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1
10시 20분 함대 연락 장교로 셰어필드기지에 와 있던 래리는 가빈으로 향하는 수송기 안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배정된 곳에서 내시창을 통해서 수송기의 아래쪽으로 펼쳐져 있는 케네피온행성의 푸른 바다를 내려보고 있었다.
어제 저녁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서 카이저대좌는 래리에게 이제 가빈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는 카이저대좌가 자신을 쫓아내 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곳에서 함대 연락장교는 소용이 없네.자네도 이곳에서 할 일없이 있지만 말고 가빈으로 가서 다시 우주 함대로 나가게나······”
카이저대좌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래리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필요한 서류는 다 준비해 두었네······자네에게 미안한 것은······고맙다는 말을 아직까지 하지 못으니······그리고 타르고대좌 자네의 재능은 이런 셰어필드 같은 작은 곳에서 펼쳐질 것은 아니네······우주로 나가게나······어찌 본다면 나 보다 젊은 자네가 보는 안목이 더 좋다고 느껴지네. 꼴사납게 나는 젊은 녀석이 날뛴다고 생각했는데······내가 보기에 자네는 코앞보다는 보다 멀리 본다고 느껴진다네······이번 전투 공적을 상부에 추천했으니 훈장을 받게 될 것이네······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답은 해줘야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래리에게 기지를 떠날 것을 종용했다. 좋은 말만 골라서 해준 것이지만 사실 래리를 추천함으로서 상부에 대해 자신이 옹졸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이아몬드광산지대를 잃은 자신의 잘못을 무마시키기 위함이기도 했을 것이다.
완전한 비난과 문책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상부에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패배하지만 않았고, 또한 위기를 극복함으로서 포상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줌으로 셰어필드기지가 급습을 받고 또한 광산지대를 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을 면하게 하려는 술책인 것이다.
지금은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군고위 관료들이 직접 전선에 나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다. 지난 번의 TY-98보급기지 급습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만일 군의 고위관료가 특정한 곳을 향한다는 정보가 유출된다면 자칫 에이센군의 암살위협을 받게 된다는 공포감이 고위 관료들의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암살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 때문에 다들 두려워 하고 있었다. 유케울의 총참모장이 시찰을 나온 보급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서 에이센군은 파츠 베이스의 영토 깊숙하게 독립색적 공격함대를 진입시켰고, 궤도상에서 전함을 그대로 기지에 낙하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방법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빌리 게라일 카레트중장이 무사했지만 이런 선례가 군고위관료들이 특정한 기지나 지역으로 시찰을 나서는 것을 지나치게 꺼리게 만들고 있었다.
래리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바다가 참으로 푸르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넓고 깊은 물속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송기는 유유히 그 위를 날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내시창에 다가섰다. 조용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 지간에······’
최근에 에이센군이 다시 도발을 하려 한다는 소식 때문에 군에는 전투 대비태세가 하달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이 전쟁을 원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파츠 베이스를 위협할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된다면······실제적으로 에이센인들이 두려워 하는 일을 해야 할까?’
래리는 잠시 생각을 해본 후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오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가 있듯이 에이센군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이 녀석들은 지금 두려워 하고 있는데······’
하지만 그는 지금의 자신이 그런 위치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방금 자신이 생각해낸 사실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보았다.
