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14
게을러서 차원최강 114화
114 성자 강림(1)
활기찬 하루가 밝았다.
적국의 영토로 들어가 공을 세워 자작으로 승작한 아젠타는 일찍부터 일어나 이런저런 일들을 지시하였다.
카렌 영지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원래부터도 카렌 영지는 제국 최전방 도시였다. 물론 얼마 전까지는 마도 연합에 속해 있었지만, 뺏기고 빼앗는 과정을 거치며 군사 도시로 발전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들어서는 제국 차원에서 유민들을 모아 지원해 주었고, 물자들이 쌓이는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더욱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상업 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걸었다.
허가 지역에 이르러 상인들과 만나고 영지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오, 군사님.”
“부군사 아닌가.”
클로얀 남작이 수로 공사를 감독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우였고 사선을 함께 넘었다.
반갑게 인사하였으나 항상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쟁이 끝나지 않더라도 제도에 끌려가면 몹쓸 일을 당하겠지.”
“영주님께서 잊으셨을까요?”
“과연?”
그들은 아니라고 봤다.
전쟁 초기, 영주와의 내기에서 패했다.
내기의 내용은 제도로 돌아가면 시내 한복판에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면서 똥을 싸기로 한 것이었는데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제발 영주가 까먹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기대할 수 없다.
영주는 비상한 두뇌를 소유하였고 한 번 들은 이야기는 잊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큰 사건을 잊었을 리가 만무하다.
“갑갑한 일이로군요.”
“영주님은 뭐하고 계시나?”
“3일 내내 잠만 주무시더군요.”
“도박판에도 오지 않고?”
“예.”
아젠타 자작은 혀를 한 번 찼다.
귀찮은 일은 군사인 자신에게 모두 일임하고 본인은 잠을 자느라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계급이 깡패라고, 발렌 후작은 이번에 제국군 사령관이 되었고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나마 자신을 위한답시고 총군사의 자리를 주었는데 이게 말이 군사지 영지의 주요 사안까지 책임져야 하는 어마어마한 직책이었다.
주어진 권력만큼이나 바빴기에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앞으로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 혹시 아나? 영주님께서 까먹으셨을 수도 있잖나.”
“전혀 그리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믿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와중에 전령을 발견했다.
두두두두!
“급보입니다!”
전령이 아젠타에게 달려와 군례를 취했다.
영주는 매일 잠을 퍼질러 자고 있었고, 중요한 현안들은 모두 아젠타가 보고를 받았다.
카르엔이나 말릭 경 등 쟁쟁한 성기사나 기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수련을 하거나 군사적인 업무를 보느라 바빴다.
잡일은 책사들의 책임이었다.
“무슨 일인가?”
“영지 근처 숲에서 던전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던전? 어떤 형태인데?”
아젠타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대륙에 널린 것이 던전이다.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던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파헤쳐진 지 오래다.
일부 영지에서는 던전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곳도 있었고, 초보 모험가들이 탐사를 하는 기획용 던전도 판치고 있었다.
작은 던전이나 쓸모없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니 아젠타의 반응도 당연했다.
“이번에는 다릅니다!”
“뭐가?”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악한 힘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에너지 파장이 너무 강해서 다들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
이 정도면 큰 사건이 아닐까.
아젠타는 영주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사실이 꽤나 부담되었다.
“부군사, 혹시 영주님은 아직도 깨울 때 목숨을 걸어야 하나?”
“실비아 님을 통해서 하시죠. 그분을 통하신다면 얻어맞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부디 그래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섰다. 워낙에 영주에게 코가 깨진 적이 많아서다.
장가도 아직 못 갔는데 코가 흉물스럽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실비아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젠타였다.
황제를 손보고 나니 삶이 편해졌다.
게으름뱅이들의 신이라고 밝힌 후 잠을 잤고, 황제를 비롯한 고위 귀족들도 귀찮게 하는 일이 사라졌다.
아마 황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직무를 유기하고 쉴 수 있었다. 중요한 일은 아랫것들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 아니던가.
오전에 배가 고파서 일어났다.
굳이 먹을 필요가 없어진 몸이었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때가 되면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었다.
“실비아, 물.”
“네!”
실비아는 공손하게 서 있다가 꿀물을 대령했다.
빨대를 이용하여 갈증을 해결하고 그녀가 퍼 주는 음식을 씹어 삼켰다.
점점 배가 불러오자 다시 자려고 했는데, 실비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지 근처에서 지하 던전이 발견됐다고 하네요.”
“지하 던전?”
“네, 규모가 크다고 해요.”
“알아서들 하라고 해.”
던전에는 별다른 기대가 없다.
