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61
키트릿지가 힘차게 대답하자 카레나는 살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키트릿지는 어디로 갔는지 카레나의 시선에서 사라져 있었다.
2월 17일 전치 6개월의 치료를 요하게 된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를 대신하여 바르디아 총독 대리에 임명된 에단 바그람 대장은 공식적인 총독 업무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날 베르베라로부터 정식으로 총독 대리에 임명된 에단 바그람 대장은 가장 먼저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에 대해서 테러 행위를 저지른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하도록 강력하게 지시를 내리는 한편,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성심을 다해 추진하고 있던 변방 5개 행성계에서 밀려오는 피난민들을 수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2월 25일 화요일 디네스 펜터 호리스 소위는 록시나 XI호에 탑승하고 있는 민간인들이 나름대로 얌전하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식당을 모두 점령하고 있는 관계로 자신들이 식당을 운영할 수 없고, 그 덕분에 전투 식량으로 계속해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인지 요즘에는 전투 식량 이외의 음식이라는 것에 어떠한 종류가 있는 지조차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다소 투덜거리고 있었다. 수병들이 에르바에 돌아가면 현금을 잔뜩 찾아 식당으로 달려가 맛있는 요리를 잔뜩 먹어 치우겠다는 다짐을 계속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디네스는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추어올리면서 록시나 XI호의 휴게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로 할 일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을 하거나 휴게실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디네스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서니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중위가 시에나와 무엇인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해?”
디네스가 씽긋 웃으며 안으로 들어서니 시에나는 히죽 웃으며 하버마스 중위와 함께 디네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다른 건 아니고 베르베라에서 테러가 벌어져서 에단 바그람 대장이 총독 대리가 되었잖아. 이러다가 또 다시 전쟁하러 나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시에나는 하버마스 중위와 웃고 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다소 심각한 말을 꺼내 놓았다. 시에나의 말을 받은 디네스는 히죽 웃으면서 싸우면 싸우는 것이지 무엇이 두렵냐고 대답했다.
시에나와 디네스 모두 하사관 출신이었기 때문에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온 하버마스 중위 보다는 경력이 더 많았고 실적도 휠씬 더 우수했다. 하버마스 중위는 공간 전투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공간 전투는 물론 하버마스 중위가 실적을 올린 지상전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하버마스 중위는 두 사람에게 은근하게 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세울 것은 단지 정규 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것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에나와 디네스가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버마스 중위는 다행히도 두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하버마스 중위는 두 사람과 음료수 하나씩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시에나와 디네스는 파츠 베이스 전쟁에서 오랫동안 종군했었기 때문에 전투 경험이 부족한 하버마스가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쉽게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하버마스 중위는 어딘지 모르게 아나베 행성계에서 자신을 지휘했던 티아라 고메스 중위와는 쉽게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버마스 중위는 티아라가 무척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매우 거칠고 남을 허락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나베 행성계에서 가졌던 티아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당사 잠깐이었지만 그녀와 직접 대화를 나누었을 때 티아라가 보여 주었던 남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에서 많은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지내다 보니 티아라는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과 별로 친분을 쌓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에나 필드 플레인 중위와는 꽤나 다정하게 지냈기 때문에 하버마스 중위는 평소에 궁금해 하던 티아라에 대해서 시에나에게 물어 보았다.
“티아라? 그 기집애가 왜? 크리스틴 너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어?”
시에나는 하버마스 중위가 티아라에 대해서 물어오자 먼저 그것부터 물었다. 하버마스 중위는 그녀가 약간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 다른 건 아니고······성격이 좀 다른 사람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하버마스 중위는 시에나가 자신보다 군 경력도 위고 나이도 많았기 때문에 선배를 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뭐······티아라가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성격은 아니잖아. 아! 그리고 걔 생리 할 때는 꼭 그렇게 침울해지는 경향이 있거든? 너무 신경쓰지 마.”
시에나가 씽긋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시에나의 대답을 듣게 된 하버마스 중위는 무언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알겠다는 듯 살짝 입술을 앞으로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디네스는 티아라가 굉장한 파일럿이라고 감탄의 말을 해 주었다. 연습때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전에서도 예전의 야이다처럼 기동한다며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가? 뭐 하기야 훈련은 실전처럼!······아니겠어?”
시에나가 피식 웃으며 디네스의 말을 받았다. 디네스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연습을 실전처럼 하는 것이 좋지.”
