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84
리하르트 황제력 270년 4월 11일 14시 20분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이 직접 이끈 후방 예비 함대와 전력 재편성이 끝이 난 에이센 함대가 대대적으로 전선 후방에 출현했다.
도착하는 즉시 부치 대장의 기함과 연결된 통신에서 케르테츠 대장은 먼서 늦게 도착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그 늦음을 보상이라도 하듯 서둘러 전선으로 병력을 이동시켜 나갔다.
부치 대장은 조금은 신중하라는 말로 지나치게 호기를 부리는 듯한 케르테츠 대장을 자중하도록 하려 했지만 전장에서는 이런 참견이 쓸데없는 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잠시나마 그를 믿어 보기로 했다. 적어도 자신의 역량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투철한 감투 정신을 갖고 있는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12일 20시 다소 늦게나마 전선에 출현한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에게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이 직접 지휘하는 함대가 공세에 나섰다.
13일 02시 에네르 자드는 우나베 바스타란과 에이센 함대가 언제라도 반격해 나올 수 있을 것임을 예상해 그것에 대한 대비를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예상했던 것 보다 에이센 함대의 반격이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져 당황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야디 토즈팰러 페리콘를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미 승세를 잡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에이센 함대 8만 척의 항복을 받아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 전체 장병들의 사기가 올라갈 대로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니멜 행성계 쪽에 주둔하고 있던 에이센 함대를 상대하고 있던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 30만 척이 적의 우회 공격을 방어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전체 전력을 전선으로 투입해 낼 수 있었다. 이때 토즈팰러가 에이센 함대의 반격을 걱정했지만 에네르 자드를 비롯한 발바이스 함대 수뇌부는 이번의 에이센 함대의 공세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했고 그들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세를 지지했다.
13일 19시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은 압도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는 발바이스 함대의 공세에 일시적으로 3만 척 이상의 예하 함대를 상실하고 다시금 전선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가 재차 추격해 나왔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열세인 에이센 함대의 반격도 만만치 않게 강력하게 이어졌다.
14일 17시까지 벌어진 전투에서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은 어니 랭 중장과 비스트 모건 중장, 에드워드 리벌트 중장을 차례대로 잃고 11명의 소장과 21명의 준장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7만 척 이상의 전투함을 손실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이 시간 동안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의 손실도 만만치 않게 증가하여 무려 12만 척이 격침되어 버렸다
격렬한 전투의 와중에 자칫 에이센 함대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런 위기가 닥칠 때 마자 케르테츠 대장의 열성적인 지휘 때문에 전군이 붕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고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게 꾸준히 병력 손실을 증가시키도록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케르테츠 대장이 지휘 능력과 그를 따르는 전체 장병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지만 이미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의 연합 함대는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이 첫 전투 참가가 되는 케르테츠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에 비해 그들은 근 한달 가까이 전투에 계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케르테츠 대장은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의 압도적인 숫자와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팀워크를 극복해 내지 못했고 그의 후방에 있던 부치 대장도 재빨리 병력을 수습해 케르테츠 대장의 뒤를 받쳐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뻔한 전투를 계속하게 되었다.
15일 11시 22분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는 끊임없이 병력을 교체시켜 가면서 에이센 함대를 소모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이것 때문에 제대로 병력 교체 주기를 맞추지 못한 에이센 함대가 서서히 열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이때는 니멜 행성계를 포기하고 구원을 위해 도착하는 콘첼과 크로네 중장의 함대를 기다리는 희망이 있었다.
16일 20시가 되어서야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은 그제서야 니멜 행성계를 포기하고 전장으로 구원하러 출현한 칼 클라우스 콘첼 중장과 페터 크로네 중장의 함대와 합류할 수 있었지만 이미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게 완전하게 기세가 꺾여 버린 뒤였다. 무엇보다도 콘첼과 크로네 중장의 함대 또한 거듭된 전투로 소진될 대로 소진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17일 05시 30분 부치 대장으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은 케르테츠 대장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은 끈질기게 공격해 들어오는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게 평소의 정력적인 활동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장 끝 부분에 사령부 예하 함대를 집중시켜 나머지 함대와 장병들에 대한 안전한 후퇴를 책임지려 애썼다. 사실 이때 케르테츠 대장이 믿고 후방을 맡길 만한 지휘관들 대부분이 전사해 버렸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함대가 지휘관을 상실하고 지리멸렬해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아니면 끝까지 후방을 사수해 아군의 퇴로를 지켜줄 수 있는 지휘관이 아무도 없었다. 이런 때 케르테츠 대장은 용맹한 지휘관으로서 결코 비겁함을 가질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 그는 기꺼이 후방을 맡아 부하들의 후퇴를 지켰다.
