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zy but the strongest in the dimension RAW novel - Chapter 76
게을러서 차원최강 076화
076 흔적 없는 몰살(1)
엠파스 성벽 위.
아라클 촌장은 상황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올라와 있었다.
위험하다고 다들 말렸지만, 명운이 걸려 있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렁! 푸후!”
“…….”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조금 특이하다고 느꼈던 사령관의 태도다.
마귀를 속인다는 명분 아래, 이상하게 행동을 하고는 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라클은 베르체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베르체는 제국에서도 명망 높은 추기경이었으며 수도 없이 많은 전쟁에 참전을 했다.
사실, 베르체는 전쟁에서 공을 세워 추기경이 된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자가 맹목적으로 따를 정도라면 사령관의 행동에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예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사령관께서 주무시는 것 말입니다.”
“허허허! 습관이 돼서 그런 걸세.”
“습관이요?”
“마귀들에게 하도 시달리다 보니 그들을 속이는 것이 습관화된 탓이지. 하나, 사령관께서는 무패의 신화를 자랑하시네.”
“그렇습니까.”
“곧 일어나실 걸세.”
적들은 몇 번이나 함정에 당했다. 그래도 연합의 정예들이었기 때문인지 우직하게 진군을 해 왔다.
수많은 함정들을 설치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돌진하는 모습은 이곳 사람들이 전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엠파스의 병사들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하품이나 하면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사령관을 닮아 가고 있기 때문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도가 펼쳐졌다.
데스 나이트가 땅속에 심어 뒀던 언데드가 나타나면서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잠들어 있던 사령관이 순간, 숨을 들이켜며 일어났다.
“쓰읍.”
침을 한 번 닦아 낸 사령관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으하하함! 어떻게 됐어?”
베르체가 보고했다.
“적들이 언데드의 덫에 걸렸습니다.”
“그럼 투석기를 쏴라.”
“알겠습니다.”
척척!
베르체가 손을 들자 바윗덩어리가 투석기에 장착됐다.
하지만 투석기의 바위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표면을 둥글게 다듬어 놓았는데, 이것만으로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여기서 적들이 언데드에게 당하고 있는 평지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투석기가 발사되었다.
퉁! 퉁퉁!
쐐애애액!
꽤나 긴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어라?”
촌장을 비롯한 엠파스의 지휘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투석기에 사용될 바위를 둥글게 깎으라고 명령했을 때에는 도대체 그게 무슨 짓인가 싶었는데, 지금 보니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투석기가 개조된 것은 아니었다.
이곳 엠파스 요새는 1년 이상 방어를 위하여 증축과 각종 무기들을 만들어 배치했다. 그저 사용하던 것을 재사용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겨우 돌을 깎는 것만으로 1.5배나 멀리 날아간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돌덩어리들은 적진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와아!”
“명중입니다!”
탄성을 내뱉는 사람들.
촌장도 눈을 번쩍 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일까.
슬슬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령관이 함께하고 있었기에 이 전투에서 절대 패하지 않으리라 자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를 따라 종군하면 무사히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우두둑!
일어나서 기지개를 한 번 켰다.
불편한 자세로 졸았더니 좀이 다 쑤시는 느낌이었다.
전방을 바라본다.
역시 적들은 수도 없이 함정에 두들겨 맞다가 최후에는 언데드의 덫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위로 투석기를 날렸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 정도면 끝장이 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전투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적들의 숫자는 3만이나 되었고, 마도 연합에서는 정예들이 추격을 해 온 것이었기에 상당수가 살아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데드에 물리면 언데드로 변하였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겠지만 전멸을 시킬 수는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일부 병력을 후방에 두었다. 적들이 퇴각할 때를 고려하여 매복을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이라고 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매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정찰병이 보고했다.
“각하! 적들이 진영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 역시 정예병들인가.”
이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면 자멸할 법도 한데 용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가능하면 이렇게 끝이 났으면 했다. 적들이 몰살을 당하면 당분간은 걱정 없이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로 쳐들어간다고 해도 최소한 이틀은 그냥 누워서 잠만 잘 수 있을 것이다.
“끄응.”
“어떻게 할까요?”
지휘관들이 내 얼굴을 바라본다.
여기서 직접 참전을 할 것인지 묻는 것이다.
“하아.”
“이번 기회에 각하의 실력을 보여 주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베르체 추기경의 말이었다.
그는 단숨에 엠파스의 사람들이 불안해함을 느끼고 있었다.
놀람과 동시에 약간의 불안이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불안을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실력을 보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못하면 코가 깨질 수도 있으니 신중한 것이 당연했다.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 전투를 해야지.”
