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65
게을러서 차원최강 065화
065 거침없는 진격(2)
황제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마도 연합의 수도를 타격한다는 말일까.
그리고 어떻게 마도 연합 중부까지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발렌이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니까, 발렌이 움직인 이유는 여신의 신탁 때문이었다. 차원의 균열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중부로 이동했다. 무려 초장거리 게이트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세작이 유민들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안내했다. 그들은 제국으로의 탈출을 꿈꾸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이 거듭되면서 수많은 유민들이 발생했고, 마도 연합으로 넘어간 자들도 꽤 되었다.
양국의 기본적인 정책은 말살이다. 서로를 말살하고 포로는 잡아 두지 않는다. 그건 민간인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숨어 살았다.
발렌은 그들을 규합하여 세력을 만들고 마도 연합 전체를 흔들겠다는 뜻이다.
“가능하겠나?”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차원의 틈을 막는데 늦어질 것이 아닌가.”
-여신의 신탁이었습니다. 저도 좋아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신께서는 자신의 백성들이 이곳에서 안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저를 사용하여 규합하려는 것이죠. 다행히 유민들 중에는 쓸 만한 전사들이 많이 있더군요.
“허어.”
황제는 놀람을 드러냈다.
만약 발렌이 임무에 성공한다면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 마도 연합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던 유민들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대단한 위업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에게 백작의 작위를 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었다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위업을 달성하고 있는 중이었군.”
-아직 위업은 아닙니다. 분명히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그래, 내가 해 주어야 할 일은 없나?”
-가능하면 빨리 중앙군을 국경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라크몬 영지로 집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네. 빨리 움직이지.”
-이만 끊습니다. 혹시 도청을 당하면 끝장이니까요.
“몸조심하게.”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발렌과의 통신이 종료되자 황제는 발렌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여신이 지시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적진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발렌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하면 빨리 국경으로 병력을 이동해야 할 것 같군.”
그가 발렌 자작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다.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수천에 달하는 인원들이 숲을 빠져나와 평지를 걸었다.
주변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횃불에 의지한 채로 사람들은 북쪽으로 이동하였다.
가벼운 짐들만 휴대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동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아식스는 내가 타고 있는 등짐 앞에서 걷고 있었다.
“확실히 느리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은 놓고 왔어야 해.”
“전략적으로는 그게 맞습니다만, 그랬다가는 몰살을 당할 겁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적들이 가진 보급품에 미스릴 무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그렇다고 적들을 거의 전멸시켜 놓고 그걸 챙기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나 역시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살아남은 놈들도 있겠지?”
“분명히 그럴 겁니다. 혼전의 와중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언데드가 동원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봐야지요. 데스 나이트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보급 사령부에서는 분명 흑마법사나 도적의 소행으로 볼 것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들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았다.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기에 실비아가 가볍게 내 주변에 실드를 쳐 주었다.
“그래도 춥네.”
“어쩔 수가 없지요.”
“좀 더 속도를 높여. 그래야 오전에 아토나 산맥에 당도할 것 같으니까.”
“그리 전하겠습니다.”
나는 조금 가혹한 명령을 내렸다.
밤을 새서 걷고 있는 주민들에게 행군을 높이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노지에서 자다가는 적들의 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등짐에 몸을 기댔다.
이래저래 생각해 보았자 머리만 아프다. 이건 내 스타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아토나 산맥.
마도 연합 중부에 해당되는 이곳에는 수도를 100킬로미터 정도 앞두고 있었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제국 국경에서 발생한 유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은신처가 마련된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하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수도 근처에 칼도나 제국의 유민들이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할 것이었고 국경 부근이 사실 더 위험했다.
하지만 언제라도 적들을 맞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비교적 오래된 요새인 만큼이나 방어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으며 그 숫자도 5천이 넘어가고 있었다.
자경대 겸 전사로 활동하는 자들이 2천이나 되었고, 그들은 천혜의 요새를 등지고 있어 1만 이상의 병력을 막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산맥 초입부터 철저하게 경계망이 펼쳐져 있었으며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묶여 있었다.
훈련도 평소 철저하게 받았다. 그 때문에 멀리서 대군이 진격해 오면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척후대장 라노스는 해가 뜨고 있는 와중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아군에게 알렸다.
삐이익!
