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875
“적이 가장 약할 때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적은 지금 반구형 진형을 취하고 있다. 아군은 좌우로 공격해 들어가 적의 힘을 분산시킨 후 측면으로 부대를 우회시켜 적의 퇴로를 차단한다. 그런 뒤 가운데로 돌파해 들어가 완전히 제압해 버린다.”
아브듀라한 중장의 명령은 포위섬멸전의 기본이었다. 효과적으로 부대를 운용해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지만 아브듀라한 중장은 자기 자신과 부하들을 믿었다. 좌우 공격 부대와 후방 차단 부대의 지휘관들에게 그들이 달성해야 할 임무를 맡기고 그 이후 부대 운용의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서 소규모 부대를 운용하는 지휘관들이 최대한의 재량과 능력을 발휘해 적과 부딪쳤을 때 아브듀라한 중장의 별도의 지시나 결정 없이도 적과 맞서 싸울 수 있었다.
전체적인 공격 작전을 담당하는 지휘관들에 대한 행동 명령이 떨어지자 아브듀라한 중장은 출격하기를 요청한 오시무스와 클로리사에게 가운데로 공격해 들어가 적의 방어선을 돌파해 낼 부대에 소속되어 줄 것을 지시했다.
사실 아브듀라한 중장은 두 사람이 바리스타 파일럿으로 출격하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나가고 싶으면 가장 위험한 부대에 소속되어 보라는 식으로 지시했다. 물론 두 사람이 거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지만 그들 두 사람은 공격의 가운데로 진격해 나갈 것을 지시한 아브듀라한 중장에게 오시무스와 클로리사는 곧 그의 결정에 동의했고 재빨리 가운데로 진격해 나갈 부대에 합류했다. 어쨌든 간에 이제 부터는 슬슬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06시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에서도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카롤라 섬의 관사에 머물고 있던 크라우프는 자신의 대장 승진식에 입을 예복과 다이레아가 소장으로 승진하게 되면서 입게 될 예복을 직접 말끔하게 다림질한 뒤 그것을 벽에다가 걸어 놓고 흡족한 듯 웃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 그는 주방으로 나와 다이레아가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 타서 아직은 단잠에 빠져 있는 다이레아에게 건네주었다.
“일어나! 아침이야.”
커피향을 가득 머금은 키스를 건네주니 다이레아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으음. 잘 잤어요? 새벽에 일어난 것 같던데······”
겨우 정신을 차린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예복을 정돈해 놓았다며 다시 한 번 키스를 해 주었다.
“고마워요.”
침대에 반쯤 파묻힌 채로 빙긋 웃어 주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었고 다이레아는 자신도 사랑한다며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곧 크라우프가 내민 커피잔을 받아 들었다.
“다이레아와 함께 해서······드디어 오늘 12월 1일 대장으로 승진할 수 있게 되었어. 다이레아가 애써 준 덕분이야.”
그가 고맙다는 말을 건네니 상반신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다이레아는 살짝 왼팔로 가슴 쪽을 가리며 씽긋 웃어 주었다. 아름다운 다이레아의 몸에 취할 것 같았던 크라우프는 슬쩍 눈웃음을 지었다.
“크라우프, 당신을 만난 것이 저 한테는 더 할 수 없는 행복이에요. 사랑해요. 크라우프······”
곧 두 사람의 입술이 하나로 포개 얹어 졌다. 부드러운 커피의 향이 서로에게 전해졌고 그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할 것이니 일어나서 샤워를 하라며 다이레아를 다독였다.
“네에! 고마워요.”
크라우프가 몸을 일으키자 커피를 반쯤 마신 다이레아가 잔을 크라우프에게 건네주고 팬티 하나만 걸치고 있는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다이레아가 반쯤 마신 커피를 그대로 마셔 버린 크라우프는 곧 주방 쪽으로 나왔고, 먼저 예복부터 돌아보고는 고맙다고 목을 끌어안고 키스해 주었다.