이후에도 몇가지 잡담을 나누던 디네스는 무척이나 따분한 일의 연속이라고 대답하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민간인들을 소개시키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제 3월 1일 쯤이면 에르바에 닿는다고 했지?”
시에나가 히죽 웃으며 살짝 눈을 내리 깔자 디네스는 시에나가 분명 크라우프와 재미보러 가는 것을 상상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소문에도 불구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니 디네스로서는 대단하다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네스의 상상과는 달리 시에나는 지금 에르바로 돌아가게 된다면 크라우프에게서 듣게 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대규모 전쟁이라······빌어먹을······’
시에나는 지금 당장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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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고모부님의 출상이 오늘이었습니다…
쩝…비가 와서 그런지 산길이 무척 미끄럽더군요…쿨럭~ 올라가는 도중에 몇 번이고 미끄러질 뻔 했답니다…
하지만 차가운 땅속에 몸을 뉘이시는 것을 보고 있자니…참…거시기하더군요…-ㅅ-;;
에고고…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7…
음…오래간만에 겪은 등산의 여파로 인하여…금일의 ‘독자와의 대화’는 중단…이 아니고…^_^;;; 거 짱돌 내려 놓으십셔…쿨럭~ 음…중단은 아니고 ‘단축운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즉 쪼까 짧아 불것다는 것이지요 잉…^-^;;
● ‘가연을이’님…1타를 축하드립니다…^0^)/~ 음홧홧홧~!!! 이틀 연속 1타를 하셨군요…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금단당의 승리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물은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니까요…흐흐흐…(←뭔 소린지…-ㅅ-;;;) 에…그리고 히로인들…출연했습니다…^_^;
● ‘마천풍’님…감읍…까지야…쿨럭~쿨럭~ 부담스럽사옵니다…-ㅅ-;;; 외려 소인이 이런 졸작을 읽어 주시는 데에 감사를 드려얍죠…건필하시고요…앞으로도 좋은 작품 써 주세요…
● ‘휴식시간’님…므흣…흠…-ㅅ-;;; 카레나가 설마 그럴리 있겠습니까요….평범함이라…하긴 저도 상당히 평범하게 생겨먹은지라…쿨럭~ 남들의 뇌리에 별로 남지 않는 듯 하더군요…성격도 조용한 편이라서 임팩트가 없는 듯…쿨럭~ 설마…여친이 없는 이유 중 하나인가…-ㅅ-;;
● ‘질풍랑’님…선리플 후감상…쿨럭~ 으으음…-ㅁ-;;; ‘선리플’ 치고는 상당히 늦으신 듯 한데요…진정한 선리플 후감상 신공은 작품이 뜨자마자…즉 조회수가 ‘0’인 상태에서 남기는 것이지요…흐흐흐…^_^;;; 수련에 박차를 가하시어…1타를 차지하시길 빌어드리겠습니다…^_^)/
● ‘soulschaos’님…뭐…그렇게 하고도 자리가 모자라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군함에 민간인을 태울 정도로 사태가 좋지 않다…라고 선전할 수도 있구요…(본문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_^;;) 게다가 만에 하나 적의 공격으로 아군 함정이 격침되어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될 경우…적을 ‘치사한 놈들’로 몰 수도 있고요…그리고 시민들의 분노를 끌어낼 수도…쿨럭~ -ㅅ-;;;
● ‘검은묵시록’님…음…아마도 다이레아를 대체할 만 한 캐릭은…으음…현재로서는 솔티…가 젤루 유력하디여…쿨럭~ -ㅅ-;;; 설마 중년과의 썸씽-_-;;을 바라고 계시는 것은 아니온지…실제로 그렇다면 가까이 오지 마세요…(←의심의 눈빛을 보내며 한 발자국 물러나는 아뒤쥔장…)
● ‘B612’님…맞습니다…음…정보업…쪽은 아니었습니다만…국산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도 나오지요…마지막 장면…송강호가 목격자 어린이에게 인상착의를 물었을 때…골똘히 기억을 하려 애를 쓰던 그 어린이의 대답…“음…음…평범해요…”…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_^;;
● ‘yaiddasya’님…^_^;;;; 뭐 그럴 수도 있겠군요…헌데…쿨럭~ -ㅅ-;;; ‘여자’라니…뉘십니까…설마 여친??…크흑~!! 그것이 사실이라면…부럽~!! T^T)/ 에고고…염장탄에 맞아 부렀군요…쩝…이게 뭡니까~ ‘yaiddasya’님 나빠요~ 오늘 기껏 출연시켜 드렸는데(…비록 이름만 달랑 나왔지만…) ^_^;;
