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946
민유화 소위가 화를 내며 짧게 혀를 차니 라우너 하프텝 소위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맞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적과 싸우는 것도 언젠가 우리들에게 등을 돌릴 바르디아 놈들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야?”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는 하프텝 소위의 말을 듣고 갑자기 주변에서도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들이 고향을 벗어나 이곳 아나베 행성에 와 있는 것이 결국 따지고 보면 바르디아인들 때문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잃어버린 시간과 동료들에 대한 보상이 결국에는 바르디아인들을 지켜주려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들 스스로의 처지가 한심스럽게 생각되면서도 지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르디아인들을 제 아무리 자신들이 열심히 지켜준다고 해도 그들은 결국 다시금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에이센인들을 상대로 자살 폭탄을 감행하고 총을 쏘고 에이센인들이 나누어주는 식량을 먹고 에이센인들을 죽이려 들것이다.
어차피 에이센에게 필요한 것이 영토라고 한다면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바르디아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에이센인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면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결국 바르디아인들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들이 이곳에 와서 시간을 버리고 동료들을 잃어 가며 목숨을 걸고 의미 없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성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갑자기 지금 싸우는 의미를 모르겠다며 민유화 소위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민유화 소위의 한숨 대신 대답 대신 모두들 힘들다는 말을 하나씩 쏟아 내었다. 그렇지만 제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마음대로 이곳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더욱 괴롭고 지칠 뿐이다.
7월 2일 금요일 20시 30분 디네스는 그 동안 밀린 서류 업무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의무대에 들려 어깨를 진찰 받았다.
진찰을 마친 군의관은 아직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도 몸이 남들의 3배는 빨리 회복한다며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호리스 대령님의 회복 속도가 무척이나 빠릅니다. 연구 대상으로 삼아보고 싶군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한 마디를 덧붙인 군의관은 30일 정도는 굳이 비행에 나서지 말고 내근을 하며 어깨를 치료할 것을 당부했다.
“알겠어요.”
디네스는 씽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군의관이 발급해준 처방전대로 약국에서 약을 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섰고 군의관은 인터폰을 눌러 다음 사람을 들어오도록 지시했다. 별 생각 없이 디네스가 문을 열고 나서려는 사이 갑자기 진료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불쑥 안으로 들어섰다.
“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상대는 뜻밖에도 크라우프였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람과 마주치게 되자 디네스는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경례를 올리려 하자 그는 괜찮다고 팔을 휘저으며 시간이 괜찮으면 금방 끝이 날 테니 자신의 진료가 끝이 날 때까지 좀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아? 알겠습니다.”
디네스는 곧 진료실 밖으로 빠져 나왔고 약국에서 약을 탄 다음 크라우프가 진찰을 받고 나올 때를 기다렸다.
‘어디가 아파서 . 온 거지?’
잠시 자리에 앉아 있던 디네스는 크라우프가 의무대를 내려온 것이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순간 자신의 왼쪽 어깨가 살짝 쑤셔 오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앗! 이 바보!’
분명 크라우프도 어깨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그가 의무대를 찾아온 일이 무슨 일인지 잠시 잊어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워 졌다.
크라우프의 진료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디네스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크라우프는 씽긋 웃어 준 후 약국에서 약을 타 가지고 디네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디네스가 재생통에서 깨어나고 회복실에 누워 있을 때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만 대고 디네스가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도 찾아가 보지 못했단 말이야. 정말 미안해! 내가 너무 무심했어.”
갑자기 크라우프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니 디네스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디네스는 티아라를 통해 크라우프가 여러 차례 자신을 방문해 주었음을 알고 있다는 말로 애써 불편해 하는 크라우프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그래 . 네 덕분에 내가 살았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크라우프가 머쓱해 하니 디네스는 자신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이었다고 대답했다.
……서로 말없이 잠시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았다.
크라우프가 무엇이라고 말을 꺼내려 했을 때 갑자기 그가 가지고 있던 휴대 전화기가 울렸다. 그것은 함교에서 함내 휴대 전화기로 크라우프를 호출하는 것이다.
“……받으세요.”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만 하다가 전화기 소리로 퍼뜩 정신을 차린 디네스가 빙긋 웃으며 전화를 받을 것을 재촉했고 크라우프는 이내 휴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에휴 .’
문득 알 수 없는 탄식과 더불어 온몸의 기운이 쭈욱 빠져 버렸다.
적극적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과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만 바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할 수 없이 한심스럽게 생각되었다.
