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53
“광산지대 정면의 부대가 견제 병력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안심하고 병력을 빼내 주공으로 예상되는 우회 공격에 대응하려 들 것입니다.”
세 사람은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여러 가지 상황과 적 지휘관의 입장에서 아군의 공격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검토해본 결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다만 별동대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규모의 병력이 있음을 적이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가 큰 문제였다. 더미들을 가지고 다닌다면 자칫 이번 작전의 생명인 기동이 느려지게 될 것이고 이에 크라우프는 이 기지에 와 있는 다큐멘터리 기자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기자를?”
의아한 표정의 두 사람에 그는 언론은 현재 에이센이 광산지대를 잃은 것을 크게 방영하고 있으니 재탈환 작전을 중계할 수가 있게 해준다면 기자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서라도 이 작전에 참여하게 되든지 아니면 방송 보도를 대대적으로 할 것이다. 이들에게 아군의 대부분의 병력이 우회하고 있다고 선전하도록 하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거짓 정보를 유포함으로서 적을 혼란에 빠지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크라우프의 대답에 둘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일단 행성계 사령부에서 이들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런 정도의 전쟁이라고 한다면 행성계 사령부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이겠지만 현재 파츠 베이스와는 미묘하게 외교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행성계 사령부가 직접 나서기에는 국내의 반전 여론이 너무나도 거셌던 것이다.
지난 20년에 가까운 전쟁기간 동안 에이센에서는 꾸준히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반전 운동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부모 형제들을 잃고 자식들을 전장에 내보내 가슴 졸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은 황제 게르트 하우츠가 전쟁보다는 내부 정비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행성계 사령부가 직접 이번 작전에 개입하게 된다면 파츠 베이스에 명분을 주게 되고 이것은 자칫 국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된다면 자칫 국내에 대규모의 반전 시위가 걷잡을 수가 없이 번지게 되고 현재 민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파들이 확전을 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도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만 먹는 다고 한다면 이런 행성에서 파츠 베이스를 몰아내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겠지만 황실이든 군부든 민회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여론이었던 것이다. 에이센은 황제가 있는 엄연한 전제 국가였지만 공화제를 실행하고 있었고 입헌 군주제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에이센에서 공화제가 이만큼이나 성장했던 것은 매우 힘든 시기를 여러 번 거친 다음에 현재의 위치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것은 결코 헛되어 얻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시간에 걸친 토론으로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에 와서는 에이센이 파츠 베이스와 재대결을 해야 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번의 사건만 해도 파츠 베이스군과 전면전으로 승부를 벌인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지만 단순히 렘셰이드기지와 셰어필드기지에서 벌어진 단순 무력 충돌로 축소시키려는 케네온의 에이센 행성계 군사령부의 의도 때문에 보다 직접적인 작전 개입과 함께 공개적인 지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대에게 비난의 빌미를 주어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곳 렘셰이드기지에서는 다시 광산지대를 재점령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활동을 홀로 결정해야 했던 것이다. 단순히 정기적인 지원만 해줄 뿐이라는 행성계 군사령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곳은 이미 양측의 첨예한 대립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9월 14일 파츠 베이스군이 점령한 광산지대에서는 요새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워낙 지표면이 크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전차들로 지상 포대를 구축하고 바리스타들로 하여금 방어태세를 철저하게 갖추도록 했다.
마주보고 있던 정면에서는 에이센군이 광산지대에 대항해서 대규모의 물자 집적소를 건설하고 있고 수많은 병력들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 관측되었다. 첩보위성의 관측과 함께 항공 촬영 등으로 파악된 것을 본다면 1천대 이상의 바리스타가 집결하고 2만 명 이상의 보병들과 다수의 장갑차량과 전차들이 진지 구축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다.
이곳을 총괄해서 지휘하고 있던 다니엘 카이저대좌는 에이센군의 꾸준한 병력 증강에 오히려 적들이 이곳을 재공격하지 않게 될 것인가 불안해했다. 백효연 같은 인물이 다시 나온다고 한다면 적의 의도를 사전에 감지할 것이겠지만 카이저대좌는 이런 상황이 되니 매우 불안해했던 것이다.
