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3
172장. 손님
“예전에 저에게 말했던 자료 좀 푸십시오.”
“무슨 자료?”
“그거 있잖습니까.”
“뭐? 그렇게 말하면 귀신도 몰라.”
“장주시 국회의원 비리 자료.”
“헐!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냐?”
장주시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조 변호사님이다.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나에게 말했다.
유명 인사들 자료는 있지만 까지를 못한다고 말이다.
대충 찔렀건만 조 변호사님은 기겁했다.
“있습니까?”
“…이거 까면…….”
“자가용 비행기에 덤으로 코타키나발루 휴양지를 비롯해 전 세계 5성급 호텔 스위트룸 평생 이용 VIP 카드 쏩니다.”
“장 대표! 우리 사이에 그런 거래하면 못써! 형제 같은 관계에 그깟 물질로 계산하는 거 아니다. 줄게! 어떤 거로 주면 돼?”
조 변호사님 눈빛이 그냥 반짝였다.
사탕 간식 앞에서 침 흘리는 유치원생과 흡사했다.
“자료 많습니까?”
“흐흐흐. 그 새끼 개새끼야. 형인 오승혁 회장 믿고 발바리처럼 살았다. 해외 카지노 출입자료? 아니면 정치자금 상납 받은 계좌?”
그 정도로는 약했다.
지금은 기레기들의 말빨이 제대로 먹히는 시대다.
SNS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까지 국민은 언론의 노예일 수밖에 없었다.
“한 방에 보낼 자료가 뭐가 있습니까?”
“한 방이라…….”
조 변호사님이 고민할 정도로 자료가 풍부한 모양이었다.
차장검사 자리 괜히 올라간 거 아니다.
알고 보면 참 무서운 분이다.
“흐흐. 그럼 딱 하나네.”
조 변호사님이 음흉하게 웃었다.
“뭡니까?”
“비디오.”
“네?”
“그거 있잖아. 한 방이면 전 국민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비디오. 장 대표도 학창 시절 많이 봤잖아.”
“아! 그, 그 비디오요?”
모르면 간첩이다.
필이 확실히 꽂혔다.
전 국민 애장 리스트에 한 편이 추가될 것 같다.
“이거 내가 아끼던 자룐데……. 장 대표니까 푼다. 나중에 돈 떨어지면 협박해서 돈 받고 해외로 튈 생각이었다.”
여러모로 아낀다는 의미 같다.
“차장검사님이 그럼 안 되죠.”
“왜 안 돼? 그 개새끼들은 되고 난 안 되는 법 있냐?”
그건 맞다.
평소 무법으로 살던 나쁜 놈들이 자신들이 불리하면 법대로 하자고 큰소리친다.
그럴 때는 그냥 묻어 버리고 싶은 게 평범한 사람들도 갖게 되는 인간 심리다.
“자료 바로 보내주십시오.”
“한국에서는 못 깐다. 기자들이 이거 가지고 오 회장하고 흥정하려고 할 거다.”
나도 기레기들 안 믿는다.
그들에게는 다 돈으로 보일 것이다.
자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섹스 비디오 한 방이면 대통령도 보낼 수 있었다.
국회의원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날도 딱 좋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한창 선거운동 중이다.
그 와중에 터지는 화끈한 비디오 한 편이면 게임 아웃이다.
다른 후보도 낼 수 없으니 국회의원 한 자리는 바뀐다.
소소하지만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 자리의 주인을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이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 글로벌 시대 아닙니까.”
“글로벌 좋지! 크크크.”
조 변호사님이 음흉하게 웃는다.
오늘따라 죽이 더 잘 맞는다.
비디오를 미국 한인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 투척하면 끝난다.
로버트에게 맡기면 그냥 굿이다.
“조 변호사님 제가 얼마 전에 부탁했던 거 잊지 마십시오.”
“뭐?”
“큰일 하시려면…… 모두 깨끗해야 합니다. 로펌에서는 월급만 받으십시오. 통장이나 가족 계좌로 절대 정치자금 받으시면 안 됩니다.”
“안 잊고 있다.”
지금도 월급 빵빵하게 받고 있다.
법인 카드로 해결하면 돈 쓸 일도 없다.
그밖에 보이지 않는 특혜가 많았다.
