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18
117장. 그는 곰이다 (1)
“손까지 잡아……, 쑥스럽게.”
독일 아재 라이헤르트 교수가 내 손을 잡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알고 그를 택했다.
세계적으로 제법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한국대에서 자체적으로 선택된 교수들보다 훨씬 유연했다.
그걸 노렸다.
당연히 피아노학과 전공 선택 과목도 이수할 수 있게 됐다.
타과생이어도 제한이 없었다.
어떤 미친놈이 타과 심화 전공 학점을 떡하니 신청하겠는가.
그것도 예체능.
법학과에도 전공 선택이나 필수 과목을 타과생들이 제법 선택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한국대생들이 많았다.
그런 까닭에 전공과목들도 타과생들에게 오픈되었다.
라이헤르트 교수는 전화번호를 건넸다.
언제나 음악적 견해를 나누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했다.
두 눈이 어찌나 반짝이던지…….
딱 남들 오해하기 좋아할 장면이었다.
“노바 형님 참 재주 좋아. 피아노는 언제 그렇게 마스터해 놓은 거야?”
노바 형님이 만능 엔터테이너 스타라는 건 알았지만 피아노가 수준급이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피아노 악보만 봐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음악 신들은 아직 부르지 않았다.
카르마 포인트가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막 쓸 필요가 없다.
노바 형님이 넘겨주신 재능만으로도 충분했다.
교양이 풍만한 1학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 미대와 음대 전공과목을 신청했다.
한국대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인맥 파트다.
교양 넘치는 상류사회에 미술과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재료다.
그림으로 미대를 휘저은 상태에서 음대도 노렸다.
그때 갑자기 떠오른 피아노.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 피아니스트 악보를 검색하던 중 한 남자를 선택했다.
세르게이 바실리에비치 라흐마니노프.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다.
20세기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이자 4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교육받은 영재다.
전도유망하고 여러 상을 휩쓸었지만 시대 흐름은 어쩌지 못했다.
소련혁명 때 미국으로 도피해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후기파들하고 내가 인연이 많네. 나도 후기 인생이라 그런가?”
후기인상파 화가들을 스승으로 모셨다.
화선이 삼촌 밑에서 일당을 뛰던 후기인상파 화가들.
그들과 벽화를 그리며 매우 친해졌다.
포인트를 얼마 남기고 모조리 빼먹었다.
그 덕분에 인상파 화가들은 일당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실로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의 힘이다.
내 앞에서 레벨업 하는 걸 직접 경험했다.
와아!
다른 신들의 레벌업은 처음 봤다.
입고 있던 옷들이 자연스럽게 좀 더 광택 나는 옷들로 변했다.
얼굴을 비롯해 신체에 발산되는 빛이 더 강렬해졌다.
한눈에 봐도 고급졌다.
그들 모두 나를 껴안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나도 좋았다.
얼마 하지도 않는 카르마 포인트로 일당직 신선들을 비정규직이지만 계약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내일이 기대되네. 역시 대학교 수업은 맛이 달라.”
월요일과 화요일에 미대와 음대 예술관에서 놀았다.
오전 2교시부터 시작하는 3학점 강의다.
오늘 오후 수업은 작곡 수업이었다.
교수 사정으로 첫날은 휴강이었다.
두 과목 합쳐 12학점.
남아 있는 1학년 학점은 18학점 중 6학점.
수요일 오전에 기악과 바이올린 수업 하나를 더 넣었다.
예술대는 그나마 한국대에서 꽃밭이다.
미녀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월, 화, 수요일로 수업을 몰았다.
목, 금, 토, 일은 사업에 매진하고 나를 위한 수련 시간으로 남겼다.
띠이이.
“대표님. 삼우 로펌 조 변호사님이 오셨습니다.”
유세라 씨의 상큼한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들렸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회사를 옮겼다.
안아 그룹 회장 비서들 습격 이후로 건물을 알아봤다.
강남 한복판 삼성동에 좋은 매물이 나왔다.