“뭘? 다이레아 한테 이 정도는 얼마 되지 않는 나의 보답인데 말이야.”
부드러운 다이레아의 날씬한 허리와 유방의 느낌이 손끝에 와 닿는 느낌과 함께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 속으로 손끝이 밀려들어가자 그녀는 슬며시 크라우프의 가슴에 얼굴을 부벼 주었다.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다이레아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이마와 입술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냥 다이레아의 몸을 만져 주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했다. 갑자기 왼손으로 크라우프의 그것을 입고 있는 반바지 위로 문질러 주던 다이레아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래쪽은 그렇게 바라는 것 같은 데요?”
애교 부리듯 부비거리는 다이레아에게 크라우프는 왼손으로 그녀의 엉덩이와 그 아래쪽을 만지작거려 주었다.
“으응!”
크라우프의 손가락의 움직임 때문에 슬며시 몸을 비틀어 주는 다이레아에게 그는 키스를 해 주며 조금만 참았다가 저녁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즐겁지 않으냐고 물었다.
“어떻게 다이레아를 사랑해 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지. 하루 종일 다이레아 생각을 하면 너무 즐겁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양팔을 뻗어 크라우프의 목을 감싸주고 키스를 해 주었다.
“기대할 께요.”
곧 아침을 해야 한다는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금방 몸을 씻고 나오겠다고 하며 다시 키스를 하고는 이내 종종 걸음으로 샤워룸 쪽으로 뛰어 갔다.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에르바 행성의 대기를 가르며 날아간 포탄이 귀가 다 멍멍해질 정도의 폭발음과 함께 대지를 뒤흔들어 버렸다. 폭발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대지의 파편들은 모든 것을 가득 메워 버릴 것 만 같았다.
너무나도 맑은 아침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태양도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강철의 거인들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것만 같은 빛의 덩어리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수많은 열기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리듯 대지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 위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인간들에게는 대지의 고통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살아남아야 한다는데 모든 것을 걸어 볼 뿐이다.
베르터에 탑승해 부대를 지휘하고 있던 다크 크라이드는 에이센군 헤비호스 부대가 퇴로를 차단했다는 보고를 받게 되자 당황했다. 하지만 곧 병력을 집중시켜 전열을 흐트러뜨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곧 바로 에이센군의 돌격 부대가 배치되어 있는 중앙 부대를 돌파해 나오려 한다는 보고가 뒤따르자 그는 자신 쪽으로 날아온 빔을 회피해 내며 돌격해 들어오는 에이센군 헤비호스를 향해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다.
수적으로 본다면 다크 크라이드가 지휘하고 있는 병력이 6 대 4 정도로 우세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크 크라이드가 지휘하고 있는 헤비호스 부대는 대부분이 크누트와 베르터 같이 2족 보행식 기체들로 호버크라프트를 사용해 상상하기도 힘든 기동력을 발휘하는 테무게와 대출력 빔포를 마구잡이로 연사해 대며 지상에서의 기동력 또한 만만치 않게 민첩하면서도 재빠른 차타이와 이르카로 구성되어 있으니, 다크 크라이드가 이끄는 부대가 적에게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다행인 것이 다크 크라이드의 신속한 부대 지휘 덕분에 에이센군을 어느 정도 매우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의 신속한 병력 이동으로 곧 퇴로가 차단되고 양분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그는 느리게 화력을 집중시켜 적의 전진 공세를 저지해 낼 것을 지시했다.
양측의 전열이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다가와 뒤엉켜 있고, 계속된 폭발로 불타오르는 대지가 내뿜는 엄청난 흙먼지와 연기들 그리고 피격되어 파괴된 헤비호스가 강렬하게 쏟아내는 열기는 전체적인 부대 통제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지난번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건가?’
파피아노 대륙 동부 제 3해군 기지에서 벌어졌던 150기의 악몽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다크 크라이드는 다시 한 번 진형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적의 공세에 집중 사격으로 반격을 감행하도록 명령했다.
