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72
“무료하신 모양이시군요.”
“예? 그런 것 같군요.”
그는 그렇게 대답을 했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중위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지금 우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습다는 말과 함께 재충전을 위해서 휴양을 보내 준 것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너무나도 무료함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짧은 탄식 섞어 말을 이었다.
“걱정이네. 다른 것이 아니고······전쟁이 다시 벌어진다면 만드레일대륙에서 포로가 된 사람들이 돌아오기 힘들 것 아니겠나?”
한심하다는 듯한 말에 페러타인중위는 순간 정색을 했다가 이내 웃음띈 얼굴을 하면서
“뭐 어떻겠습니까? 죽지 않는다고 한다면 기회가 찾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야 되겠지만······”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인지 요즘에는 많은 걱정이 드네·····5월이었나? 네페르행성계에서 전투 벌일때 출격했다 귀환해 보니 중대원들이 반 이하로 줄어 있더군······그때 다른 중대는 중대장 혼자 살아 남아서 반쯤 미쳐 있더군······”
자꾸 부하들을 잃게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그의 대답에 페러타인중위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조금 앞으로 숙였다. 그도 마찬가지로 부하들을 하나 둘씩 잃어 가는 것이 정말로 안타까웠다. 하지만 차츰 그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차라리 후방의 어느 경비대 중위나 대위로서 제대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말이야!”
그의 말에 중위는 다시 정색을 하면서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래도 소령님이 지휘관이니까 제가 살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단언을 하듯 말을 하며 기운 내라고 했다.
“부하들을 잃는다는 것은 지휘관이 된 자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로를 해주면서 다시 한번 그에에 의욕을 붇돋워 주려는 말이었다.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어 버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지휘관이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누구는 가장 앞에 서 있는 자신들이 가장 힘들고 지휘관은 뒤에 서있기만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지휘관 또한 인간이지 않습니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정말로 힘들고 괴로운 것은 저희들 아니겠습니까?”
그는 그렇게 말을 해 주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썩 잘한 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고 대답해 주었다.
“걱정입니다······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가 있을지 말이죠.”
어느덧 시간은 조금씩 흘러 가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짧게 헛기침을 했다. 크라우프는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로서는 이렇게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만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자신이 우습다는 건가?’
잠시 중위와 헤어져서 격납고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분 정도 걸어 기지의 바리스타 외부 격납고에 다다랐다. 활짝 열려진 격납고 출입문을 통해서 그 내부에서 완전히 분해되어 있는 바리스타의 앙상한 뼈대를 볼 수 있었다. 만드레일대륙에서 파손되어 수리가 가능한 바리스타들은 이곳으로 보내져서 분해 정비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거대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문득 지난 보급기지 강습과 함께 만드레일대륙에서 자신의 지시로 내버린 바리스타가 꽤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 목숨이 먼저야······’
사람들 중에서는 기계보다 사람의 목숨이 더 하찮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바리스타야 어떻게 해서든지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파일럿은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다.
기계도 사람을 위해서 만든 것이고 사람을 위해서 기계를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계에는 비용이 들지만 사람은 그냥 만들어 지니 기계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런 기계를 움직이고 작동하는데 사용된 많은 과학적인 원리로 전쟁으로 팔다리가 잘려진 사람들에게 의족과 의수를 만들어 사람의 팔다리를 교체해 주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오랜 전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의 팔다리가 저런 바리스타의 팔 다리를 움직이는 동작과 마찬가지의 기능으로 작동하는 의족이나 의수로 바뀌어져 버렸었다.
‘불구자의 대량 양산이라는 건가?’
전쟁이란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야 팔다리가 날아가도 재생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니 시대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시대라······’
크라우프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조금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는 이 나 자신일 뿐이야!’
크레인에 의해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고 있고 주요 부분의 파츠들이 풀려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금 어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더운날씨 속에서도 정비병들은 묵묵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저녁때인가 정비병들이 남녀 가릴 것도 없이 너무나도 달아 오른 뜨거운 열기와 종일 흘린 땀을 씻어 버리기 위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격납고 옆에서 거대한 소방호스로 뿌려대는 물로 단체로 몸을 씻는 장면은 실로 무엇이라고 할 수가 없는, 하루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인가?’
자신은 군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군인이었기 때문에 지금 자신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너무나도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나는 군인이다.’
이제까지 많은 부하들이 죽었다. 이제 그는 최대한 부하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덧 친해진다면 하나 둘씩 죽어 없어지고 있었다.
아니 너무나도 갑자기 죽어 버린다는 것이다.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누고 나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 죽었다는 말 뿐이었다.
‘죽음이라······’
저 바리스타를 타고 우주로 달려 나가고 당당히 흔적도 없어진다. 파일럿으로서 죽은 사람들과 전함이 폭발하면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고향에 돌아가는 것은 배에 탑승하기 전에 전사할 것을 대비해서 준비하는 유서와 머리카락, 손톱같은 것들 뿐이다.
