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175
게을러서 차원최강 175화
175 각성하다(1)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각 군단의 지휘관들은 설마하니 발렌이 이런 식으로 물러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단 포위를 풀고 중턱으로 내려와 군을 합쳤다.
이곳에는 막사가 펼쳐져 있었는데 어둠이 내리자 더욱 싸늘한 추위가 몰아닥치고 있었다.
방한 장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얼어 죽는 자들이 속출하였을 것이다.
각 군의 지휘관들이 모였다.
아젠타 백작이 우려를 드러냈다.
“마신의 직접 개입이라니요. 칼도나 여신께서도 힘을 썼는데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혹시라도 이렇게 물러나는 건…….”
“그럴 리가 없소.”
베르체는 고개를 저었다.
신들은 어떤 계획이 있었기에 물러난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앞으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발렌이 들어왔다.
“일동 차렷!”
그들은 빳빳하게 일어나 경례를 붙였다.
무려 칼도나까지 함께 왔다.
그녀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마신이 그 정도의 인과를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최후의 전투가 다가오고 있음을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었다.
“쉬어.”
지휘관들이 자리에 앉았다.
발렌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마신 새끼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방법이 있겠습니까?”
“방법은 있지.”
“저희들은 무얼 해야 합니까?”
“중턱에서 포위를 하고 있어라.”
“네?”
“내가 가서 쓸어버리도록 하지. 너희들은 적들이 살아남지 않도록 죽이거나 포로로 잡아야 해.”
“그렇다고 혼자…….”
“결정했다.”
발렌은 신이다.
절대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인간들의 무리를 쓸어버리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걸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어둠이 깊게 내린 밤.
날씨는 더욱 추워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지만, 병사들은 초저녁에 자고 일어나 경계를 하고 있었다.
중턱 전체를 둘러싸고 혹시나 패잔병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자들은 정말 위험했다.
그야말로 마신을 위한 골수분자들만 모여 있었고 그들이 빠져나가면 또다시 저항군들이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죽어 버리면 저항군이 설칠 가능성은 낮았다
“설마 이곳을 처리했는데도 절대신 위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요.”
“후우, 이번에는 조금 까다롭네.”
우리들은 천천히 산을 탔다.
오늘 절대신 위를 받으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칼도나와 의견을 나누고자 하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언데드를 상대해야 하지 않을까?”
“괜찮으시겠어요?”
“언데드 따위야 문제도 아니지. 문제는 마신이야.”
“마신이 강림하는 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에요.”
“문제는 파괴신도 강림하지 않을까 하는 거지.”
“파괴신이라…….”
“아무래도 이번 일이 끝나자마자 에르나를 꺼내야겠어.”
-정말인가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르나가 동요했다.
그녀는 내 몸 안에 갇혀 있으면서 매우 갑갑해했다.
힘을 회복하고는 있었지만, 언제쯤 본체를 구성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절대신 위를 받는다면?
그녀를 꺼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래, 정말이지.”
-와아! 이제야 제정신을 차리셨군요?
“마신과 싸워야 하는데 상관없지?”
-꺼내 주기만 하세요! 저도 천신인데 당연히 참전하죠!
이걸로 되었다.
만약 파괴신이 강림한다고 해도 에르나와 칼도나가 마신을 상대하는 동안 내가 놈을 처리하면 된다.
문제라면 아직 파괴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는 거다.
“절대신 위를 얻고 파괴신에 대해 자세하게 캐 보도록 하지.”
“그런 문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찾아봐야지.”
적에 대해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고 싸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가능하면 파괴신에 대해 알아내고 싸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들은 산맥 정상에 도착했다.
여전히 철옹성과 같이 보이는 요새다.
성벽도 어마어마했지만 저곳에 펼쳐져 있는 결계가 더 큰 문제였다.
설마하니 마신이 직접 결계를 펼칠 줄이야.
은신을 한 채로 접근하며 가까이 다가가 결계를 만져 보았다.
“마기로 완전히 둘러싸고 있군요.”
“이건 역시 직접 개입이지?”
“그럼요.”
“좋아. 나와 함께 일점 돌파를 해 보도록 하자고.”
“결계를 뚫고 나면 저는 더 이상 개입할 수 없어요. 마신이 내려올 때나 내려올 수 있겠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상당한 도움이었다.
혼자서 마신의 결계를 돌파하려 하였다가는 상당히 피곤해졌겠지.
“뚫어 볼까?”
“제가 신력을 당신에게 전가할게요.”
“그렇게 해.”
화아아아악!