18일 15시 30분 이스트 반 케르테츠 대장의 직할 함대는 좌우로 돌파구를 열기 위해 기습해 들어오는 발바이스 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는 열성적으로 발바이스 와 뮤틸레 족 연합 함대를 저지해 내려 했는데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다만 17일 15시부터 본격 적으로 전투에 참가하기 시작한 케르테츠 대장과 그의 직할 함대는 가장 끝에 남아 분전했다.
그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6시 정각 그는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 3만 척 이상을 격침해 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18시 45분 결국에는 최후의 1척이 집중 포격에 격침됨으로서 단 1척도 살아 남은 함대나 병사 하나 없이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이때 전사한 케르테츠 대장의 나이 51세였다. 그가 여러 전장에서 명성을 떨친 지장에 경우에 따라서는 용맹무쌍한 지휘관이었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허망하고 애석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분전 때문인지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는 결정적으로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나베 행성계로 진입할 수 있는 항로 이상을 장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체적인 진군을 멈추어 버렸다. 하지만 초토화 작전은 계속되어 곳곳에서 살아 남은 에이센 함대 패잔병들은 끝까지 저항을 벌이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각개의 능력으로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도망쳐 나오기 시작했다.
19일 23시 01분 아나베 행성계 후방으로 물러선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은 나름대로 공식 집계된 피해 보고를 받았다. 최초로 적이 움직인 것을 발견한 리하르트 황제력 270년 3월 15일 14시 30분을 교전 시점으로 잡는 다고 한다면 전투가 종결된 것으로 확정이 된 4월 19일 23시 01분까지 에이센 함대는 200,000척이 넘는 전투함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번 전투에서 집계된 전사자가 무려 135,000,000명을 넘어섰고 크고 작은 부상자가 214,715,892명에 육박했다. 이것에다가 투항한 게크 대장이 이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80,000,000명에 달하는 항복한 장병들을 포함한다면 이번 전투에서 완전히 잃어버린 인적 자원은 200,000,000명이 간단하게 넘어간다. 보고를 받은 부치 대장은 괴로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20일 01시 12분 부치 대장은 에드라 요새에서 지원함대로 출발한 정규 함대 50만 척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이번 패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 패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묵묵히 그의 손에 들려진 권총은 언제고 부치 대장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만약에 자신이 이런 식으로 책임을 진다면 남게 되는 다른 사람들이 더욱 큰 비난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비난과 괴로움을 미루어 두기로 했다.
“미치겠군! 전투가 이렇게 끝이 나다니 말이야……”
20일 19시 40분 에드라 요새에서 30만 척의 함대와 더불어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실만 베르퍼 행성계 외각까지 진출해 나온 크라우프는 지난 시간 동안 아나베 행성계에서 벌어지고 있던 격렬한 전투가 종결 되고 에이센 함대가 참패했다는 소식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리고 있었다.
시르피드 XII호의 지휘 데스크에서 그는 주요 지휘관들을 모두 소집해 아나베 행성계에서 에이센 함대가 참패한 것에 대한 후속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그 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지휘관들 중에서 뾰족한 수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ㅐ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소장들은 젊은 크라우프가 섣부르게 행동할 것을 우려해 자신들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가 적보다 숫자도 적을 뿐만 아니라 훈련도 또한 매우 낮음을 걱정했다.
“우리들의 임무는 적에 대해서 견제 활동을 벌이는 쪽으로 국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하 함대 지휘관 대부분이 크라우프에게 전체적인 정보를 수집하며 실만 베르퍼 행성계에 위치한 데오도릭 파쿠스 하페텐을 견제하기만 할 것을 주장했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반대를 하자 크라우프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걱정을 하지 않도록 안도하는 말을 이었다.