그리고 참모들을 소집해서 에이센군이 전면 공격에 나설 경우 방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했는데 참모들은 이 광산 지대를 장악하기 위해서 에이센군은 분명히 아군을 고립시키려 들 것이라고 했다. 지형적으로 볼 때 전선에서 에이센군 쪽으로 돌출되어 있으니 후방을 반포위해 들어가서 장악하면 아군을 고립시킬 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겠군 그래······”
참모들은 병력 배치를 다르게 하자고 했다. 일단 정면에 포대와 약간의 위장 병력만 남기고 주 전력은 모두 광산지대 밖으로 빼내자고 했다. 자칫하다가 에이센군의 지상포 공격에 적과 같은 꼴이 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다.
후방에 주력 부대를 배치시켜 적의 침공에 적절히 기동력을 살려 방어하자고 했다. 주력을 바로 적이 보이는 곳에다 배치시켜 놓는 다면 자칫 완전 고립될 수가 있고 또한 발목이 잡히게 된다면 다른 곳에 대한 반격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맞는 말이군······”
일단 최전방은 지상 포대들을 배치시켜 에이센군으로 하여금 많은 병력이 있도록 믿게 만들자는 것이고 주전력은 후방으로 배치시켜 적의 공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자고 했다. 초반 적의 공세를 예상할 수가 없다면 자칫 기습 공격으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될 것이다. 주력을 감춤으로 해서 적의 공격에 차질을 빚게 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뻔하게 광산지대에 모든 병력이 집결해 있게 된다면 적이 모든 화력을 광산지대에 퍼붓게 된다면 손실이 너무나도 거대한 것이다.
참모들의 의견을 옳게 여긴 카이저대좌는 주력 부대를 후퇴시키도록 지시했고 광산지대에는 포대와 적을 견제 할 수가 있는 300대 정도의 바리스타들만 남겨 놓은 채로 나머지들은 후방으로 철수하도록 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중사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로 몸을 씻었다. 공용 샤워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의 때를 말끔하게 씻어 내고 있었다. 샤워장의 천장은 온수 파이프가 이어져 있고 그곳에는 샤워기가 매달려 있었다. 손잡이를 잡아 틀면 온수가 쏟아져 나왔다.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매일 전쟁 준비군 그래······”
다시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 자꾸 떠돌았다. 주요 간부는 아니었지만 디네스도 이 말을 조금씩 듣고 있었다.
우즌 리베라중사가 디네스의 옆으로 다가오면서 그녀가 쓰고 있던 바디 샴프를 들더니 자신도 좀 쓰겠다고 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빙긋 웃으면서 머리를 감았다. 뿌옇게 일어나고 있는 공용샤워장안에서는 남녀가 뒤섞여 샤워를 하고 있었다. 리베라중사는 머리를 감으면서 친오빠처럼 다정하게 물었다.
“디네스······너는 왜 파일럿이 된 거니?”
“저요? 아······저는 20세가 되면 의무 복무기간이 끝이 나잖아요. 어디 시골에서 경비나 설 줄 알았는데······”
고향이 파츠 베이스와 마주보고 있는 프로스베인이었기 때문에 어릴적 부터 전쟁이 벌어졌다는 것을 자주 듣고 보고 있었다.
“의무기간 채우면 제대해 버릴 꺼야?”
“그래야 겠죠? 바리스타 면허 가지고 나가니 어디에 가서 밥 굶을 염려는 없구요.”
그녀의 순진한 대답에 리베라중사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짧게 숨을 들어 마셨다.
“나는 기계가 만지고 싶어서 대학에서 기계를 만졌다. 그런데 정비병이 아니라 파일럿을하라고 하더군······그게 더 어울린다고 말이야!”
군인이 되는 것이 의무였지만 해군들에게 최소한의 복무 기간은 4년이었다. 장기간 멀리 나가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복무 기간이 긴 직업군인들로 함대를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병이었지만 복부기간이 긴 하사관들은 해군의 중요한 기간이었던 것이다. 해군에게도 사병들이 많이 있었지만 현재는 하사관들이 가장 많았다.
“우습네요. 군인이라는 것들이요.”
