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56
155장. 터닝 포인트
“치프가 뉴 타깃과 접촉했다.”
“확실한가?”
“파일 보냈다. 정보 파악을 요청한다.”
“예상 경로는?”
“출국할 것 같다.”
“수고했다. 자리를 이탈하라. 다음 작전은 브라보 팀이 인수할 예정이다.”
“오케이.”
김포공항 출입국 사무소 구석에서 미모의 동양계 여인이 짧은 통화를 마쳤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큼지막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가는 모습은 전형적인 여행객의 모습이다.
또각또각.
자주 와봤던 듯 공항 밖으로 나갔다.
큼지막한 선글라스가 작은 얼굴을 가렸다.
빠르게 택시에 오르는 그녀.
“이태원 부탁합니다.”
기사가 묻기 전에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쇄애애애애앳.
유유히 공항을 벗어나는 그녀의 머리 위로 747-430 기체가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
“어서 오십시오. VIP 의전을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VIP?’
조윤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버트라는 작자와 신경전을 벌렸다.
보는 순간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걸 알았다.
그때 두 명의 항공사 여직원이 나타났다.
나름 공무원 사회 고위급에 재직했던 조윤태도 처음 받는 의전이었다.
예쁘장한 한국 항공 여직원들이 미소를 지으며 앞장을 섰다.
비용을 지불하고 고용된 것 같다.
‘정체가 뭐야?’
돈 있다고 이런 의전은 아무나 받을 수 없었다.
“전용 게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직원들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얼굴 보고 배정한 게 확실했다.
출입국 업무부터 빠르게 받았다.
프리 패스에 비견되는 속도였다.
자가용 비행기라 짐 가방 수속도 필요 없었다.
무게 제한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짐도 다른 직원들이 처리했다.
빈 몸으로 엑스레이를 통과하고 바로 이동했다.
‘로버트라고 했지?’
로버트가 듬직하게 장태산 한 발자국 뒤에서 따랐다.
누가 봐도 2인자의 자세다.
조윤태는 심정이 상했다.
한국에서는 언제나 장태산의 오른팔은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데 밀렸다.
‘사기꾼은 아닌 것 같은데…….’
로버트는 한눈에 봐도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옷이나 신발, 구두부터 시계까지 조윤태와 비교됐다.
조윤태가 나름 강남 상류층임에도 밀렸다.
부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최근 마누라가 기죽지 말고 명품을 구입해 줬지만 싸구려 같았다.
입맛이 썼다.
일단 돈질에서는 확실히 밀렸다.
‘덩치만 크면 다야? A.T 씨큐리티 애들이 더 날렵해!’
조윤태는 괜히 시비가 걸고 싶었다.
떡대 보디가드들을 디스했다.
뭔가 밀리는 느낌이 팍 들었다.
‘난 우리 태산이 한국 자산 지킴이야!’
등 뒤에서 로버트에게 질투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한국 날씨가 좋습니다.”
로버트는 눈길도 안줬다.
오로지 장태산만 봤다.
“다음에는 넉넉하게 시간 잡고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장 대표가 잘나긴 잘 났다. 코쟁이들에게 극진하게 대접도 받고!’
대학교 1학년인 장태산은 의전에 태연했다.
로버트와 대화하면서도 표정에 여유가 넘쳤다.
“이쪽입니다.”
여직원들이 정확하게 인도했다.
출국하는 일반인들이 드문 장소였다.
‘자가용 비행기가 얼마나 크다고 게이트를 이용해…….’
요즘 갑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붐바디아나 걸프스트림 기종이 확실했다.
그것들만 해도 한화 500억은 가뿐히 넘었다.
조윤태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공항 옆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부터 로망이었다.
성공해서 꼭 자가용 비행기를 구입하리라 마음먹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도 했다.
그런데 자가용 비행기는커녕 자가용 유지하기도 벅찼다.
도움 받을 만한 처가 인연도 없었다.
열쇠보다는 가슴 뜨거운 사랑을 택했다.
검사 시절 흔한 떡값 봉투도 받지 않았다.
