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32
게을러서 차원최강 132화
132 환락 도시 리비투스(2)
제국에서 도박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마귀를 속인다는 명목으로 시작하였지만, 마왕이 죽은 이상 금지가 되어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행했다.
그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환락가의 도박장마다 병사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고 도박 자금이 더 필요하면 약탈을 연장하여 허용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돈을 찾아다녔기에, 이곳 리비투스 영지는 그야말로 동전 하나까지 탈탈 털리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털어 낸 자금을 내가 다 사용하거나 국가에 귀속을 한다고 하였다면 병사들이 그렇게 눈에 불을 켤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시늉만 하다가 말 것이다. 하지만 약탈을 허용하고 그 돈으로 도박하라고 종용하자 지나가는 행인 속옷까지 터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곳의 주민들은 덜덜 떨면서 밤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있는 고급 도박장에는 어마어마한 판돈이 오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고위 간부일수록 자신에게 떨어지는 돈이 많았다. 휘하 병사들이 털어 낸 자금 중 일부를 자신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수백만에서 천만 단위로 베팅을 하고 있었는데, 웬 노인이 도박판에 참석했다.
문제는 노인의 자금력이었다.
“허허허, 하프를 받고 하프를 치겠습니다.”
“노인장, 돈이 썩어 도나 본데? 우리 병사들이 꽤 털어 냈을 텐데도 돈이 남아도네.”
“저는 상인입니다. 중립국의 상인이며 증명서도 있어 제 재산에는 손을 대지 않더군요.”
“그런가.”
원래 전쟁은 돈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전쟁 물자 때문에 어마어마한 돈이 소모되었고 전쟁이 한 번 터졌다 하면 자국의 물자로는 감당이 안 되었다.
그렇기에 주변국 상인들이 모여들어 군수 물자를 납품했다.
그건 제국도 마찬가지다.
중립국 상인이라면 건들지 않는 편이 좋다.
“왕년에 돈을 좀 벌었지요.”
“그렇다고 이렇게 마구 써도 되나?”
“제법 큰 상단을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뭐, 노인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 그럼 패를 까 볼까?”
처억!
노인의 패는 원 페어, 나는 투 페어였다.
판을 지켜보고 있던 에르나가 말했다.
-왠지 져 주는 느낌인데요.
‘힘들게 번 돈일 텐데 왜 나에게 퍼 주겠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의 말대로 노인이 져 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좀 더 판이 커졌고, 노인은 번번이 무모한 베팅을 하였다.
결국 3천만 골드 이상의 판이 벌어졌다. 총 베팅 액 5천만 골드.
사람들이 침을 꼴깍 삼킬 지경이 되었고 이번에도 노인은 무리하게 도박을 이어 나갔다.
이걸로 명확해졌다.
처억.
패가 오픈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노인의 패는 그야말로 개패. 아무것도 아니었다.
“노인장, 도대체 당신은 누구요?”
“상인입니다.”
“상인인데 이렇게 돈을 잃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텐데.”
“허허허허.”
노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던 거다.
워낙에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귀찮아했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간부들과 회의도 하고 그랬지만, 만약 나에게 일이 없었다면 그냥 한적한 시골에 처박혀서 시중을 들 시녀 몇과 함께 살았을 것이다.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누구도 나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니 노인이 이런 수를 쓴 것이다.
“나를 찾아온 이유는?”
“독대를 원합니다.”
“독대라.”
“돈이라면 더 있습니다.”
“돈은 나도 많다.”
“그저 자비를 바랄 뿐입니다.”
한눈에 봐도 수상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노인과 독대를 한다 해도 이런 늙은이가 나에게 비수를 꽂을 것 같지는 않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꽤 사연이 있어 보이는 노인인데요.
‘문제는 내가 귀찮다는 거지.’
-거의 1억 골드나 잃었는데 독대 한 번 해 주시지 그래요?
“흠.”
한 번 정도는 쉴 때가 되었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정도라면.”
“자비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당연히 나는 큰 자비를 베푼 것이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라도 나에게는 큰 시간이었으니까.
독대가 가능한 밀실.
노인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원하였기에, 이곳 도박장 주인이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
촛불 하나를 켜 두고 노인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저는 어쌔신 단체의 수장입니다.”
“음?”
조금은 흥미가 동했다.
어쌔신이라면 마약에 절어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집단이 아니던가?
물론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훈련시켜 살수로 키우기도 했다.
“연합의 어쌔신 집단을 부리고 있지요.”
“규모가 크겠군.”
“휘하에 5천 명 정도의 어쌔신이 있습니다.”
“사조직인가?”
“그렇습니다.”