● ‘다크크라이드’님…음…쿨럭~ 저랑은 해당사항이 없는 것들이라고 추정(!!)되는 단어들 뿐이로군요…아, 왜 굳이 ‘추정’이라고 써 놓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_^;;; 음…그리고 지루한 장면이라…작가넘이 만든 비축분을 얼핏 보니…별로 지루하지는 않던데요…워낙 순식간에 처리해 버리더군요…^_^;;;
● ‘(사토라레)’님…흠…조금 전에 ‘yaiddasya’님께서 날리신 염장탄은 ‘(사토라레)’님께서 날리신 것에 비하면 양반이로군요…-_-++++ 쩝…옷이 다 젖고…온천이라…허허허…뭐…한 마디만 하겠습니다…‘잘 차려진 밥상’을 발로 차시다니…^_^;;; 아마 두고두고 후회하시게 될지도…
● ‘chise’님…생수라…흠…하긴…인간의 몸은 70%가 물이라니까요…목이 마르면 물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음…헌데 ‘생수’라는 것이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혼자서 삽질한 꼴인데…쩝…-ㅅ-;;; 음…그리고 요즘 주변의 상황이 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차분하게 무언가를 할만 한 분위기기 아니더군요….천천히 감상해도 되겠지요? ^_^;;;
● ‘정민철’님…축하드립니다~!!! ^0^)/~ 또 하나의 명작을 완성하셨군요…‘독재자’에 이어 ‘패러렐 라이프’…음…이건 순전히 제 추측입니다만…아마 새로운 작품을 준비중이시겠지요? ^_^;;;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아~! ^0^)/
● ‘내멋대로할꼬야’님…음…어머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비록 제가 선물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만…예? 부담 가지지 말고 해도 된다고요?…쿨럭~ -_-;;; 음~! 음~!…뭐…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금 한 돈짜리 반지가 어떨런지요…부담도 적은 편이고…긴급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으니까요…^_^;;;
● ‘우주인엘로힘’님…헛헛헛…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어어?…쩝…그렇습니다..지금처럼 ‘우주인엘로힘’님의 뒤에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버티고 서 있게 되는 것이지요…-ㅅ-;;; 명복을…쿨럭~ 에…다크들이 도망을 치는 것은 크라우프들이 떠나고 난 뒤이지요…감시야 하고 있겠습니다만…일부러 놓아준 것 일지도…역시나 진실은 저 너머에…쿨럭~
● ‘키트릿지’님…음…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장면이었다고 우기는 아뒤쥔장…)를 보이며 사라지는 캐릭…키트릿지…자~ 과연 그의 정체는? 궁금하시지요? 그러면 스팸메일로 협박하는 것 좀 그만둬 주세요…ㅠ_ㅠ;;; (←물론 농담입니다…^_^;;)
● ‘피르다룬’님…으음…형님께서 외박을…음…그런데 형님께서 컴을 양보하지 않으시나 보죠? 으으음…그럴 때 일수록 반항을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혹시 압니까? 형님께서…‘짜슥 마니 컷네~’…라고 하실지도…물론 반항하다 맞아도 제 책임은 아님…┌(;;;ㅡ_-)┘
● ‘하얀바람이’님…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 음…그런데…큰 서점이나 대여점에 가도 없을 것 입니다…비인기작이거든요…오죽하면 출판사에서 조기종결을 요구했겠습니까…^_^;;; 뭐…매일 올리도록 노력하고 있으니까요…앞으로는 모니터를 통해서 마음것 보세요…^_^;;
● ‘英雄’님…핫~!…-ㅁ-;;;;; 내일 복귀시라니요…어허~!…끄응…-ㅅ-;;; 헌데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100일만의 휴가인데…쿨럭~ 컴 앞에 앉아 계시다는 것이 조금…쿨럭~ 남자 동기(또래 친구)들이야 뭐…다들 군대에 가 있을 테지만…여자 동기(친구)들은??? 쩝…술 한 잔 거하게 하셨나요? 저 같은 경우 군대에서 제일로 먹고 싶었던 것이 그것이었다는…-ㅅ-;;
100일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시는 ‘英雄’님…모쪼록 남은 군 생활도 무사히! 몸 건강히! 마치실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세요~!!! ^0^)/~
아참! 소제목 뭐라고 바꿔야 하지??? -_-a…
리하르트 황제력 268년 2월 29일 토요일 16시 20분 아나베 행성계에서 민간인들과 지상전 부대를 수용한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 지휘하는 함대는 에드라 요새에 도착했다.