“와아아!”
“각하께서 전투를 지휘하신다!”
내가 직접 군을 이끈다고 하는 말에 좋아하는 사람들.
엠파스의 지휘관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당연히 내가 참전을 한다는데 좋아해야지. 아직 엠파스 놈들은 내 성향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매복은 되어 있겠지?”
“물론입니다! 명령을 받는 즉시 매복을 시켜 두었습니다!”
“그들이 매복에 걸려 얻어맞고 있을 때, 후방을 친다.”
“예!”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었다.
가능하면 ‘격’의 사용은 자제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전멸을 시켜 두어야 적들의 수도로 우리들의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수도를 공략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적들을 하나라도 살려 보내는 것은 하책 중 하책이었다.
쐐애액!
쿠아아앙!
“끄아아악!”
“아아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리클라이 자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혀 지금의 상황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거리에서 투석기라니.”
당장 가서 알려야 한다. 사령술사들이 제대로 무장을 하고 있으며 신무기까지 갖추고 있음을 말이다.
잘못하면 마도 연합은 내부에서 무너질 수도 있었다.
상당한 병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언데드 군단까지 가지고 있었다. 만약 수도에 역병이 창궐하기라도 하면 마도 연합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고 만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서는 곧바로 수도로 돌아가야 했다. 사령술사들의 준동이 심상치가 않았다.
“퇴각하라!”
“아아아악!”
리클라이 자작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제대로 명령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자 명령이 전달되었다.
이 혼전의 와중에도 병사들이 뭉치고 있는 것이다.
정예 병력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서 뼈를 묻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언데드에게 물리면 전우는 바로 적으로 돌변한다. 그러니 물려서 변이가 되기 전에 목을 쳐 주어야 했다.
그런 노력 때문에 언데드는 완전히 번지지 않았다.
바닥에서 언데드들이 꿈틀거렸다.
“놈들의 목을 치고 빠르게 퇴각하라!”
간신히 병력을 수습했다.
이번 공격으로 1만이 죽었다.
남아 있는 총 병력은 1만 5천 정도. 3만이나 되는 정예병을 이끌고 왔는데 성벽은 공격도 못 해 보고 반이나 잃었다.
이런 상태로 언데드를 정리하고 쳐들어가면 필패다.
엠파스 산채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사령술사들은 흑마법도 사용한다.
사령술사들도 엄연히 흑마법사들이었고, 단순히 사령술만 익힌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성벽을 뚫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으드득!
리클라이는 퇴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사령술사들을 마도 연합에서 완벽하게 축출을 해 버릴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왔던 길은 무너져서 그곳을 이용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조금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완만한 지형으로 가야 한다.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린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참모들이 외쳤다.
일시적으로 참모들의 머리도 마비가 된 것 같았다.
리클라이 자작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엠파스 산맥의 지도는 오래되기도 했고 어떤 식으로 지형이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숙지를 한 채로 길을 잡는 것과 아예 길도 모른 채 산을 내려가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측으로 간다. 완만한 숲을 관통할 것이다!”
“예!”
“꾸에에엑!”
후방에서 언데드들이 기어 올라왔다.
동료들의 목을 친다고는 쳤지만, 완벽을 기하지는 못했다.
차마 전우의 목을 치지 못하고 심장에 검을 박은 자들도 많았는데, 그것이 큰 패착을 만들었다.
또다시 1만 정도의 언데드 군단이 일어났던 것이다.
다른 길은 없다. 무조건 퇴각해서 수도로 돌아가야 한다.
“빠르게 이동한다!”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다.
인간이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법이었다. 또한 초인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뭉쳐야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병사들은 훈련을 받은 대로 밀집 대형을 구성하여 산맥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완만한 경사를 그리고 있는 지역이다.
좌우로 숲이 있다는 것이 찝찝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것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산맥을 내려가는 길은 수 갈래가 있었는데 정확하게 이곳에 매복을 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리클라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꾸에에엑!”
후방에서는 언데드가 몰려오는 상황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기, 기름이다!”
“……!”
핑핑핑!
사방에서 불화살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바닥이 타올라 선발대의 병사들은 그대로 타오르고 말았다.
화공계에 당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병법의 정석에 당했다.
숲을 통과하는 지형에는 반드시 매복이 있다. 전쟁 기술이 발달한 이후에는 이제 막 군대에 들어온 신참들도 당하지 않을 수법이었다.
그나마 기름 냄새를 조기에 맡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수천을 다시 잃었으며 매복에 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와아아아!”
사방에서 적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클라이는 진정한 절망을 맛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