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2
게을러서 차원최강 012화
012 아카드 영지(1)
아카드 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삼면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요새다.
입구로 들어가는 부분은 좁았고 성벽도 높아서 철옹성을 방불케 하였다. 저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산맥이라도 넘어야 하는 걸까.
나는 가마 위에서 손을 까딱거렸다.
대기하고 있던 성녀가 꿀물을 대령하자 대나무로 만든 대롱으로 목을 축였다.
물을 마시고 다시 아카드 영지를 내려다본다.
공략하기가 더럽게 까다로웠고, 도대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답도 나오지 않는다. 악마의 졸개들이 바깥에서 쳐들어왔다면 충분히 막았겠지만, 내부에서 발호를 하는 바람에 영지가 놈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지구와 이곳의 악마들이 호환(?)이 되었기에 전투 자체는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수십 년이라는 경험이 있었으니까.
“군사의 생각은?”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다행히도 주민들의 언데드화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본진만 치면 충분히 영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방안을 말해 보란 거다.”
“지하수로를 이용하시죠.”
“냄새가 심할 건데.”
“어쩔 수가 없습니다. 4급 악마 아미는 똑똑하겠지만 그 휘하 졸개들은 아니죠. 혼자 강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가지로 바빠서 지하수로까지 틀어막을 생각은 못 할 겁니다. 그 안에 적들이 있다고 해도 별로 많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런가.”
꽤나 귀찮은 작업이다.
그냥 들판에 널브러져 있는 졸개들이라면 돌격해서 쓸어버리면 되는데, 이번에는 냄새나는 지하수로까지 들어가서 악마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
업이라는 미끼가 아니었다면 절대 그 안에 들어가진 않을 거였다.
클로얀이 재촉했다.
“사령관님, 방법이 없습니다. 언데드화가 시작되면 제국 내에 역병처럼 퍼질 겁니다. 저희들이 막아야 합니다.”
“알아, 아는데.”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말릭이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냥 귀찮아서 넋두리를 해 본 건데 이놈들에게는 통하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준비해라.”
“예!”
당연히 나도 몇 시간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출병을 하기까지도 일주일 이상 더 걸렸는데 오늘 같은 일이라면 하루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기사들은 성화였다.
“도련님! 출병을 허락해 주십시오!”
“앤드류, 한 시간만 더 기다리라고 해.”
“그렇게 말씀하신지 세 시간이 지났습니다만.”
“아, 씁!”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괜히 간다고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하수로까지 가마가 들어갈 수는 없을 거다. 그 안에는 악마 졸개들이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걸어가야 한다는 건데, 그 자체가 이미 부담스럽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일어나자 성녀도 따라나섰다.
“저도 갈게요! 신성력이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 보조나 잘 좀 해라.”
“맡겨 주세요!”
성녀는 팔을 걷어붙였다.
아카드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는 위대한 행보라고 여겨질 것이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밖으로 나오자 기사들의 간절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제발 이번에는 좀 미루지 말고 출발하자는 의미였다.
“출발한다.”
“도련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곧바로 도련님을 모신다!”
“예!”
기사들이 나를 둘러쌌다.
그들의 성격이 꽤나 급해 보였다. 또다시 내가 미룰 것이라고 생각한 건지 거의 반강제로 질질 끌고 지하수로로 향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도시의 지하수로는 온갖 오물들이 흘러나오는 곳이었으므로 그 냄새가 말도 못 한다. 현대의 하수구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천으로 얼굴을 칭칭 감고 있었지만, 그 틈을 뚫고 들어오는 냄새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곳으로 들어온 인원은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 실비아를 포함하여 기사단 한 개 분대 정도였다.
전면전을 할 생각이 아닌 이상은 결국 특수 작전이 되어야 했다. 신속하게 이동하여 본진만 타격하는 것이다.
당연히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게으름 수치가 깎여 나갔다.
[게으름 수치가 -1% 감소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1% 감소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1% 감소합니다.]……
수치가 줄줄줄 떨어졌다.
에르나도 꽤나 위협을 느낀 것 같았다
-좀 천천히 갈 수는 없겠죠?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똥오줌이 푹 삭은 냄새와 더불어 하수구 안에는 이블데드가 가득했다.
이블데드는 갯과의 졸개였는데, 동네 개들을 간단하게 마수화시킬 수 있었기에 악마들이 애용하는 놈들이었다.
-수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죠!
‘그 정도는 나도 안다니까?’
“깨갱!”
“깨개개갱!”
이블데드는 최하급 졸개다.
잘 훈련된 병사라면 이블데드 세 마리 정도는 무리 없이 사냥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전원 기사 급의 인물들이었기에 막힘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다만 이블데드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도련님!”
이블데드가 길게 점프하여 내 머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나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쳐 냈다.
왕년에 상대한 개새끼들이 몇 마리인데 겨우 한 마리를 막지 못할 이유가 없다.
“크르르릉!”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성녀라면 신성력으로 지하수로의 이블데드들을 전부 조질 수 있지 않을까.