단일 세력으로 5천의 어쌔신이라면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그들이 연합 전역에 깔려 있다고 했다. 아마 정보를 관장했을 것으로 보였고, 요인 암살로도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노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연합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전 대륙에 어쌔신들이 퍼져 있습니다.”
“그 정도면 일국을 도모해 볼 법도 한데.”
“연합으로부터 제어를 당하고 있었기에 그런 일은 꿈도 못 꾸었습니다.”
“내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지?”
“이제 저희도 양지로 나가고 싶습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가는 이유는?”
“오랜 꿈이었지요.”
“꿈이었다?”
“또한 당신에게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유라고 보기에는 조금 어설픈 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떤 꿍꿍이가 있다고 해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먹기 좋은 떡이 아니던가?
“정보부 정도면 만족하겠나?”
“제국의 직책을 주시는 겁니까?”
“다만 개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
“영혼의 맹세를 하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아니, 나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가 아닐까.
“그러지.”
“감사합니다.”
“다만 나에게 오면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그럴 리가 없지요. 저는 그저 양지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런가.”
이 정도면 됐다.
노인의 자세한 사정도 있겠지만, 굳이 들을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 어쌔신 조직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했다.
“당신부터 개종을 하도록 하지.”
“준비가 되었습니다.”
노인은 순순히 개종을 받아들였다.
제국과 연합 중에서 어디로 붙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린 것이 틀림없었다.
간단하게 개종이 끝났다.
노인은 나에게 한 가지 정보를 주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에 중요한 정보를 넘기려는 것 같았다.
“충성의 표시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바칩니다.”
“중요한 정보라.”
“찾으시는 물건에 대한 단서가 있을 듯하여.”
“내가 찾는 물건?”
“초월자의 의지가 담긴 물건을 찾지 않으십니까?”
“오호.”
노인의 정보력은 대단했다.
명칭이야 달랐지만, 내가 찾는 물건은 절대신의 유물이었다.
절대신은 세 개의 유물을 남겼고, 두 개가 내 손에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하지만 단서가 없었다.
아무리 찾으려 노력해 보아도 절대신의 유물에 대해서는 흔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노인이 그 단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에르나가 말했다.
-이거 횡재했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쉽게 절대신의 유물을 찾게 될지는 몰랐는데?’
-확인해 보도록 해요. 신빙성이 있는 정보인지.
책자를 펼쳐 봤다.
서문에는 초월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인의 정보에는 절대신에 대해 꽤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제법 정확해요.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어쌔신들이 신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거지?’
-그 만큼이나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말이죠.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대체 어느 정도의 역사를 지녔기에.’
-상상 이상 아닐까요?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세상의 끝은 북쪽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바다 깊은 곳에도 세상의 끝은 존재한다. 절대신의 유물은 바닷속 깊은 곳, 세상의 끝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바다 깊은 곳에 세상의 끝이 있다고?”
“저도 확인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노인은 당연히 이 정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담고 있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건 내 관점이었고, 인간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었다.
“바다 깊은 곳이라면 정확하게 어디인가?”
“뒤에 나와 있습니다.”
절대신의 유물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위치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정확한 지도는 아니었지만, 대략적인 위치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까지는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최소한의 단서는 생긴 셈이다.
깊은 새벽.
어둠이 깊어지는 가운데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연합의 수도까지는 보름 정도의 거리다. 진군하는 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세 번째 유물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실비아가 물었다.
“근심이 깊어 보이세요.”
“세 번째 유물의 단서를 발견했거든.”
“정말인가요!?”
나는 절대신의 후계자가 되었고 영혼에 그 힘을 봉인하였지만, 유물을 무시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세 번째 유물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상당한 힘을 얻을 것은 자명한 사실. 그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보름 안에 갔다 올 수 있을까?”
“그건 여신께 여쭤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럴까?”
“초장거리 도약만 가능하다면 못 갈 것도 없죠.”
이번 한 번에 유물을 발견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탐색하는데 의미를 두기로 하였다.
“좋아. 칼도나! 듣고 있지?”
-물론이에요! 세 번째 유물의 단서를 발견하셨으니 절대자로 가는 길이 더욱 빨라지겠네요! 전쟁을 더욱 빨리 끝내실 수 있겠어요.
“전쟁은 지금 상태로도 끝낼 수 있지만, 세 번째 유물을 가져오게 되면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되겠지.”
-그러니까요.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초장거리 도약 마법진이 있을까?”
지금도 초장거리 도약은 가능하지만,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된다.
중간계에서 신의 힘을 발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그렇다면 초장거리 도약 마법진이 답이다.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지금 다녀와도 무리는 없는 것이다.
칼도나가 말했다.
-충분히 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