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oranguikyung RAW novel - Chapter 138
교랑의경 138화
자신의 아들이 그런 여인에게 반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주 부인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그 여인의 편을 드는 아들의 모습은 도무지 지켜볼 수 없어 또다시 눈을 치켜떴다.
“네가 뭘 안다고! 넌 이 일에서 빠져라. 그런 말을 꺼낸 걸 보면 진씨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은 게야. 그 집으로 시집을 못 가면 차선책으로 아둔한 널 붙잡으려 했겠지. 진씨 가문에서 그 애 바람대로 혼담을 청해 왔으니 넌 쓸데없이 나서서 남의 경사에 훼방 놓지 마라. 어쨌거나 이건 좋은 혼사야.”
주육낭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주 부인은 또다시 웃으며 아들의 팔을 어루만졌다.
“우리 아들, 그 뛰어난 의술을 지닌 교교가 진 공자의 다리를 고쳤다고 생각해 봐. 진씨 가문은 먹고살 걱정이 없는 집안이고, 우리도 혼수를 많이 챙겨 보내는 데다, 넌 진 공자와 교분이 두터우니 더없이 좋은 일 아니냐. 진 공자는 다리를 고쳐서 좋고, 네 누이는 좋은 남편이 생겨서 좋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그런가? 주육낭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진십삼이 그 아이한테, 잘하긴 했어. 십삼은 똑똑하니 그 간사한 여인에게 쉽게 속을 리도 없고. 이것도, 나쁘진 않네.
아들의 표정을 읽은 주 부인은 흡족한 기분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든 극에 달하면 그 반대로 움직인다더니, 교교가 바보로 오래 산 끝에 하루아침에 똑똑해졌구나. 정말 대단한 일이야.”
주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똑똑하든 바보든 알 게 뭔가. 어쨌든 우리 집에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뭘 멍하니 있어요? 어서 가서 교교를 데려오지 않고.”
주 부인이 주 노야를 보며 말하자 주 노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이제 막 옮겨 갔는데.”
주 노야가 미간을 찌푸렸다.
“또 데려오라니······.”
“혼담이 오가는 마당에 밖에 둘 순 없죠. 수리는 안 해도 되잖아요. 어차피 곧 출가할 테니까. 그 애의 사주단자부터 가져오는 게 우선이겠네요.”
“그럼 강주에 다녀와야겠군. 오고 가고 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텐데. 그리고 정씨 가문엔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하긴요. 그냥 사주단자를 내놓으라고 해야죠. 다른 말은 할 필요도 없어요. 그 사람들이 나설 필요도 없는 일이에요. 단, 혼수는 한 푼도 빠지면 안 돼요. 경성 풍속대로 최소 2만 관은 해 보내야죠.”
혼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를 보며 주육낭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이게, 그 여인의 뜻대로 된 건가?
오시(午時)가 지났을 무렵, 서생 세 사람이 태평거에서 나왔다. 넷째와 늙은 관리인이 미소를 지으며 배웅을 나왔다.
“과로신선이 없는 건 아쉽지만, 여기서 만든 것도 참 신기하고 흥미롭군요.”
한 서생이 취기가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입소문 좀 많이 내 주세요.”
서생들은 하하 웃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아주 능청스럽군.”
한 서생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거 돈 몇 푼 쥐여 주고, 우리더러, 이 뭐냐······. 태평······의 손님을 끌어 달라? 우릴 거지로 보나?”
나머지 서생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늙은 관리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말하고 있던 서생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멍한 눈으로 편액을 쳐다봤다.
“태평.”
서생이 중얼거렸다.
“네, 여긴 태평거입니다.”
늙은 관리인이 웃으며 말했다.
“태평!”
젊은 서생은 돌연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편액을 가리켰다. 다들 깜짝 놀랐다.
“순화 형, 왜 그러시오?”
다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늙은 관리인 역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표구해 달아 건 편액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저걸 보라고, 태평!”
