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62
1182장. 변수(2)
– 속보입니다! 차기 유력 야당 대선 주자인 김현재 전 합동민주당 대표가 경부고속도로 수원 톨게이트 인근에서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자세한 결과는 취재를 해봐야 알겠지만 알려진 소식에 의하면 중상이라고 합니다.
“중상? 교통사고?”
리앤장 대표 이사실.
손대균은 서류를 살피다 뉴스 속보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요즘 들어 새로운 버릇이 하나 생겼다.
일하는 중에도 항상 뉴스를 틀어놓는 것이다.
매사에 깔끔하고 칼 같던 성격이 최근 들어 많이 흔들렸다.
그만큼 일에 쉽게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비롯해 아들과 관련된 가족 문제가 사사건건 손대균의 발목을 잡았다.
괴물 같은 놈한테 습격당한 유리는 장태산이 어딘가에 꼭꼭 숨겨 놓은 상황.
회주는 도리어 손대균에게 자유를 허락했다.
하지만 감시자의 눈이 매순간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언제 다시 불려가게 되거나 불시의 사고를 당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형식적인 자유가 주는 불안감이 그를 순간순간 짓눌렀다.
거기에서 오는 강박증이 갈수록 심해져 TV를 틀어놓아야 어느 정도 안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듣게 된 긴급 속보.
– 사고를 목격한 시민에 의하면 SUV 차량 한 대가 과속 주행을 하다 김현재 전 대표 차량을 뒤에서 강하게 들이받았다고 합니다. 제보된 블랙박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과 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추돌된 차량은 도로 외곽 난간을 들이박고 길 옆 노지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언제 입수했는지 벌써 제보 영상이 화면에 떴다.
소리는 소거된 상태였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생생한 장면에 금세 머릿속에서 당시 사고 현장의 소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굉음을 내며 달려오던 차량이 그대로 자가용을 들이박았다.
아나운서의 말대로 트렁크가 찌그러진 차량은 그대로 난간을 들이받으며 길가로 튕겨져 나갔다.
“살아있는 게 기적이군…….”
손대균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섬뜩함을 느꼈다.
남 일 같지 않다.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이다.
“설마…… 회에서?”
강한 의심이 들었다.
사고 영상에서 분명 수상함이 엿보였다.
경부고속도로 1차선은 버스와 승합 차량 전용이다.
미리 준비라도 한 듯 SUV 승합차가 3차선에서 정속 주행 중인 김현재 전 대표의 차량을 들이박았다.
영상에서도 분명히 보이듯 두 개 차선을 계획적으로 가로지르는 돌진이다.
마치 적을 향해 돌격하는 특전대 같았다.
누가 봐도 고의적 충돌이 확실했다.
법적으로 일단 과실을 주장하겠지만 고의성이 다분히 엿보였다.
“으음…….”
손대균은 가슴이 답답해져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결코 남의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차기 한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대선 주자에 대한 공개적인 테러였다.
“회주? 여당? 청와대?”
여러 가지 변수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손대균.
일송회에서 진행됐다면 최소 본인에게까지는 연락이 와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회주의 독단 처리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손대균은 자신의 상상을 따라가다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정치판이란 곳은 본래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이다.
야당 측도 깊게 파고들면 똥 냄새가 진동하기는 매한가지다.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쓴맛이 돌았다.
리앤장에서 수집한 야당 인사 자료에는 불법과 비리에 관련한 정보가 여당 못지않게 많다.
“태산아. 너에게 숙제가 또 생겼다.”
손대균은 이번 일을 장태산이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궁금했다.
장태산도 정치 쪽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 사건이 그에게 어느 정도의 파장을 미칠 것이다.
“셜록 장. 이번에도 명쾌한 해답을 내놔봐. 기대하겠어.”
아이러니하게도 장태산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 인물들 중 유일하게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됐다.
“그런데 누구야? 아주 판을 크게 만들어 버렸네.”
주순자와 조근영 대통령의 관계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시점이다.
다급한 청와대가 곳곳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검경과 국정원을 동원해 불거진 문제들을 무마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과거의 독재시절 방식으로 정치를 배운 탓에 탈이 났다.
막상 보도를 터트렸던 일송회와 보수 언론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금방 꺼질 것으로 예상했던 국민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주요 언론은 어느 정도 통제되었지만 작은 웹진 등의 언론들이 속속 다른 사실들을 발 빠르게 까발렸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연달아 의혹이 제기됐다.
거기에 정권 실세들이 저질러 놓은 불법들도 한몫하며 폭탄처럼 사방에서 터졌다.
주순자가 설립한 불법 재단부터 시작해 딸의 대학 비리 입학까지 모두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회 전반에 관한 꽤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것도 알려졌다.
끊이지 않고 의혹이 제기되며 언론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야당 측 대선 주자에 대한 명백한 테러.
타오르는 불길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다.
“어쩌면 이 일로…….”
손대균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구체적인 그림은 떠오르지 않지만 엄청난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건.
예기치 못한 불꽃은 의외의 사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 법이다.
***
“미국 측 개입은 아니라는 겁니까?”
– 그렇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지금 백악관도 당황하고 있다고 합니다.
로버트 라이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백악관 분위기를 조사해 볼 것을 지시했다.
오바마가 믿고 있는 최측근 중 한 명이 정보원으로 포섭됐다.
국익을 위한 일 앞에서 오바마는 누구보다 냉정한 보스였다.