“나도 같다고 보네. 병력이 너무 적으니 하는 수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적이 어떤 식으로든 반격을 해 나올 것임을 알고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하게!”
사령관으로서 당연한 당부였기 때문에 지휘관들 모두 크라우프의 당부를 받아들이고 원론적인 선에서 논의를 마쳤다.
예하 함대 지휘관들이 돌아가고 크라우프는 잠시 다이레아와 부사령관 스테판 란지에르 소장과 함께 사령관 실에 남았다.
“우리들의 임무가 실만 베르퍼 행성계의 탈환이 아니라 행성계 쪽으로 출격해 나오는 것이니까. 아직까지는 전투에 돌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스테판 란지에르 소장도 크라우프에게 적은 병력으로 강대한 적에게 도전하는 것을 무리라면서 섣부른 공격을 우려했고 크라우프는 염려하지 말라는 말로 란지에르 소장을 안심시켰다. 어느 정도의 간단한 대화들이 오간 후 란지에르 소장도 자리에서 일어섰고 회의실에는 다이레아와 기계 조작을 위해 남아 있던 클로리사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예하 지휘관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자 크라우프는 정리를 하고 일어서려는 클로리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발라트 대위. 미안하지만 잠시 더 도와주지 않겠어?”
그의 부탁에 클로리사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단말기의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다이레아는 잠시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실만 베르퍼 행성계 쪽에 있는 발바이스 함대와 정면 공격을 가한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군이 후방으로부터의 강력한 우군의 지원을 받아야 하며 짧은 보급선을 확보해 두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으로 서두를 떼었다. 잠시 뒤 다이레아는 헛기침을 한 번 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개의 항주도를 펼쳐 보이도록 클로리사에게 요구했다. 항주도가 펼쳐지자 다이레아는 몇 군데를 더 검색해 보도록 한 후 에르바 행성계와 실만 베르퍼 행성계 사이의 한 지점을 선정했다. 그곳은 에르바 행성계 쪽에 보다 가까운 곳으로 에르바에서부터 리베스텔 행성계 쪽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항로상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언뜻 크라우프는 다이레아가 그 지점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섣부르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고 그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다이레아는 곧 짧은 헛기침 몇 번과 함께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바를 설명해 주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상태로 아군은 절대로 실만 베르퍼 행성계를 공격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아나베 행성계에서 대패한 지금 우리들은 언제고 적들이 반격해 나올 것을 예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 보건데 제가 선정한 이곳은 저희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지나쳐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과거 바르디아의 역사적인 전쟁 기록 번역본들을 살펴보면 이 지점에서 전투가 벌어진 예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이 지점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근처에는 이상 중력장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안전 항로 좌우에 넓게 포진하고 있어 섣부른 우회 기동을 펼칠 수는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항주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상 중력장 사이의 거리가 멀고 이 사이로 고속함이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아무도 이곳을 전장으로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리 준비를 한다면 저희들은 이곳을 충분히 수비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보유하고 있는 30만 척으로는 우리가 의도하는 대로 전투를 이끌어 가기가 역부족입니다. 하다 못해서 15만 척 정도의 함대 전력이 더 필요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각하께서 힘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5만 척 정도만 보충이 된다면 이 지점에서 하얀 백작을 어느 정도 충분하게 저지를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승리에 대한 자신을 하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일단 보고서를 해서 상부의 재가를 받자! 내 생각에는 승인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일단의 명분을 쌓아 두는 것이 좋겠지. 같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자!”
20시 50분 시르피드 XII호의 지휘 데스크로 올라와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구드 바렌브룩 중령에게 결재 서류를 올린 디네스는 바렌브룩 중령이 서류를 넘겨보는 모습을 보고 잠시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바렌브룩 중령은 서류를 꼼꼼히 넘겨 본 후 말없이 사인을 해 디네스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가 서류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디네스는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러자 바렌브룩 중령은 잠시 디네스를 불러 세운 뒤 전체적인 파일럿들의 훈련도 향상에 힘써 주고 무엇보다도 병사들이 이런 대기 상황에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중령님.”
