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15
게을러서 차원최강 115화
115 성자 강림(2)
“치료를 한다고요?”
“영지 전체에 괴질을 몰아내면 되는 일 아닌가?”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베르체와 성녀는 내가 신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젠타 자작은 아니었다.
성인을 넘어섰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 이상의 존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아젠타 자작 앞에서 강력한 힘을 사용했던 사실은 있었지만, 모두 칼도나의 축복이라고 여겼었다.
축복도 한두 번이지 이렇게 빈번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그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바로 실행하겠다.”
“가능합니까?”
“내기라도 할까?”
“아닙니다!”
아젠타는 기겁을 했다.
놈은 내가 내기를 잊기를 바라고 있겠지만, 그런 좋은 구경거리를 잊을 만큼이나 기억력이 낮지는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팟!
나는 그 자리에서 하늘로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나를 인식하지 못하였지만 몸에서 광채가 발현되기 시작하자 하나둘 영지민들이 소리쳤다.
“영주님의 몸에서 광채가 난다!”
“성자의 강림이다!”
“와아아아!”
한눈에 보아도 내 몸은 신성력에 휩싸여 있었다.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초의 힘을 사용하여 신성력을 퍼뜨렸다.
화아아악!
생각보다 강렬한 기운이 퍼졌다.
나도 본격적으로 태초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막연하게 신력보다 강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순식간에 영지 전체로 신성력이 퍼질 줄은 몰랐다.
여기에 효과도 뛰어났다.
스스스슷!
신성력이 영지 전체에 내려앉자 병자들이 벌떡 일어나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도 모자라 전염병이 아닌 지병을 가진 자들도 씻은 듯이 나았다.
병사들은 체력을 회복하였고, 자잘한 상처들도 싹 나아 버렸다.
꼽추가 허리를 펴거나 하반신 마비가 된 자들이 일어나는 등의 기적도 일어났다. 눈이 보이지 않던 자들이 보이게 된 것까지. 너무 심하게 능력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될 지경이었다.
에르나도 경탄을 자아냈다.
-어마어마하네요.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 정도 힘이라면 저도 꺼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글쎄다. 그렇게까지 힘을 쓰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신들의 행사에는 인과라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인간의 육신을 입고 있었고, 신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게 능력을 제한하였는데, 신격을 몸에서 뽑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행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기적을 보이면 마신에게 인과를 주게 되어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별로 큰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말이 되냐? 신격을 하나 만들어 내는 일과 같은 건데. 마물들이 이 세상에 쳐들어와 판을 치면 네가 책임질래?”
-너무 새가슴 아니세요?
에르나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자 그녀와의 감각 공유를 끊어 버렸다.
잔소리는 그냥 듣지 않는 것이 나았다.
신성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병자들이 일어났다!”
“기적이 일어났어!”
“성자님 만세!”
“와아아아!”
다시 들리는 환호성.
조금 오버했음은 나도 인정한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왔다.
아젠타를 비롯한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뭐, 이 정도로.”
“역시 영주님은 다르십니다. 칼도나 여신님이 선택하신 분답습니다.”
“그럼 갈까?”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미묘하게 아젠타의 행동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나쁘지 않은 변화다.
아젠타는 매일같이 나에게 맞으면서도 묘하게 반항기가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그런 기색이 옅어진 것 같았다.
영지에 도사리고 있는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도 연합에서 첩자로 넘어온 글라우스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병이 나았다고?”
글라우스는 괴질이 돌고 있는 마을에 들어가 전염병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 탓에 그 역시도 괴질에 걸렸고, 이 정도는 마신을 위해 감내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영주가 기적을 행사했다.
“정말 성자인 것인가.”
아직도 환호성이 주변에서 퍼지고 있었다.
영지민들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영주님이 칼도나 여신님의 선택을 받은 성자라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나도 그 소문을 들었거든. 엄청난 신성력을 가진 것은 확실해.”
“성자를 뛰어넘으셨나?”
“으음.”
침음이 삼켜졌다.
오랜 계획이 이렇게 쉽게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역시 전염병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는 카렌 영지를 파괴시키지 못하는 걸까.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군.”
스스슷.
그는 군중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번 작전은 실패하였으니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두두두두!
