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16
게을러서 차원최강 116화
116 또 다른 흔적(1)
황태자 레인은 카렌 영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제도를 나와 제국의 각 영지를 시찰하고 있었는데, 황제로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 명령을 받았다.
[통합 카렌 영지를 둘러보되, 결코 무례하지 마라. 발렌 후작을 네 상급자로 대해야 할 것이다.]‘발렌이 내 상급자라고? 어째서?’
그는 차기 황태자였다. 물론 최근 제국의 정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는 했다.
신정 일치 사회를 구현하려 교단과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었고, 교황과 황제는 연일 회동을 가지며 어떤 식으로 제국을 이끌어야 할지 담화를 나누었다. 아직까지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제국은 원래 황가를 중심으로 일어난 국가였다. 교단의 힘이 절대적이었다고는 하지만 황제가 교황의 자리까지 겸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그는 차기 황제다.
황제는 만인지상이며 모든 법 위에 군림한다. 한데, 어째서 차기 황제가 발렌 후작의 발아래 있다는 것일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카렌 영지의 성벽을 바라봤다.
수많은 영지민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과도하게 돌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아직 황태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성문으로 들어왔는데, 그건 혹시나 모를 카렌의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서였다.
“잠시 뭐 좀 물읍시다.”
“뭐요?”
지나가던 노동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추운 날씨에 고생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날씨라면 꽤나 짜증이 날 만도 했다.
“강제로 동원되는 겁니까?”
“뭐를?”
“지금 노동이요.”
“자네, 여기 사람 아닌가?”
“그렇습니다. 대규모로 물자들이 이동하면서 함께 온 호위병입니다.”
“설마 신의 대리자님이 무상으로 노동을 시킬까.”
“그럼요?”
“집도 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고 다른 곳의 두 배나 되는 임금을 주시지.”
“정말입니까?”
“내가 자네에게 거짓말을 해서 뭐하겠나? 우리들도 보답을 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거고. 어차피 우리들은 죽은 목숨이었어. 그런데 영주님의 은혜로 살아서 돌아오지 않았나.”
“잘 알겠습니다.”
노동자는 돌아갔고, 좀 더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발렌 후작은 너무 빠르게 승작했다.
각종 비리에 연루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공로가 크다고 해도 로비를 하지 않고는 그렇게 빨리 승작을 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발렌 후작의 비리가 있을 터였다.
‘여기서 발렌의 힘이 더 커지면 안 된다.’
그는 귀족파의 부탁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든 비리를 캐 보라는 것.
좀 더 주변을 살피기로 했다.
군대를 시찰해 봤다. 군복으로 갈아입고 군영을 살폈는데, 도박판과 술판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
마귀가 활동하였고, 놈들을 속이기 위해 제국군에서는 도박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걸 보자 복장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콜!”
“하프!”
“이런!”
여기저기서 터지는 탄성들.
이게 군대의 모습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기 뭐 좀 물어봅시다.”
“뭔데?”
망연자실하고 있는 군인이었다.
가지고 있는 돈이 다 털리고 있는 남자였기에 회한도 깊어 보였다.
과연 이 남자는 도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도박으로 인하여 피해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딱히?”
“예?”
“도박을 해도 제한이 있어서 말이오. 그냥 한 달 월급 털린 것뿐이지.”
“빚을 낸다거나…….”
“빚을 낼 수는 없게 되어 있는데?”
“그래도 생활고에 시달린다거나.”
“연금도 보장되어 있고, 전쟁을 하면 전리품을 나눠 가질 수도 있지. 그리고 많이 딴 사람들은 일정액을 기부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그 돈은 군의 보급품을 사거나 보너스를 주는데 사용돼.”
“으음.”
“고위급 인사들도 마찬가지지. 기부를 가장 많이 하시는 분이 발렌 영주님이라네.”
“그런데 왜 그렇게 망연자실하십니까?”
“그럼, 한 달 월급이 다 털렸는데 기분이 좋겠나?”
레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뭐라고 트집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발렌은 욕심도 없는 걸까.
“하아, 그런가요.”
“자네도 가서 도박이나 하게.”