이스마인의 기본 개념은 우주형 고기동형 아이바쿠와 같았다. 기본적으로는 자카운의 파생형으로 매우 부족한 성능을 발휘할 것 같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카운이 워낙 기본 구조가 우수한 기체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스마인은 여러 가지 부분이 개량되어 자카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갖고 있었다.
테무게와 같은 호버크라프트가 아니라 아예 열핵 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기동력과 돌파력을 갖고 있다. 국지적인 전투에 투입된다면 최신형 기체인 스탈리온 과 비슷하거나 그 보다 앞설 것이다.
다만 우주용 고기동형 자카운을 기본 설계 사상으로 잡은 이스마인은 대기권 내에서는 기체 통제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반 파일럿이 조종하기 너무 어려운 녀석이 되었다. 그렇지만 데릭 오시무스 중령과 클로리사 발라트 대위에게는 이스마인은 조종하기 그다지 어려운 기체가 아니다.
이들 두 사람은 굳게 밀집해 방어선을 펴고 있는 발바이스군 바리스타 부대가 제대로 조준도 하기 전에 상당도 할 수 없는 속력으로 적의 방어선을 돌파해 나가고 다시 돌파해 나간 이스마인을 향해 적들이 돌아섰을 때 이미 다른 쪽으로 기체를 움직여 반격을 감행했다.
돌파해 나간 후 다시 이들이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곳에서 뛰어 나와 2, 3기 정도의 크누트와 베르터를 격파해 버리니 발바이스군은 어디로 공격을 감행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혼란에 빠졌을 때 테무게와 차타이가 중심이 된 에이센군 중앙 돌파 부대가 밀고 들어와 발바이스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꺄하하하! 죽어라!”
클로리사는 자신을 향해 빔 라이플을 연속해서 발사해 넣고 있는 크누트와 테무게의 공격을 연속해서 회피해 내며 몇 번의 사격으로 정확하게 상대를 저격해 버렸다. 테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속으로 기동하며,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는 상대를 격파해 내자 짜릿한 흥분이 온몸을 감싸 돌았다.
클로리사는 상대에게 움직이는 패턴을 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너무 한 방향으로만 기체를 움직이지 않고 신속함과 꾸준한 행동 변환으로 집중되는 공격을 피해내며 차례대로 반격을 가해 상대를 제압했다.
“어서어서! 죽으란 말이야!”
이스마인의 장갑판을 살짝살짝 스치듯 지나가는 빔 라이플의 잔광들과 그 사이로 반격을 가해 저격을 받아 폭발해 버리는 발바이스군 크누트의 모습은 이 순간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 같은 감정을 한껏 느끼게 만들었다.
대여섯 기의 크누트를 단숨에 격파해 낸 클로리사는 그녀의 오른쪽으로 구덩이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4, 5기 정도의 크누트를 발견하고 곧바로 그들을 향해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다.
크누트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폭발해 버림과 동시에 클로리사는 짧게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이 순간 자신을 향해 조준빔이 날아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재빠르게 기체를 뒤로 빼내 버리자 방금 자신이 있던 쪽으로 빔의 잔광이 스쳤다.
“치잇!”
클로리사는 자신을 향해 날아 들어온 빔의 궤적이 매우 정확하면서도 지속적이라는 점을 알아 차렸다. 곧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내며 자신을 조준해 정확하게 사격을 가하고 있는 적기를 찾았다. 곧 베르터를 발견되었다.
“저 녀석인가?”
곧 바로 기체의 중심을 잡은 클로리사는 재빨리 정확하게 빔을 날리고 있는 베르터를 목표로 잡고 그대로 돌진해 들어갔다.
다크 크라이드는 제대로 조준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빨리 움직이며 저지선의 많은 부분을 돌파해 내는 적기를 발견하고는 그 적기를 향해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고 미처 다크 크라이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충분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의 믿음을 저 버리듯 적기는 유연한 동작으로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더니 곧바로 자신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크 크라이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강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즉석에서 베르터의 피아식별 장치는 메인카메라에 잡힌 적기의 특징 분석해 자카운 계열로 출력시켰다. 그렇지만 자세한 데이터는 불명으로 처리 되었다.