디네스는 머리를 감은 다음 샤워기를 다시 틀어 온 몸의 바디 샴프 거품을 모두 씻어 냈다. 그리고 돌아서서 탈의실로 들어왔다.
타월로 대충 몸의 물기를 씻어 냈고 머리의 물기를 빨아냈다. 라커에 가서 문을 열고 비닐 포장되어 있는 새로 지급 받은 속옷을 꺼냈다. 소모품으로 보급부에 가서 직접 수령해 온 것이다. 속옷만 입고 머리를 한번 추어 올렸을 때 라커들 뒤쪽으로 남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가늘게 신음소리 비슷한 것도 울려왔다. 라커에 부딪치는 듯 작게 쿵쿵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뭐지?”
보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이런 것은 꼭 보고 싶어지는 것도 또한 사람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슬며시 돌아서서 가보니 예상대로 남녀가 뒤엉켜 있었다. 간단하게 여자를 벽에 세우고 남자는 그 앞에서 일을 치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일을 치르려는 듯 남자는 꽤나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여자는 그런 남자가 우습다는 듯 웃고 있다가 짧게 신음소리를 질렀다. 최대한 작게 신음 소리를 지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여자의 얼굴을 보니 뜻밖에도 다이레아였다. 보기 민망하다는 생각과 함께 되돌아서서 자신의 라커와 왔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내의 셔츠를 입고 군복 바지를 걸쳤다. 그리고 위에 상의를 걸친 다음 라커 아래에 있는 군화를 꺼냈다. 양말을 신고 군화를 꺼내 신었다. 이때 뒤쪽에서는 남녀가 길게 숨을 내쉬면서 깔깔 대면서 웃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잠시 뒤에 몇 번 키스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면 몸매도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았지만 이제껏 남자와 한번도 섹스를 해 본적도 없었다. 어쩌다가 제대로 남자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하기야 키스도 아버지가 해준 것 이외에는 다른 경험이 없었다.
“원 참······”
아직 자신은 16살이었기 때문에 늦은 것이 결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주위의 여자들 중에서 남자친구 없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한심하다 싶어졌다. 시에나는 결혼할 상대인 크라우프만을 상대하고 있지만 알리시나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도 각각 몇 번씩 남자를 사귀고 잠자리도 함께 했다.
‘치······’
오히려 자신이 희귀한 족속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싶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였기 때문에 규정상으로 부대 내에서 연애는 금지되어 있지만 공공연하게 이런 일이 벌어져 왔던 것이다. 군대에서 피임법을 정신 교육 시간에 교육시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서이기도 했다.
‘원 참 나도 빠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였다가 들었다. 자신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단정지었다. 누가 되었든 간에 처녀로 지내다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장 처음으로 몸을 맡긴다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머리를 추어 만지고 있을 때 다이레아가 그 남자와 함께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디네스 저녁 먹으러 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무슨 이상이라도 있을까 싶어 자세히 보았지만 다이레아는 약간 상기된 얼굴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남자는 먼저 샤워룸으로 걸어 들어갔고 그녀는 맛있게 먹으라고 해주면서 빙긋 웃어 주었고 디네스는 엷게 웃으면서 가볍게 경례를 해 주었다. 그리고 착잡함과 민망함 가뿐함을 함께 가지면서 탈의실 밖으로 나와 식당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9월 14일 18시 20분 이날도 렘셰이드기지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복구합니다…^_^;;;
9월 15일 케네피온행성의 3개 대륙 셈넬과 가빈 만드레일 중에서 에이센의 완전한 지배하에 있는 셈넬 대륙에서 대규모의 수송기들이 출발했다는 인공위성 사진이 촬영되었다. 대규모의 보급물자들을 적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드리엘대륙의 파츠 베이스군 최대 군사 기지 셰어필드기지에서는 이런 정보가 입수되면서 많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기지 부사령관 카이저대좌가 최전선에서 자신들의 전방에 대해서 나날이 증강되고 있는 에이센군 전력에 대한 보고를 해 왔고 이에 대해서 자신들에게도 다수의 병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숫자입니다. 첩보위성으로 볼 때 에이센군은 적어도 3천 대 이상의 바리스타를 집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참모들이나 작전 참모들이 에이센군이 다이아몬드 광산 재탈환을 위해서 대규모의 병력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즉각 최전선이 될 다이아몬드 광산지대에 이쪽도 이에 대응해서 병력을 증강시켜야 한다고 했다. 기지 사령관 레오폴트 클레버상좌는 짧게 혀를 차면서 현재의 이런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 거의 쉴새없이 크고 작은 전쟁만 계속해서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저대좌가 보내온 부대 배치 변경 상황은 적의 임박한 공세를 상정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적의 전면 공세와 지상포 공격에 대비해서 광산지대 내부에는 마찬가지로 대지포들과 일부의 견제 병력만 남겨 두고 적의 포격 범위 밖에서 기동 방어를 위한 주력 부대를 배치 이동 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에 대한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증원을 요청했다.
