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261
1281장. 운명 공동체
노바는 당황스러웠다.
지구에서 만난 착한 동생 덕분에 지금까지 호사를 누리고 살았다.
눈치가 빨라 얻게 된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 덕이다.
이런 노바의 사정을 아는 모든 신들은 그를 몹시 부러워했다.
착한 동생이라 불렸지만 다른 말로는 호구 중의 호구였다.
은밀한 동영상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체결된 계약 관계다.
빨대 꽂고 포인트 쪽쪽 빨며 이 세계에서 제대로 신 대접을 받고 지냈다.
가난에 바닥을 기던 지구 시절과 삶의 질이 완전히 달랐다.
전생에 잘나가던 엘프 여왕 덕분에 신분도 일순간 상승했다.
매일같이 파티를 벌이며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환상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엘프 여왕도 노바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생각지 못한 문제가 터졌다.
근래 가장 큰 파티를 기획하던 중이었다.
처음 보는 미녀 신선들도 초대한 자리다.
가장 크고 화려한 장소를 대관했다.
물론 파티 요리도 최상급으로 준비했다.
모든 비용은 선불로 지급된다.
포인트가 넉넉하게 채워져 있어 여유롭게 카드 결제를 유도했다.
그런데.
잔고 부족이라고 떴다.
당황스러워 몇 번이나 다시 카드를 긁었지만 마찬가지였다.
퍼뜩 빨대를 꽂은 호구에게 뭔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서둘러 호구 동생을 찾았고 다행히 이 세계에 와 있었다.
행적을 알자마자 쫓아와 상황을 확인했다.
– 파산 직전입니다.
쿵!!!
노바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파산…… 파산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대답이다.
분명 호구는 지구에서 엄청난 포인트 사업을 벌이던 동생이다.
가끔 무리한 확장으로 포인트가 잠시 부족한 때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의 포인트로 복구됐다.
꾸리는 사업체 모두 잘나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신들이 부러워 했던 동생이다.
“그럼 난 이제부터 어떻게…….”
그간 온전히 호구 동생을 통해서 포인트 수입이 들어왔다.
그래서 엘프 여왕의 도움도 쿨하게 거절한 터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남자의 자존심은 지갑에서 나오는 법.
그런데 파산이라니.
파르르르.
온몸에 한기가 돌며 전신이 덜덜 떨렸다.
저축 따위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호구 동생의 능력을 한 치도 의심치 않았다.
– 쓰레기 신. 살던 곳으로 꺼지세요. 아우 속 시원해. 호호홋.
사악한 마신을 섬기는 마족 성녀가 노바를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 형님 저축 포인트 얼마나 있습니까?
호구 동생이 묻는다.
“……없지. 난 오늘만 살잖아…….”
이생 버릇 신계에 가서도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이승에서도 살아생전 팡팡 쓰다 말년에 돈 떨어져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던가.
그때의 고난 같은 건 이미 다 잊어버린 터였다.
– 그 많은 포인트 어디다 썼습니까?
“그게…….”
노바는 선뜻 답을 못했다.
의상비와 술값만 해도 규모가 장난 아니다.
품위 유지비로 모두 다 지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신들을 상대로 뿌린 선물비도 계산할 수가 없다.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신계에서도 싸면서 좋은 물건은 없다.
– 실망입니다.
“미안해. 동생.”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호구 동생이 파산한다면 노바 자신도 파산하는 건 당연했다.
엘프 여왕에게 빌붙어 사는 일은 가능했지만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 형수님 재력가시죠?
“아마도.”
엘프 여왕의 포인트는 남달랐다.
우선 살아생전 쌓아두었던 포인트 자체가 엄청났다.
지금 엘프들이 속속 보내오는 포인트만 해도 차고 넘쳤다.
악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 엘프들이니 말할 것도 없다.
자연과 생명 보호에 앞장서는 부류이다 보니 포인트 축적하는 능력에 있어 따라올 자가 없다.
– 만남을 주선해 주십시오.
“만남? 왜?”
노바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껏 한 번도 없던 일이다.
– 왜긴 왭니까. 땡기려고 그러죠.
“!!!”
노바가 당황한 나머지 눈을 껌벅였다.
– 형님 잊지 마십시오. 아직 기한이 있지만 만약 정말로 파산한다면……. 형님은 윤회 코스 다시 밟아야 합니다.
윤회라는 말에 노바의 정신이 멍해졌다.
신들 세계에서 쫓겨나면 1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게 바로 윤회 성장 코스.
언제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레벨업할 때까지 미물인 벌레부터 시작해서 짐승으로 태어나 한 땀 한 땀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
그 세월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짧으면 수십 년이지만 길면 수만 년도 될 수 있다.