젊은 서생은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목소리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태평성세는 만백성의 복이지.”
동료 하나가 무심코 머리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이건 시로 응수한 건가? 아니면 사(詞)? 부(賦: 한나라와 육조 시대에 성행했던 문체의 일종)라고 해야 하나? 시작이 좀 이상한데.”
바깥의 시끌벅적한 소란에 서무수 등이 급히 뛰어나왔다.
“수재들이나 되어 가지고,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이렇게 주정이야!”
서봉추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서생 세 명 중에는 손으로 편액을 가리키는 이도 있었고,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하는 이도 있었으며, 편액 밑에서 제자리를 돌며 휘청거리는 이도 있었다.
잠시 쉬어가려 했던 행인 몇몇은 가게 앞 난리통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는지, 다시 말고삐를 바로잡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감히 우리 장사를 방해해? 내가 가서 쓴맛을 좀 보여줘야지.”
서봉추가 소매를 걷어붙이자 서무수가 노려봤다.
“됐고, 들어가서 손재 콩 가는 거나 도와.”
이어 다른 형제들까지 다독여 들여보내고 나자, 문 앞에는 흥분한 표정으로 세 서생을 쳐다보고 있는 서무수와 늙은 관리인만이 남았다.
“이보시오, 이 글씨는 누가 쓴 겁니까?”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한 서생이 관리인을 붙잡고 물었다. 글씨? 늙은 관리인과 서무수의 시선이 동시에 편액으로 향했다.
“주인어른께서 주신 건데요.”
관리인이 서무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 서생도 관리인의 시선을 따라 서무수를 쳐다봤다.
스물여섯이나 일곱 정도 돼 보이는 사내는 청색 장포를 두르고 있어 문인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체격이 좋고 뼈마디가 툭 불거진 게 제법 거칠고 용맹스러워 보였다.
“이 글씨를 직접 썼다는 말이오?”
세 서생 모두 놀라워했다.
차정사의 글씨는 차정사보다 더 이름이 났을 정도로 경성에서 그 명성이 높았다. 매일같이 글씨를 감상하러 가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면서도 글씨를 쓴 이가 시종일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그 신비로움이 배가된 터였다.
눈앞의 이 사내도 제법 멀끔하고 단정해 보이는 게, 그 글씨를 쓴 장본인이라 해도 어울리겠군.
“이것 말이오? 내가 아닙니다.”
서무수는 글씨를 올려다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고?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글씨가 왜요?”
서무수가 의아해서 물었다.
“글씨가 너무 좋습니다! 도대체 글 쓴 분이 누굽니까? 한 번 뵐 수 있겠습니까?”
세 서생이 서무수에게 다가가 그를 에워쌌다. 목소리에 감탄과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이 글씨가 그렇게 좋다고? 서무수는 다시 편액을 힐끔 쳐다봤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 번 뵐 수 있는지는 그분께 여쭤봐야 하고요.”
서무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알고 있었군! 세 서생은 매우 기뻐했다.
“좋습니다, 좋아요! 수고스럽겠지만 주인장께서 여쭤봐 주십시오. 한 번 뵐 수 있는지요.”
세 서생이 예를 올리자 서무수도 급히 답례했다.
“어서, 어서 가세나. 얼른 그들에게 일러주어야지.”
세 사람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서둘러 말에 올라탔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한 서생이 품에서 돈 몇 푼을 꺼내 관리인에게 쥐여 주었다.
“싹 입 닦고 갈 수야 없지요.”
관리인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세 사람은 멀리 가 버렸다. 관리인은 손에 쥐어진 돈 몇 푼을 보고는 당황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굳이 이쪽에서 돈 들일 필요 없겠소. 저들이 알아서 태평거를 널리 알려줄 테니.”
서무수가 웃으며 말했다. 관리인은 고개를 돌려 다시 편액을 올려다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 몇 글자가 돈보다 값지다니.”