크라우프가 잠시 길게 통화를 하는 중에 디네스는 잠시 시선을 아래쪽으로 둔 후 그가 통화를 마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30분 뒤 디네스가 사무실로 돌아오니 티아라가 드웰러 대위와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눈 후 퇴근을 하려는 것인지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깨는 괜찮다고 하니?”
어깨를 다친 후 디네스가 의무대에 다녀오면 티아라가 늘 물어보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디네스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디네스는 같은 말을 물어 보는 티아라를 두고 귀찮아하거나 쓸데없이 짜증을 내는 대신 자신이 살 테니 한 잔 하겠냐고 물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되네요. 먼저 선약이 있어서 말이지.”
티아라는 씽긋 웃어 준 후 잘 쉬라는 말을 남긴 후 사무실 밖을 빠져나갔고 디네스는 조금은 샐쭉한 표정이 되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뒤로 모아 묶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오랜 시간 동안 머리카락을 묶은 채로 지내면 머릿결이 많이 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동안 머리카락이 거칠어 졌다고 해서 특별하게 신경써 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티아라 처럼 자신을 가꾸는데도 신경을 좀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히 웃었다. 너무 자신에게 소홀한 것 같으니 말이다.
23시 10분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고 침대에 누워 땀에 젖어 있던 티아라는 크라우프가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500ml 짜리 군납용 생수병을 가져와 주자 반갑게 그것을 받아 들고 꿀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마셨다.
“아! 시원하다. 목말라 죽는 줄 알았네!”
얼굴이 붉어져서 겨우 한숨 돌리는 티아라를 보고 크라우프는 그녀의 옆에 앉은 후 물 마시는 모습이 예쁘다며 키스를 해 주었다.
“큭! 내가 예쁜 건 알아 가지고!”
티아라가 장난스레 깔깔대며 웃자 크라우프는 씽긋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머리의 향기를 맡아보았다.
“향기 좋은데?”
500ml 짜리 군납용 생수를 몇 번에 걸쳐 나누어 마신 티아라는 피식 웃음을 지어 준 후 양팔을 뻗어 크라우프의 목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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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당이 대세입니다…Next-88…^0ㅠ;
으음…
●’rioter’님…s(^0^)乃 연속 1타 만쉐이!!! 그나저나 짜장 나비는 턱시도랍니다…^0^;; 물론 전임자인 강고는 1/2씩 몸의 왼쪽은 검은색 오른쪽은 흰색이 뒤섞인 녀석이기도 했지요…짜장 나비는 100%25 턱시도랍니다…므흣…^_^; 어쨌거나 짜장 나비의 귀환 만쉐이!! rioter님의 연속 1타도 만쉐이!!! ^0^)/
●’판타로드’님…@_@;;…z( ㅡ3ㅡ)y-~~~ 후욱…논리 정연하네요….
●’당근선인’님…므흣…앞으로 다크 크라이드님의 출현이 자꾸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왜냐면 아펜 매드클라이와 다크 크라이드 Vs 크라우프 녀석의 막판 결전이거든요…씨익…^__^;
●’soulschaos’님…맞습니다…짜장 나비 녀석은 어제 거의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잠만 디비 잤다고 합니다…~ㅁ~;; 밖에 나가봐야 배고프고 고생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말이죠…^_^;; 글쿠…10년이라…갑자기 죽은 [못난이]라고 불리던 개가 생각납니다…같이 산지 10년 넘은 녀석이었거든요…쭈압…죽었을 때 얼마나 안타깝던지…
●’가연을이’님…므흣…(슥슥)(부비부비)…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힘 드셔도 괴로우셔도…가연을이 님…아시죠? 화팅인 것…^__^)乃
●’바보아님’님…넵…글쿠…디네스가 이제는 몸을 한 번 다쳐 보더니 큭큭…가정을 갖고 정착하고 싶어 한답니다…므흐흐흐흐흐…
●’스팀히로’님…에? 저 작가넘이 주말에는 아르방을 합니다…그래서 일찍 올린답니다…^_^;; 글쿠…막판 전쟁은…쥔공 3,000,000척 Vs 발바이스군 약 4,000,000척의 싸움이지요…막판은 화려하게…
●’룬마스터’님…^0^; 짜장이 이 녀석 돌아오자 마자 잠만 디비 자고 사료만 게걸스럽게 먹습니다…그나저나 디네스와 짜장이가 동급이라…^0^;; 그러고 보니 우연치고는 참…^0~;;
●’크림슨페더(위풍당당)’님…맞습니다…이제 크라우프도 종결을 달리지요…애초에 1,000편 정도 쓰겠노라고 다짐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하게 되어서 다행입니다…^_^;;
●’kasanova’님…고맙습니다…에궁…어쨌든 간에 저 작가넘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kasanova님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없도록 해 보겠습니다…화팅!!
