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44
1055장. 리더(Leader)(2).
“오바마가 장태산을 만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단주님.”
“어디서?”
“LA 인근의 호화 빌리지입니다.”
“이유는?”
“……죄송합니다.”
“흐음.”
리장창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짜증이 밀려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LA와 달리 홍콩은 밤이 깊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기에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제갈유량이 급히 보고한 것이다.
‘매번 그놈이 문제야!’
장태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속병을 앓고 있는 리장창.
기한을 둔 약속 때문에 마음대로 공격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허명뿐인 약속을 저버리고 공격을 감행할까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머리가 멍해지기 일쑤였다.
마치 누군가가 상황을 조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닌 게 아니라 공격에 대한 고민을 할 때마다 일순간 일었던 살의가 잦아들기도 했다.
막상 장태산도 별다른 문제를 만들지 않고 조용했다.
서울에 머물며 쥐죽은 듯 지내고 있을 때는 존재감마저 잊기도 했다.
하지만 놈이 움직이기만 하면 그 순간 피로가 밀려왔다.
현재 오바마는 레임덕에 빠져있지만 엄연히 미국의 통수권자였다.
이빨이 빠져도 그는 사자였다.
그런 오바마와 골치 아픈 장태산이 무엇을 주고받기로 거래했는지 알 수 없었다.
‘쥐새끼 같은 놈.’
장태산의 사업 능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었다.
경제 영역을 떠나 세계적 정치 영향력까지 대폭 상승했다.
미국 대통령이나 중국, 러시아 지도자급에 근접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보이지 않게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 중 한 명으로 우뚝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야훼바트도 장태산과 만날 것 같습니다.”
“야훼바트까지!”
“행적을 이제야 파악했습니다.”
“젠장!”
리장창의 입에서 욕설이 터졌다.
“은밀하게 떠도는 소문과 여러 사건을 조합해본 바에 의하면 야훼바트가 장태산에게 이성적 호감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그놈이 뭐라고…….”
리장창이 말끝을 흐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딸 클라라도 한때 놈에게 빠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이런 사태를 전혀 예상 못 했던 리장창이었다.
직접 장태산의 본가를 찾았을 만큼 그에게 호감이 있었던 리장창.
그만큼 장태산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사람을 끄는 묘한 마력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장태산이다.
“다른 자들은?”
“트럼프와 힐러리 쪽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다들 미쳐가고 있군. 모두들 일개 한국인에게 고개를 조아리다니……. 쯧쯧.”
리장창은 허탈감에 혀를 찼다.
더 이상 더 할 말이 없었다.
장태산의 존재를 인식한 지 채 10년도 안 된 세월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사이 세계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그를 온전히 인정하게 됐다.
‘놈을 반드시 죽였어야 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기회를 놓쳤다.
이제 와서 장태산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다만.
“아사신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아사신까지?”
모든 정보망을 총 관리하고 있는 제갈유량의 보고는 계속됐다.
“우연히…… 국가 정보망에 포착됐습니다.”
국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정보력도 상승한다.
중국의 정보력이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국 IT제품에 교묘하게 깔려 있는 백도어는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다.
더욱이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나쁘지 않은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중진국들의 인터넷과 통신망은 중국의 정보 수집소였다.
특히 아랍권은 중국 통신망이 주로 깔렸다.
그 루트를 통해 확보한 중요한 정보들.
“목표는?”
“야훼바트가 확실합니다.”
“그렇다…… 이거지…….”
리장창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장태산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제거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의뢰할까요?”
“됐어. 놈들에게 기회는 충분히 줬어.”
아사신을 직접 이용하는 건 뭔가 꺼림칙했다.
분명 기회를 줬음에도 성과를 보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럼…….”
“정보를 풀어줘.”
“네?”
“장태산과 야훼바트가 조우하는 곳에 덫을 놓자는 말이야. 내 손을 쓰지 않고 적을 베는 방법은 병법의 기본이야.”
“역시 대인이십니다!”
제갈유량이 리장창을 향해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장립에 대한 포섭 작전이 실패한 뒤 알게 모르게 긴장 상태로 생활해 왔다.