건축 승인을 며칠 앞두고 부도가 난 신축 건물이다.
모기지론 여파가 큰 규모 사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3,000억대 건물이 어음 50억을 못 막아 무너졌다.
은행이 대출을 중단했다.
잘나가던 중견 업체가 무리하게 투자했다.
분에 넘는 욕심이 만들어 낸 참사다.
본사 건물로 사용한다는 핑계로 강남에 건축 투기질을 하다 당했다.
조 변호사님이 나섰다.
삼우 로펌이 나서자 일사천리로 끝났다.
은행, 유치권자들과 채권자들의 협의가 완료돼 투자법인이 인수했다.
가격이 훅 떨어졌다.
총 1,300억 정도 들었다.
미래 가격이 수천억 정도 되는 건물을 싸게 얻었다.
로버트를 통해 미국 사모펀드와 투자 형태로 꾸몄다.
사모펀드 1,000억에 내 투자법인 자금 300억의 합자 형태 구입이었다.
내 소유 법인만 소유한다면 국가에서 잡아먹으려 날뛸 것이다.
처음부터 덤빌 싹을 잘랐다.
권력의 힘에 조종당하는 정부기관은 앞으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좀먹는다.
“오! 장 대표. 전망이 죽이는데? 우리 로펌 대표실보다 더 좋잖아!”
20층 건물 최상층을 대표실로 꾸몄다.
얼마 전 사용했던 사무실보다 층마다 세 배 정도 커졌다.
사장실이 100평이 넘는다.
사장 회의실 뒤로 투자실을 따로 만들었다.
북유럽풍 가구로 럭셔리하게 꾸몄다.
홍콩상행 은행 본점에서 봤던 가구를 참고했다.
전망도 죽였다.
봉은사대로가 훤히 보였다.
봉은사를 비롯해 경기고등학교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
앞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저 멀리 한강도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대박 자리다.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무슨 소리야. 누가 보면 이 건물 내가 구입한 줄 알겠다. 부럽다. 장 대표!”
창가 너머로 경관을 구경하며 조 변호사님이 입맛을 다셨다.
“이사 오시겠습니까?”
“됐어. 괜히 투자자와 함께 있으면 피곤해.”
“잡아먹지 않습니다.”
“난 장 대표가 무섭다.”
웃고 있지만 조 변호사님 눈빛은 진심을 담았다.
“친구와 적은 철저하게 구분합니다.”
“고맙다. 친구 삼아줘서.”
눈치가 빠른 분이다.
자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해외 사모펀드 자금이 1,000억 넘게 움직이는 걸 직접 봤다.
투자법인 감사 신분이라 주식 자산이 수조 원이 넘는 것도 안다.
“배신만 안 하시면 됩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진정한 충고다.
“그건 걱정 마라. 난 뒤통수치는 거 취미 없다. 양아치 깡패 새끼도 아니고.”
다 큰 성인들에게 절대 충성은 말이 안 됐다.
서로 주고받는 이익이 존재해야 우정도 오래가는 법이다.
“내일이 취임식입니까?”
“그래, 안우현 대표님 취임일이다. 그전에 한 번 볼래? 대표님도 투자자를 궁금해하더라.”
안우현 대법관의 로펌 대표 취임식이 내일이다.
대법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신 정권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방패는 튼튼할수록 좋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학교생활이 바쁩니다.”
“그래……, 니가 학생이라는 걸 깜박했다. 에휴, 난 대학교 다닐 때 뭐 했나 모르겠다? 검사 한 번 해보겠다고 도서관에서 폼만 잡았는데.”
전혀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인생이다.
조 변호사님 정도 되는 삶이라면 충분히 성공이다.
굳이 죽어서 회귀 안 해도 된다.
“인생 100세 시대입니다. 저 만나신 것만으로 로또 맞으신 겁니다.”
“인생 100세 시대? 하하. 맞는 말이다. 그거 요즘 유행하는 말이지?”
아니요. 한참 뒤에 전 국민이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요즘 바쁘시죠?”
