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058
1070장. 신 길동전.
“……모두들 바트님의 명령을 따르십시오.”
야곱 장로가 침중한 목소리로 나머지 장로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그의 말에 장로들 중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야훼 바트의 명령은 지엄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후에 감당해야 할 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장로 신분으로 바트의 명을 따르고 있었지만 세상에서 그들이 맡고 있는 또 다른 탈들이 엄연히 존재했다.
세계적 기업의 대주주이며 거대 자본을 소유한 투자자 신분이기도 했다.
야훼 바트를 제외하고 각 장로들의 자본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공동으로 투자되어 관리되는 것 이외에 자금의 흐름 자체는 비밀에 부쳐졌다.
철저하게 점조직 형태로 관리되고 있다.
야훼 바트가 그들 각각을 조종하며 세상의 거대 금융 흐름을 움직였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법칙을 철두철미하게 지켰다.
그렇다 보니 협조자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자였다.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상황은 위기인 동시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임을 모두가 잘 알았다.
여기서 누구 한 명이라도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그는 큰 부를 거머쥐는 게 가능했다.
“모두 뭣들 합니까! 조용한 기도 장소로 가서 야훼께 참회를 구하십시오!”
야곱 장로가 반응 없는 장로들에게 호통쳤다.
보통 때와는 다른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 자리에는 야훼의 진정한 분노를 경험하지 못한 장로들이 태반이었다.
이곳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야곱만이 유일하게 야훼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했다.
중동전쟁 당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
야훼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민족 모두가 세계를 떠도는 거지꼴이 됐을 터였다.
“야곱 장로님……. 좀 더 확인해 봐야지 않겠습니까?”
장로 중 한 명이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바트께서 이스라엘에 온다는 정보는 받았지만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는다면 더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큰일요? 신과 바트께 불충한 것 말고 또 다른 큰일이 있답니까!”
야곱 장로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품은 나쁜 싹은 애초에 잘라내야만 했다.
자칫 여기서 분열이 생긴다면 그 뒤에 닥칠 미래의 폭풍은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화를 내실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는 거 아닙니까. 지금 바트의 부재로 인해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우리가 개입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도 호세아 장로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지금 야훼의 장막이 거둬진 게 확실합니다. 성전 전사들이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지금 바트님을 호위하고 있답니까? 만약 바트께서 인질로 잡혀 있다면…….”
“마가 장로 닥치시오!!!”
야곱 장로가 화를 참지 못하고 불같이 분노를 표출했다.
급기야 감히 입에 담지 못할 불경스러운 말이 튀어나왔다.
‘장로라는 자들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야곱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미칠 지경이었다.
야훼 바트의 신변에 일이 생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장로들의 불충.
이들의 동요를 야훼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등에서 연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야훼가 얼마나 편협한 신인지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자도 시험을 위해 기꺼이 거친 광야로 보내는 게 야훼의 충성 확인 방법이다.
그런데 장로라는 자들이 야훼의 대리자인 야훼 바트의 안전을 의심하고 인간적인 생각을 품었다.
야훼 바트가 직접 명을 듣지 않는다면 악마의 추종자로 명명할 것이라 말했지만 다들 머릿속으로 다른 계산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피바람이 불 것이다…….’
야곱은 지금 상황에서도 환상이 눈앞에 보였다.
붉은 피바람이 가차없이 천지를 뒤덮었다.
야훼는 그냥 환상으로 끝내기는커녕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사태가 정리되면 장로들 중에 살아남을 수 있는 자들이 거의 없을 게 자명했다.
“…….”
또 다시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공간.
장로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삐이잇.
그때 들려오는 호출음.
핵공격을 받아도 버틸 수 있게 지어진 지하 공간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오로지 인터폰을 통해 바깥과 연결했다.
– 장로님! 바트께서 텔아비브 공항에 나타나셨습니다!
“뭐라고!!!”
야곱이 깜짝 놀라 외쳤다.
갑작스럽게 공항에 모습을 보인 야훼 바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밀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움직여도 모자랄 상황에 버젓이 공항에 모습을 보인 야훼 바트.
“바로 경호부대를 보내야지요!”
“바트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장로들이 벌떼들처럼 윙윙거렸다.
불쾌함에 눈썹이 찌푸려진 야곱 장로.
“다들 못 들었습니까! 각자 집으로 돌아가 참회하세요! 곧 야훼께서 예비하신 환란이 닥칠 것입니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지하 공간에 웅웅 울렸다.
그러나 누구 하나 시원하게 대꾸하지 못했다.
각자의 심사에 사연이 많은 장로들의 눈빛이 분주할 뿐이었다.
모두 각자의 생각에 빠져 바빴다.
***
“텔아비브 공항이라…….”
예루살렘에 위치한 건물.
회색 슈트를 착용한 날카로운 인상의 아랍 남자가 싸늘한 시선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방금 텔아비브 공항에 야훼 바트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수십 년간 깔아 놓은 이스라엘의 정보망이 풀가동 됐다.
협박과 회유, 마법을 통해 조종할 수 있게 된 야훼의 이단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인 물은 썩는 게 자연이 정한 이치.
아무리 신실한 야훼의 종들이라고 해도 타락한 인간의 정신은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야훼가 그들을 방치해 왔다는 증거였다.
하나둘씩 오염시키며 핵심을 파고들었다.
야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천천히 그들의 정신을 오염시켰다.