“이 녀석은 무엇이지? 자카운인가? 데이터 불명기로 나오는데······또다시 에이센군의 신형기인가? 아니면 자카운의 개량형인가?”
자신의 앞으로 제대로 조준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동하고 있는 자카운의 개량형을 향해 다크 크라이드가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그렇지만 이미 상대는 그의 공격을 회피해 낸 후 순간적으로 조준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응?”
자신이 사격을 가한 후 적기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아차린 다크 크라이드가 재빨리 조준을 이동시켰다. 다시 자카운 개량형을 잡아냈을 때 상대가 이미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치이!”
재빨리 무게 중심을 왼쪽으로 치우쳐 자카운 개량형의 빔 공격을 회피해 낸 그는 자신을 향해 똑바로 돌진해 들어오는 자카운 개량형을 향해 로켓 추진기를 최대로 분사시킨 후 마주 돌진해 들어갔다.
“으라차!”
돌진해 들어가던 다크 크라이드는 돌진해 들어오던 상대도 광검을 빼드는 것을 확인했다.
클로리사는 베르터의 파일럿이 근거리에서 쏘아낸 자신의 빔 라이플 공격을 회피해 낸 후 추진기를 작동시켜 돌진해 들어오자 오히려 너무나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추진기를 최대로 작동시킴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거리를 바짝 좁혀 오는 상대의 행위는 바로 간격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곧 바로 클로리사가 탑승한 이스마인과 베르터가 근거리에서 광검을 빼들고 스쳐 지나며 서로의 급소를 노렸다. 그러나 두 기체가 스쳐 지나갔을 때 베르터는 왼팔의 방패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고, 이스마인은 어깨 장갑판 부분이 절반이나 떨어져 나갔다.
“칫!”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리지 못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클로리사는 스쳐 지나가다가 급하게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그 자리에서 반전을 한 후 아직 자세를 잡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한 베르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제법이군! 이거나 먹어라!”
이스마인의 후부 스커트에 장착된 미사일이 일제히 베르터를 향해 쏟아져 들어갔고 클로리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빨리 기체의 무게 중심을 바꾸어 버렸던 베르터는 미사일 방해 물질을 그 자리에 산포한 후 재빨리 현재 위치에서 멀어졌다. 지금 클로리사가 노린 것이 바로 베르터가 현재 위치에서 멀어지려는 그 순간이었다.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고 판단해 빔 라이플을 조준했을 때 클로리사는 베르터가 점프하며 자신을 향해 빔 라이플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응!”
그 베르터의 총구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클로리사는 기체를 살짝 비틀어 표면적을 낮추어 근거리에서 적기의 공격을 회피해 낸 후 빔 라이플을 든 팔을 높게 치켜들어 베르터를 향해 반격을 가했다.
이스마인의 빔 라이플에서 뻗어 나간 빔이 베르터의 왼쪽 어깨를 꿰뚫어 버리는 것이 똑똑히 보였고 폭발과 함께 베르터가 대지에 크게 요동치듯 쓰러져 버리자 완전히 끝장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이 순간 5기의 크누트가 베르터의 앞을 막아섰다. 완전히 자신이 잡았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방해를 받자 클로리사는 광검과 빔 라이플을 사용해 5기의 크누트를 향해 돌진해 들었다.
“이! 이 녀석들! 네놈들은 비켜섯! 우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크누트가 빔 라이플을 조준하는 사이 닥치는 대로 광검으로 찌르고 빔 라이플로 바디를 찢어 버렸다.
“다크 크라이드님 피하세요!”
통신기를 통해 부하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오고 나서야 베르터가 대지에 쓰러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크 크라이드는 자신의 앞쪽으로 5기의 크누트가 자카운 개량형을 막아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피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5기의 크누트가 근거리에서 돌진해 들어오는 자카운 개량형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곧 눈앞에서 번쩍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5개의 폭발이 일어났고 동시에 베르터를 향해 추진제를 분사해 내며 자카운 개량형이 돌진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 녀석!”