정교랑은 손에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옆에 있던 진십팔랑도 두어 글자를 더 쓰고 붓을 거두었다.
“낭자, 이번에 쓴 건 어때요?”
진십팔랑이 앞에 있던 종이를 가까이 가져가며 물었다. 정교랑이 몸을 돌려 힐끔 쳐다보았다.
“형태만 비슷하네요.”
진십팔랑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만 해도 꽤 괜찮은걸요. 적어도 예전에 쓰던 글씨보다는 배로 좋으니.”
진십팔랑은 정교랑 앞에 놓인 종이를 보면서 동경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언제쯤 낭자 같은 글씨를 쓸 수 있을까요.”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정교랑이 답했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녀는 안쪽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글씨 연습이 끝났음을 알아차리고 차와 다과를 들여왔다. 시녀는 들어오면서 정교랑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교랑의 손에는 굳은살이 가득 박여 있었다. 붓을 들 수 없을 때도 항상 탁자 위에서 끊임없이 글씨 연습을 하여 생긴 것이다.
“스승님이 내주시는 과제를 하고 자수 놓는 시간 외에, 밤마다 글씨 연습을 한 시진씩 더 하고 있어요. 연습만 많이 하면, 낭자처럼 좋은 글씨를 쓸 수 있을까요?”
정교랑은 물잔을 들고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아니요. 때로는 타고나야 해요.”
정교랑은 이어서 소매를 들어 잔을 반쯤 가리고 물을 마셨다. 직설적인 표현에 놀라 잠시 멍해졌던 진십팔랑이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낭자, 낭자는 정말 솔직하네요.”
정교랑은 말이 없었다. 정교랑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진십팔랑도 알고 있었다. 찻잔을 들던 진십팔랑은 또 생각난 게 있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3월 20일은 보수사의 대선사 법회예요. 미리 자리를 예약해 뒀으니 낭자도 같이 가는 게 어때요? 불경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지만, 낭자는 평소 마시던 차가 입에 맞지 않다고 했잖아요. 보수사의 대선사께서 직접 우린 차가 유명하대서, 낭자와 같이 맛보았으면 해요.”
정교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마워요.”
이 낭자는 가는 말이 솔직하고 진심이면, 오는 답도 시원하네. 진십팔랑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간식들 좀 단랑 아씨께 전해 주세요. 기름진 게 아니니 많이 드셔도 괜찮을 거예요.”
시녀가 미소를 지으며 찬합 하나를 건네자 진십팔랑이 찬합을 받으며 답례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찬합 위에는 도장까지 박혀 있었다. 진십팔랑은 손을 뻗어 만져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태평.”
진십팔랑에겐 이미 익숙한 정교랑의 서체였다.
“많은 의미가 담겨 있네요.”
진십팔랑을 배웅하고 난 시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진씨 가문 아씨께서 먼저 말씀을 안 하셨다면 나라도 아씨께 말씀 올리려고 했어. 명해 대선사의 차는 엄청 귀해서 한 잔도 얻기 힘들거든. 대선사의 차 한 잔 얻으려고 시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녀는 회랑 아래에 서서 마당의 화초를 보면서 금가아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금가아가 그 말에 이를 깨물었다.
“차 한 잔이 그 정도라고?”
“반근.”
방 안에서 정교랑의 부름이 들렸다. 마당에 두 개의 대답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반근은 다시 회랑 아래에서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닦았다.
“아씨, 시킬 일이 있으세요?”
“점포에 다녀와야겠어.”
시녀는 네, 하고 답했다.
“제가 마차 빌리러 갈게요!”
소리치고 밖으로 달려나가던 금가아는 문을 열고 나서야 문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금가아는 화들짝 놀랐고 밖에 있던 사람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교교.”
주 노야는 짐짓 위엄 서린 모습으로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금가아가 급히 문 앞을 가로막으며 주 노야의 걸음을 멈춰 세웠다.
“노야, 오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시녀가 물었다.