나를 엿 먹이기 위해 큰 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동태를 파악하고 있음에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나아가며 흘러갈 판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
사드 문제로 확실히 드러난 중국의 더러운 야심과 포악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상대를 용서하는 일에 인색하지 못한 한민족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기에도 충분했다.
다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기억에 없는 대형 사고는 새로운 변수의 작용임을 의미했다.
곳곳에서 틀어지기 시작한 사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 넵! 보스!
로버트 라이언이 믿음직스러운 음성으로 답해왔다.
“메일에 새로운 투자 계획서가 도착했을 겁니다. 다른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모든 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하십시오.”
과거처럼 땅 짚고 헤엄치는 때가 아니었다.
이제는 변수에 대해 본격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야만 했다.
아사신의 로리아나 습격 사건도 같은 맥락의 대형 징조 중 하나였다.
예상에 없던 대박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찝찝했다.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 투자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버려야 했다.
그런 만큼 준비에 소홀하지 않았다.
이제는 능동적인 투자가 중심이 되어야 할 시기다.
– 그 정도로 파장이 큽니까?
미국인답게 약소국에 불과한 한국의 야당 대선 주자 테러에 둔감하게 반응했다.
사실 맞는 시각이기도 했다.
김현재 대선 주자가 테러를 당했다고 주가가 출렁이거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다.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개입 주체에 따라 일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의심스러운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주순자의 수준에서 이런 테러 감행은 힘들었다.
뇌물과 탈법을 좋아하는 여당도 이렇게 막나가지는 않는다.
미래 권력에 눈치를 보는 안기부도 마찬가지.
북한도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불리하지 않을 야당 대선 주자를 공격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네.”
짧게 답했다.
– 누군지 몰라도……. 최선을 다해 찾아내겠습니다!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른 로버트가 빠르게 눈치를 챘다.
“소리 나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뱀은 놀라면 숨어버립니다.”
로버트가 노출되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 알겠습니다.
“로버트도 조심하십시오. 립에 대해서도 경호를 강화하십시오.”
임성철 회장의 남은 미래도 바뀌었다.
그렇다면 예상 경로를 벗어난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할 수 없다.
슈건핑을 비롯해 핵심 권력자들의 수단은 음험하고 악랄하다.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과 계산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답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임성철 회장은 인간적으로 약하다.
– 경호를 S급으로 격상하겠습니다.
심각한 상황임을 로버트가 인식했다.
“오바마 측도 철저하게 감시해 주십시오.”
실행하기 어려운 지시도 내렸다.
– 걱정 마십시오.
그럼에도 로버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잠시 혼란스러워 보였던 자세는 그새 말끔히 정리했다.
미국의 국익보다 보스인 나의 편에 선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야 합니다. 로버트는 내 영혼의 파트너니까요.”
그에 대한 나의 걱정도 담았다.
마법 물품을 선물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 보스가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사리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 보스의 애정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그럼.
띠릭.
통화가 끝났다.
슈아아아앗.
창공을 가르며 제트 여객기는 빠르게 한국 영토에 진입했다.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에 바로 한국으로 움직였다.
미국에서 대처할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 언론에 실시간으로 속보가 떴다.
김현재 대표는 현재 무의식 상태다.
병원을 해킹한 정보에 의하면 뇌진탕을 비롯해 갈비뼈 몇 대가 부러졌고 주요 장기도 손상됐다.
다행히 아웅대 응급실에서 빠르게 처치했다.
다른 병원이었다면 생각지 못한 탈이 났을 수도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재해야 할 인재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진심으로 국민을 걱정하는 민주주의 화신이다.
주무형 대통령과 목숨을 내놓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기득권 타파를 위해 헌신해 온 독립투사다.
물론 정책적으로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현재 전 대표의 주변에도 속이 시커먼 자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포진해 있다.
권력 욕망을 철저하게 감추고 바짝 고개 숙이고 있는 자들.
2020년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 그런 자들로 인해 정책에 혼선이 자주 빚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벌여놓은 모든 정책에 대한 책임을 김현재 대통령이 감당했다.
새카만 속을 못 알아본 자신의 부족함이라 여겼다.
전임 주무형 대통령 시절 보고 배운 게 있어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갔다.
어차피 국민들의 완벽한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 대다수가 선동하며 증오의 펜대를 휘둘러도 묵묵히 참아냈다.
전 세계 민주주의의 본이 되는 완벽한 시스템을 완성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격하는 무지한 자들의 독설을 감내했다.
믿을 수 없겠지만 한반도의 영령들과 참지성인의 조상신들이 그를 지지했다.
죽어서야 확인할 수 있는 감춰진 진실들.
살아서 내일 죽을 줄 모르고 욕을 해대던 이들은 죽어서 결코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의 자유와 행복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무수한 조상들 덕분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일송회……. 너희냐!”
가장 의심이 가는 집단은 역시 일송회다.
어둠 속에서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리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친일파 집단.
거대 언론을 손에 쥐고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갈아버려야 할 사특한 놈들이 아직도 이 한반도에서 숨을 쉬며 살고 있다.
하지만 결코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힘이 부족했다.
일송회에 부역하는 친일파와 아귀 같은 기득권을 부숴버리기 위해서는 김현재 전 대표만 한 올곧은 인물이 없다.
– 곧 김포 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기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눈에 들어오는 서울 야경.
나도 모르게 눈빛이 차가워졌다.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감춰진 변수의 주동자가 저기 어딘가에서 더러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