“바로 주선하마!”
노바도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존심보다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 미리 애정 포인트 축적해 두십시오. 조신하게.
호구 동생이 경고했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사랑이 식었다며 몇 번이나 투정했던 엘프 여왕.
– 잊지 마십시오. 저와 형님은 원 팀입니다!
***
– 으음…….
노바 형님의 신음소리가 왠지 묵직하다.
잘 놀고 있다 벼락을 맞은 듯한 모습이다.
내가 번 포인트로 그간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호사를 누렸을 형님.
통장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연계 통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 빚으로 일어선 자, 빚으로 망하는 거 몰라?
알파닥이 기회를 틈타 충고해왔다.
피식 싱거운 웃음을 보냈다.
알파닥, 빚도 능력이란다.
포인트 통장이 마이너스지만 두렵지 않다.
지구에서 착실하게 생활하며 벌여놓은 사업들의 결과가 좋다.
포인트는 조만간 다시 복구될 것이다.
시련은 있을지언정 좌절은 가당치 않다.
그 어떤 것도 죽음 앞에서는 시시한 일일 뿐이다.
– 동생. 나 사업하러 가겠네.
넵!
노바 형님, 태도가 변했다.
인간 시절 돈 떨어져서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던가.
누구보다 포인트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분이다.
팟!
짧은 빛과 함께 노바 형님이 사라졌다.
통장 부자 여자친구에게 점수를 따려면 바쁠 거다.
내가 망하면 노바 형님도 지구로 강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아주 탄탄하게 엮인 운명이다.
결과가 이렇게 되고 나니 지금껏 투자해 놓은 포인트가 아깝지 않다.
미래를 위해 사교계에 먼저 형님을 보내놓은 결과였다.
이제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포인트 사업을 벌일 때가 된 것이다.
신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곧 임박했다.
– 사업? 맨입으로? 오빠신. 지금 재정상태가 엉망이야. 솔직히 말해 지금 달랑 거시기밖에 없잖아.
알파닥이 희망찬 미래 계획에 초를 친다.
팩트 폭력이 오지다.
이게 다 알파닥과 그 위쪽 라인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부당한 계약으로 날 묶었다.
따지지 않아서 그렇지 빤히 수가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마신은 고레벨이다.
내가 미처 모르는 이쪽 신들 세계의 룰이 적용된 게 분명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신과 알파닥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튜토리얼이라고 해도 크게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본 게임의 정확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두렵지 않다.
한 번 죽고 살아난 인생.
2회차라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넘쳤다.
알파닥.
그녀를 불렀다.
– 왜?
혹시 남는 포인트 없어?
– 뭐, 뭐야 지금 나에게 포인트 빌려달라는 거야?
알파닥이 어이가 없는지 묻는다.
나의 뻔뻔함에 다소 놀란 것 같다.
시집 밑천 저축해 놨을 거 아냐.
– 와아아. 진짜 오빠신 뻔뻔하네. 다른 것도 아니고 감히 내 지참금을 노려? 제정신이야! 오빠를 뭘 믿고!
알파닥이 정곡을 찔린 듯 빽 소리 친다.
마족도 지참금이 필요하다는 정보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공짜 아니라는 거 알잖아.
– 응?
이자 쏠쏠하게 쳐줄게. 오빠 지금껏 보고도 못 믿어?
강하게 나갔다.
여기서 주눅 들고 위축되면 더 빌리기 어렵다.
채무자일수록 더 어깨를 당당히 펴야 큰돈을 땡길 수 있는 법이다.
빚도 자산이고 능력이다.
너도 꿈이 있을 거 아냐. 오빠가 그때 팍팍 밀어주마.
솔직히 마족 세계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알파닥은 마신을 모시는 성녀급 마족이라고 했다.
포인트 비밀을 알고 있는 마족.
알파닥도 마족에 그치지 않고 신이 되고 싶을 것이다.
–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알파닥의 마음이 슬쩍 움직였다.
괜찮아. 액수보다 마음이 중요한 거야.
물론 거짓말이다.
지금은 액수가 더 중요했다.
– 이자 정말 줄 거야?
당연하지.
– 사실 요즘 포인트 적금 금리가 많이 박해. 그래도 안전 때문에 저축해 놓은 포인트가 있긴 한데…….
알파닥이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눈빛을 보니 확실하게 나를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분명한 한 방이 필요하다.
알파닥.
그녀를 다정하게 불렀다.
– …….
지그시 날 바라보며 여전히 갈등하는 알파닥.
그런 그녀를 믿음 가득한 시선으로 똑바로 쳐다봤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띠었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 운명 공동체 아니었어?
‘우리’라는 말을 또박또박 발음해 강조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회귀의 전설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