자고로 검사란 스스로 양심에 떳떳한 자라 생각했다.
조직에 충성했고 열정을 불태웠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지방 차장검사가 끝이었다.
정치 검사의 길을 걷지 못한 대가였다.
변호사가 되어서야 돈을 만졌다.
강남에 집 사고 아이들 학비 내는 월급쟁이가 됐다.
중견기업 임원급 대우였지만 조윤태는 자신 인생에 더 이상 화려한 비상은 없다 생각했다.
그런 처지에 우연히 뒷발에 걸린 장태산이라는 보물.
오늘 녀석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를 타게 됐다.
나이도 먹고 사회적 위치가 남달랐지만 어릴 적 소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게이트 입구에 도착한 여직원들이 싱긋 웃으며 깊숙하게 인사를 했다.
도착했다는 의미.
“어!”
창문을 무심히 보던 조윤태는 그대로 몸이 굳었다.
“자, 장 대표.”
조윤태 눈이 황소처럼 커졌다.
“왜요?”
“저…… 저거 뭐야?”
조윤태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밖을 가리켰다.
“안 보여요? 비행기잖아요.”
“그게 아니라 저 비행기 뭐냐고!”
“저거요? 아마도 내 거 같습니다.”
“뭐, 뭐!!!”
최근에 뽑은 듯 쌔끈한 동체와 엄청난 크기의 대형 비행기.
항공기 마니아인 조윤태는 한눈에 알아봤다.
엔진이 4개나 달린 보잉 747 기종의 400시리즈.
엄청난 덩치가 떡하니 조윤태를 반겼다.
‘430이야! 세상에 브루나이 술탄이 2006년에 구매했던 그놈과 똑 같다고!’
조윤태는 주저앉을 뻔했다.
자가용 비행기 격이 달랐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나 애용하는 대형 점보 기체다.
좌석수가 400석에 가까웠다.
그런 엄청난 놈이 자기 거라는 미친 놈…… 아니 분이 눈앞에 있다.
해외에서 뭔 짓을 했는지 짐작도 안 갔다.
‘그래…… 내가 태산이를 지금껏 잘못 봤다. 내가 미친놈이다!’
순수하게 투자로 수조의 부를 일궈낸 괴물이다.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단시간에 대한민국 밑바닥 인생이 그렇게 성공한 전적을 가진 사람은 없다.
세계적으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IT 업계도 아니고 순수한 자산 투자로 일궈낸 업적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기에 너무 편하게 여겼다.
수중에 몇 조가 넘는 자산을 소유한 녀석이었고 안아 그룹을 동네 빵집 구매하듯 결정하는 그런 녀석이란 걸 잠시 잊었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무지와 같았다.
조윤태는 몸과 정신이 겸손해지는 걸 느꼈다.
로버트라는 작자가 왜 저리 저자세를 취하는지 뼈저리게 알았다.
비행기와 게이트를 이어주는 연결통로를 지나 비행기에 도착했다.
“환영합니다.”
달콤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허어엇!’
조윤태가 꿈꾸던 이상향이 바로 여기였다.
미소가 아름다운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활짝 웃으며 반겼다.
‘크으!’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참았다.
조윤태가 전직 검사였지만 동시에 남자다.
부정한 마음을 먹지는 않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 주의자다.
나이를 먹었다고 미녀가 돌로 보이지는 않았다.
조윤태도 눈 달리고 다른 것들도(?) 다 정상이다.
사회적 체면과 사랑하는 가족들 때문에 절제하며 사는 거다.
그런 과거 덕에 지금 이 순간 인생 로망을 실현했다.
비록 자기 소유는 아니지만 행복 만땅을 맛봤다.
왕족이나 각국 대통령이 타는 대형 여객기에 미녀 승무원들이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날씬한 허리에 감출 수 없는 풍요로운 가슴에 시선이 자꾸 갔다.
“잘 부탁합니다.”
장태산은 미녀들에게 가볍게 몇 마디 던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쿨하다 못해 냉정하기까지 했다.
‘저 자식 고자는 아니지?’