어쨌거나 직속상관이었고 공적인 자리였다는 것을 떠나 옳은 말이었기 때문에 디네스는 묵묵히 그의 당부를 받아들였다.
서류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티아라가 라자루스 대위와 드웰러 대위 그리고 하버마스 대위와 함께 PX에서 한턱내겠다면서 디네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21시 33분 시르피드 XI호의 PX로 나가니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용품들을 구입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쨌거나 24시간 운영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냉동식품과 음료수로 간식거리를 마련했다. 티아라가 제법 많이 돈을 냈기 때문에 이날은 좀 푸짐하게 마련되었다.
“어라? 채미유 중위네? 자네도 같이 하겠나?”
디네스는 여러 차례 얼굴을 익히기는 했지만 제대로 말을 해 본 적이 없는 갈색 머리카락에 키가 크고 매력이 넘치는 하얀 피부의 여성이 PX안으로 들어오자 티아라가 손을 들어 반가워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채미유 중위라고 불린 여자는 티아라와 드웰러 대위 그리고 라자루스 대위에게 인사를 했다.
“시간 괜찮으면 함께 자리에 앉겠나?”
왠지 모르게 어색해 하는 그녀에게 라자루스 대위도 티아라는 대신해서 자리에 앉기를 청하니 채미유 중위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잠시만 기다려 달라면서 곧 PX에서 생리대를 구입했다.
잠시 소령 두 사람과 대위 세 사람이 구입한 간식들을 들고 PX밖의 휴게실로 몰려나오고 자리를 자치하고 앉자 은근하게 사람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자리를 정해 앉는 사이 잠시 늦게 나온 채미유 중위는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 중에서 체구가 작은 하사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씽긋 웃음을 지어 주었다
“이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티아라의 소대장이야?”
디네스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하사와 씽긋 눈웃음을 지어준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어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아! 채미유 중위라고 내 직할 소대장이야.”
티아라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은 후 한턱 내주어서 고맙다는 라자루스 대위와 드웰러 대위에게 어서 먹으라는 말을 해 주었다.
“마음놓고 먹어. 디네스도 먹고, 그나저나 너는 재주도 좋다. 가서 결제서류도 별다른 말없이 재깍재깍 결재도 받아 오고 말이지.”
“뭘? 그냥 가서 해 달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을 받은 후 잠시 어색하게 생리대를 옆에다 놓고 앉은 채미유 중위에게 시선을 돌려 방금의 눈인사를 건넨 여자와 무슨 사이냐고 물었다.
“아? 그 애는 채가연이라고 저희 대대 소속입니다..”
채미유 중위 대신 문득 하버마스 대위가 앞질러 대답했다. 디네스는 머쓱한 기분이 들었고 채미유 중위는 잠시 대답 대신 씽긋 웃음을 지어 주기만 했다. 그러나 그 웃음 때문에 약간 기분이 상한 그녀는 조금은 떫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아직 대답을 못 들었는데?”
디네스가 다소 사무적인 어투로 질문을 건네니 순간 정색한 채미유 중위는 당황한 표정으로 친동생이라고 대답했다.
“친동생?”
의아한 생각이 들자 갑자기 옆에 있던 티아라가 책망하듯 화를 냈다.
“기억 안나니? 자매가 같은 대대에 있다가 동시에 전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너 하고 내가 나누어 갔잖아!”
그녀가 설명을 해주자 디네스는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 졌다.
“아참! 그렇지.”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한 일에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억에는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도 따지지 않고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굳이 이런 일로 티아라와 다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동안의 웃음이 지나가고 모두들 다소 즐거운 분위기에서 간식들을 입안에 넣었다. 이러는 사이 은근히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부분의 장병들이 현재 상황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라는 걱정이 많았다. 특히 라자루스 대위와 드웰러 대위는 다른 곳에서 근무했던 이들이기 때문에 더욱 현재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디네스가 뭐라고 말을 해줄까 고심하고 있을 때 티아라가 두 사람에게 디네스를 앞질러 간단하게 대답해 버렸다.