●’이루려는자’님…코프 넘의 네슬런 행성 공격 작전이라…당빠 벌어져야 합니다…왜.냐.면…그냥 재미있으라고 말이죠…^0^;; 막판이니 열심히 피를 흩뿌려 대는 것입니다…불타는 전쟁 만쉐이!!
●’호박의정령’님…감사합니다…호박의정령님의 기원으로 저 작가넘…매일 같이 힘을 냅니다…그리고…일이 좋게 되어 가네요…씨익…
●’라이네케’님…^_~;; 짜장 나비가 멍뭉이 수준인 것은 옳으신 말씀입니다…아예 개처럼 졸랑 거리며 따라 다니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말이죠…~0~;
●’bsh2345’님…네…짜장 나비의 귀환 만쉐이구요…글쿠…최홍만…동영상으로 봤는데 잘하더군요…으음…역시…
●’el-hazard’님…긁적…하얀 백작님과 코프 녀석의 결전은 없는데요…어쨌거나 네슬런 행성계에서 다크 크라이드 그리고 아펜 매드클라이와의 전쟁이 마지막이 될 것이랍니다…글쿠…코프 넘은 1개의 행성계를 지휘하지만 병력이 3,000,000척입니다…글쿠 말씀대로 이제 코프 넘도 너무 고개를 숙이면 로즈위드 중장처럼 타고 오르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씨익…
●'[M.I.F]강도헌터’님…최홍만…체격이 얼마나 큰 사람인지…그나저나 코프 넘과 하얀 백작님과의 일전은 없거든요…다크 크라이드와 아펜 매드클라이가 지휘하는 발바이스군 Vs 코프넘과 기타 떨거지들…이렇게 네슬런 행성계 결전이 예정되어 있거든요…ㅠ0ㅠ;;
●’하얀백작’님…집 나가면 배고프고 고생이라는 것을 짜장이도 알았나 봅니다…사료만 먹을 줄 알지 생선이나 쓰레기 뒤지는 것을 못하거든요…~ㅁ~;; 애초에 생선을 먹이지 않으니 생선을 줘도 냄새만 맡지 먹을 줄 모르는 녀석이 짜장이랍니다…~-ㅜ; 그러니 다행히 붙잡혔을 테구요…으음…글쿠 이제 디네스…확실하게 어깨 다친 후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았답니다…므흣…
●’시르피드’님…피가 쏟아집니다…너무 많이 쏟아져서…이제는 피바다가 될 것입니다…씨익…네슬런 행성계에서의 전투 만쉐이!! 9월 1일 블루나무 작전 개시인데…그 전까지 무척이나 빠르고 간결한 진행이 이어질 것입니다…^0^;;
●’빨강보석’님…맞습니다…짜장 나비 녀석…ㅠ0~; 집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잠만 퍼질러 잤다고 하더라구요…쭈압…글쿠…대항해시대…게임채널에서 보고…정말로 놀랬습니다…아예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놓았더군요…헐헐…
●’스킬팝’님…쭈압…맨유가 졌군요…글쿠…코프 녀석은 다이레아가 좀 질리면 티아라를 불러서 논답니다…므흣…이것에다가 이제 디네스 까지 코프 녀석은 매일 같이 즐겁지요…씨익…
에궁…의외로 좀 날씨가 썰렁하네요…독자분들 감기 조심하세요…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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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7월 3일 토요일 모처럼 만에 맞이하는 에르바 시티에서의 휴일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전쟁터의 한복판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따사로운 분위기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
13시 02분 지겔마이어 원수의 기함인 판타로드호에서 매일 같이 네슬런 행성계를 공격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는 아예 무관하다는 듯이 위쪽은 하얀색 반소매 티를 입고 바지는 트레이닝복 스타일 차림으로 에르바 시티로 나온 카레나 스쿠비는 역시나 평범한 하얀색 반소매 티와 청바지 차림의 키트릿지와 함께 거리를 걸으며 따사로운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생과일을 우유와 설탕, 생과일과 같은 종류의 주스, 그리고 얼음을 적당히 배합해 그것을 믹서로 갈아 큼직한 일회용 투명 컵에 담아 주는 생과일주스 두 개를 사서 키트릿지와 하나씩 든 카레나는 빨대로 생과일주스를 한 모금씩 빨아 마시며 따사롭게 비추고 있는 에르바의 햇살을 즐기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베르베라에서는 지하 도시 때문인지 태양빛이 너무나도 그리웠는데 말이야. 이곳에서는 그다지 모르겠다.”
