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76
게을러서 차원최강 176화
176 각성하다(2)
촤르르륵!
이 어마어마한 광경에 병사들은 무릎을 꿇었다.
10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꿇어 엎드려 경배를 올렸다.
그야말로 이건 기적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지구를 구하고 이 세계로 넘어와 신위를 받았다. 그리고 절대신의 선택을 받아 그 자리에 올랐다.
물론 고생도 꽤 했다.
절대신의 유물을 모으고 그를 대면하는 등 많은 일들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절대신이 되었다.
단순한 후계자에서 절대신 위를 받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제야 겨우 절대신 위에 올랐군.”
-이제야 겨우가 아니죠.
에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내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앞으로 파괴신까지 상대하게 될 텐데 더 강해져야지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파괴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놈에게 약점 따위가 있을까?
마신에 대해서도 고찰을 해야 했다.
마신에 대해서는 칼도나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에르나를 해방해야겠군.”
“에르나 님이라면…….”
베르체 추기경이 경이로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래. 내 몸속에 기행하고 있던 여신이지.”
“그렇다면 세 명의 신이 이곳에!”
“마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해야 하는 일이야.”
나는 신력을 일으켰다.
에르나를 끄집어내 주는 것은 상당한 신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마신이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놈은 이 자리에서 상당한 인과를 사용했다.
아무리 파괴신이 인과의 끈을 찢어 놓았다고 해도 그만한 불법을 연속으로 저지를 수는 없었다.
에르나를 꺼내 주어도 3일 정도면 충분히 신력을 회복하지 않을까 싶었다.
화아아악!
사방으로 신성력이 번져 나갔다.
병사들은 더욱 몸을 낮추었다.
이런 기적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성서에 기록되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백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에르나.
지금까지 에르나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어디까지나 목소리만 들어 보았을 뿐이다.
에르나는 매우 청초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툭 치면 부서져 버릴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강렬한 신성력을 뿜어내는 것을 보니 여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아아!”
에르나는 몸을 떨었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아마도 나와 함께 죽지 않을까 생각했을 텐데, 드디어 자유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제 몸을 찾아 주셨네요.”
“에르나, 그런 모습이었네.”
“어떤가요?”
“꽤 반반하기는 하네.”
“감성이 최악이네요. 단순히 반반하다는 것으로 감상이 끝인가요?”
“칼도나와 쌍벽이야.”
“흐응, 죽어도 칼도나 님보다 예쁘다는 말은 안 나오죠?”
“어쨌든 축하한다.”
“고맙네요.”
병사들은 경악했다.
정말로 여신이 튀어나왔다.
베르체조차 내 몸에 기생하고 있는 여신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 일이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하고.
하지만 이 모습을 보면 의문을 가질 수는 없겠지.
칼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르나 님! 우리 잘해 보도록 해요!
“무엇을? 칼도나 님은 여기 이 사람을 노리지 않나요?
-청혼했지만 거절당했죠. 설마 에르나 님도!?
“아아, 걱정 말아요. 나는 이 게으름뱅이에게는 관심이 없으니까.”
-천만다행이네요.
“그러니까 의심하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는 동맹으로써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니까.”
-네!
굳이 나는 에르나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그걸 또 칼도나와 공개적으로 매듭을 지어 버렸다.
“나도 너에게 관심 없는데? 굳이 그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혹시 저를 연모하게 되었을 수도 있잖아요.”
“하! 개뿔이나. 지금까지 내 몸속에 있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원래 여자의 마음은 복잡한 거라고요.”
“지금 외계 언어를 지껄이고 있는 거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피해 의식이 있기에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상황은 종료다.
“제국으로 복귀한다!”
절대신 위를 얻은 후에는 계속해서 남하했다.
얀데스 산맥이 무너졌으니 저항군은 그 거점을 잃은 것이다. 이제 그들도 마도 연합이 부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겠지.
완벽하게 무너진 것이 아니라면 내게 절대신 위가 내려졌을 리 없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연합 내의 일은 안심해도 되겠지.
오히려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병력을 전방으로 불러들여야 하지 않나 싶었다. 물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리될 것이다.
내 곁으로 베르체가 다가왔다.
“찾으셨습니까.”
“베르체, 연합 내 치안 병력을 불러들여도 문제없을까?”
“치안 병력 말이죠.”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언데드가 침공할지 알 수 없었다.
엘프들도 언데드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천군과 천사들도 일부 동원되어 돕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세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적어도 수백만에 달하는 언데드가 몰려올 거다. 그것도 모조리 강화 언데드지. 마신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는 보았지?”
“예, 직접 힘을 행사했습니다.”