에이센 함대가 전진배치되기 시작했다는 소식과 함께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 아담 조슈아 디제중위는 짧게 탄식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에이센의 정찰 활동도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이것과 함께 양측의 충돌 또한 잦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규모로 전투가 맞붙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정찰 활동이 증가하고 충돌이 잦아지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상당한 자들이 실려 들어오거나 아니면 누군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그는 마치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처럼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원 참······’
일이 어떻게 이렇게 되어 버렸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이 그때의 그 구난 신호를 무시해 버렸으면 했지만 그것을 지나치지 못했던 것이다. 에이센과의 경계 주역에서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어야 했다. 어차피 자신들이 상관할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의 사건으로 인해 그는 여러번 사령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그 조사에서 자신은 그다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인 구조행위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쟁은 자신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이 전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12시 정각 사관식당으로 찾아 들어갔다. 함대내부는 전투 대비태세 때문에 승무원들은 3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파일럿인 자신들은 그래도 중요한 인물들이라고 독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지만,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 침대를 3명이서 나누어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아담과 라디아 파드중위는 식당에서 파일럿들에게만 제공되는 사과를 하나씩 집어 들었는데 이것을 보고 있던 다른 승무원들은 부럽다는 눈으로 그들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12시 식사로 제공된 것은 식용유와 쇠고기를 넣고 야채와 함께 볶은 쌀밥과 쇠고기스프였다. 어느정도 정량이 배식되고 있었는데 긴장감들 때문인지 식사를 보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참들 중에서는 입맛 당긴다고 하면서 음식을 듬뿍 담아다 먹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원 정찰행동때 에이센 녀석들도 요즘에는 자주 보이는데 말이야······”
라디아는 오늘 아침에 정찰활동 도중에 에이센군의 매복공격에 걸려들어 부하 하나를 잃었다. 상대는 물론 세 녀석을 장사지내 주었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투덜대고 있었다.
“별로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아······”
부하들을 잃었지만 라디아나 아담이나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게 한 사람 운이 없어서 죽어 버린 것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번에도 운이 없다고 한다면 나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쌀밥을 자주 볶아 주는 것은 그 만큼 부식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수저를 들어 입안에 넣으면서 라디아에게 궁금한 투로
“에이센 녀석들은 점심 지나고 저녁때는 무엇을 먹을까?”
어찌 보면 바보스러울 것 같은 질문에 라디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면서
“글쎄······남자나 여자 먹지 않을까?”
“······원 참······”
그는 씁쓸히 웃으면서 라디아의 대답에 잠시 숨을 들어 마시면서
“지금 에이센군이 전쟁을 일으킬까?”
“글쎄, 일으키려고 하니까 이렇게 정찰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어?”
라디아의 당연하다는 듯한 물음에 아담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아니 지금의 에이센 말이야. 다시 한번 대규모 전쟁을 벌일 여력이 될까 싶어서 하는 말이야!”
지난 번에 10만 척의 함대를 동원해서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대규모의 침공을 감행해 왔었지만 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상당수 전함으로 함대를 구성해서 강력한 화력을 발휘해 낼 수가 있도록 함대를 동원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패배를 했으니 적어도 올해에는 다시 침공을 감행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 싶었지만, 그런 예상과는 반대로 지금 이렇게 무력시위를 벌인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 녀석들은 함대를 편성하는게 아니라 아예 찍어 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파츠 베이스의 군사력은 에이센 방면에 집중되어 있지만 에이센은 군사력이 양분되어 있고 그 군사력의 거리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만일에 하만 바이파에서 파츠 베이스군에게 대규모의 군사적인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것의 부족을 메우기 힘들 것이다.
지금 자신들의 앞에 마주 나오는 것은 에이센의 중앙군 소속의 우주 공격군이라고 했다. 에이센의 중앙군이 하만 바이파에까지 나와서 위협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본다면 무엇인가 이것은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라 싶었다.
‘우주 공격군이라······’
아담은 에이센 중앙군 소속의 우주 공격군이 에이센의 정예부대라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20년 전쟁전에는 에이센의 군사력이 전 국토에 균일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러던 것이 바르디아의 침공을 받으면서 현재의 군관구와 방면군식으로 집단 방어체제가 구축되었고 대규모의 함대가 편성되었던 것이다.