결코 지금의 자리를 놓칠 수 없었다.
곧 세계 대국으로 우뚝 설 중국이었다.
그 안에서 양날개를 활짝 펼치며 다시 빛날 제갈 가문.
제갈유량은 리장창과 천지회를 위해 목숨도 불사할 의지가 있었다.
“모든 단의 힘을 이용해 장태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그리고……아사신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하사하도록.”
“명을 따릅니다!”
‘장태산……. 이번에도 네 운을 시험해 보겠다! 으흐흐흐흐.’
눈빛에 생기가 돌며 사악한 웃음을 짓는 리장창.
언제부터인가 장태산을 향한 강한 적의는 리장창의 고통이자 온전한 삶의 목표가 되어 있었다.
***
‘신이 미국을 버렸다고?’
오바마는 다니엘이 던진 화두에 정신을 빼앗겼다.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던 말이다.
건국 이래 미국이라는 제국은 축복을 누리기에 바빴다.
넓은 땅과 넘치는 자원은 유럽을 버리고 탈출한 백인들에게 실낙원과 같았다.
오바마의 조상들같이 노예로 끌려온 이들도 많았지만 대다수 백인 미국인들은 그 혜택을 아낌없이 누렸다.
타락하지 않은 청교도적인 삶이 저반에 깔려 있었다.
개신교적인 가치관이 시대의 변동에 따라 변모했지만 가정과 사회의 기초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기초가 흔들렸다.
오바마도 익히 알고 있던 사회문제였다.
그것은 이민자들이 넘쳐서가 아니었다.
미국이라는 열차는 거대한 문화 용광로를 품고 달리는 격이다.
다양성을 내포한 문화 용광로가 여러 개로 가닥이 나뉘었다.
사회의 분화가 가치의 다양화를 만들어 낸 셈이다.
다양성이 보장된 만큼 중핵과 같은 공유의 가치체계가 뿌리째 흔들렸다.
IT사회가 되면서 그 흔들림과 분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다양한 가치관이 가정과 학교, 종교 단체, 지역 사회를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를 뒤흔들었다.
지금도 남과 북, 동과 서의 각 주가 서로 다르다 주장하는 미연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이 미국을 버린다!
“신이시여…….”
오바마가 무의식중에 신을 찾았다.
“소돔과 고모라가 멀리 있다고 생각지 마십시오. 신이 악마와의 내기를 위해 욥에게 어떤 고난을 주었는지 기억하십시오.”
다니엘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신의 말을 전하는 사자처럼 말했다.
타락한 인간에게 파멸이라는 형벌을 내렸던 신이다.
욥의 고난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말이 좋아 시험이 끝나고 몇 배의 축복을 내렸다지만 고난 중에 받았을 욥의 고통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당장 오바마 자신에게서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한순간 삶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과 진배없었다.
“희망이 있다면…… 욥의 고난과 같은 시험 뒤에 찾아올 겁니다.”
“다니엘……. 자네가 신은 아니지 않는가!”
오바마가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다시 반박했다.
이런 추궁을 미국인도 아닌 한국인 다니엘에게 당한다는 게 불쾌했다.
다니엘이 가진 힘은 과연 국제적 리더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인정받은 리더는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 당장 마음만 먹는다면 다니엘 한 사람 정도는 간단하게 없앨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신입니다.”
“뭐, 뭐라고?”
다니엘의 얼토당토않은 말을 오바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신이 창조한 피조물이면서 신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우리가 바로 신의 피조물이자 신이 아니겠습니까.”
기독교 교리를 따르는 이가 들었다면 경악할 만큼 위험한 발언이었다.
“말장난 그만하게.”
오바마가 정색하며 대꾸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다니엘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오늘 다니엘을 찾아온 목적은 명확했다.
트럼프 대신 힐러리를 지지해 달라 설득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다니엘이 가진 힘을 이용해 절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도록 막는 게 목적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정치 중립 의무를 요구받지 않았다.