“뭐 장군들은 우리들을 죽으라고 할 수 있으니까 우리들이 보기에 악독하다고 할 수 있겠지.”
티아라는 잠시 씽긋 웃음을 지어 준 후 다음을 이어 붙였다.
“하지만 장군들은 악독해도 멍청하지는 않아 적어도 늘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한 번 해 봐야 하지 않겠어? 이번 명령은 멍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왠지 모르게 이 자리에 앉은 디네스는 티아라가 대단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크라우프가 자신에게 죽으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 주는 티아라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핫! 그렇겠군요.”
그 자리에 앉은 다른 사람들이 짧게 헛기침을 하자 디네스는 씽긋 웃으면서 티아라가 사준 것이니까 어서 먹자는 말을 했고 다들 음식을 입안으로 흘려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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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도 한편 올립니다…Next-47…^0^)//
에궁…드디어 아나베 행성계에서의 전쟁이 끝났습니다…이제 크라우프 넘이 맞짱 뜰 일이 남아 있겠지요…므흣…그나저나 코프 녀석…어떻게 싸울 것인지…헐헐…
●’제로나인’님…에궁…1타…처음이시군요…헐헐…(슥슥)(부비부비)…므흣…^0^); 그나저나 40편 정도를 줄이려니 스토리가 좀…어색하게 되어 갑니다…하지만 주요 캐릭터들을 정리해야 하고…이런 전투를 단순하게…크라우프 녀석의 떡치기 사이에 집어넣기에는 너무 어색해서 말입니다…쩝…^0^; 크라우프 넘도 참가했다면 거의 다 썼을 것인데…숨은 코프 찾기가 나온다면 큰일이니 말이죠…~_~; 그냥 스토리 라인 잡아 놓고 주요 사건들만 시간 별로 발췌를 했답니다…므흐흐흐…글쿠…코프 녀석…중장도 어렵게 되었는데…대장도 더 빡쎄게 달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헐헐…소장되고 여러 차례 전투 참가해도…중장은 쉽게 진급이 안되었습니다…^^;
●’지옹’님…맞습니다…많이 줄인 것입니다…보통 2, 3개 시간대 별로 한 편…5 page 정도로 만들어 낸답니다…그냥 스토리 라인을 저렇게 잡아 두고…저기에다가 살을 붙여 늘이는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정작 쥔공인 코프 녀석이 참가하지 않으니…쩝…~_^; 팍팍 줄여 버리게 된 것이지요…으흠…물론…저 작가넘은 많이 아쉽기는 하답니다…헐헐…
●’판타로드’님…크라우프 녀석…소장에서 중장 되기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그리고 중장에서 대장 되기도 제법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워낙 크라우프 넘이 쥔공이라는 이점을 타고 난 이상…^0^;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므흐흐…크라우프의 승진과 함께 모든 것은 황제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역시나…흑막의 황제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아닐까 싶습니다…지금 전쟁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서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으으…걱정입니다…쩝…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살아야 하니 말이죠…
●’싱아’님…으흐…감사합니다…전투 장면도 재미 있으시다니요…T_T; 고맙습니다…저 작가넘이 너무 날림으로 써 내려 간 것이라서…많이 부족하게 생각되었는데…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듣게 되니…크라우프 넘이 싸울 때에는 보다 더 즐겁게 글을 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화팅!