“적들이 침입했다!”
“자경대장께 알려라!”
곧바로 자경대장에게 이 사실이 전달되었다.
오델 대장은 급하게 전사들을 깨우고 무장시켰다.
무장의 상태는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청동기에서 벗어나 강철로 만들어진 무구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건 이곳 아토나 산맥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덧 30년 이상 이곳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한편으로 구원자가 등장할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제국으로 돌아가는 그날을 위하여 오늘도 노력하고 있었다.
“전군을 소집한다!”
“비상입니까?”
부관 왈트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달려왔다.
“적들이 접근하고 있다.”
“바로 전사들을 소집하겠습니다!”
순식간에 2천에 달하는 전사들이 소집되었다.
그들은 곧바로 산맥을 타고 내려갔다.
1차 방어선에서 대기했다가 적들이 쳐들어오면 2차 방어선으로 후퇴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전을 벌인다.
1차 방어선은 사실 적들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한 거점에 불과했다.
아토나 산맥은 꽤 높았고,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는데 대군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은 토벌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대장님, 전투가 벌어질까요?”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오델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까지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대규모 토벌대가 조직되어 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무장이 대단하군요.”
“척 봐도 정예병이다.”
“그런데 저들은 뭡니까?”
일반인들로 보였다. 어디서 피난을 오는 것인지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마도 연합에서 토벌대를 보냈다면 군인들만 동원하지 일반인을 동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냥 지나가는 행렬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지나기기를 기다렸지만, 정확하게 산맥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선두에서 외쳤다.
“우리들은 여신의 군대이다! 오델 있나?”
“설마 루터스인가?”
유민들의 주둔지마다 연락책을 두고 있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은 자경대장들이 회합을 하고는 했다.
언젠가 구원자가 나타나면 결집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곧 익숙한 얼굴을 알아봤다.
“그래. 날세.”
“설마 구원자께서 오신 건가!?”
“여신이 선택하신 성인일세! 천군까지 이끌고 왔어!”
“……!”
한순간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구원자가 올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쳤지만, 지금 와서는 그 믿음마저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믿음이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 세대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로 구원자가 나타났다.
“구원자는 어디 계시나?”
“여기 계시네.”
그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음?”
그런데 좀 이상했다.
남자는 한 기사의 등짐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지금은 새벽이었고 충분히 잠이 올 수 있었지만, 이런 대군을 이끌고 오는데 잠이나 퍼 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구원자가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루터스와 오델이 마주했다.
“반갑네.”
그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오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원자께 문제가 생긴 건가?”
“그건 아니고 어제 격렬한 전투가 있었지. 그 때문에 지친 것 같네. 적 보급대를 격파하고 미스릴 무구를 얻었지.”
“헉! 정말인가!?”
“그래. 우리들은 미스릴 무구로 무장하고 있다네. 자네들의 것도 있지.”
“와아아아!”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말 미스릴 무구가 등장했다면 이건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위험과 동시에 엄청난 기연을 얻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시간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새로 가지.”
“그러세.”
그들은 산맥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전사들은 물론이고 주민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고 할 만한 사실은 숨어 사는 유민들은 산을 잘 탄다는 점이었다.
오랜 시간 숨어 살다 보니 몸이 적응을 했던 것이다.
언뜻 환호성이 들렸던 것 같았지만 무시한 채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건드는 바람에 깼다.
“각하, 아토나 요새에 도착했습니다.”
“음…….”
잠에서 깨자 로터스가 보고를 해 왔다.
“꽤나 방어가 잘 되어 있다는 그 요새?”
“그렇습니다.”
“으하하하함!”
늘어지게 하품을 한 후에 일어났다.
이곳 주민들은 환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위험해서 어디론가 이동할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야 탈출할 수 있다고 기뻐하는 것이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지휘관 회의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인사를 해 왔다.
“척후대장 라노스입니다.”
“자경대장 오델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발렌입니다”
일단 처음 보는 사이였기에 존대를 해 주었다. 나중에는 지휘 체계 확립을 위해 반말을 할 것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가운데 그들은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할 것이다.
“우리들은 세력을 모으고 진격합니다. 가는 영지마다 쑥대밭으로 만들고 최후에는 수도를 타격하도록 합니다.”
“수도를 타격한다는 말입니까!?”
그들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