그는 서둘러 베르터의 등 쪽 로켓 추진기를 분사해 내며 대지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누운 채로 기체를 뒤로 빼내었다. 동시에 자카운 개량형이 자신을 향해 빔 라이플을 쏘아 내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제길! 어딜 덤벼!”
이 상태로 누운 채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다크 크라이드는 왼쪽 로켓 추진기의 분사를 막아 버리고 오른쪽으로 일순간 강하게 분사해 똑바로 누운 듯 기체를 뒤로 빼내던 상황에서 겨우 벗어났다. 서둘러 베르터를 일으켜 세웠을 때 자카운 개량형이 그 자리에서 반바퀴 회전하더니 이내 자신을 향해 빔 라이플을 조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구르듯 자카운 개량형의 공격을 피해 낸 다크 크라이드는 어느 순간 상대의 빈틈을 발견하고는 대지를 밟고 잔뜩 기체를 움츠렸다가 오른쪽으로 자카운 개량형의 비어있는 바디를 향해 육탄 돌격을 감행했다.
다크 크라이드의 움직임이 워낙 재빨랐기 때문에 상대가 반응하기 전 두 기체가 충돌했고 엄청난 충격은 부딪치고 있는 다크 크라이드 에게도 크게 전해져 왔다. 상대 자카운 개량형이 비틀거리는 순간 그는 곧바로 자세를 잡은 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광검을 내질렀다.
클로리사는 상대가 강하게 반격해 나와 육탄 돌격을 감행한 후 재빨리 기체의 무게 중심을 수습하고는 광점을 콕핏 부분을 향해 찔러 오자 슬쩍 기체의 무게 중심을 비틀어 피해 광검 공격을 최소한의 기체 손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스마인을 뒤로 빼내자 베르터는 근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경보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녀도 등 뒤쪽으로 방해 물질들을 산포한 후 다시 기동력을 앞세워 미사일 사이로 뚫고 들어간 후 오히려 베르터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죽어!”
외마디 고함 소리와 함께 베르터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접근해 들어간 그녀는 광검으로 상대 베르터의 두부를 후려쳐 날려 버렸다.
베르터가 두부가 날아가 버림과 동시에 클로리사는 상대의 어깨 부분을 향해 광섬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광검의 에너지에 베르터의 어깨 장갑판 녹아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 순간 마지막 힘을 짜낸 베르터가 오른 손에 든 빔 라이플을 떨구며 이스마인의 허리춤을 움켜잡고 왼팔로 광검을 쥐더니 곧 이스마인의 하복부를 찔러 버렸다.
“이런!”
마지막 힘을 짜낸 베르터의 반격이 그대로 하복부에 명중되자 클로리사는 콕핏을 열고 개인용 데이터 디스크를 빼들고 주요 기밀 사항을 폐기하는 자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재빨리 서바이벌 세트와 콕핏 옆에 찔러 놓은 50cm 짜리 검을 집어 들고 마치 곡예사가 곡예를 하듯 날렵한 동작으로 자카운의 콕핏을 빠져 나온 후 이스마인이 폭발하기 그대로 땅바닥으로 뛰어 내렸다.
“제길! 이것으로 두 번째 기체를 잃어버리다니!”
능숙한 솜씨로 서바이벌 세트에서 권총과 예비 탄창을 빼내 허리에 찬 후 나머지는 그대로 등에 메었다. 그리고는 곧 허리춤에 대검을 꼽아 놓고 폭발과 흙먼지 속에서 서둘러 안전한 지역으로 탈출하려 몸을 움직였다. 바로 이 순간 구리빛 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갑작스레 마주치게 되자 서로 너무 놀라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나 상대가 발바이스군 군복을 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자 본능적으로 권총이 먼저 들어 올려 졌고 상대도 클로리사를 향해 권총을 빼들었다.