본인 스스로도 아사신의 끄나풀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양심을 속이지 않는 선에서 조종했기에 절대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이익 관계로 철저하게 얽혔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아사신에 오염된 숙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사신은 과거 행적처럼 무식하게 암살이나 하는 집단이 아니었다.
그들이 섬기는 신을 위한 선에서 철저하게 정신적으로 무장됐다.
그러다 보니 수재들이 제 발로 몰려들었다.
분열된 무슬림 신앙과 물질만능주의로 썩어가는 세상을 경멸하게 된 이들이 아사신 세력에 이끌려 빨려들었다.
지금 아랍에서 맹렬하게 선전하는 IS 또한 아사신의 작품이다.
분노의 피와 절망의 공포가 넘쳐야 악신은 더 강해지는 법이다.
전쟁을 통해 납치와 인신매매가 이루어졌다.
악신에 대한 재물이 차고 넘쳤다.
그만큼 전사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늘어났다.
“야훼의 힘을 받지 못하는 야훼 바트라……. 조력자가 있다지만 넌 아웃이야.”
스마트폰에 잡혀 있는 남녀 세 사람.
조력자도 아사신과 악연으로 얽혀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의 다니엘이라는 청년.
야훼 바트와 사라 요한슨을 대동하고 겁도 없이 이스라엘에 발을 들였다.
띠릭.
여유 있게 스마트폰 번호를 누르는 남자.
뚜루루루루.
신호가 짧게 울렸다.
– 하명하십시오.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바로 들려오는 상대의 대답.
“죽여라. 처참하게.”
– 신의 뜻대로!
주저함 없이 야훼 바트에 대한 암살지령이 하달됐다.
사방에 지뢰처럼 깔려 있는 아사신의 전사들.
오늘 밤 이스라엘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
벌써?
왠지 기분이 싸했다.
이스라엘에 도착하면서 로리아나를 아예 노출시켰다.
언제나 테러 위협을 받는 이스라엘은 각종 보안 시스템이 최첨단을 달렸다.
마법을 이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놓고 아사신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길동이 형님처럼 놈들에게 혼란을 주는 게 목적이다.
로리아나가 이런 식으로 위협을 받을 정도라면 내부에 아사신의 적이 침투해 있을 게 확실했다.
노출된 행적에 따라 이동하게 될 아사신의 전력들.
그들이 예상보다 빨리 행적을 확인한 것 같았다.
– 혀, 형님. 저 아저씨 눈빛 살벌하네요.
간 줄 알았던 렌트카 업체 직원이 뒤에서 날 쏘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의심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아사신의 전사치고는 기운이 너무 정순했다.
게다가 오염된 듯한 느낌도 받지 못했는데…….
“손님. 그냥 가시면 예의가 아니죠.”
조금 전과 달리 차분하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일행을 붙들었다.
“???”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여차하면 양단해 버릴 정도의 기운을 손에 담았다.
사삭.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남자의 움직임.
렌트카 직원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집게손가락을 비볐다.
– 저게 뭡니까?
장립이 처음 본 장면인지 의아한 듯 물었다.
“손님. 조금만 생각해 주십시오.”
나와 눈이 딱 마주치자 금세 풍겼던 살기를 거둬들이고 영업용 미소를 짓는 남자.
스윽.
자연스럽게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100달러짜리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돌변한 남자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팁을 받았다.
– 뭡니까. 팁 때문에 그런 살기를 날린 겁니까?
귀신이 어이없는지 혼잣말 같은 질문을 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의 태도가 이해는 갔다.
100달러 지폐 하나로 세상 모든 걸 얻은 듯 평화로워진 얼굴의 렌트카 직원.
조금 전과 달리 그의 얼굴은 자비의 화신이 임한 듯 고요해졌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고개까지 숙이는 렌터카 직원.
팁을 주고서야 차에 올랐다.
부웅부웅.
액셀을 밟았다.
최신형 SUV답게 엔진음이 시원하고 우렁찼다.
“안전벨트 매십시오.”
– 형님 달리십시오!
두 여인은 뒷좌석에 앉았다.
조수석에 착석한 장립은 여행이라도 온 듯 신났다.
끼이익.
부아아아앙.
도로는 한산했다.
거칠게 속도를 내는 SUV.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아사신과의 전투가 기대됐다.
몇 년 사이 더욱 치밀해지고 무서워진 아사신의 흑마법이 인간 세상에 감춰두었던 실체를 드러났다.
그만큼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기에 로리아나를 공격했을 것이다.
“다니엘, 어디로 가?”
“신전으로.”
“바로?”
“어.”
“도움을 청하는 게…….”
사라가 로리아나를 바라봤다.
“장로들까지 오염됐어. 지금은 누구도 믿으면 안 돼.”
로리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지내왔던 로리아나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
마치 전투에 나가는 장수처럼 눈빛은 냉정했고 풍기는 기운은 단단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 믿을 존재는 차 안에 있는 세 사람, 그리고 귀신 하나가 전부였다.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긴장감이 주는 흥분이 피를 달구고 있었다.
사냥에 굶주린 사자 같았다.
그리고.
– 어어어! 저게 뭡니까!
귀신이 조수석 사이드미러를 보고 소리쳤다.
부아아아아아아앙!
오토바이 두 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뜻 뒷좌석에 타고 있는 놈들의 손에 들린 무기가 보였다.
– 형님! 초, 총입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