오랜 우주여행에 지칠대로 지친 채 에드라 요새의 우주항으로 내려서는 피난민들을 맞이한 것은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열기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루하고 힘든 우주여행을 마치고 에드라 요새의 우주항으로 들어서고 있던 디나는 자신도 에르바에 남아 있었다면 에드라 요새에 와서 저렇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에르바에 도착했네요.”
디나가 취재부장에게 슬쩍 웃으며 말을 건네니 매리언 메넌 부장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지겨운 우주 여행도 끝났으니 슬슬 움직이자고.”
그렇게 말을 하며 일횅을 이끄는 매넌 부장의 어깨 너머 한쪽으로는 지고신교 사제들이 모여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자신들 혹은 다른 사람들의 무사함을 감사하는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건한 자세로 기도를 하는 지고신교 사제들을 바라보던 된 디나는 매넌 부장이 부르자 한번 씽긋 웃어 보인 후 동료들과 더불어서 서둘러 우주항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크라우프는 에드라 요새 사령관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에드라 요새 방어 사령관 올가 프룬제 대장은 50대 중반의 나이라고 들었지만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사람 같았다. 크라우프는 금발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묶어서 한군데로 고정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맞이하는 대장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 같은 것을 느끼고는 약간 몸을 긴장시켰다.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입니다. 총독부의 명령을 받들어 아나베 행성계에서 에이센 거주민들과 에이센 지상 병력 전부를 철수시켜 에드라 요새에 방금 도착했습니다.”
크라우프가 경례를 올리며 신고를 하니 프룬제 대장은 묵묵히 그의 신고를 받아 들였다. 그리고는 수고했다며 살짝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후 크라우프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유했다.
“예! 각하”
프룬제 대장이 권유한 대로 크라우프는 자리에 앉았다. 올가 프룬제 대장은 일단 크라우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크라우프가 차분하게 대답하니 올가 프룬제 대장은 그제서야 굳어 있던 얼굴을 살짝 풀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래······자네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지만 자네가 피난민들을 이끌고 온 아나베 행성계와 그 근처에 있는 4개 행성계를 제압하기 위해서 1,000만 명의 지상전 병력이 투입될 예정이네.”
프룬제 대장은 크라우프에게 아나베 행성계를 잃었다고 해서 너무 섭섭해 하지 말라는 투로 그를 위로해 주었다. 크라우프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자 프룬제 대장은 총독부의 배려로 변방 5개 행성계에서 철수해온 함대와 군 장병들에게 3월 1일 월요일부터 3월 8일 월요일까지 특별 휴가를 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프룬제 대장으로부터 총독부에서 장병 전원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크라우프는 얼굴에 약간 희색을 가지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러자 프룬제 대장은 좋은 말로 크라우프를 위로해 주었다.
“하핫! 내게 감사할 것은 없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모든 것을 잊고 편하게 푹 쉬기를 바라네.”
에드라 요새에서 잠깐 동안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에르바로 돌아가기 위해서 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디나는 피난민들의 명부를 작성하는 곳에 가서 관계 서류에 자신의 사회 보장 번호를 기입하고 직업란에 현재 자신이 방송사의 에르바 지부 통역 요원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약간은 까다롭다 느껴질 만큼의 신원 조회과정을 번거롭게 거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서류 작성이 끝이 나면 피난민 수용 시설로 가지 않고 에르바로 직접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디나와 그녀의 일행들은 지루함을 견디며 그 과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윽고 상당한 시간이 흘러 디나가 서류 작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누군가가 디나의 어깨를 두드려 왔다. 누구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뜻밖에도 크세니아가 서 있었다.
“에? 역시나 디나였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크세니아는 디나를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디나도 뜻밖에 만나게 된 크세니아를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예전에 베르베라에서 크세니아가 바르디아 쪽으로 행정관 보조로 발령이 난 이후 연락이 끊어 졌다가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 서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가 크세니아가 먼저 환하게 웃으며 디나의 손을 잡아오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나! 어쩌다 보니 너를 이곳에서 다 보게 되다니.”
크세니아는 디나의 뺨을 어루만져 주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디나는 이제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웬일이야?”
