덤과 같은 곳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다크 크라이드가 마주쳤었던 에이센의 고철 업자들은 항로국이나 경비대에 돈이 들어가는 허가를 받지 않고 있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고철들을 끌어다 팔고 그대로 세금 없는 돈을 만지기 위해서 해적들이 자주 출몰해서 위험하다고 소문이 나 있는 니베 케나 행성계의 전함의 무덤 속을 조용히 찾아오는 것이었다.
물론 여러 차례에 걸쳐 해적들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한 사람들도 많기는 했다. 그러나 전함의 무덤 속에서 몇 번 정도 대량으로 고물들을 빼내 팔아넘겨 한몫 단단히 잡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이유에서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에이센의 고철업자들은 해적들이 자주 출몰했던 시기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 돈을 벌기 위해서 피를 빨아 먹는 진드기처럼 전함의 무덤 속에 진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번 작전의 준비를 위해 배들이 우라베 기지로 집결하게 되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개월에 걸쳐 에이센 상선들에 대한 해적 행위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해적들이 잔뜩 출몰하던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들어오던 에이센의 고철 수집상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해적들이 사라져 버리게 되니 이제는 곳곳에서 고철을 수집해서 한몫을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었고, 몰려드는 에이센의 고철 수집상들이 대거 진출해 있을 것이 분명한 곳을 지나겠다는 작전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가 내세운 논리였다.
그는 현재 전함의 무덤 속이 에이센의 감시와 통제가 매우 약한 곳이라고는 해도 결코 에이센의 눈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강조했고, 그렇기 때문에 우라베 기지에서 함대를 출격시키고 나면 곳곳에 달라붙어 있을 것이 분명한 에이센의 고철업저들과 같은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지역을 피해서 전함의 무덤과는 별개의 항로를 잡아 나우베 행성계 쪽으로 함대를 이동시키고, 그 이후에 예정된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항로를 향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해도 보다 에이센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가 제안한 항로에 대한 주장의 요지였다.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다크 크라이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던 테르 벨키우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의 제안을 반박했다. 물론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테르 벨키우스도 전함들의 무덤 속을 지나다 보면 이래저래 발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다크 크라이드가 제안한 최선의 작전에서 큰 걸림돌이 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발바이스 내륙 지대에서 에이센 상선들도 출입하고 있는 나우베 행성계를 경유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의 행동이 발바이스 제국에 대한 빌미를 에이센에게 제공하게 해 줘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우베 행성계는 우리가 어찌해 볼 곳이 아니네······그곳은 우리와는 다른 곳 아닌가? 공식적인 요청이 아닌 이상은 우리들에게 협력해 주지 않을 것을 다크 자네가 더욱 잘 알고 있는 일이네!”
테르의 반박을 듣고 난 다크 크라이드는 그대로 의자에 깊숙이 주저앉아 길게 한숨을 내쉬엇다. 그리고는 잠시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테르를 마주 바라보다가 다시 상체를 반쯤 일으키더니 데스크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면서 울화를 터트렸다.
“도대체! 손과 발을 모두 묶어놓고 에이센과 싸워야 한다니 말이야! 우리가 하는 일들이 모두 발바이스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발바이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건가? 그리고 그 나우베 행성계의 주인 녀석은······빌어먹을! 같은 바르디아인으로서······”
다크 크라이드가 큰 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데스크를 쾅쾅 내리치고 있자 테르 벨키우스 조용히 다크 크라이드에게 진정하라는 말을 하며 그를 다독였다.
“자네가 조금 만 더 힘을 주면 데스크가 부서져 버릴 꺼야······진정하게······”
그제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다크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약간은 진정된 듯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후우······죄송합니다······다른 것이 화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우베 행성계의 주인 녀석에게 화가 났던 것이지요······그는 아마 에이센과의 전쟁을 반대하고 있다죠!”
다시금 조금 언성이 높이는 다크 크라이드를 바라보며 테르 벨키우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만 그것도 얼마 가지는 못할 것이네! 이미 대세는 굳어 졌으니 말이야.”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지휘관들은 그저 묵묵히 둘의 대화를 듣기만 할 뿐 가타부타 입을 열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몇 있는 것으로 보아 다크의 의견에 수긍은 하고 있는 듯 했다.
“빌어먹을 녀석······단지 에이센과의 무역을 통해서 얻는 눈앞의 이득 밖에는 보지 못하니······”
그가 욕설을 내뱉고 있는 상대는 바르디아의 대표적인 무역 행성계인 나우베의 지리적인 위치를 이용해서 에이센과 에롤드족과의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나베 카투라 라고 하는 귀족이었다.
나베 카투라 라는 귀족의 가문인 카투라 가는 에이센과의 전쟁이 끝나고 발바이스 제국이 성립할 당시에 많은 돈을 뿌려대 나우베 행성계의 운영권을 황제 피로넬리우스에게 하사 받았다. 바르디아 제국의 전성기 때에는 그렇게 큰 중앙의 귀족이 아니라 지방의 군소 귀족 가문들 중 하나였을 뿐인 카투라 귀족가의 가주인 나베는 거의 전가산을 털어 자신의 가문이 나우베 행성계의 운영권을 하사 받게 되자 뛸듯이 기뻐했다. 그는 현지로 이동하자 마자 보다 적극적으로 에이센과 에롤드 족과의 무역에 나섰다.
그 덕분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우베 행성계를 하사받기 위해서 투자한 금액 따위는 전혀 아무 것도 아닌 정도의 막대한 재부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나베는 이런 식으로 치부하게 된 막대한 재부를 혼자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황실과 국가 운영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귀족들에게도 얼마씩 분배해 줌으로서 자신이 너무나도 많은 이득을 독점함으로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는 다른 귀족들의 질시를 피해 왔다.
처음 나베 카투라가 나우베 행성계를 하사 받게 되자 다른 귀족들은 그가 곧 망할 것이라며 다시금 나우베 행성계의 옛 영화를 되찾게 하겠다는 그의 공언에 대해서 코웃음을 쳤었다. 나우베 행성계가 옛 바르디아 시절 매우 번창했던 무역 중심지이기는 했어도 에이센과의 전쟁과 에롤드 족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해져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베는 모두의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어 버렸다.
이후 나베 카투라는 에이센과의 무역을 통한 단맛을 너무나도 많이 본 탓인지 이후 종종 논의되어 왔던 에이센과의 전쟁에 사사건건 적극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에이센과 발바이스는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에이센과 발바이스가 전쟁을 벌이게 되면 나베 카투라 자신이 그동안 에이센과의 무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베 카투라는 발바이스의 신하라는 신분상 제약 때문에 공식적인 군사 행동에 대해서 협조를 해주고는 있었지만, 그 외의 경우에 대해서는 행성계로의 진입이든 접근이든지 하는 행위 일체를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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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드디어 무엇인가를 하려하는 바르디아 해방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