“나는 이계의 신으로서 인과 없이 활동할 수 있지. 지금에 와서는 절대신의 위를 받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놈은 인과를 파괴하면서까지 미친 짓거리를 벌이고 있어. 나도 앞으로의 일은 확답할 수 없다.”
베르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역시 지금의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네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정화 작업을 하도록 해라. 그리고 상당 부분의 치안 병력을 불러올리도록 하지.”
“그것이 발렌 님의 뜻이라면 그리하겠습니다.”
“바로 가라.”
“예!”
베르체를 연합 수습 사제로 보냈다.
지금 베르체 정도의 경지라면 충분히 마도 연합의 땅들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마도 연합의 수많은 백성들이 강제로 개종하고 있는 중이었다. 베르체가 파견되면 그것이 빨라지는 것뿐이었다.
개종이 완료되면 스스로 자경대를 구성하거나 치안대를 구성하도록 해야겠지. 그리고 병력을 빼 온다.
어떻게든 국경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진군을 한 후 휴식 시간이었다.
황궁에서 전보가 도착했다.
“무슨 일인가?”
-안토르 왕국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안토르 왕국이?”
-지원을 해 달라는 전보가 왔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그들의 상황은?”
-수도가 무너지기 직전입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안토르 왕국으로 가 봤자 멸망하고 난 이후일 것이다.
안토르 왕국의 수도 로체.
안토르 국왕은 무너지는 왕국을 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꾸에에엑!”
“키에에엑!”
괴상한 소리를 내며 진격하는 언데드 병사들.
그냥 언데드도 아니고 강화 언데드다.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언데드가 진격하고 있었으며 성문은 뚫리기 직전이었다.
“폐하! 대피하셔야 합니다!”
근위 기사들이 들어왔다.
곧 있으면 성벽이 무너진다. 놈들의 기세로 본다면 수도는 유린될 것이고, 곧바로 왕궁으로 밀어닥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로 도망을 간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나.”
“제국으로 가시지요!”
“어디 백성 없는 군주가 있다던가. 영토가 없을 수는 있어도 백성 없이는 군주도 없다.”
그는 자포자기했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다면 왕국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다.
“끝까지 버텨라.”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근위 기사들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들이 충성을 맹세한 군주가 왕국에 뼈를 묻을 것을 천명하였으니, 기사 된 입장으로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같은 언데드가 되는 한이 있어도 이곳에서 뼈를 묻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폐하.”
황후가 들어왔다.
늙은 국왕은 3년 전에 재혼을 했다. 왕비가 죽었으니 새로운 왕비를 들였던 것이다.
이제 20대에 불과한 왕비는 몸을 떨고 있었다.
“왕국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허허허! 걱정 마시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게 될 테니.”
“폐하…….”
국왕은 운명을 직감하였다,
이 불쌍한 여인도 왕국과 함께 멸망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국왕은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니, 이것은 꿈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 역시 어떻게 해서든 왕국을 일으켜 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워낙에 강력한 언데드 군단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와 어쩔 수 없이 방관자가 되어야만 했다.
이건 평범한 전쟁이 아니었다.
인간을 상대해야 하는 전쟁이라면 어떻게든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인간들의 전쟁이 아니었다.
무려 마신과의 전쟁인 것이다.
언데드를 동원하고 악마가 인간을 유린하고 있었다. 백성들은 남김없이 언데드가 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었지만 곧 성벽은 무너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왕궁으로 적들이 들이닥치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아니, 지금 성벽이 무너져서 달려오고 있지는 않을까?
국왕은 폐하가 된 땅을 거닐고 있었다.
꿈이라고 하지만 너무 현실적이었고, 죽어 가고 있는 백성의 신음에 괴로워했다.
그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를 가진 악마.
아니, 저건 마신인가?
-망국의 군주여.
“그대는 누군가?”
-본인은 마신 벨루가. 악을 대변하는 신이다.
“짐에게는 무슨 일이지?”
-그대의 왕국을 유지시켜 주겠다. 군주가 되어 대륙을 질타하겠는가?
“허어, 백성 없는 왕이 어디 있다던가.”
-죽은 자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 언데드 군주가 되어 산 자들을 죽여라. 그것이 너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다시 한번 군주가 될 기회가 주어졌다.
그가 절망했던 것은 자신을 받들어야 할 백성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언데드를 백성으로 가진 왕이라.
언데드의 군주.
절망의 순간에서 그의 권력욕이 발동하였다.
인간들과의 전쟁이었다면 결단코 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그런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토르 국왕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이오?”
-원한다면 무릎을 꿇어라.
털썩.
안토르 국왕은 무릎을 꿇었다.
망국의 왕이 아닌 백성을 가진 왕으로 군림하겠다.
전 세계를 질타하는 왕이 될 것이다.
언데드 군주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