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48
1168장. 끝나지 않는 전쟁(6)
– !!!
두 황제의 눈에 깃드는 은근한 쫄림.
가볍게 던지는 농담이나 어설픈 경고가 아님을 느꼈을 것이다.
말로 해서는 안 될 족속들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전 인류를 멸망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조상과 후손이다.
욕망의 화신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들.
윗물이나 아랫물이나 똑같다.
– 폐하!!! 장군들을 불러들여 저자를 소멸시키소서!
– 후손들을 위해 신벌을 내려주시옵소서!
– 어명을 내려주시옵소서!
태화전에 모여 있던 대신들이 계단 아래쪽에서 일제히 분노를 일으키며 악을 써댔다.
악귀들처럼 푸른 안광을 번뜩였다.
각자의 관을 봐야 그때나 눈물을 흘릴 놈들이다.
하는 짓거리가 가소로웠다.
그리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참다못해 자금성이 떠나가라 광소를 터트렸다.
세상에 무서운 게 하나도 없는 놈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필요에 따라 피붙이도 눈 딱 감고 팔아먹을 자들이다.
두 황제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려봐 어명.”
다시 자극했다.
파르르르르르.
불끈 주먹을 움켜쥐는 두 황제.
내적 분노에 용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누가 보면 대단한 무림고수나 되는 줄 알 판이다.
“과거 고려와 조선은 잊어. 너희들이 추억하는 그런 나라는 이제 없어.”
시민이 주인이 된 온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게 될 대한민국.
전제 황권에 이어 일당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물질이 넘쳐나도 정신이 개벽하지 못하면 영원한 이류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권력이 분산되고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룰 때 사회는 성장한다.
그 진실을 확인하고자 수많은 대한민국의 인생 선배들이 이 땅을 위해 피를 흘렸다.
그런 나의 위대한 조국과 저만 살기 급급한 졸부들만 넘치는 중국은 달랐다.
머저리같이 국가에 순종하는 이웃집 섬 머슴들과도 달랐다.
– 황제께서 네놈을…….
그놈의 고대시대 중국 조상신인 황제를 쉴 새 없이 팔아먹는 자금성의 두 귀신.
이대로 나를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스윽.
고개를 돌려 다시 태화전을 오연하게 바라봤다.
– 어명을 내려주시옵소서!!!
– 저 천박한 자에게 천벌을…….
파바바밧!
나를 향해 분노하는 고관대작 귀신들.
스으윽.
유유히 손을 들어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후우우우.”
그리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
위이이이이잉.
손에 응집되는 엄청난 카르마의 힘.
가족과 나의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에 이로움을 주며 습득한 온전히 스스로 축적해 온 카르마.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내 카르마의 힘.
죽어서 추앙의 힘으로 자리를 유지해 온 저 늙은 귀신들의 것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나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어명을 내리겠노라!”
늙은 두 황제 귀신에 존속되어 있는 독충과 사나운 짐승 같은 고관대작 귀신들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쿠우우우웅!
순간 끝을 알 수 없는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누군가 나를 방해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의 후손을 응징하려는 나에게 중국 조상신이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다.
그래도 난 멈추지 않는다.
이 정도에 쫄았다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다.
“너희들이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촤아아앗.
힘 있게 뻗은 손이 정확하게 고관대작 귀신들을 가리켰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콰과과과과과과과광!
푸른빛을 띤 벼락 수백 개가 지상에 내리꽂혔다.
– 크아아아아아아!
– 아아아아아악!
귀신들이 벼락에 정통으로 맞으며 비명을 토했다.
파스스스스스스슷!
거짓말처럼 재가 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촤아아아아아앗.
더 강하게 쏟아지는 진짜 빗줄기.
쾅! 콰아앙! 콰과광!
분노한 중국 조상신의 벼락이 애꿎은 태화전 바닥에 내리꽂혔다.
상황 확인차 뒤를 돌아봤다.
스으으읏.
얼굴이 일그러진 채 서서히 흩어지며 사라지는 두 황제.
자신들을 따르던 병사들과 대신들이 제거되자 허상마저도 유지하지 못했다.
카르마로 만들어 냈던 귀신들의 형체가 사라지자 힘이 빠진 것이다.
– 네놈과 조선에 피의 저주를…….
마지막까지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
“저주? 너희들이나 잘하세요.”
피식.
내리는 비보다 차갑게 비웃음을 날렸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쏟아진 빗줄기는 연신 다시 튀어올랐다.
한바탕 시원한 살풀이가 끝난 태화전의 기운은 깨끗하게 청소된 듯 개운했다.
***
타다다다다닥.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자금성에 울렸다.
촤아아아앗.
비는 그칠지 모르고 쏟아져 내렸다.
우르르르르릉! 콰아아아아앙!
비바람에 이어 천둥과 벼락까지 동반됐다.