그전까지는 별다르게 대규모의 함대를 갖추지 않고 중앙에서만 몇개의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바르디아의 대규모 침공군을 맞으면서 당장에 이들에 맞서 싸워야 할 함대도 없었고, 흩어진 함정들을 집결시켜 다시 대규모의 함대 규모로 편성하는데 막대한 시간을 잡아 먹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까닭에는 그 당시 별 다른 대규모의 함대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력이 에이센이외에는 전무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20년 전쟁이 종결을 맞고 대대적인 군제개편이 감행 되었는데, 주된 이유는 20년 동안의 군사력에 대한 양적팽창이 실로 막대해서 너무나도 무질서하게 몸집만 키워 졌기 때문이다. 군개혁의 와중에서 어머니인 백효연을 비롯한 많은 군 내부의 실권자들이 서로간의 이익과 세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추악한 권력다툼을 벌였던 것이다.
에이센의 황도인 베르베라 시내에서도 전후 2번이나 군 주도권을 둘러싼 반정부 쿠데타가 벌어져 시내가 전쟁터로 변했던 적도 있었다.
우주 공격군이 창설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보다도 파츠 베이스의 독립 전쟁이었을 것이다. 에이센의 내부에서 이런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을때 파츠 베이스가 독립전쟁을 일으켰고 현 에이센의 게르트 하우츠황제는 수도 일대의 병력등을 대규모로 파츠 베이스 진압에 투입했다. 그렇지만 막대한 피해만 입고 3번에 걸친 대규모의 원정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렇게 되니 바르디아에 배치되어 있던 함대까지 불러 들여 공격을 했고 다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 에이센이 승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 잃어 버리게 된 많은 군사력 때문에 종전이 되었을때 막대한 힘의 공백이 생겨 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수도 방위와 더불어서 지방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대대적인 군제개혁이 감행된 것이고, 이때 베르베라에 있는 에이센군 최대 주류기지인 크라펠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우주 공격군이 창설되었다.
우주 공격군은 에이센 중앙군의 최정예 신속 배치군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들이 하만 바이파에까지 와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만큼 에이센의 중앙에서도 이 하만 바이파를 신경쓰고 있다고 하는 말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전면전이 될 것인데······’
아담은 에이센이 현재 대규모의 전면전을 일으킬 여력은 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전면전은 나도 아니기를 빌어······”
같은 군인이었지만 라디아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번에 다시 대규모 전쟁이 벌어져 그것이 전면전이 되어 버린다면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이나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우리는 매일 이렇게 방어만 하나 모르겠다.”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지역적인 도발뿐이었다. 라디아의 짧은 탄식에 아담은 피식 웃기만 했다.
“글쎄다······”
서로 엇비슷하게 전쟁을 벌인다고 정훈장교가 늘상 떠들어 대고 있었지만 막상 부딪치는 군인들로서는 에이센처럼 대규모의 함대가 동원되어 에이센의 사령부가 있는 하만 바이파를 공격하거나 하는 식의 작전에 참가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런 바램은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담이나 라디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언제 공격해 볼까?”
이것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두 사람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바램이었던다. 하지만 이런 것이 실현되려면 얼마나 오랬동안의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원 참······’
아담은 후식으로 나온 사과를 먹으려다가 주위의 시선을 느끼고는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딘지 모르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라디아에게는 같이 휴게실 가서 먹자고 제안했고, 그녀는 좋다고 하면서 볶음밥을 다 먹고 난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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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편 올립니다+3
…복구합니다…^_^;;;
10일 13시 20분 케네피온행성에서 휴양지에 와 있던 크라우프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밖에 나왔다. 포로가 된 부하들의 송환 문제를 알아보려고 기지 사령관을 찾아 갔다 말이 길어지는 바람에 늦게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대충 남은 밥과 반찬으로 점심을 때운 후 매점에서 뭐라도 더 사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 나왔을때 식당 밖의 계단에 디네스가 쪼르려 앉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뭐해? 여기서?”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아? 소령님?”
디네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슨 걱정있어?”
별다르게 다른 대답을 하지않는 디네스였다. 크라우프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번에 다시 전쟁이 벌어 질 것 같아서 그래?”