어마어마한 빛이 터졌다.
성벽 안쪽에서 난리가 났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병사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계 때문에 화살을 쏴 봤자 닿을 수도 없었다.
“발렌이 나타났다!”
“칼도나 여신까지!”
웅성웅성.
적들의 진영에서 상당한 소란이 벌어졌다.
적 사령관인 칸테로 공작까지 나와서 지금 내가 벌이려 하는 일을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힘을 받아 손끝에 집중시켰다.
모든 신력을 손끝으로 모을 것이다.
화아아악!
강렬한 빛이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찬란한 점은 사방을 밝게 비추었으며 산맥 전체로 퍼져 나갔다.
따듯한 기운이었기에 일시적으로 모든 눈이 녹아 버리고 상온으로 기온이 올라갔다.
“그럼 한 번 뚫어 볼까?”
얀데스 요새.
베르나르 칸테로 공작은 사이렌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 성벽으로 올라왔다.
성벽 아래에는 발렌과 칼도나가 함께하고 있었다.
발렌이 신위를 받았다고 하더니 정말일까?
화아아악!
강렬한 빛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함.
엄청난 기운이 뭉쳐지고 있었다.
“신성력입니다!”
“단순한 신성력으로 저럴 수가 있나?”
“신력이 맞습니다. 칼도나 여신이 발렌 공작에게 신력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으드득!
칸테로 공작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두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결계를 없앨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대로 쓸려 나가고 말 것이다.
그는 마신의 결계를 믿었다
“마신께서 직접 설치하신 결계다. 그러니 이 결계가 무너지는 일은 없어!”
점점 더 힘이 뭉쳐지고 있었다.
결국에는 하나의 점이 되었는데 발렌은 결계를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쿨렁!
결계가 출렁거렸다.
다행히 결계가 파괴되는 일은 없었다.
“와아아아아!”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뱉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 결계가 파괴되었다면 저항군은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어어?”
발렌이 후려친 부분이 뚫리더니 그곳으로 발렌이 쑥 밀고 들어왔다.
결계는 다시 닫혔지만, 병사들은 경악했다.
“바, 발렌이다!”
“놈이 들어왔어!”
발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아! 정말 힘들었다. 벨루가 이 새끼가 참으로 발칙한 짓을 한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내 각성을 막으려 들어?”
“각하!”
병사들은 칸테로 공작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충격에 빠져 있던 칸테로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였다.
“쏴, 쏴라!”
“공격합니까?”
“지금 많은 신력을 소모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쏴 죽여!”
무수하게 많은 화살들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몸에 맞아야 할 화살은 모조리 튕겨져 나갔다.
허공에 무형의 검들이 그려졌다.
그 검들은 빛의 파도가 되어 아군 병력을 휩쓸었다.
쿠아아아앙!
사방이 사정없이 휩쓸렸다.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파공성은 대기를 찢었다.
그런 가운데 적병들은 우왕좌왕하며 돌아다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신이 펼쳐 놓은 결계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쯧, 네놈도 참으로 멍청하군.”
-…….
마신도 알아듣지 않았을까.
자신으로 인하여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도주하지 못한 채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딜레마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 말을 깨달은 건지, 어쩐 건지 마신은 결계를 없앴다. 당연히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인과를 조금이라도 아끼는데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이미 거의 대부분의 저항군이 죽은 상태이며, 나는 철저하게 악마들을 도륙했다.
결계 부근에는 시체들로 가득했다.
-발렌 이놈!
하늘에서 마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이 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낸다면 아마도 상당히 쌓였다고 보아야겠지.
“쯧, 그러게 조심하지 그랬냐?”
-기다려라! 내 결코 네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천천히 산맥을 걸어 내려갔다.
저항군들은 내려오는 족족 살해당하거나 잡혔는데, 잡힌 자들은 그대로 자살을 택했다.
역시나 골수분자들이라고 할까.
그들은 이렇게 죽는 것이 마신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했다. 내세에 구원을 받으며 영원한 쾌락을 누릴 것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마신에게 충성한 대가는 영원한 고통일 뿐이다.
아젠타 백작이 달려와 보고를 했다.
“각하! 모든 적들을 처리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전무합니다!”
“오호, 그래?”
저항군은 완전히 와해될 것이다.
이제 상황은 어떻게 될까? 과연 절대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파아아앙!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내리꽂혔다.
어마어마한 빛의 파장이 흘러 나가자 에르나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려요! 절대신의 위를 받았군요!
이어서 칼도나의 목소리도 들렸다.
-절대신이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