●’bsh2345’님…네…왜냐면…특별하게 쥔공급이 맞장 뜨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초반에는 크라우프 넘과 아세라를 거의 동급으로 놓아 둔 탓에…아세라가 참가한 전투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지금 이곳은…쥔공이 참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쥔공급도 없습니다…하지만 전투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비교적 이렇게 내용을 밝히는 것으로…대체했습니다…^^;
●’soulschaos’님…아나베 행성계 외각…별들이 떨어진 곳…이 되겠네요…^^; 수많은 별들이 떨어져 사라진 곳이 될 테니 말이죠…^0^;; 그나저나 에이센의 수많은 인구들로 인해서…저글링과 남녀 공동 징병제에 의한 무한 러쉬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여자도 군대에 들어가서 싸우면 그 만큼의 병력수도 늘어나고 하니 말이죠…^0^; 러샤군에서 여군들도 상당히 많은 활약을 했더라구요…남녀 공통 징병으로…유명한 여자 전투기 파일럿도 있고…폭격기 파일럿에…여자 저격수를 비롯해서 말이죠…^0^; 글쿠…러샤애들…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는 내내 독일군에게 우세함을 점유했다고 하더라구요…^0^; 쿠르스크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고는 하는데…헐헐…글쿠…날씨가 이렇게 추운데…고냥이…쩝…~_^; 부디 목숨이 9개라서…집에는 안돌아 와도 좋으니…편히 살아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헐…어릴 때 같이 키운 집 지키는 작은 개가 너무 쓸쓸해 보입니다…가끔씩 같이 잠을 자고…그 집 지키는 작은 개하고 자면서 고냥이가 그 개의 고추를 쪽쪽 빨아 주기도 했거든요…~_^;
●’내멋대로할꼬야’님…이제는 여자들의 천국이 다가옵니다…바로 크라우프 녀석이 다시 출현을 한 탓이겠지요…므흐흐흐…^0^)// 크라우프 녀석이 다시 나오면…필연적으로 여자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답니다…^^; 저기 보십시오. 크라우프 내 출현한 여자 캐릭터들입니다…◎ㅠ◎;;<-내멋대로할꼬야 님…(으흐흐흐)…자! 얘들아 내멋대로할꼬야 님께…순결당으로 와 달라고 부탁해라! 알겠니? 네에(일제히 대답하는 여자 캐릭터들)…곧바로 내멋대로할꼬야 님은 모두에게 뒤덮혀 버리고…@ㅠ@;;
●'勇者'님…포르노와 에로의 차이점은…에로는…성기와 음모…그리고 그외의 항문이나 이런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그렇지만 포르노는 같은 장면이라도 가리는 것이 없지요…^0^; 음흠흠…^0^; 어떤 경우에는…배우가 제대로 항문이나 이런 쪽 털을 깎지 않아서…그곳에 난 털까지 제대로 나오더라구요…화질도 DVD라서…좋기는 하구요…므흣…요즘에는 DVD급 화질이 아니면…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는…헐헐…글쿠…토닥토닥…기운 내시길…화팅! 솔로는 천국을 누릴수 있지만 커플은 지옥에 빠져 있는 중이랍니다…이 점을 이해해 주시길…므흣…^0^)//
●'서비(주)'님…어라?(김국진씨 버전)…저 작가넘의 경우도 한 동안 인터넷이 맛탱이가 가서 몇 번의 껐다가 켜기를 반복했는데 말이죠…나름대로 다소 늘어진 것 같아서…조금은 이상했는데 말이지요…므흐흐흐…^0^; 그래도 조아라 처럼 마구 데베 마왕께서 강림을 하는 것만 아니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흠흠…저 역시도 외칩니다…순결당 만쉐이!!! 글쿠…저기…내멋대로할꼬야 님께서…잘 하면 순결당으로 전향하실 것 같습니다…므흣…
●'Inn'님…이잉…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 것인지…저 작가넘이…(슥슥)(부비부비)도 제대로 하지를 못했는데…에엥…하지만 어떤 일을 하시든지…마음 편하게…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Inn 님…화팅! 글쿠…오늘 무척이나 춥네요…몸 건강하시고…감기 조심하시기를…으쓱…
●'위풍당당'님…그렇겠지요…하지만 JSA에서…이병헌과 마주 권총을 겨누던…그 백두산 권총도 좋아 보이기는 하던데 말이죠…음흠…역시나 수작업이…좋기는 좋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으음…^0^; 하지만 진품을 가질 수 없으면 미니 복제판이라고 갖는 것이…쩝…저 작가넘도 갖고 싶네요…헐헐…하지만 돈이라는 것이 없으니…-먼산…
모든 분들 감기 조심하세요…저 작가넘 왠지 머리가 지끈 거리네요…으윽…
소제목…어떻게 바꿀지 안물어 봤네요…U_U;
21일 07시 20분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정시 일과가 시작되는 이때, 실만 베르퍼 행성계 쪽으로 출격해 나와 있는 크라우프 페트릴 중장의 함대 장병들은 전체적으로 아나베 행성계에서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이 대패한 이후 에이센군 사이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도 주변으로 계속해서 정찰 함대가 발진하고 있고 자체적인 훈련이 거듭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전투가 벌어질 것은 아니지만 아나베 행성계에서 에이센 함대가 대패한 이후 발바이스 함대가 전 전선에 걸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있었고, 곧 이곳에서도 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은 마치 자신들의 죽음의 전도사처럼 장병들 사이를 감싸 돌고 있었다.