에이센의 수도인 베르베라 시티는 그곳만의 특수한 경우로 인해 5층 이상의 지상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건축 제한이 있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도심은 지하로 들어가 있었다.
황실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는 일부 극렬 공화주의자들은 베르베라 시티만의 이러한 지하 도시화 정책을 비아냥거리며 두더지들이 사는 것 같다고 비난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5층 이상의 건물을 지상에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황실의 쓸데없는 권위 의식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런 지하 도시는 스페이스 콜로니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살아가기에 부적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도 및 습도의 조절, 환기 등이 완벽하게 이루어 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살기에는 더욱 좋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하라는 환경때문인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쓸데없는 불안감과 인간이라는 존재는 본래 태양빛을 보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지하 도시 자체가 강한 거부감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었다.
“······뭐 지금이야······사실 정말로 돈많은 사람들은 베르베라 시티가 아니라 스페이스 콜로니에 거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베르베라 교외로 나가 버렸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역시인간은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야······”
카레나는 베르베라 시티가 지하도시화 되어 있는 것을 비아냥거린 극렬 공화주의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갑자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하 도시를 폐쇄 시키는 것 아니······지하 도시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을 전부 이주시키지 못하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베르베라 행성계만의 인구가 900억 명 수준을 예전에 넘어서서 이제는 1,000억 명을 넘어선 것이 옛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하 도시는 거주 구역을 보다 확대 시킨 하나의 방편입니다.”
베르베라에 지하도시가 건립된 계기는 언제부터인지는 명확하게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물론 베르베라 시티 자체가 매우 오래된 장소였고 아울러 옛 초거대 제국 시절의 황도이기도 했다. 따라서 언제부터 인간이 베르베라 시티에 거주하고 있었는지 명확한 기록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막연하게 초거대 제국 시절부터 내려온 지하 도시를 개수하고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거주 구역을 확대하다 보니 지금의 지하 도시가 건설된 것이라 추정할 뿐이었다.
물론 베르베라 행성 자체가 핵까지 차갑게 굳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행성이었기 때문에 그간 많은 지각 활동 등으로 수많은 희생자들과 물질적인 손실이 일어났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라스티어 황제 시절 지각 변동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최저 12만 명이 생매장된 일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 당시 지각 활동을 감지하고 많은 사람들을 대피시켰지만 끝까지 대피 명령을 거부한 12만 명이 결국 압사되었고 지각 활동으로 인해 산채로 파묻혀 버렸다고 했다. 그 당시부터 지하 도시 자체를 폐쇄시켜 버려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에게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베르베라의 지하 도시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차츰 지하 도시의 불필요한 거주 구역 등을 폐쇄하고 베르베라의 과밀한 인구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지하 도시는 아직까지도 많은 베르베라 거주민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었다.
“에휴! 어쨌거나 지금 에르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온통 군인들뿐이다. 우리 같이 흰색 티 입고 걸어 다니는 커·플은 오히려 더 신기할 뿐이다.”
카레나가 짧게 한숨을 내쉬자 키트릿지는 슬며시 멋적게 웃음을 지은 후 지금은 전쟁중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현재를 받아 넘기라고 권했다.
“그거야 그렇겠지.”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은 후 잠시 다리가 좀 아프다는 말로 투정을 부리듯 어느 비어 있는 벤치에 앉고 싶어 했고, 이내 키트릿지와 카레나 두 사람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잠시 길거리를 둘러보던 카레나는 손에 들고 있는 생과일주스를 한 모금씩 빨아 마시며 씁쓸한 표정으로 키트릿지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면······맨날 전쟁이다. 조금 조용해 질만 하면 전쟁······또 전쟁······그렇단 말이지.”
언젠가 키트릿지는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는 카레나는 그 영원함 속에서 지겹도록 전쟁이라는 것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전쟁이라는 것에서 패배를 하게 된다면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키트릿지가 씁쓸히 한 마디를 덧붙이자 카레나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