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61
1181장. 변수.
“준비는 다 끝났습니까?”
“네. 각하. 명령만 하시면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미국 정치의 심장부이자 세계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워싱턴 화이트 하우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지만 매일 미국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대통령 오바마는 핵심 참모들과 심각한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축소판.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부 장관, 국무장관과 몇몇의 믿을 만한 보좌관들이 모였다.
이들의 결정이 곧 미국 전체의 의견으로 대변돼 세계에 관철됐다.
오늘 주제도 민감했다.
경제적으로 밀착 관계가 돼 가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틈을 벌릴 만한 기막힌 묘수를 찾아냈다.
미국에서 새로 개발한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한국 배치가 그것이다.
패트리엇과 비교할 수 없는 방어능력을 소유했다.
사드는 최대 사거리 200km, 최고 요격 고도 150km, 비행 속도 마하 8 이상의 엄청난 방어능력을 소유했다.
종말 단계일 때 고도 40~150km의 상공에서 이를 격추하는 무기로 걸프전에서 활약한 패트리엇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더해 탐지거리가 엄청난 레이더까지 소유했다.
한국에 설치하는 순간 중국 북경 너머까지 살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과 가까웠다.
사드 레이더를 가동하는 순간 중국의 모든 비행 정보가 미국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중국에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사실 사드는 한국 방어보다 일본과 미국 본토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에 날리면 거리가 가까운 만큼 탐지 직후에 요격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반대할 명분도 약하다 보니 미국에 우호적인 한국 보수 정부도 함부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경제력에 기반한 강력한 힘을 소유한 중국의 반대가 극심했다.
자칫 일 년에 수백억 달러 이상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에 밉보일 수 있었다.
“기회가 좋았습니다. 한국 대통령과 기득권이 부딪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빨리 결정되지 못했을 겁니다.”
“한국 대통령이 다급했죠. 멍청하게 샤먼에게 휘둘리기나 하고…….”
“최고위 장성이라는 놈들도 애국심이 없습니다. 국가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될 일을 자신들의 보위를 위해 결정하다니 말입니다.”
요즘 들어 한국 대통령의 권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던,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는 여자 샤먼.
미국에는 정치적으로 좋은 먹잇감이다.
전임 최병박은 각종 해외 비리로 초반부터 옭아맸다.
무기를 강제로 고가에 팔아넘겼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들이 소유했던 파산 직전의 해외 에너지와 광물 등의 부실 사업체를 끌어안게 했다.
그 대금이 무려 1000억 달러를 넘었다.
로비스트에 좌우되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당연히 최병박을 쥐고 흔들었다.
현임 조근영 대통령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처음에는 대차게 미국 정부에 의견을 내던 그녀도 꼬리를 말았다.
겁도 없이 미국 허락도 받지 않고 중국 주석의 초청 열병식에 참석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계기가 됐다.
언론에 몇 가지 이슈될 만한 소스를 흘렸다.
과거가 몹시 더러웠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독재 정권 시절의 공주답게 마치 국가를 개인 놀이터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부친 시절의 독재 잔재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으로 그녀 뒤를 바쳤다.
미국으로서는 꽃놀이패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최우방이라 불렸지만 워싱턴에서는 돈 많은 졸부 취급을 받았다.
그런 수준의 대통령을 뽑은 한국 국민들의 수준도 당연히 우습게 평가됐다.
긴 세월 선배들이 피로써 일궈놓은 민주주의를 제 뱃속을 채우려는 욕망과 과거 향수에 팔아먹었다.
군 장성들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에 있어 중요한 권한을 가졌던 장성들이 미국에 은밀히 딜을 걸어왔다.
정권이 흔들리자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납작 엎드렸다.
국방 비리를 헤아릴 수 없이 저질렀다.
새로 정부가 바뀌면 감옥에서 평생 썩을 수도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챙길 건 챙기며 인심 쓰듯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국의 정치 분열은 미국 국익에 전혀 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눈엣가시 같은 다니엘 장 때문에 화가 나 있던 오바마와 참모들이다.
“각 국가의 운명은 국민들과 그들이 뽑은 지도자가 결정하는 겁니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문제입니다.”
오마바는 냉정하게 한 걸음 물러났다.
몇 차례나 일본과의 관계에 트러블이 일어난 한국을 말렸다.
별거 없어 보이는 작은 섬 독도와 과거사 문제가 번번이 동맹 연합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처럼 미국 정부에 살살 기거나 때때에 맞춰 로비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적 자존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면서 정치와 언론은 삼류에 머물러 있다.
그룹이라 불리는 기업들의 오너들도 법인을 자신의 개인사업체 수준으로밖에 생각지 않았다.
그런 구조 속에서도 뛰어난 인재들과 그들의 열정으로 대단한 성과를 이뤄낸 한국 기업들.