“실비아! 신성력으로 쓸어버릴 수 있겠어?”
“맡겨 주세요!”
실비아는 뒤로 빠져서 기도문을 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력한 신성력의 파도가 쓰나미처럼 지하수로를 휩쓸었다.
스아아아아!
화르르륵!
“깨개개개갱!”
최하급 졸개에 불과한 이블데드들은 성녀의 신성력에 닿자마자 성스러운 빛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수로의 이블데드들이 깔끔하게 정리됐다.
“와아! 역시 대단하십니다!”
기사들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
물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진즉에 이랬으면 냄새나는 지하수로에서 더 빨리 탈출할 수 있었을 거다. 그동안 깎아 먹은 게으름 수치가 무려 10%였다.
열이 받아 나도 모르게 성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퍼억!
“켁!”
“그런 수가 있으면 빨리 썼어야지.”
“죄, 죄송해요!”
차박!
성녀는 재빠르게 무릎을 꿇으며 죄를 청했다.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은 뜨악 하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내가 막 나가도 성녀의 머리통을 후려칠 것이라 예상은 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사죄를 청하는 성녀를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분명 칼도나는 나와 친구를 먹겠다고 했다. 친구의 종이라면 머리통 한 대 친 건 웃으며 넘어가 줄 것이다.
살짝 과하게 손을 썼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사과할 생각도 없었다.
“앞으로 잘해라.”
“네! 열심히 할게요!”
성녀는 한 대 맞고 정신을 차린 건지 우리들에게 각종 버프를 걸어 주었다.
[홀리 헤이스트 효과로 움직임이 50% 증가합니다.] [홀리 소드 효과로 신성 대미지가 30% 증가합니다.] [홀리 실드 효과로 피격 시 대미지가 30% 감소합니다.]버프의 효과로 우리들은 광속으로 질주했다.
목표는 영주성이였다.
지하수로는 영주성까지 이어져 있었다.
인간들과의 전쟁이라면 수성전에 돌입하기 전에 지하수의 입구부터 무너뜨리고 시작한다. 잘못하면 그곳으로 병력이 쏟아져 들어와 도시가 맥없이 함락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4급 악마 아미는 미처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제 막 강림을 하여 영지를 점령하였고, 영지민과 병사들에 대해 정신 지배에 들어가느라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그 때문에 영주성까지는 직통 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게으름 수치가 10%나 깎여 나갔다. 가능하면 빠르게 놈을 정리하고 돌아가야 한다.
영주성 대전까지 지하수로를 통하여 단숨에 달려왔다.
지옥의 점성술사 아미는 우리들을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멀쩡한 인간들이 있었던가.”
온몸이 근육에 뒤덮여 있었고 핏줄들이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얼굴도 끔찍했는데 눈에서는 핏빛의 안광을 발했고 기괴한 표정은 항상 마주해 왔던 악마 놈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검은 뿔에서는 끊임없이 마기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기사들과 성녀가 꽤 고생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내가 악마 놈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업이 쌓이는 것이다.
“내가 상대한다.”
“아닙니다, 도련님! 저희들이…….”
“닥치고 찌그러져 있어. 허락 없이 움직이면 내 손에 뒈진다.”
“아, 그래도…….”
팟!
나는 몸을 날리면서 단말에서 신성기를 끌어 올렸다.
예전에 단장과 대련을 할 당시에 모든 신성기를 끌어 썼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적당하게 조절하기로 했다.
온몸의 근육이 활성화되었다.
막대한 힘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였는데, 지구에서 사용하던 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신성기의 질 자체가 달랐다.
그 말인즉, 적은 양으로도 어마어마한 효율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본체의 단말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었으니 어떻게 보면 신격이 강림하여 악마를 상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여 그대로 검을 내려 그었다.
쩌저저정!
아미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컥! 신성기가 뭐 이렇게…….”
아미는 이미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임을 알아본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내 게으름 수치는 대폭으로 깎여 나갔고 말이다.
[게으름 수치가 -3% 감소합니다.] [게으름 수치가 -4% 감소합니다.]이대로 가다가는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몇 번 공수가 교환되는 동안 나는 부드럽게 검을 운용하였다. 현대 검술의 정수를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현대 검술은 온갖 마공서와 정파의 무공들의 장점만 혼합하여 탄생했다. 연구에 달라붙은 과학자들만 해도 수천에 이를 만큼이나 방대하고 묘리가 깊었다.
나는 몇 번 검을 툭툭 찔러 보다 순간적으로 신성기를 폭발시켰다.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인하여 게으름 수치가 40% 감소합니다.]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육체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쿠아아앙!
이번에는 검술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강력한 신성기로 아미의 몸 전체를 덮어 버리자 아미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퍼석!
그리고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강력한 단말을 가진 것은 좋았지만, 아직 육체가 그 힘을 쫓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힘이 쭉 빠져나간다.
[위대한 업을 쌓아 카르마가 적립되었습니다.]이걸로 되었다.
그렇지만, 강력한 격의 사용으로 인하여 몸이 무너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 씨발. 또 무리했네.”
풀썩.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