“특히 여자 문제…… 조심하십시오. 앞으로 미래에는 여자 문제 용서 없습니다. 미디어 권력이 언론에서 개인들에게 넘어가는 시대가 옵니다. 그때 가면 조 변호사님 룸에서 아가씨 가슴 주무른 거 다 나옵니다.”
“나, 나 그런 짓 안 했어! 장 대표 날 뭘로 보고!”
당황하는 조 변호사님이다.
아니라면서 얼굴은 왜 빨개지는데?
검사들 다들 룸에서 논다는 거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어차피 미래에 닥칠 일이라 미리 예방 주사 놔줬다.
Me Too 운동은 2018년 불길처럼 일어나 대한민국을 태워버린다.
유력한 대선주자의 가면이 한 방에 벗겨지는 사태를 맞게 된다.
유명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감독들, 시인들, 예술가들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을 총망라했고, 모두 고개 숙이고 떠난다.
개중에 유부남들이 다수다.
총각 때도 아니고 유부남이 돼서도 개버릇을 못 고쳤던 대가였다.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국민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한 번 더 정화되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했다.
특히 정치인들은 똥줄이 탔다.
사회 주류를 이끄는 이들 모두 전전긍긍 불안에 떨게 된다.
정치인들도 상당수가 자의 반 타의 반 미투 운동에 의해 스스로 떠나게 된다.
그 전에 조 변호사님을 단속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인재가 바로 조 변호사님이니까.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오래 남고 싶었다.
“믿어서 그러는 겁니다.”
“나 미국 가서도 승무원들과 건전하게 놀았다. 내가 뭐 좀 있는 줄 알고 방까지 따라오려는 거 말렸다. 적당히 노는 것과 오버하는 것 정도는 구별할 줄 안다. 딸들 얼굴 보기 민망하잖아.”
“물론입니다. 총각도 아닌데 그러시면 안 되죠~.”
말에 뼈를 담았다.
“……부러운 녀석. 내가 너였다면 난 장가 안 간다. 잘 생겨, 돈 많아, 말빨도 죽여, 학벌도 좋아……. 그냥 꽃길만 살다 가라. 내 소원이다!”
참으로 이상한 소원이다.
왜! 유부남들은 총각들 상대로 저런 헛된 망상을 품는 것인가.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있는 양반들이 더 그런다.
지난 생에 꿈꿨었다.
편히 쉴 작은 집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빠라 불러주는 아이들을…….
그러나 헬 조선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에서는 그야말로 꿈이었다.
집값이 너무 높았다.
기득권들이 부풀려 놓은 부동산 가격은 작은 희망을 터트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넘쳐나는 비정규직과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은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로 만들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 했다.
이웃집 개들을 때려잡고 희망 없는 청춘들에게 집 한 채씩 떡하니 안겨주고 싶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질 겁니다.”
“그렇겠지. 안아 그 자들 이사회를 안 연다. 시간 벌려는 수작이다. 주식을 끌어 모으느라 바쁘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쫙 깔렸다.”
그래봤자 답 없다.
주총에 100프로 다 참석하는 것도 아니다.
열리기만 하면 100프로 승리다.
이사 해임 같은 특별결의는 주식 지분 과반에 3분의2 찬성이면 끝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직원들 많이 독려해 주십시오.”
“보너스 쏠 거지?”
“로버트가 섭섭지 않게 지불할 겁니다.”
“난 너만 믿는다. 흐흐.”
대충 알고 있다는 저 웃음.
나도 그냥 빙긋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런데 정말 자동차 회사도 인수할 거냐?”
“아마도 그렇게 될 겁니다.”
“삼룡이냐?”
“네.”
“기술력도 딸리고 포지션이 애매한데 괜찮겠냐? 관우 녀석이 신났다만 대웅 자동차도 아니고 영 꺼림칙하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이제 몇 달 후부터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도 매물로 나온다.
그때 같이 매입하면 된다.
돈이 문제지 나머지는 전혀 힘들 게 없다.
“조 변호사님 혹시 말입니다….”
“뭐? 또 부탁할 거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혹시 일송회라고 아십니까?”
삼우 로펌 이사 신분이고 전직 차장검사라면 알 수도 있었다.
“이…… 일송회!!!”