바리스타의 정기 점검을 마친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대위는 자카운의 점검을 마치고 콕핏에 웅크리고 앉아 무엇인가 조정을 하는 채가연 하사의 기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격납고는 무중력 상태였기 때문에 하버마스 대위의 몸은 허공을 가볍게 날아올라 채가연 하사의 자카운의 어깨 부분 장갑에 자연스럽게 올라앉은 후 자세를 낮추었다. 이때까지도 채가연은 자카운을 조정하느라 하버마스 대위가 곁으로 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뭐? 문제 생긴 거 있니?”
하버마스 대위는 애써 상관으로서의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여동생을 대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그제서야 가연이는 고개를 들어 하버마스 대위를 발견하고는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순간 당황했는지 가연이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있자 하버마스 대위가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무슨 문제 생긴 것 있냐고 물어 보고 있잖아?”
그녀의 목소리 끝이 약간 올라가자 가연이는 황급히 대답을 했다.
“아? 네! 다른 것이 아니라 기체 밸런스를 좀 조정하고 있습니다. 약간 제가 조정하면 조금 더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자기 스스로 기체 밸런스를 조정한다는 말에 하버마스 대위는 무릎을 숙여 앉으며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었다. 가연이가 나름대로 자카운의 기체 조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자 하버마스 대위는 피식 웃으며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악의 없이 가연이의 왼쪽 뺨을 살짝 툭 쳤다. 하버마스 대위는 정비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가연이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뭐라고 해 줄 말은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자신의 기체 밸런스를 스스로에게 맞추기 위해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 나무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가연이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덧붙여 주었다.
“너 원래 정비병 쪽이었니? 어째 제법 능숙하게 한다? 어쨌거나······전투에 들어갔을 때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가연이의 자카운에게서 떨어져 나온 하버마스 대위는 가녀린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노력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녀가 상당히 귀여운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시 정각 4월 5일 시작된 리베스텔 행성계와 에리벨리 행성계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발바이스의 세갈 마이야 하페텐이 이끄는 함대와 뮤틸레 족의 연합 함대에게 겨우 30만 척 남짓한 함대 전력으로 맞서 싸우던 에이센 함대가 궤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손실된 함대가 무려 20만 척이 넘는다는 뉴스 보도에 시르피드 XII호의 함대 지휘관들도 당혹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리베스텔 행성계와 에리벨리 행성계가 완전히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의 손으로 넘어갔다면 자신들은 자칫 300만 척에 달하는 적들을 정면으로 맞아 싸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장병들은 크게 불안해하면서 은근하게 크라우프가 함대 전력을 이끌고 후퇴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 어떻게 되려는 거야! 이렇게 되면 우리들은 완전히 끝장나는 것 아니야?”
장병들은 점심 식사를 시작하기 전 불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시시각각 들려오는 에이센의 패전 소식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들과 똑같이 디네스도 내심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지휘관이라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 불안함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었다. 바렌브룩 중령으로부터 병사들이 쓸데없이 동요하는 것을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 스스로도 병사들이 불안해하면 누군가는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병사들 사이를 움직여 다니며 이들과 자주 눈을 맞추려 애썼다.