일단의 무리들이 평야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아젠타가 선두에서 말을 몰았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군사로 임명된 아젠타 자작은 카렌 영지 주변의 지리를 줄줄 꿰고 있었다. 최신 지도를 구해서 보기도 하였지만, 틈이 나는 대로 주변을 시찰하여 지리를 익혔다.
이건 책사의 기본적인 자세다.
지리에 따라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기도 하며 방어에도 지리가 이용된다.
유리한 지형에 초소를 배치하는 것은 군사 전략의 기본이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힘이 강해지고 있군.”
영지로 나와 유적지로 향하는 내내 나는 민감하게 기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젠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점점 더 에너지 파장이 짙어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낭떠러지에 도착하였는데, 저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늘에서 칼도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태초신의 유적지가 맞는 것 같네요.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강렬한 기운이 올라올 리가 없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준비를 좀 하셔야겠는데요?
이번 방문은 확인 차 온 것뿐이다.
만약 태초신의 유물이 이곳에 있는 것이라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장비도 착용해야 하고 여러 가지 물건들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실비아와 베르체, 카르엔 등도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고오오오!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이런 유적이 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걸까.
“이건 단순한 던전이 아니다.”
“유적입니까?”
“그렇게 보인다.”
“여길 발견한 약초꾼에게 상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푸짐하게 상을 주도록.”
어쩌면 내 힘이 한 단계 진화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라면 약초꾼에게 얼마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터였다.
아젠타가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영지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역시…….”
“던전이 아닌 중요한 유적이기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아. 필요에 따라서는 일주일 이상 걸릴지도 모르겠군.”
“그렇군요.”
아젠타 역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들어갔다가 오랜 시간이 걸리면 낭패다. 그리고 가능하면 유적을 탐사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모조리 가져와야 했다.
“돌아간다!”
“예!”
우리들은 영지로 회군하였다.
영지로 돌아가는 길.
나와 에르나, 칼도나는 유적지의 존재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칼도나 역시 그 유적지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아직까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런 유적지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그럼 뭔가 작용을 했다는 뜻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에르나는?”
-저 역시 이번 유적지가 절대신의 안배라는데 무게를 두고 싶네요.
“절대신의 안배라.”
-절대신은 발렌 님을 후계자로 지목하였죠. 그렇다면 이런 안배를 만들어 두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절대신은 전 차원을 창조한 존재죠. 그 정도의 신이 이런 안배조차 못할까요?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칼도나도 동의했다.
-에르나 님의 말씀이 옳아요.
“좋아. 그럼 영지에서 준비한 후에 출발하자고.”
우리들은 영지로 복귀하여 영주성으로 향하려 했다.
그곳에서 장비들을 비롯하여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물론 물자까지 챙기려 하였다. 어쩌면 긴 탐사가 될 수도 있었다.
영주성으로 돌아와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말릭 경이 달려왔다.
“영주님!”
“무슨 일이야?”
“이번에 황궁에서 시찰을 나온다고 합니다.”
“시찰이라고?”
“제대로 물자가 쌓이고 있는지 검열을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열관이 좀…….”
“누군데?”
“황태자 전하라고 합니다.”
“황태자라고?”
꽤나 까다로운 얼굴의 황태자를 떠올렸다.
황제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었는데, 신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림이었다. 그 때문에 평소 얼굴이 딱딱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황태자가 와서 뭘 어쩌라는 말인가?
이미 황제는 나와 칼도나 사이에서 노예라고 공인되었다. 에르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베르체나 교황도 그리 알고 있었으니 황태자가 온다고 해서 나를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냥 두고 가자.”
“예? 황태자께서 곧 오신다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그럼 대체 뭐가 중요합니까!?
말릭은 기겁하고 말았다.
설마하니 내가 여기서 황태자를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튈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말릭이 나와 황제의 관계를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잔소리 말고 네가 알아서 접대해.”
“아니, 영주님! 황태자 전하라니까요?”
“말릭, 요즘에 덜 맞았지?”
“아무리 그렇지만…….”
“데스.”
-네, 주인님.
“말릭을 교육하도록 해. 그리고 가능하면 곧바로 와라.”
-주인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우리들은 말릭을 무시하고 달렸다.
저 멀리서 말릭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