클레버상좌는 에이센군의 움직임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면서 가빈에 있는 행성 군사령부에 자신들에게도 보다 많은 병력과 물자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걱정이 된다.”
에이센군의 공세 의도가 너무나도 뻔한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적이 자신들의 의도를 너무나도 쉽게 드러내 버렸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도 의아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세 의도를 이렇게 내보이고 있는 이상 이것에 대해서 지원을 해주지 않을 수가없을 것이오.”
클레버상좌로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작전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이 기습을 전제로 작전을 감행할 것이지만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의도를 확실하게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참관인 자격으로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래리는 에이센군의 의도가 다른 곳을 기습 공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하게 이들은 광산지대 정면으로 대규모의 물자 집적소를 건설하고 많은 병력들을 집결시키고 있지만 무조건 정면으로 공격을 한다면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다. 분명하게도 적들은 자신들이 광산지대에 많은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강력한 종심 방어 태세를 갖춰 공격력을 흡수하려 들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면 공격만 고집한다면 무모하다고 밖에는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해보고 있던 래리는 에이센군이 광산지대 정면에 병력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고 결국에는 다른 곳으로 공격을 해올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된다면 어디가 될 것인가 싶었다. 말없이 자신의 앞에 펼쳐진 병력 배치도를 주시했다. 그리고 한군데가 눈에 띄었다.
본래 기지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래리에게는 발언권이 없었다. 다만 참관할 뿐이었던 것이다. 클레버상좌를 비롯해서 다른 기지의 참모들 모두 에이센군이 광산지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광산지대만이 아닐 것인데······’
참모들 중 한 사람이 혹시 에이센군이 다른 곳으로 기동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했을 때 그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여러거지 다른 상황을 상정해 볼 때 에이센군이 광산지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공세를 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렘셰이드기지의 목줄을 우리가 쥐고 있는데 이들이 다른 곳에서 공세를 취할 수가 있겠는가?”
시선이 다이아몬드 광산지대에만 집중되어 있고 에이센군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에이센군에게도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했다. 현재 셈넬대륙에서 발진한 수송기들은 광산지대를 재탈환하기 위한 물자를 싣고 발진한 것들이라고 했다.
‘에이센군의 전력 이동이 좀 의아스러워······’
래리는 에이센군이 광산지대 정면으로 물자를 공급할 때 굳이 수송기를 사용하지 않고 지상 차량을 사용해서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이것으로 볼 때 분명히 수송기를 비롯한 신속한 운송 수단들은 다른 곳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바로 이곳 만드레일 대륙 서북부에 위치한······붉은 강을 도강하려 들지 가능성이 높다.’
붉은 강은 만드레일 대륙 서북부에 위치한 강으로 남부 고원지대에서 발원해서 셈넬대륙쪽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꽤나 그 길이가 길고 유량이 풍부한 강이었다. 붉은 강은 저녁 노을만 지면 강이 전체로 붉게 물들어 버린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었는데 이곳에는 다수의 초목들이 자라나 있기 때문에 은밀한 부대 기동에 매우 유리했고 아군의 영토 깊숙이 까지 침투할 수가 있었다.