아니 그것마저도 없다면 단지 죽었다고 하는 통지서 뿐이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였다가 죽은 사람들에게 전사통지서가 개별통지 된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지휘관이었던 자로서 편지라도 한통 첨부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그는 그럴 수도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더 살리고 싶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크라우프는 조용히 격납고에서 멀어져 갔다.
누가 지켜보든 말든 격납고에 들어가 있는 정비병들은 무더위 때문에 대부분이 웃옷을 벗은 채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전쟁의 주역은 파일럿이라고 했다.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받게되는 것이 자신들과 같은 파일럿들이었기 때문이다. 적기를 얼마 격추시키고 전함마저도 바리스타로 격침시켜 버리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지만, 정작 그 파일럿이 그렇게 활약할 수가 있는 것은 저런 정비병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란 결코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한 사람만의 힘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본다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지 한 두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은 한 두 사람이 모두를 속이는 것인가?’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는 왠지 이런 세상속에서 서 있는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 자신은 나 하나의 자신인 것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지금의 나 자신의 일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건가?’
어딘지 모르게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는 것은 정말로 무엇이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장교로서, 군인으로서······’
햇살은 지독하게도 뜨거웠고 주변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아니 무료할 정도로 평온함에 지금 다른 곳에서는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상황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없이 생각이 많아진 것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먹을 몇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 보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하늘을 올려 보았다. 사람이 살고있는 어느 행성에도 태양은 떠 있었다. 손을 들어 태양을 가려 보았다. 마치 잠깐동안 주위가 어둠에 휩쌓인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건가?’
가릴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눈 앞 뿐이었다. 넓은 하늘을 이런 간단한 동작으로 가리려 했다니,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지휘관으로서 굳은 다짐을 하면서 주먹을 굳게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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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편 올립니다+3
…복구합니다…^_^;;;
이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가 버렸다. 식당에 모여든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족들의 걱정과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종일 수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고 제대로 쉬지 못한 탓인지 취사병들은 몇몇 사람들이 배식을 하고 나머지는 취사장 한쪽 구석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고참병들이 보기에는 무엇인가 불안할 정도로 저녁식사는 무척 풍족하게 차려져 있었다. 디네스도 어느덧 8개월째로 접어드는 군생활의 경험에서 볼때 곧 출격명령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불안했지만 먹어두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기분으로 이런 식사는 즐겨야 했던 것이다.
기지의 소속인지 갓하사관을 단 것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 파일럿들이 식당에 들어와서 오늘은 먹을 것이 많다고 하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문득 오후 늦게부터인가 크라우프를 비롯한 중대장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마침 하루종일 눈에 띄지 않았던 시에나가 안으로 들어오자 디네스는 반가움과 함께 궁금함이 앞서 시에나쪽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저녁식사를 배식받아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섰는데 먼저 라티시드상사가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무엇인가 라티시드상사가 말을 거는 것을 보고 방해하지 말아야지 싶어서 아무곳이나 자리에 앉았다.
그때 디네스의 앞으로 기지 소속인지 모를 갓하사관을 단 것이 확실한 파일럿들이 자랑스럽게 가슴에 파일럿기장을 단채 다가와 디네스의 옆과 앞을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막 떠들어 대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별 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음식을 입안에 떠 넣었다. 전투경험이 많은 고참병들은 대체적으로 조용했다. 그렇지만 한두번 경험이 있거나 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하거나 훈련을 할때 무엇을 했다는 등의 고생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들의 말을 듣고있던 디네스는 자신의 옆에 앉은 하사들이 훈련이 어쨌냐는 등의 말로 열심히 떠들어 대고 실전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우습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띄면서 수저를 들어 입안에 넣었는데 이것이 앞에 앉은 체구가 큰 남자하사의 비위를 꽤나 상하게 한 것 같았다.
“중사님은 저희들의 말씀이 우습다는 말씀이십니까?”
제법 경어를 갖춘 것 같지만 상대가 무척이나 나이가 어려 보였고 여자에다가 체구도 작았기 때문에 깔보는 투로 물었다. 이런 말투가 디네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고향이 전쟁터로 변해 버릴지 몰라 걱정되어 미칠 것 같은데 이런 녀석들이 기분을 긁어대니 좋게 말이 나갈 리가 없었다.
“그래 너희들 말이 우스워서 그런다.”
디네스의 대답에 상대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중사라는 것 때문에 잠시 화를 멈추었다.
“원 참 중사님은 참으로 대단하시겠습니다······한 두 번 전투에 나가셔서 적어도 살아 돌아오셨으니 말이겠습니다. 아니면 부대 표창으로 진급한 건가요?”
그녀는 엷게 웃으면서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말에 적당히 대꾸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하댓말을 썼다. 어쨌든 자신이 상급자였기 때문이었고 기분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글쎄······하지만 나는 알고 있지. 자네같이 전쟁터가 어쨌냐 적을 만나서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라고 떠들고 전쟁터에 나가서 맨 앞장 선다고 설쳐댄다고 하는 녀석들을 하도 많이 봐서 말이야······돌아오면 죽어 있든가 아니면 내장을 다 드러낸 채로 구출되어서 살려달라고 몸부림 치던가······내 바로 옆에 서 있던 동료가 잠시 뒤에 빔에 맞아 폭발하는 것을 보고······도와 달라하는 소리, 그리고 내 눈앞에서 동료들이 죽어가는 중에도 내가 할 수가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너무나도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지······나는 무능력한 사람이야······이 중사계급장도 운이 좋아서 달게 된 것이지······갖고 싶으면 가져가!”