이제 영지 밖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황태자가 강림하였음을 알리고 영주에게 영접을 나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성 밖으로 나왔다.
“전하, 오셨습니까.”
제2 기사단장 리옴이 그를 맞았다.
“영지로 진입한다.”
“영주는 체포합니까?”
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영주를 체포할 수 없었다. 뭔가 명확해야 체포를 할 것인데 전혀 그런 기미가 없었다.
오늘은 허탕을 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일단 진입한다.”
“예!”
두두두두!
그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성벽으로 진입하였다.
경비병들이 앞으로 나왔다.
“어디서 오시는 누굽니까?”
“제국 황태자 레인이다.”
“그렇습니까.”
그들은 허리를 가볍게 숙였다.
“영주에게는 연락을 했을 터. 그는 어디에 있는가?”
“중요한 일이 있어 출타하셨습니다.”
“내가 온다는 소식은 전했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중요한 일이라서 말입니다.”
“감히 황태자가 강림하였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더냐!”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르엔 성기사단장이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카르엔 단장.”
황태자라고 해도 카르엔 단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제국군으로 치면 사령관 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영주는 어디에 있나?”
“출타를 나가셨다고 경비병이 말을 했을 텐데요.”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
“그건 황제께 여쭤보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
레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일단 그렇게 아시면 되겠습니다.”
뭔가 이상했다.
황제와 발렌 후작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걸까?
황제에게 곧바로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평야를 가로지르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있으면 절대신의 유적에 도착할 것으로 보였다.
점점 태초의 기운이 강해지고 있었다.
“상당한 기운이네요.”
실비아도 그걸 느끼고 있는 듯했다.
베르체가 물었다.
“저희도 들어가도 될까요?”
“일단 가능할 걸로 보이기는 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저희도 가고 싶습니다!”
“굳이 가야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죽을지도 몰라.”
“보호를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베르체는 처량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기야, 그들도 욕심이 없을 리는 없었다. 물욕은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신위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실비아야 앞으로 하기에 따라 신위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베르체 추기경은 아니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위험해도 모른다.”
“걱정 마십시오.”
이 정도로 다짐을 받았으면 되었다.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만, 어떤 타격도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곧 낭떠러지 부근에 도착했다.
휘이이잉.
낭떠러지 아래에서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검은 입구가 펼쳐져 있었다.
저 아래는 절대신의 유적지가 틀림없어 보였다.
“모두 준비되었나?”
“네!”
“그럼 출발해 볼까?”
“영주님!”
저 멀리서 전령이 달려왔다.
또 영지에서 무슨 일이 터진 걸까.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인가?”
“황태자께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영주님을 찾고 계십니다. 상당히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것 같아 왔습니다.”
“그러라고 해.”
“정말 괜찮겠습니까?”
병사는 나를 향한 충심으로 온 것이다.
황태자가 나를 처벌할 것처럼 굴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걱정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폐하와 이야기가 된 일이다.”
“아, 그렇습니까.”
병사는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슴까지 쓸어내리는 것을 보면 정말로 내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돌아가라. 그리고 폐하께 연락을 취하라고 전해라.”
“충!”
병사는 군례를 취한 후에 돌아갔다.
실비아는 황태자의 행태를 전해 들으며 분노했다.
“황태자도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건 황제가 알아서 하겠지.”
황제는 나에게 교육을 받았던 전례가 있다.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 황태자를 직접 교육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슬슬 출발하자.”
황태자 레인은 인상을 쓰고 있었다.
어찌 하나같이 사람들이 불친절했다. 지나친 예의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예우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곳 고위층 인사들은 황태자를 뉘 집 개 보듯 했다.
“통신실이 어디라고?”
“저쪽입니다.”
“안내인은 없나?”
“보다시피 다 바빠서요.”
영주는 황태자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라고 말이다.
황제로부터 그런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고, 사람들은 레인을 대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황제가 황태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무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는데 그런 명령을 어길 간 큰 인간은 없었다.
기사단장 리옴은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런 미친놈들을 봤나!”
“진정하게.”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감히 차기 황제에게 저런 모습이라니.”
“폐하께 고하고 처단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