그의 물음에 디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네스는 프로스베인이 고향이지?”
“예? 예······”
자신의 고향이 다시 한번 전쟁터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부모님하고 동생이었지? 걱정 많이 되겠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살며시 손을 얹어 디네스의 머리카락을 쓸어 만졌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전에 없는 대규모 전쟁이라고 하던데요······”
소문이 썩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 5월에 4만 척 가량의 전함을 잃어버려 올해는 다시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다들 생각했지만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대규모의 전쟁이 다시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디네스에 크라우프는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별 일은 없으실꺼야!”
그의 말에 디네스는 고맙다고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어찌 되었든지 자신의 가족들이 지금 전쟁터의 한 가운데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기운내라······만약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려 한다면 우리들에게도 소집명령이 떨어지겠지 이렇게 후방 기지에 처박아 두겠냐?”
“그럴까요?”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기라도 한 듯 기대에 찬 얼굴로 돌아봐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맞는 말이겠지 뭐······”
그는 엷게 웃으면서 기운차리라고 다시 한번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디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되어서 집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집에 가 본다고 해서도 디네스가 할 수가 있는 것이 없잖아······만약 전쟁이 벌어진다고 한다면 디네스가 할 수가 있는 일이라고는 조금이라도 더 힘내서 싸우는 일밖에는 없지 않겠어?”
지휘관이라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밖에는 달리 대답을 해 줄 수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적을 죽이라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적을 말인가?’
적들도 자신들을 가리켜 그렇게 말을 할 것이다.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번에 디네스와 같이 도주할 때 직접 손으로 사람을 죽이라고 시켰던 것이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야 겠죠?”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나직히 대답을 했다.
“맞는 말이지 뭐······지금 우리가 할 수가 있는 일이 그것 밖에는 더 무엇이 있겠나?”
크라우프도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여동생이 한번 찾아와 보고······사관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하루 부모님을 뵌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집에 가본적이 없어.”
“2년째 인가요?”
그녀는 하사관 과정을 끝내고 집에 하루 갔다가 귀대한후 집 떠나 온지 어느덧 8개월 째로 접어들어 있었다. 그러고보면 자신이나 크라우프나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에나도 곁에 있고 유복한 집안인지 동생도 오빠를 보러온다고 멀리까지 찾아왔다는 것이 그래도 자신보다는 나은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집안형편이 썩 좋지못한 디네스로서는 사라나 부모님들이 면회를 오도록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삶에 바쁜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크라우프는 디네스가 천천히 걸어나간 뒤에도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소령계급장을 단 사람이 식당 앞에서 앉아있으니 하사관들이 웃고 떠들면서 나오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않고 있었다.
‘전쟁이라······’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군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싸운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사로운 셈넬의 햇살아래 레온시 근교에 있는 군기지는 매우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더위때문에 사람들은 조용히 그늘아래 앉아있었고 특별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닌 이상은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이렇게 너무나도 뜨거운 햇살의 아래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곳과는 달리 지금 자신들이 올려 보고있는 저 하늘의 위에서는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일들을 하려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다만 모든 결정은 윗사람들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다. 생각도 사고도 그리고 그 모든 것들도 윗분들이 결정해 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다. 계급이 올라가고 권한이 확대되는 것은 좋지만, 크라우프는 자신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스워 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일개병사로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지금의 자신은 병사일 뿐이었다. 아무런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 전쟁이란 당연하게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사람들을 갖은 말로 현혹시켜 그 자신의 목숨을 바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는 20세에 소령이라는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의 옆으로 레너드 페러타인중위가 다가왔다. 홀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물어왔다.
“아니, 그렇지 않아요!”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손으로 긁적였다.
“아니 무슨 연인에게 바람 맞은······아! 그럼 필드 플레인상사과 싸웠습니까?”
“아니요······단지 너무 이곳이 평화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러타인중위는 씁쓸히 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