이곳 붉은 강의 북부를 장악하고 있는 에이센군과 강 남부를 수비하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의 병력이 분산되어 있었다. 초목들이 많고 교통망이 확충되지 못하다 보니 요소마다 병력을 배치시키지 못하고 몇 몇에 부대를 집결시키고 있고 병력도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만일 에이센군이 이곳 붉은 강 지대를 장악한다면 큰일이겠군······’
래리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에이센군이 광산지대를 노릴 것이다. 아니 만드레일대륙에서 자신들을 몰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은 결코 무모한 자들이 아니다. 정면 공격이 매우 손실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대 병력 집결지인 광산지대에서 병력 분산을 노리고 아군에 혼란을 유발시키려 들 것이다.’
자신이라고 한다면 강한 부대를 이끌고 이곳을 휩쓸어 아군의 내륙을 위협해 남부 고원지대를 장악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칫 셰어필드기지가 직접적인 타격 범위 안에 들게 된다. 광산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게 될 뿐만이 아니라 만에 하나 에이센군의 주된 목표가 고원지대의 점령과 함께 셰어필드기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가정한다면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런 가정을 이곳에 앉아 있는 참모들 중에서 한 사람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적이 다른 곳에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하는 가정을 세우기는 했지만 적에게 그 정도의 병력도 부족하고 그런 정도의 병력을 통솔할 수가 있는 지휘관도 없다고 단정지어 버렸던 것이다. 가장 먼저 충분한 중간 보급기지 없이 만드레일대륙의 내륙 깊숙이 침투해 온다면 아군이 대 반격을 가해 적을 완전히 고립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보급물자의 공급이 차단되고 통신도 두절된다면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인데 적들도 이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니 그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래리는 이런 셰어필드기지 참모들의 느긋한 태도가 심각하게 걱정되었다. 만일 에이센군이 붉은 강 지역을 돌파해서 고원지대를 장악하고 병력을 수송기로 공수해서 고원지대에서부터 다시 재정비하면서 셰어필드기지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게 된다면 자칫 만드레일에서 파츠 베이스군이 철수 할 수밖에 없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그는 광산지대에 병력을 보충해 주자고 결론을 내린 클레버상좌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것은 래리가 이곳 기지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발언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좌······저도 조금 생각이 있는데 발언권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기지 참모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향했다. 올해 28세에 대좌의 지위에 있는 래리를 보고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그를 두고 신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가 성공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재능이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특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고 그런 이유에서 대좌에 오른 풋내기 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클레버상좌는 매우 공정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랬 동안 사람을 부렸던 사람으로서 아무 말 없던 래리가 발언권을 요청하자 말해 보라고 했다.
“예······감사합니다. 상좌······참관인인 제게 발언권을 주셔서 거듭 감사 드립니다. 적들이 현재 광산지대 정면으로 다수의 병력을 집결시켜 공세의 의도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은 아마도 아군의 시선을 이곳에 잡아 놓기 위함이 아닐지 모르겠다 생각됩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군가의 말에 래리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제가 에이센군 지휘관이라고 한다면 아군의 시선을 온통 이곳 광산지대에 돌려놓고 비교적 경계가 허술한 붉은 강 지역을 돌파해서 남부 고원지대로 진출할 것입니다. 만일 에이센군이 고원지대를 장악하게 된다면 셰어필드기지에 대해서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클레버상좌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고 그 자리에서 못박았다.
“자네가 이곳의 사정이 밝지 못하니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네 붉은 강에서부터 고원지대까지는 거의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 대규모의 부대 기동이 어렵네······바리스타뿐만이 아니라 전차와 물자 수송부대까지 기동해야 할 것인데 이런 곳에서 기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 이곳을 돌파해 낼 수가 있는 지휘관이 없을 것이네······만일 돌파한다고 해도 보급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지 않겠나? 강의 서부에 위치한 아군 부대도 상당한 숫자네······이들이 에이센군을 저지하는 동안 다시 병력을 집결시켜 반격에 나선다면 에이센군도 꼼짝하지 못할 것이네······신속하게 병력을 움직여서 아군의 허를 찌르려 드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겠지만 그러려면 이곳 만드레일은 그렇게 전략을 펼 수가 있을 정도로 선정될 장소가 많지 않네······”
무안만 당하게 된 것 같은 래리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기지 사령관이 그렇게 못박듯이 자신의 의견은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잘라 버리며 단정하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기지 사령관은 에이센군의 동향을 보다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정찰 활동을 활발히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9월 20일 셈넬의 군사령부에서는 다수의 물자를 공급해 주기로 약속해 주었고 많은 수송기들을 발진시켜 렘셰이드기지의 비행장을 매일 같이 붐비게 만들었다.