조 변호사님 얼굴이 단박에 하얗게 변했다.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이다.
“아십니까?”
다그쳐 물었다.
“자, 장 대표. 그 말 어디서 들었어?”
조 변호사님이 텅 빈 주변을 무의식적으로 둘러보고 조용히 속삭였다.
“우연히 들었습니다.”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거 완전 1급 비밀인데…….”
“1급 비밀이요?”
일송회의 또 다른 정보에 귀가 솔깃했다.
“그런데 장 대표 너무한 거 아니냐?”
“???”
“아무리 날 단속한다 해도 우리 고스톱 치는 법학과 동기 계모임은 어떻게 알았어? 회원이 10명도 안 되는데…… 너 진짜 대단하다.”
갑자기 이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일송회가 그 일송회가 아닌 것 같다.
“그 모임도 끊어? 그럼 무슨 낙으로 사냐. 같이 골프도 치고 낚시도 다니고 포카도 치는 친구들 모임인데…….”
경탄과 놀라움으로 나를 바라보는 조 변호사님.
너무 많은 걸 바랐다.
도 회장도 직원들 10명이나 죽고 난 뒤 얻었다는 정보였다.
지방 차장검사 수준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였던 것이다.
삐이이이.
인터폰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요?”
[한진웅 이사님이 찾아오겠다고 합니다.]“바로 들어오라고 하십시오.”
[동행한 손님이 함께 방문한다고 전해 달라고 합니다.]“!!!”
손님이라는 말에 살짝 놀랐다.
한 이사와 조용히 추진하던 일이 성과를 이뤘다.
“장 대표 오늘은 바빠서 이만 일어날게.”
눈치 빠른 조 변호사님이 자리를 피했다.
아직은 다 밝힐 수 없는 일.
“자료는 메일로 보낼게. 수고~.”
조 변호사님은 서운한 표정 하나 없이 자리를 털었다.
“조만간 소주 한잔…….”
“나 미성년자랑 술 안 마신다니까. 흐흐.”
유일한 약점을 잡고 저렇게 놀린다.
“저도 변호사님하고는 술 안 마십시다. 누구처럼 학점 3.0으로 졸업할 수는 없죠. 학생은 공부가 전부죠~.”
“…….”
조 변호사님이 멈칫하더니 화들짝 놀랐다.
“이런 회의를 깜짝 잊었네. 나이 먹으면 은퇴해야 한다니까. 입도 방정 기억도 방정!!!”
스스로 자책하며 부리나케 문 앞으로 도망쳤다.
“요즘 비행기 블랙박스가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화질이 끝내준다고 합니다. 비행기 내부가 그렇게 잘 찍혔답니다.”
“장 대표! 나 격하게 사랑하는 거 알지?”
바로 꼬리를 내리는 조 변호사님.
문 앞에서 등을 돌리고 어색하게 활짝 웃었다.
그러게 어설픈 도발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진짜 나 바빠서 가.”
꼬리를 말고 두 말 않고 사라졌다.
띠띠띠.
한진웅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모시고 올라오십시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삐이이이이.
[네. 대표님.]“유 팀장님 봉은사에 꽃이 많이 폈습니다. 바로 퇴근하십시오.”
[네~ 꽃 보고 바로 퇴근하겠습니다.]유 팀장님도 눈치를 챘다.
이래서 손발이 맞는 조직원들이 좋은 거다.
유 팀장이 인사를 남기도 퇴근했다.
차분하게 한진웅 이사를 기다렸다.
그 동안 기다리고 있던 손님.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것이었다.
뚜벅뚜벅 저벅저벅.
미리 대표실 문을 열어 놨다.
들려오는 두 명의 구둣발 소리.
“보스. 한진웅입니다.”
“들어오세요.”
듬직한 곰 한진웅 이사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한 사내가 따라 들어왔다.
작은 키에 바위처럼 단단한 몸을 소유한 50대 초반의 남자다.
“어서 오십시오. 장태산입니다.”
먼저 손을 내밀었다.
사내가 내 손을 잡았다.
작지만 단단한 손에서 뜨거움이 전해졌다.
매섭고 신념 가득한 눈동자가 날 똑바로 봤다.
그리고…… 나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훈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국가정보원장을 만났다.
# 17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