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64
게을러서 차원최강 064화
064 거침없는 진격(1)
우리는 당당하게 개선했다.
물론 개선이라고 해서 화려하게 꽃을 뿌린다거나 전차에 탑승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는 있었다.
“와아아아!”
데스 나이트의 등 뒤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자 피로가 몰려왔다.
크루트 요원이 말했다.
“각하, 한 말씀 하시죠.”
“꼭 그래야 하나?”
“전사들의 사기도 중요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사기도 꽤 중요하니까요. 이들은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각하께서 위무를 해 주신다면 사기가 진작될 겁니다.”
“끄응.”
귀찮은 일투성이다.
이래서 웬만하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어졌다. 미스릴 무구를 훔친 대가로 당분간은 적들의 공격과 추적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큰 바위 위로 올라왔다.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험험, 여신의 군대는 승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다.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이상!”
“…….”
사람들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개선장군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연설이랍시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정도만 해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칼도나 여신 만세!”
“만세!”
“신성 제국 만세!”
사람들은 다시 환호성을 내뱉었다.
뒷일은 지휘관들에게 맡기고 나는 곧바로 처소로 들어가려 했다.
아식스가 그런 나를 붙잡았다.
“사후 처리 안 하십니까?”
“너희들이 하면 되지.”
“하지만…….”
“쳐 맞을래?”
“아닙니다. 당연히 사후 처리는 책사들이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니 맡겨 주십시오!”
“진즉 그럴 것이지. 나는 좀 잔다.”
드디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모닥불을 피우자 금방 실내가 따듯해졌다.
특이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바닥 난방을 한다. 바닥에 돌을 깔아 두고 연기를 쐬게 하여 온도를 올리는 것이다.
거기에 기본 난방은 벽난로를 이용하였으니 순식간에 따듯해지는 것이다.
이불을 덮자 잠이 쏟아졌다.
“좀 자야겠다.”
-정말 책임감이 없으시네요. 어떤 전쟁이라도 전후 처리라는 것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배를 째고 있으면…….
이제는 에르나의 잔소리마저 자장가로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의 승리는 대단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별다른 여신의 흔적 없이 적들의 보급품을 탈취할 수 있었다는 거다.
사람들은 승리에 고무됐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맞습니다. 천군이 동원된 것도 아닌데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적들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당황스러워하겠죠.”
연신 감탄하는 사람들.
그들은 데스 나이트의 존재를 언급하였다.
지옥의 사령관으로 군림하며 거의 전설에서나 회자되는 데스 나이트의 위력을 직접 보았으니 흥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 냈다.
데스 나이트는 전략적으로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어차피 여기서 북쪽으로 진격하는 동안에는 적들을 속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최대한 덩치를 불려서 적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세력을 키운다.
거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수도를 타격할 정도의 덩치를 갖게 될 것이다.
아식스 남작은 차분하게 좌중을 둘러봤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었다.
“일단 냉정을 찾으시죠.”
“오늘은 기뻐해야 하는 날입니다. 무려 미스릴 무구를 얻지 않았습니까? 어느 정도는 암흑 사제들의 마법을 견뎌 낼 겁니다.”
아식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기에 벌써부터 흥분하는 것은 곤란했다.
“그건 알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입니다. 대량의 미스릴 무구를 도난당한 마도 연합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들을 잡으려 혈안이겠죠. 그러니 가능하면 오늘 밤부터 이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빨리 말입니까?”
아식스는 단호했다.
“예.”
“하지만.”
“일단 오늘 전투로 지쳤을 병사들은 쉬게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떠날 채비를 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가 떨어지면 바로 출발합니다.”
“으음, 해가 떨어지면 매우 추울 텐데…….”
“그래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숲을 내려가 빠르게 이동해야죠. 낮이 되면 숨어서 쉬고, 저녁에 이동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아식스는 대충 계획의 골자를 잡았다.
가능하면 이런 이야기는 발렌이 깨어 있을 때 해야겠지만 오늘 이렇게 움직여 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이들은 아직 발렌이 게으른 사람인지 모른다. 얼마나 폭력적이고 게으른지 알게 된다면 차라리 이곳에 주저앉을 수도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행동 지침을 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해가 막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한참 단잠에 빠져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뒈지고 싶냐?”
나는 한쪽 눈을 떴다.
아식스 남작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입만 뻥긋거리고 있었다.
잘못하면 코가 뭉개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동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동 준비가 끝났다고?”
“예, 지금 바로 출발하실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빨리 준비했어?”
“적들이 언제 추격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장이야 괜찮겠지만 며칠 안에 마도 연합 보급 사령부가 뒤집어질 겁니다.”