서로 반대쪽으로 몸을 날리며 상대를 향해 권총을 발사해 넣었다. 제대로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클로리사는 바닥을 구르며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몸을 굴려 갔다. 자신의 안전을 확인 했을 때 그녀는 오른쪽 뺨에서 뜨거움을 느꼈다.
만져 보니 깊은 것은 아니지만 살짝 스쳐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곧 이스마인과 베르터가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상대에게 신경 쓸 일은 없었다. 재빨리 전장에서 멀어져야 한다.
침착하게 기회를 기다리던 클로리사는 어디에선가 폭발로 일어난 흙먼지로 다시 한 번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어진 상황이 다시 한 번 찾아오자 재빠르게 자신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방향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그녀가 움직이는 방향 쪽으로 몇 번의 권총 사격이 날아 들어왔다. 하지만 몸에 맞은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녀는 전력으로 안전하다 생각되는 쪽으로 도망쳤다.
베르터와 자카운 개량형이 폭발을 일으켰을 때 안전한 곳에 나와 있는 다크 크라이드는 왼팔만으로 능숙하게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압박 붕대로 감싸 지혈을 한 후 바닥에 내려져 있는 권총의 탄창을 빼 잔탄을 확인해 보았다. 12발 중에서 2발이 남아 있었다.
“칫!”
다크 크라이드는 통신기 열어 근처에 있는 부하들 중에서 자신을 회수하러 오도록 지시했다. 곧 크누트가 자신 쪽으로 접근해 오자 기체의 뒷부분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어깨에 정통으로 권총탄에 맞아 제대로 팔을 움직일 수 없었다.
“고맙다.”
그렇지만 상황은 너무나도 급박했기 때문에 다크 크라이드는 돌파구를 열어 저지되고 있는 부대를 철수키로 결정하고 전체 전력을 집중시켜 남쪽으로 탈출하기로 결정했다.
10시 정각 브랜다 조슬리 행성계에서는 크라우프와 코넬리우스 타머란 중장을 비롯한 에르바 행성계 방어 전투에 참가했던 중장급 지휘관들 중 일부가 대장으로 승진을 했다. 다이레아도 준장에서 소장으로 승진했다.
성대하기는 했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형식적인 승진식이 끝이 나고 12시 벌어진 파티에서 크라우프는 여러 중장과 대장급 장성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온갖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달려 있는 대장 계급장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다이레아는 문득 자신도 덕분에 서른한 살에 소장 계급장을 어깨에 달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디네스도 스물여섯 살에 대령에 승진하게 되고 티아라도 중령으로 올라서고 전투 지휘관인 구드 바렌브룩 대령도 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시어리 대령도 이번에 준장이 되었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함께 소장으로 승진을 한 솔티 준장을 비롯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란히 소장으로 승진한 승진자들 사이에 끼어 이런 저런 농담을 받아넘기는데 열중했다.
크라우프가 서른 살에 대장 계급장을 어깨에 달게 된 탓인지 겨우 서른한 살에 소장 계급장을 어깨에 달게 된 다이레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다이레아 보다 8살에서 10살 이상은 많은 나이들이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를 곤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장급 지휘관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일부 사람들 중에서는 매력적인 다이레아에게 저녁 때 쯤 따로 만나고 싶다며 수작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넘겨 버리기 위해 많이 곤혹스러웠다.
일부는 열심히 수작을 걸어도 다이레아가 다 거부해 버리자 너무 비싸게 구는 것이 아니냐고 드러내 놓고 앞 뒤 생각 없이 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크라우프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하룻밤의 상대를 찾기도 했을지 몰라도 이제 다이레아는 그렇게 자신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길! 어떤 녀석인지. 클로리사를 다치게 만든 녀석은 죽여 버렸어야 하는 건데.”
13시 데릭 오시무스는 자신의 앞에 앉은 클로리사의 턱을 왼손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좌우로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깊은 것이 아니라고 대답하며 재생액을 바르면 말끔하게 지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