“문 앞에 세워 두려는 게냐? 들어가서 얘기하자.”
“아씨께서 나가시려던 참이라서요.”
시녀가 금가아를 재촉했다.
“얼른 장씨네 가서 마차 빌려 와.”
금가아는 얼른 대답한 후 주 노야를 비집고 뛰어나갔다. 그 바람에 주 노야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때 정교랑이 밖으로 나왔다.
“어딜 가려고?”
주 노야가 물었다. 시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설핏 웃었다.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할 겸 나가려고요.”
정교랑이 답했다. 주 노야는 괜히 마음이 찔려 억지로 웃어 보였다.
“바깥바람 쐬는 것도 좋지, 좋아.”
주 노야가 표정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교교, 집수리할 장인들을 불렀는데 지금은 수리하기 좋은 때가 아니라며 겨울로 미루라고 하더구나. 사정이 그러하다며 네 외숙모가 나더러 널 데려오라고 했다.”
시녀는 눈을 흘기며 주 노야를 쳐다보았다. 정교랑도 주 노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노야, 지금 농담하세요?”
시녀가 물었다. 주 노야도 이 상황이 농담이기를 바랐다. 강제로 데려다 놓았다가 내쫓을 땐 언제고 이젠 또 금세 도로 데려가겠다고 왔으니, 주씨 가문이야말로 바보가 된 듯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왜 이 애랑 엮이기만 하면 사사건건 일이 꼬이고 전전긍긍 애가 닳게 되는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눈 딱 감고 말하는 수밖에.
“농이라니, 지금 수리하지 않는다면 않는 게지. 속히 짐 챙겨 돌아가자꾸나.”
주 노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정교랑이 말했다.
“아니라니 뭐가? 혹 거처가 마음에 안 들어 그러는 거라면, 칠랑의 거처와 바꾸면 되고······.”
정교랑이 입을 열자 주 노야는 들뜬 마음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죠?”
정교랑이 주 노야의 말을 끊고 물었다.
“혼사를 논하려 한다.”
주 노야는 정교랑을 어떻게든 구슬려서 데리고 올 마음밖에 없었다. 거처에 대해 묻는 줄 알고 은근히 기뻐하며 온 신경이 거기에 쏠려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질문이 들어오자 그만 생각도 하지 않고 답을 해버렸다.
혼사? 시녀는 깜짝 놀랐다.
주 노야도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지만,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온 세상 여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혼사 아니던가.
“교교, 집에 가서 외숙모와 같이 이야기하자꾸나. 이런 얘기는 밖에서 나누기엔 적절하지 않아.”
주 노야가 목소리를 낮춰 타일렀다.
“제가 올해 몇 살이죠?”
정교랑이 주 노야를 보며 묻자 주 노야는 멈칫했다. 자기가 몇 살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나?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이 바보는 오랫동안 정신을 놓고 살았으니 세월 가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그나저나, 얘가 몇 살이었더라?
주 노야는 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언제 태어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두 집안이 사이가 틀어졌을 때가 세 살 즈음이었지, 아마? 아니, 더 어렸었나?
주 노야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정교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혼사를 치를 때가 되긴 했구나. 잊을 뻔했네.”
주 노야는 기억을 되짚으며 열넷, 열다섯 즈음에서 나이 계산을 그만두고 한숨을 돌렸다.
“그래, 집으로 직접 찾아와 혼담을 꺼낸 이가 있단다. 교교, 혼례처럼 중대한 사안은 집에서 함께 논해야지.”
주 노야는 다시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때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금가아가 임대한 마차와 마부를 데려왔다.
“혼인은 큰일이니, 신중해야죠.”
정교랑은 마차 쪽에 잠시 기다리라는 눈짓을 하고 말을 이어갔다.
“어느 집안이죠?”
보통의 여인네들은 혼사 얘기가 나오면 부끄러워 자리를 피하기 마련이었다. 이렇게 정중하게 묻는 경우는 처음이라 도리어 주 노야가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