요즘에 사이비 던전들이 판을 치고 있었는데, 그깟 던전 하나 발견했다고 해서 내가 움직일 사유는 되지 않았다.
차라리 숨겨진 고대의 신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실비아는 좀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지고 있다고 해요.”
“어마어마한 에너지?”
“워낙에 파장이 강해서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카르엔 단장까지도요.”
“그래?”
이 정도면 움직일 만한 사유가 되었다.
어떤 에너지 파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신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절대신이 나에게 해 둔 안배를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3일 동안 잠을 잤으니 한 번 정도는 움직여 줄 때가 된 것이다.
빨리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나와 보니 정오 무렵이었다.
점심시간도 끝이 나고 있는 건지 사람들이 나와 일을 하는 장면들이 포착된다.
영지민들은 나를 발견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영주님.”
“수고한다.”
“악마들을 치려 전쟁 준비를 하는 건데 열심히 해야죠.”
“그래.”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유민들이었다.
특히나 내가 마도 연합으로 쳐들어가서 구해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마신이라면 치를 떨었다. 그곳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던가.
그들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온 김에 영지를 한 번 쓱 둘러봤다.
상업 구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고 수로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여기에 도로를 닦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영주님!”
아젠타 자작이 달려왔다.
원래 아젠타는 자작으로 승작이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는데, 내가 군사로 삼아야겠다고 억지를 부리자 황실에서 강제로 승작을 시켰다. 물론 공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적진에 들어가 여러 가지 공을 세웠기에 귀족들도 반발하지 않았다.
“던전이 발견됐다고?”
“그렇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갔다 왔나?”
“다녀왔습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 파동이더군요.”
이 정도면 가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나는 휘적휘적 걸어서 움직였다.
그러다가 걷기가 싫어 가마를 대령하게 했다.
영지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편안하게 살려고 한다. 이런 게으른 모습은 감춘다고 감춰지는 것도 아니었고 이제 영지민들도 그러려니 하며 쳐다보곤 했다.
“성벽 공사는 아직인가?”
“지금 영지 전체를 보수하며 개발하고 있습니다. 성벽도 보수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쯧쯧, 가능하면 성벽부터 보수하는 것이 좋아. 언제 적들이 쳐들어올지 모르잖아.”
“최전방 도시가 버텨 주지 않겠습니까?”
“부티카를 말하는 모양인가 본데, 우회해서 쳐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해서, 초소를 늘렸습니다.”
나는 눈살을 한 번 찌푸렸다.
아젠타 자작도 승작을 하고 요직에 앉더니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다.
“요즘 안 맞았지? 코도 우뚝한 것 같고.”
“아닙니다! 제가 잠시 미쳤던 모양입니다. 성벽을 최우선적으로 보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자금을 더 투입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제야 말이 통한다.
나온 김에 주거 지역도 한 번 돌아보았는데 웬 병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칼도나 교단의 사제들이 대거 투입되어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웬 병자들?”
“저곳은 격리 구역입니다. 괴질이 돌고 있는 모양인데, 철저하게 격리하고 있습니다. 너무 심한 경우에는 도시 밖에 격리를 하고 말입니다.”
“괴질이라?”
눈살이 찌푸려졌다.
괴질은 콜레라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며 혈압과 체온이 급히 떨어진다. 피부는 늘어지고 몸은 빳빳하게 수축하며 얼굴빛은 창백해진다.
이곳에서 괴질이라고 하면 치사율이 50% 이상, 노약자와 같은 경우에는 십중팔구 사망을 하게 되니 심각한 질병이라 할 수 있었다.
빠악!
“커억!”
나는 아젠타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왜……?”
“이 정도로 심각한 일이 발생하면 말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건…….”
아젠타는 나름대로 해결을 하려 한 모양이었다.
사제들이 달려들어 치료하고 있었기에 병이 퍼지거나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떻게 퍼질지 모른다.
특히나 의학이 발달하지 않고 대부분 신학에 의해 치료하는 이 세계에서 전염병의 발병은 어마어마한 속도를 낼 수도 있었다.
주거 지역은 거의 폐쇄되다시피 했다.
아젠타가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괴질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도시 전체로 퍼지면?”
“그래서 격리를…….”
“또 쳐 맞고 싶냐?”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직 도시 전체로 퍼진 것도 아니고 주거 지역 일부에서 번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쯧, 제대로 일을 맡길 수가 없네.”
“시정하겠습니다.”
“어떻게 시정할 건데? 카렌 영지는 전진 기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괴질이 번지면 어쩌자는 거야?”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젠타의 입장에서는 혼자 알아서 잘 처리하려 했었다. 생각 같아서는 더 맞아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내 잘못도 아주 약간은 있었기 때문이다.
“기왕 나왔으니 치료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