어께에서 계급장을 떼어서 그의 앞에 내밀었다. 그는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히 건드렸다는 생각과 함께 무척이나 기분나쁘다는 표정도 함께였다.
그때 그녀쪽으로 시리나 제이나 마커스중위가 다가와서는 디네스에게 조용히 계급장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이봐 자네들 지금 상급자에게 시비 거나?”
시리나의 물음에 하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넌 뭐야?”
순간 주변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좌중이 조용해 졌다. 디네스는 일이 커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순간 시리나의 주먹이 남자 하사의 얼굴에 적중했다. 뜻밖의 행동에 주변이 깜짝 놀랐고 그는 너무나도 분한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이봐 너는 상관에 대한 예의도 모르나!”
주변에서 시리나의 중대원들이 벌떡 일어났는데 그 자리에 있던 기지 소속의 정비병들이나 파일럿들이 함께 일어섰다.
“굴러 들어온 녀석들이 어디에서 행패야!”
젊은 혈기를 한껏 풀어내지 못하고 쌓고있던 사람들과, 무료함의 연속이었던 기지였지만 나름대로의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이들은 말대신 주먹을 앞세웠다. 디네스도 말리려다가 누군가 덤벼 들어오자 달려 들어서 뒤엉켜 버렸다.
시리나는 자신에게 함부로 대한 거구의 하사가 덤벼 들어오자 잡아서 냅다 업어쳐 버렸다. 격투기를 배우기 때문에 이런 녀석들 따위는 손쉽게 쓰러 뜨릴 수가 있었다.
한쪽 자리에서 라티시드상사와 식사를 하고 있던 시에나는 이 장면을 보다 수저를 내려 놓으면서 입술을 닦았다. 조용히 일어서면서 군복 소매를 걷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라티시드상사도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수저를 내려놓고 군복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귀찮게 되었군 그래!”
짧게 혀를 차면서 이들 두 사람도 자신들쪽으로 덤벼들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뛰어 들어갔다.
저녁 18시 30분에 벌어진 싸움은 10분 만에 헌병들이 출동하면서 겨우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사이 식당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뭐하는 거야!”
헌병대장이 안으로 들어서면서 큰소리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들도 저녁을 먹다가 왔는지 꽤나 허겁지겁 달려온 것 같았다. 하지만 헌병 특유의 강인함은 잊어 버리지 않았다.
“누가 이 난장판에 대해서 설명 좀 해봐!”
그의 말에 시리나가 앞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중위로서 가장 상급자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예! 기지소속 파일럿과 전속 파일럿들 간에 즐거운 우의를 다지기 위해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병대장이 대위였기 때문에 당당하게 보고했다.
헌병대장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크리에이션이라······참 대단도 하군······잘 놀았나?”
“예! 그렇습니다!”
순간 짜맞추기라도 한 듯 일제히 합창을 했다. 헌병대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한시간 후에 다시 와 보겠다. 허가 받지 않은 레크리에이션이니까 이 이상 하지 않도록 한다. 그 사이 이 난장판을 모두 원상복귀해 놓도록!”
헌병대장이 봐준다고 하면서 돌아 섰다. 군기를 잡아야 하는 입장에 있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여 조사를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기가찼을지 모른다 싶었다.
모두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정리를 하는데 시리나에게 그 하사가 다가와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 왔다. 자신이 너무나도 무지하고 어리석음으로 해서 상관에게 결례를 범했다고 모두의 앞에서 사과를 했다.
“됐네······때린 것은 미안하네!”
시리나의 말에 하사는 거듭 죄송함을 표시했고 사람들은 잠깐 동안의 해프닝에 우습다는 식의 표정을 지으면서 바닥을 깨끗이 치우고 테이블들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 놓았다. 그러면서 서로들 우습게 되었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말들을 했다.
10월 10일 저녁의 잠깐 동안의 레크리에이션은 그렇게 끝이 나 버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전해 듣게 된 크라우프는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시리나와 디네스가 찾아와 문제를 일으켜 잘못했다고 사죄하자 그는 괜찮다고 하면서
“기지 녀석들 참 너무 하는 군 그래······다음 부터는 몸 조심히 다니게!”
하사가 중위에게 말짓거리를 해대고 참 너무나도 좋지못한 일이 벌어 진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동안의 소동이 끝이 나고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함께 파일럿숙소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는 딱 알맞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넓은 옥상의 한쪽에는 모래주머니로 쌓아서 벽을 만들어 놓은 초소가 있었고 그곳에서는 언제나처럼 2명의 기지소속 병사들이 소총을 메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추락방지를 위해서 난간이 되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여러개의 의자들이 앉을 수 있도록 놓여져 있었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