마치 신이 노한 듯 요란했다.
치이익.
곳곳에서 무전기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렸다.
– 찾았나?
“이쪽에는 없습니다!”
– 찾아! 놈이 숨을 만한 곳은 샅샅이 뒤져!
조장의 성난 목소리가 날카롭게 빗속으로 울려 퍼졌다.
“알겠습니다!”
중난하이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경호팀들이 자금성에 투입됐다.
성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폐쇄됐다.
대신 무장 공안들이 쫙 깔렸다.
주석궁에서 긴급 명령이 하달됐다.
자금성에서 실종된 장립을 찾으라는 긴급 명령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구석구석 샅샅이 뒤져도 장립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
갑급 경호 요원인 시오중은 내심 짜증이 올랐다.
우비를 착용했지만 거센 비바람에 속옷까지 다 젖어 버렸다.
장립이라는 인물 하나 때문에 어제부터 1급 경호령이 떨어졌다.
일개 화교 출신 주제에 가리지 않고 윗선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경호원들 사이에도 이미 그에 대한 소문이 쫙 돌았다.
현 주석을 비롯해 고위 권력층이 덮어놓고 감싸고 돈다며 불만이 많았다.
긴장 상태에서 경호를 하던 중 일이 터졌다.
홀로 자금성을 산책하던 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호원들의 눈을 피하고 CCTV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한밤의 술래잡기가 따로 없었다.
파아아앗.
강력한 플래시로 태화전을 샅샅이 살폈다.
흔적이 없어 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조상들 중에 영성이 뛰어난 영매가 한 분 있었다.
집안 내력이어서인지 다른 이들보다 기에 더 민감한 시오중.
찝찝한 상태에서 한곳에 플래시를 비췄다.
그때.
“헛!”
시오중이 그만 비명을 터트렸다.
태화전에 오르는 계단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발자국.
타다다닥.
크게 놀란 상태에서 빠르게 발자국을 따라 다가갔다.
중국 특급 문화보호유산인 자금성에 이 같은 흔적을 남기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그 사실을 알 텐데 누군가 이렇게 발자국을 남겼다.
“미친!”
최근에 찍힌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은 또렷하고 선명했다.
한 계단 한 계단에 모두 흔적을 남겼다.
치이잇.
“시오중입니다!”
– 무슨 일이야? 찾았나?
까칠한 상사의 목소리가 채근하듯 터져 나왔다.
“그게 아니라……. 태화전에 발자국이 찍혔습니다!”
– 뭐라고? 발자국이 찍혀?
상사도 믿지 못하고 되물었다.
“누군가 모든 계단에…….”
– 무슨 헛소리야!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계단에 누가 발자국을 남겨!!!
“…….”
시오중은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사.
삐이이이이잇!
그때 밖에서 울리는 요란한 호각소리.
“모두 자리로 돌아가! 대상을 찾았다!”
사방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장님……. 도대체 어디에…….”
시오중은 장립을 찾았다는 말에 조장에게 다시 한 번 다급하게 물었다.
– ……연락이 왔다.
무전기를 통해 조장의 맥 빠진 목소리가 전해졌다.
– 각하 저택에 나타났다고 한다.
“네? 방태민 각하 말씀이십니까?”
시오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물 샐 틈 없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자금성과 중난하이.
더욱이 이런 궂은 날씨에 빠져나갈 만한 곳은…….
시오중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말도 안 돼…….”
***
“장립…….”
방태민은 눈앞에 나타난 장립을 향해 다시 확인하듯 이름을 불렀다.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저택 앞에 나타났다.
자금성 산책 중에 실종됐다는 보고를 받은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귀신처럼 떡하니 저택에 등장했다.
‘도대체 어떻게?’
중난하이와 자금성 경호는 세계 최강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지도자보다 더 강력한 경호를 받았다.
이곳을 벗어나서는 누구도 믿지 못했다.
암중 쿠데타도 몇 번 일어났기에 그만큼 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그런 경호라인을 뚫고 귀신처럼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난 장립.
방태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건네준 수건으로 젖은 머리칼을 닦으며 장립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아닐세……. 비가 와서 나도 잠을 설치고 있었네.”
방태민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정체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와 잠들지 못하게 했다.
“비가 차갑습니다. 벌써 가을이 오나 봅니다.”
장립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겠지. 귀를 기울이면 하늘이 들려주는 자연의 이치를 알아들을 수 있네.”
방태민은 놀라 당황한 속내를 내색하지 않고 편안하게 응대했다.
이 시간 장립의 방문은 의외였다.
내일쯤 만나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밤을 넘기기 전에 다시 보게 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예상을 뒤엎는 장립.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
묘한 표정으로 웃는 장립.
“오늘 각하를 만나 담판을 지으라는 하늘의 소리가 조금 전 저에게 들렸거든요.”
“담판???”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