“크크. 시간이 없을 정도다. 요즘 여기저기서 연락 많이 온다. 선배, 후배, 동기들이 날 못 봐서 안달이 났다. 로펌 이사가 뭐라고 다들 목메는지 모르겠다.”
“인맥 관리 잘 하십시오. 조 변호사님이 삼우의 얼굴 마담이십니다.”
“술 상무 말하는 거지? 내가 술은 잘 먹는다. 걱정 마. 이번 검찰 총장도 내 동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삼우 로펌 이사라고 벌써 정보를 얻은 것 같다.
“대단하십니다.”
최병박 정권과 굳이 얼굴 붉히고 싶지 않다.
어차피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다.
아무리 도둑놈이라 말해도 씨알도 안 먹힌다.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흐흐. 믿어라. 그건 그렇고 오늘 왜 부른 거야? 중요한 일 있어?”
“얼마 전에 말씀드렸던 업체 인수 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 그 업체?”
조 변호사님이 흥미를 보였다.
컨택과 뒷조사를 조 변호사님이 맡았다.
“네. 잠시 후 대표 면접이 있습니다.”
“나는 왜?”
“왜긴요. 대 삼우 로펌 이사님이지 않습니까. 저보다 사회경험도 많으시니 면접 같이 보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기분이 이상해지려고 해. 대형 로펌의 이산데 막 밑에 초짜 변호사들처럼 서류나 검토하고 장 대표 옆에서 병풍 역할 하는 거 아니지?”
이 양반……, 눈치 겁나 빠르다.
“자문료 받으시지 않습니까. 오늘 일당 하셔야죠.”
어차피 눈치 깐 거 당연하게 밀고 나갔다.
“그래. 알았다. 차도 바꿔줬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차도 새로 바꿔줬다.
삼용 최고급 리무진 모델인 체리맨이 지원됐다.
삐이이이.
“대표님. 면접자 분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라 하십시오.”
“네.”
유세라 팀장도 사무실에 만족했다.
신축이라 공간이 잘 빠졌다.
대표인 나와 같이 근무하는 공간은 복층처럼 천장이 높았다.
가구도 새로 싹 바꿨다.
그 공간은 유세라 팀장 스타일로 꾸며줬다.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파티션은 없다.
사무실 중앙에 화분들이 가득 찼다.
응접실, 대기실, 회의실도 존재했다.
20층 건물에 달랑 입주자는 유세라 팀장과 나뿐이다.
스르르.
부드럽게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느낌은 딱!
곰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시베리아 회색곰 같은 남자는 조 변호사님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조 변호사님과 난 사무실 창밖을 보며 아직 서 있었다.
목청 한 번 시원했다.
“하하. 미안하지만 난 대표가 아니오. 여기 이 분이 장태산 대표요.”
조 변호사님이 나를 눈으로 가리켰다.
“네? 저, 저분이 대표님이세요?”
곰과 눈이 마주쳤다.
‘장비다! 우직한 장비!’
딱 느낌이 왔다.
유비를 향해 뜨거웠던 충정을 바쳤던 전생 장비 같은 사내.
180센티미터 정도 되는 키에 표도르도 울고 갈 정도로 어깨가 떡 벌어졌다.
이마는 넓어 시원했다.
부리부리한 눈은 호목(虎目)이다.
한 번 목표로 삼은 적은 반드시 목숨을 끊어버리는 호랑이 눈.
파직.
호랑이 눈과 눈이 부딪쳤다.
나를 살피는 호랑이.
내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일명 탐색의 시간.
쫄 내가 아니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눈은 호랑이를 바라보며 결코 떼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투자법인 대표 장태산이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했다.
그가 손을 뻗었다.
“A.T 씨큐리티 대표 한진웅입니다.”
곰발바닥이 내 손을 잡았다.
꽈아악.
사내의 대화는 몸으로 시작되는 법.
내 손에 가해지는 제법 센 압력.
빙긋 웃었다.
그리고 한진웅의 손을…….
아주 따뜻하게 힘껏 움켜잡았다.
# 11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