그 부분에서는 또 점점 더 쇠락해가는 미국과 달랐다.
그래서 은연중에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IMF 때처럼 잘 키워 미국 월가 쪽에서 삼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미국의 비밀 싱크탱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국가들은 파괴하고 부가 넘치는 국가들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으로 뒤를 털어먹는 것.
오바마도 그 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양심도 국가 이익 앞에서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다니엘! 이것도 한번 막아 봐라!’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한 달 정도 뒤로 밀렸다.
힐러리가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은 설계가 더욱 꼼꼼하게 진행됐다.
“바로 진행하세요.”
“넵! 각하!”
“신속한 군사 작전이 필요합니다. 한국 국민들이 알면 대대적으로 방해를…….”
국방부 장관의 대답에 덧붙이는 국무부 장관.
“아닙니다. 정보를 흘리세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언론에도 말입니다.”
오바마가 입장이 다른 명령을 내렸다.
“각하?”
국방부 장관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오바마의 스타일과 달랐다.
“잊지 마십시오. 이번 작전은 교란과 혼란이 주목적입니다. 사드 배치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오바마가 핵심을 짚었다.
“알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 답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회의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다.
딸각.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아시아차관보.
얼굴이 자못 심각하다.
“무슨 일인가요?”
오바마가 물었다.
“각하……. 한국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변수요?”
“한국의 유력한 다음 대 야당 대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네? 중상요???”
***
“무슨 일입니까?”
이 시간에 전화할 분이 아니다.
불길한 예감이 팍 스쳤다.
– 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무슨 소립니까? 의원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겁니까?”
전화 상대는 양우석 의원이다.
평소 연락이 없던 그가 극도로 당황한 상태였다.
– 김현재 대표님이 방금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뭐, 뭐라고요?”
이번에는 내가 당황했다.
김현재 대표의 교통사고라는 말 자체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는 결코 없는 시나리오다.
변수가 발생했다.
과거의 흐름과 뭔가 크게 뒤틀렸다.
피할 수 없는 나비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했다.
– 대표님을 모시고 차량 몇 대로 몇몇 의원과 지방 모임에 가는데…….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SUV가 달려들어 피할 사이도 없이 들이박았습니다!
“!!!”
계획적 음모 냄새가 났다.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경호가 그렇게 소홀할 리 없다.
최측근 의원과 비서 외 최소 경호 차량과 인력이 눈에 띄지 않게 따랐다.
그럼에도 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꿀꺽.
극도의 긴장에 마른침이 목으로 넘어갔다.
생각지 못한 사건 진행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인간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길하게 떠올랐다.
만약 김현재 대표가 중상을 당했다면…….
“상태는 어떻습니까?”
– 뒤에 받치면서 차량이 고속도로 우측 난간을 들이받고 튕겨 나갔습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중상입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다급해졌다.
예정대로라면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중상이라면 대권에 도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엠뷸런스를 따라 이동 중입니다. 가까운 병원으로…….
“지금 위치가 어딥니까?”
마음이 다급했다.
– 수원입니다. 엠뷸런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럼 아웅대 권역외상센터로 가십시오!”
바로 노선을 정해줬다.
지금 상태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의료계도 기득권이 포진해 있다.
고의성이 짙어 보이는 사고를 유발한 놈들이 있다면 또 다른 손을 쓸 수도 있다.
믿을 만한 의사가 드물다는 건 한국대에서도 경험했다.
그러나 아웅대라면 얘기가 달랐다.
사람 목숨 살리기를 천직으로 여기는 진짜 의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알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명확한 판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전혀 예상 못 한 변수였지만 대응은 빠르게 진행됐다.
양우석 의원이 그 곁에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야당 대선 주자의 지방행은 대부분이 비밀리에 진행된다.
기득권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김현재 대표였기에 따라나서려 한 기자도 몇몇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가 새나간 것 같습니다. 최대한…… 조심하십시오.”
– ……조심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경호원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도착하면 바로 연락 주십시오. 제가 준비해 놓겠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예기치 못한 테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 회장님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양우석 의원의 목소리에 울음이 찼다.
정치권에 있기에 진짜 국민을 위한 이들이 드물다는 걸 더 잘 알 것이다.
신의가 없는 놈들 사이에서 인동초처럼 버텨온 김현재 대표.
“걱정 마십시오.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내가 쉽게 무엇을 허락하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걸 양우석 의원은 잘 알고 있다.
“수고하십시오.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 넵!
힘을 얻은 듯 목소리에 강단이 선 양우석 의원.
띠릭.
통화가 끝났다.
“하아아…….”
절로 한숨이 길게 새어나왔다.
대신 눈에는 힘이 빡 들어갔다.
“도대체 누구야! 어떤 놈이 개입한 거야!!!”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