공격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파일럿들은 이날 오후 늦게 자신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위치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연일 기지에서는 광산지대 정면을 공격한다고 떠들고 있었고 기지에 와 있는 군 다큐멘터리 기자는 광산지대 정면에 배치되어 있는 부대도 촬영하고 많은 물자들이 집결되어 수송차량에 적재되는 과정도 빠짐없이 촬영하고 인터뷰하고 있었다.
위치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던 파일럿들은 이제 자신들도 공격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우리들도 나서는 건가?”
저녁식사로 제공되는 음식들은 매우 풍족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고참병들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가서 싸우고 죽으라고 하는 말인가라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잘 먹여 놓고 열심히 죽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하면서 다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자칫하면 풍족한 음식들도 다시는 먹어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은 예하 중대장들을 불러 들였고 이들에게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주었다.
듣고 있던 중대장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도 있었고 무모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이 어려운 일입니다.”
넥스중위가 목숨이 여러 개 있어도 모자라겠다고 짧게 탄식 섞어 말을 했고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이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 하는 수 없지 않겠나······”
알겠다고 대답하는 중대장들은 고개를 좌우로 내젓고 있었지만 소령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예정되었던 대로 매우 풍족하게 나왔다. 마치 파티라고 있는 것처럼 많은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바비큐들도 함께 나왔고 여러 가지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나왔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위치 이동이 결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광산지대로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저녁 식사를 들었다. 이제는 그녀 자신도 고참병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런 음식을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잘 구운 칠면조 바비큐를 들어 입안에 넣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광산지대에 가면 우습게 될 것 같다는 말들을 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파츠 베이스군들도 격렬하게 공격을 해올 것이라고 하면서 기도라도 올리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녀는 물끄러미 중대장들과 말들을 나누고 있는 크라우프를 지켜보았다. 무엇인가 웃으면서 일상적인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중대장들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진행 될 것 같은데?’
옆자리에 앉아서 접시를 비우고 있는 시에나쪽으로 다가섰다.
“혹시 시에나 소령님께 뭐 들은 거 없어요?”
“뭘? 코프한테? 나 사랑한다고 하는 말?”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대답이었다. 디네스는 그런 말이 아니고 다른 소리 혹시 자신들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등의 말을 들은 적이 없냐고 했다.
“아니······코프는 나한테 그런 말 안 해······들어오면 옷 벗으라고나 할까······”
디네스는 고개를 조금 앞으로 숙이면서 괜한걸 물어 봐서 미안하다고 했고 시에나는 피식 웃기만 했다.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말을 돌리니 기분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는 식당의 한구석에서 중대장들에게 이번 작전이 결정된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자신이 선정한 목표 지점이 너무나도 위험하고 상식 밖의 일이라고 일축되었다고 해주면서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적이 방심하고 있을 것이네······”
그의 말에 중대장들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자칫 적이 대 반격을 가한다면 아군은 적진에 고립될 것입니다.”
페러타인중위의 걱정에 크라우프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럼 항복하지 뭐······나는 결코 자네들과 내 책임하에 있는 사람들을 헛되게 죽게 하지 않을 것이네 정 할 수 없으면 항복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지난번의 라시드대령의 지시로 바리스타부대 전원이 후방에 버려지게 되었을 때도 크라우프는 주저없이 부하들에게 바리스타들을 모두 버리고 탈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런 그에게 막연한 희망 비슷한 것을 가질 수가 있었다. 크라우프라고 한다면 적어도 자신들을 그런 극단적으로 내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마친 대대원들에게 크라우프가 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었고 그는 모두에게 먼저 경례를 올렸다.
“이 식사를 마치고 다들 알고 있듯이 우리들은 출격한다.”
대대장의 말에 대대원들은 알고 있다고 일제히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