“그건 나도 묻고 싶은 말인데?”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디나는 크세니아를 보고 어쩌다가 이곳에 있게 되었냐고 물었다. 무엇인가 뻔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 나는 니멜 행성계에서 행정관 보조로 근무했었거든······그러다가 이번에 철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곳에 오게 되었어. 그런데 디나 너는?”
“아! 나는 방송사 기자가 되었는데·····나 바르디아어 잘 하잖아. 그래서 에르바 지부로 발령나게 된 거야.”
디나가 씽긋 웃으며 자신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자 크세니아는 전부터 디나가 기자가 되고 싶어 했고 바르디아에 오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면서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 난듯 말을 꺼냈다.
“아! 그럼 너도 이번에 피난 온 거야?”
“응·····아나베로 취재 나갔다가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지 뭐.”
디나의 대답을 듣고 난 크세니아는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해 주며 디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니멜에서는 장난이 아니었다. 시가에 테러리스트들이 발사한 지대지 미사일이 떨어져서 말이지.”
그렇게 대답을 한 후 크세니아는 갑자기 바르디아어로 디나에게 말을 꺼냈다.
[바르디아인들 참 대단하더라. 망할 녀석들······]순간 바르디어로 말을 꺼내는 크세니아를 보고 디나는 씽긋 웃으며 역시나 바르디아어로 대답을 했다.
[뭐 네가 다치지 않고 무사해서 다행이다.]두 사람이 바르디아어로 대화를 나누니 서류를 작성하던 사람들과 더불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싸늘하게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당황한 디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주변에다가 말을 꺼냈다.
“아! 저는 방송사 통역 요원이에요. 바르디아어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죠. 이 친구도 바르디아어를 많이 배운 모양이네요.”
씽긋 웃으며 그렇게 말을 한 디나는 서둘러 크세니아의 손을 잡고 그 장소를 빠져 나왔다.
어느 정도 정신없이 인파를 헤치며 걷던 크세니아는 자신이 갑자기 바르디아어를 말해서 미안하게 되었다며 디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디나는 그런 말에 신경쓰지 않고 바르디아어 발음이 좋아진 것 같다며 크세니아를 바라보았다. 많이 연습한 것 같다고 칭찬해 주니 크세니아는 머쓱해진 기분을 조금이나 풀어진 듯 이내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아참 나나 너나 이곳 에르바에서 한동안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연락하고 지내자. 베르베라에서 내가 이곳으로 발령 받아 온 이후에 너를 다시 볼 줄은 생각도 못했잖아.”
크세니아가 씽긋 웃으며 디나를 바라보니 디나도 그렇게 하자고 대답하며 크세니아를 바라보았다.
“맞는 말이야. 우연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다시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데 말이야.”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잠깐 동안 대화를 더 나눈 뒤 서로 휴대 전화 번호를 교환한 후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3월 8일 월요일 15시 크라우프는 변방 5개 행성계에서 귀환한 장병들 전원에게 주어진 15일까지의 포상 휴가를 받아 에르바 시티로 나와 있었다.
크라우프는 다른 배로 출발한 시에나와 티아라를 기다리는 동안 에르바 우주항의 승객 대기실에서 다이레아와 함께 공용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눈에 뜨일만 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는 받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면서 가끔 가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크라우프와 다이레아는 마음 편하게 자리에 앉아 뉴스를 보면서 다소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온통 변방 5개 행성계에 관한 소식들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뉴스에서는 변방 5개 행성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의 기록이 방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각 방송사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촬영한 것들과 아나베 행성계에서 전투를 벌이던 에이센군의 모습을 촬영한 에디 레너드 소령의 기록 영상들도 공용 방송에서 보도되고 있었다.
머드라는 이름을 가진 카메라맨이 촬영한 영상에는 바르디아인들이 에이센인들의 목에다 줄을 매달고 인화성 물질을 끼얹은 뒤 불을 붙여 길로 내던지는 장면을 포함해서, 바르디아인들이 몽둥이를 꺼내 들고 에이센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마구 내리치는 장면들이 거의 가감 없이 내보여 지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어 에이센 군인들로 보이는 시체들에다가 줄을 매달라 사람들이 질질 끌고 다니거나 삽이나 몽둥이로 시체를 내리치는 장면들 같은 모습들이 약간이 모자이크만 첨가된 채 그대로 내보여 지고 있는 중이었다.
“모자이크 처리도 별로 안하고 거의 그대로 내보여 주네요.”
크라우프의 옆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던 다이레아가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