돈 많은 청춘이 연애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재벌 3세들 대부분이 청춘 시절에 아랫도리 불장난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런데 장태산은 전혀 그런 낌새가 없었다.
여자는 만나는 것 같은데 항상 주변이 깔끔했다.
사고치고 해결해 달라는 전화 한통 없다.
재벌과 연결된 로펌들 상당수가 주변 처리반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소문나지 않게 돈 주고 입을 막고 비밀서약서를 작성한다.
조윤태는 삼우에서 그렇게 믿음직한 인물이 아니라 맡겨지지 않았다.
상당히 짭짭할 보너스가 지불되는 걸로 안다.
‘그것도 아니라면 국산파?’
조윤태의 글래머 취향과 다를 수도 있었다.
금발이 아닌 수수한 몸매를 좋아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환영합니다~.”
장태산 뒤를 따라 들어가던 조윤태 변호사를 향해 쭉쭉빵빵 금발미녀들 네 명이 환영인사를 건넸다.
서양 미녀 특징처럼 활짝 웃는 미소 사이로 가지런하고 새하얀 이가 진주처럼 빛났다.
“만나서 반가워요.”
짧은 영어를 남기며 활짝 웃는 조윤태.
가슴을 열고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찡긋.
그때 눈이 마주친 금발의 파란 눈 승무원이 조윤태를 향해 깜찍한 윙크를 날렸다.
가장 가슴이 핫한 승무원.
“허엇!”
조윤태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터트렸다.
인생 50쯤에 맛 본 인생 로망!
‘태산아! 널 위해 죽어 줄게!!!’
듬직한 등을 보이고 비행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태산을 보며 조윤태는 뜨겁게 맹세했다.
이제 똥을 된장이라고 말해도 절대 의심하지 않고 믿을 것이다.
장태산이 조윤태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
“어떻습니까?”
“방음도 괜찮고 좋습니다.”
두바이 7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옮겨 놨다.
설명이 더 필요 없다.
“마음에 드시지 않아도 기다려 주십시오. 보스 취향을 고려해 새로 발주해 놓겠습니다. 작년 출시된 에어 A380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올해 발주하면 내년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기장입니다. VIP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비행기는 곧 이륙할 예정입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십시오.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담백한 기장의 인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보스. 앉으십시오.”
로버트가 권하는 침대 크기 좌석에 앉았다.
들떠 있는 조변호사님과 달리 생각이 많았다.
이번 미국행은 휴식과 점검이 목적이다.
깡패들에 이어 외삼촌이 보낸 살수들도 만났다.
갈수록 적의 수준이 강해졌다.
총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떤 적이 목을 노리고 나타날지 몰랐다.
휴식과 동시에 일정 정리 시간이었다.
꿈속 할배가 말했던 이웃집 개들을 때려잡기 위한 몽둥이를 착실하게 구입했다.
2020년까지 재선을 노린 장사꾼 트럼프로 인한 무역전쟁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된다.
중국 헌법을 개정한 시진핑은 영구 집권의 길에 올랐다.
몸이 커진 중국은 미국과 곳곳에서 수시로 부딪쳤다.
국력이 군사력에 바로 투영됐다.
필리핀, 대만, 일본 영해를 비롯해 곳곳에서 두 강대국은 으르렁거렸다.
약소국인 대한민국은 북핵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했다.
G2의 미국과 중국이 자기편에 서라고 압력을 가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대통령과 깨어 있는 국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매일 살얼음판을 걸었다.
내부에서 총질하는 친일파 잔재들이 발악을 했다.
권력 기생충들의 난동에 여론은 언제나 시끄러웠다.
탄핵 당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태극기를 들고 2020년까지 설쳤다.
단결된 국력이 필요했지만 한쪽에서는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풍전등화의 2020년 대한민국.
그 위기를 대비한 커다란 포석이 필요했다.
하나 둘씩 준비하고 있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했다.
쇄애애애애앳.
비행기가 묵직하게 지상을 박차고 나갔다.
잠시 눈을 감았다.
이번 미국행을 통해 얻게 될 그 무엇.
회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15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