“끄응.”
아식스의 말은 구구절절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걱정은 했다. 미스릴 무구를 잃은 놈들이었으니 지옥 끝까지라도 추적을 하려 할 거다. 그렇다면 바로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다들 모여 있겠지?”
“그렇습니다.”
“일단 지휘부 막사로 가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게으름 수치는 모두 회복된 상태였다. 만약 게으름 수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었다면 오늘 출발하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았을 것이다.
지휘부 막사로 들어오자 사람들이 인사를 했다.
베르체와 아식스, 카르엔, 실비아를 포함하여 자경대 지휘관들과 촌장까지 모여 있었다.
촌장이 말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상을 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상을 당해?”
아식스는 매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마치 장단을 맞춰 달라고 비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회복했습니다.”
“허허허!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희들은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흠, 그런데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데려가면 뒤가 잡히지 않을까?”
“분명히 잡히기는 할 겁니다. 그래서 야밤에 이동하려는 겁니다. 최대한 이동하고, 낮에 쉬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들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죠.”
“대규모 이동이 될 텐데 언젠가는 발각이 될 거다.”
“그러니 거침없이 진격해야 합니다!”
아식스가 열변을 토했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세력을 불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든 몇 만 정도의 군대를 모으면 함부로 할 수 없는 세력이 된다.
나에게는 천군도 있었고 데스 나이트도 있었으니, 충분히 마도 연합 내부를 휘저을 수 있다고 보았다.
어차피 그들의 전력 대부분은 국경선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제국의 병력만 제때 도착해 준다면 허무하게 죽을 걱정은 덜 수 있다.
“해서, 각하께서 폐하께 연락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도 연합 내부를 휘저을 테니 가능하면 빨리 중앙군을 국경으로 올려 보내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저희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식스의 말이 맞다.
조금이라도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적의 주력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수만의 군대를 빼 버리면 제국과의 균형이 깨져 버릴 정도로 대군이 국경에 주둔해야 했다.
그동안 우리들은 차례대로 마도 연합 내부를 휘저으며 폐허로 만든다. 그리하면 전쟁에 유리한 고점을 얻을 수 있다.
“하아.”
구구절절 다 맞는 이야기였지만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귀찮은 일을 언제 다 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여기가 제국 영내이거나 국경선 부근이라면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미적거리면 더 귀찮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30분 내로 출발하는 걸로 하고, 나는 폐하에게 보고를 하도록 하지.”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내가 결심하는 순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루터스 대장이 의아함에 고개를 흔들었다.
“왜 이렇게 급하십니까?”
“각하의 말씀 들으셨죠. 빨리 가야 뒤를 잡히지 않습니다.”
“그거야 이해하지만.”
정확하게는 내가 말을 번복할까 걱정을 하는 것이었지만, 아직 마을 사람들은 내 정체(?)를 모르고 있다.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실비아, 통신을 준비하도록 해.”
“알겠어요.”
그 시각 제국의 황궁.
황제는 저녁을 먹자마자 남은 정무를 보고 있었다.
제국은 지금 비상 상황이었고 중앙 귀족들은 늘 황궁에 상주하였다. 마도 연합과 전면전이 시작된 이상 퇴근할 생각은 접는 편이 좋았다.
황제 역시 퇴근하지 않았다.
대전에서는 연신 의제가 나오고 있었는데, 보급에 대한 문제나 중앙군의 이동 경로, 말들의 건초 문제까지 수많은 안건들이 처리되고 있었다.
특히나 전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돈이다.
전쟁은 언제나 돈이 들기 마련이었다. 단순히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모된다.
전군에 대한 동원령이 떨어진 만큼이나 그에 소모되는 자금도 상상을 초월했다.
하나하나 의제를 처리해 나가고 있는 와중에 발렌으로부터 소식이 도착했다.
“페하! 발렌 자작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통신이 들어왔다고?”
“발렌 자작이 적들의 수도를 타격하겠다고 합니다.”
“뭐라!?”
“……!”
주변이 술렁거렸다.
다행히 이곳에는 세작이 존재하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귀족들은 제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제도의 정보는 철저하게 통제된다.
즉, 대전에 모인 귀족들은 믿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 만큼이나 엄청난 정보였다.
“대체 어떻게?”
“통신을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도대체 발렌은 무슨 계획을 세운 걸까.
황제만 통신실에 도착했는데, 발렌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그곳의 상황은 어떤가?”
-지금 마도 연합 중부에 들어와 있습니다.
“뭐라고!?”
-그 안에서 세력을 불리고 있는 중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마도 연합의 수도를 타격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