언제든 자신이 속한 당을 홍보하고 선전해 지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오바마는 민주당에서 다음 대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원했다.
그가 가진 미국 대통령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해서라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어린 시절 전 미국을 동경했습니다. TV에서 보여준 미국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표본 같았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가 부르면 슈퍼맨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 구출해 줬습니다. 정의로운 경찰들은 총을 들고 갱들과 싸워 시민들을 보호했습니다.”
다니엘에 먼 바다를 바라보며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직접 대면한 미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오바마가 다시 입을 꾹 닫았다.
다니엘의 다음 멘트가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도시의 오래된 지하철은 낡고 낡아 며칠에 한 번씩 고장이 납니다. 시민들은 비용 때문에 손가락이 잘려도 병원에 가기를 주저합니다. 도시의 뒷골목에는 마약쟁이들이 사용한 주사기와 쓰레기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더군요. 거기에 총소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피살당하는 이들의 이름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앵커 입을 통해 불려집니다. 그리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배고픔을 안고 길거리나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넘쳐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바마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구겨졌다.
다니엘의 팩트 폭력에 미국 대통령의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한 게 아니었다.
“미국의 도로망 중 3분의 1이 파손 상태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교량들도 안전하지 못하고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는 엉망진창이 된 지 오래입니다.”
“으음…….”
급기야 오바마가 신음을 흘렸다.
“빈부의 격차는 또 어떻습니까? 자유경제주의 덕분에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어 자신들만의 세상을 구축해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좋은 명문 사립학교에 자식들을 보내고 안전한 집과 직장, 의료보장 혜택을 받으며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시민들을 무시합니다. 이런 나라에 공평한 신이 특별히 윙크라도 할까요?”
다니엘의 물음이 이어졌다.
“…….”
오바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도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일그러진 모습을 바꿔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신이 미국을 버렸다는 다른 의미는 뭘까요?”
“……뭔가?”
오바마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미국민 스스로가 미국을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
“모두가 신이라 했습니다. 그런 신들 중에는 악신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악신의 기운이 50%를 넘어가면……. 그 국가는 혼란에 빠집니다. 함께가 아닌 나만 소중하다 말하는 사회,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회. 그런 사회는 스스로 타락한 신들의 놀이터가 되는 겁니다. 누구도 구제해 줄 수 없는 추락하는 운명을 자초하는 겁니다. 지금 미국에 닥친 시련이 그와 같습니다.”
으득.
오바마가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반박하고 싶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국 시민이 선택할 다음 대 대통령.
그건 바로 미국민 스스로의 이기적인 내면이 겉으로 드러난 자화상인 것이다.
“아침부터 각하께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지껄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다니엘이 오바마를 보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자리를 떠나기 위한 그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오바마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술 때문에 그를 붙잡지 못했다.
휘이이이이잉.
차가운 해풍이 불어왔다.
손에 들고 있는 커피도 차갑게 식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말하게.”
심판자 같은 다니엘을 상대하느라 힘이 다 빠진 오바마는 겨우 입술을 열었다.
“나무를 심으십시오.”
“???”
“현자들이 항상 말하지 않습니까. 내일 지구에 멸망이 와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말입니다. 각하께서도 그렇게 하십시오. 미국을 정말 사랑하신다면……. 퇴임하는 그 날까지 나무를 심으십시오. 각하와 미국뿐만이 아닌 세계인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그런 희망의 나무를 말입니다.”
다니엘이 부탁한다며 던진 마지막 말.
오바마는 그 말에도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세상을 위해 심을 수 있는 공평의 나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음속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하고 있는 오바마였다.
대답을 기다리는 다니엘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제거해 버릴 수만 있다면 곧바로 없애 버리고 싶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자.
다니엘이 깊이 갈등하는 오바마를 빤히 쳐다봤다.
그 순간 마주한 다니엘의 섬뜩한 눈빛과 표정.
“과거 경고를 잊지 마십시오. 나를 비롯해 주변 지인들에게 해를 가한다면……. 설사 그게 각하와 미국민 전부라 해도 절대 용서치 않을 겁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