11시 30분 갑작스럽게 크라우프 페트릴 사령관의 전체 함대 연설이 있을 것이라는 통보가 있었고 곧이어 크라우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들어라! 본관은 크라우프 페크릴 중장이다. 지금 여러분들이 아나베 행성계와 리베스텔 행성계, 그리고 에리벨리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온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에게 에이센 함대가 잠시 나마 뒤로 물러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실만 베르퍼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와 있으니, 장병들 모두는 지금 우리가 다수의 적을 상대해야 할 것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리베스텔 행성계와 에리벨리 행성계 쪽으로 진출해 있는 적들은 우리 함대가 위치해 있는 곳이 아닌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들은 눈앞에 있는 적을 신경 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사령부에서는 혹시 벌어질지도 모르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니 장병들은 지금의 자신의 위치를 염려하지 말고 현재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 이상.”
크라우프의 연설이 다소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디네스는 잠시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었다. 이 전쟁은 전략적인 사고만으로는 쉽게 설명 되어 질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실만 베르퍼 행성계를 점령한 발바이스 함대는 왠지 적극적으로 행동해 에르바 행성계를 위협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예 움직임이 멈춰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였다. 에르바 행성계와 실만 베르퍼 행성계는 20일이 조금 넘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에르바 행성계를 위협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실만 베르퍼 행성계 이상을 진출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에르바 행성계로 진출하려는 의사만 보였다면 에이센은 이쪽에도 대규모 함대를 나누어 배치시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리베스텔 행성계와 에리벨리 행성계를 장악한 발바이스와 뮤틸레 족 함대가 곧바로 에르바 행성계로 진격해 나오지 않고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곧장 에르바로 진격해 나와 실만 베르퍼 행성계 쪽에 주둔한 함대와 협조를 한다면 에르바를 크게 위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함대의 진로를 아나베 행성계 쪽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런 내용들은 상식적으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파츠 베이스 전쟁 때에도 에이센은 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었다.
‘이해되기 힘든 내용들이 너무 많아.’
디네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전쟁으로 끝이 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승리로 이어지는 것일 텐데 어찌해서 쉽게 승리 할 수 있는 상식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쟁이란 무기와 전략, 그리고 기발한 전술만으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란 정치와 상황에 항상 종속되어 있는 것이지. 이 정치와 상황을 장악할 수 없는 나는 후방에서 군수 물자 보급을 책임지는데 귀족들의 견제를 걱정해야 한다. 지금 국가적인 위기 상황인데도 그 녀석들은 자신들의 위치와 향후 영향력을 생각하고 있다니······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리하르트 황제력으로 270년 4월 22일 10시 30분 실만 베르퍼 행성계에서 장기적으로 주둔하고 있던 하얀 백작은 자신의 의논 상대가 되어 주고 있는 테르 벨키우스에게 길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로서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인 듯 했다. 발바이스의 미래를, 아니 당장 전후를 생각한다면 대귀족들의 도움과 국가적인 협력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향력이나 재산을 내놓지 않으려 하는 귀족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단지 바람일 뿐이었다. 대귀족들의 협력을 얻지 못한다면 충분한 보급을 받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 뻔했고, 보급을 받지 못한다면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에네르 자드 하페텐이 아나베 행성계 쪽에서 결전을 치른 직후였기 때문에 다량의 군수 물자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세갈 마이야 하페텐도 차후 아나베 행성계에서 에이센의 부치 대장과 결전을 치르기 위해 많은 양의 군수 물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하얀 백작이 함대를 움직여 공격해 나선다면 발바이스의 군수 물자 보급 상황은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중하라는 통합 참모회의의 당부까지 받고 있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본다면 이대로 가만히 멈추어 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지금 하얀 백작이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공격을 가한다고 한다면 에르바 행성계 쪽에서부터 에르바 행성계 쪽으로 지원되는 에이센의 병력과 물자 중 상당수를 하얀 백작 쪽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통합 참모 회의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사전에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통합 지원부에서 세 군데로 동시에 전투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해 줄 수 없다고 서둘러 결론을 내려 버렸다. 도저히 세 군대에서 동시에 전쟁이 벌어지면 세 곳 모두에게 군수 물자를 공급해 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까지 통합 참모 회의를 압박하는 바람에 결국에 하얀 백작은 이 자리에 멈추어 서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일단 하얀 백작도 보유하고 있는 물자와 무기로는 한 두 번 정도의 결전을 치를 정도는 되었지만 그 이상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현재에 멈추어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