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4
173장. 미안하다 소녀시절!
“3차장 그 새끼 지금 어디 있어?”
[만남의 광장에서…… 놓쳤습니다!]“야! 개새끼들아! 니들이 그러고도 국정원 직원이냐! 똥멍청이 같은 새끼들아!”
국정원 3차장 소속 팀장이 동시 통화로 연결된 요원들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불과 3주 전까지 자신이 모시던 상관을 향해 새끼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정권이 바뀌었다.
3월 9일자로 원장을 비롯해 차장 및 상당수의 1급 국장 등 실장들이 물갈이 됐다.
민주 정권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악마들이 부활한 셈이다.
오직 국가에 충성할 것을 맹세했던 국정원.
윗대가리들이 점령군처럼 임명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해외, 간첩 및 산업 스파이들을 담당하던 핵심 요원들이 좌천됐다.
권력에 눈먼 검사나 새로 집권한 정권의 하수인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또한 내부에서도 정권에 충성하려는 개들이 대거 출몰했다.
지금 욕을 퍼붓고 있는 3차장 소속 7팀 팀장 같은.
“전화는?”
[꺼졌습니다.]“위치추적 장치 안 달았어?”
[자동차가 그대로 주차되어 있습니다.]“그럼 도대체 어디로 꺼진 거야!”
[화장실에서…… 사라졌습니다.]“뭔 개소리야! 지금 영화 찍는 줄 알아! 이런 썅!”
7팀 팀장은 버럭버럭 소리쳤다.
새로 정권이 바뀐 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에게 감시가 따라붙었다.
접촉하는 자들을 모조리 파악하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왔다.
“찾아! 너 이 새끼들 못 찾으면 빨갱이들과 협조한 걸로 안다. 그럼 바로 정신교육대 입소야! 알아!”
통화로 연결된 팀원들 모두 움찔했다.
윗대가리가 바뀌자 정치성향이 의심된다며 수십 명 단위로 국정원 정신교육소로 입대시켰다.
치욕으로 불리는 교육훈련소.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직원들 상당수가 그 사이 모습을 감췄다.
더러워서 퇴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국정원에서 퇴직하면 공공기관 및 대기업 취직은 거의 불가능했다.
알게 모르게 국정원의 압력이 가해졌다.
분노를 참으며 직원들은 수모를 견뎠다.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가까워 오고 곧 찬란한 아침이 온다는 걸 그들은 알았다.
그리고 그들이 모시는 이는 권력의 개들이 아니라 국민, 그들이었다.
***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내 나라 땅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이렇게 힘들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진웅 대표에게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국정원에서 쫓겨나는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이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었다.
대한민국을 헤쳐 먹기 위해 모인 친일파 꾼들이다.
사기 쳐 먹을 게 사방에 넘치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조직원들은 불필요했던 것이다.
미래를 살다 왔기에 빤히 아는 사실이지만 아직 밝은 태양이 뜨려면 지금은 멀었다.
그때까지 음지에서 진짜 정치인들과 애국 시민들을 보호해야 했다.
꿈속 할배도 그걸 원할 것이다.
“앉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장태산 대표님.”
“두 분 이야기 나누십시오.”
한진웅 이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도 눈치껏 빠졌다.
“차 한 잔 드시겠습니까?”
“커피로 주십시오.”
장훈은 목소리가 담담했다.
눈빛에 공허함이 가득 담겼다.
쫓겨났지만 국정원 돌아가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아니 미리 다 알고 있었을 게 확실했다.
진하게 커피를 내렸다.
조용한 가운데 커피향이 사무실에 가득 퍼졌다.
“힘드시죠?”
“뭐가요? 지금 딱 행복합니다. 국정원에 있을 때는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습니다. 야인이 되니 좋더군요. 잠을 자도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보고할 서류나 상사도 없어서 말입니다.”
말과 달리 장훈의 눈빛은 생기를 잃고 있었다.
한진웅 이사 말에 의하면 모셔오는 데 힘들었다고 한다.
비밀 특수작전에 투입됐다가 알게 된 인연이었으며, 그동안 종종 연락해 온 사이라 했다.
그런 장훈, 국정원 전직 3차장을 이곳까지 모셔오는 데 첩보 작전을 벌였다.
어제의 동지가 감시자가 됐다.
앞으로 9년 동안은 살아도 산 사람처럼 살면 안 됐다.
“나라 일 계속하셔야죠.”
“이제 그만 쉬렵니다. 열심히 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농사짓는다고 하십니다. 책이나 쓰렵니다. 불러주는 곳 있어 강단에 서면 더 좋고요. 후학 양성이 이제 남은 꿈입니다.”
진이 다 빠진 미래의 국정원장의 모습이 낯설다.
2017년 들어선 정권에서 극한 대립하던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던 그가 아니다.
막상 이때는 허망했을 것이다.
조직에 충성했지만 친일파에 의해 장악된 언론이 대놓고 난도질했으니까 말이다.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쉽지 않습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말을 놓지 않았다.
키는 작았지만 강단과 신념이 여전히 넘쳤다.
관상도 호국 장군상이다.
“오늘 처음 뵈었지만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탁요? 제가 가진 것도…….”
“미국에서 공부 좀 하고 계십시오.”
“???”
“일체 학비와 체류 경비, 그리고 비자를 보장하겠습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정권은 생각보다 더 악랄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보기보다 더 사악합니다.”
그래봐야 미국 정치권 힘에 비하면 껌이다.
일송회에 대해 묻지 않았다.
도 회장이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엄청난 굵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일송회.
장훈 미래 국가정보원장도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흐음…….”
신음을 흘리는 장훈.
“퇴직한 직원들을 고용해도 됩니다. 원하시면 모두 다.”
“!!!”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 걸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조직을 사랑했던 남자라면 결코 이 미끼는 알고도 삼켜야 한다.
***
“오빠…… 사랑이 식은 거지? 그런 거야! 우아아아아앙!”
서련아, 눈물도 안 나오는 울음은 뚝!
“하하. 요즘 핫한 타르트 씨리즈~”
손에 들린 맛있는 먹이를 펼쳤다.
FOB 멤버들과의 약속을 몇 번 펑크 냈다.
그들이 안 바쁘면 내가 바빴다.
미국 출장도 다녀오고 여러모로 일이 많았다.
“친구. 우리가 돼지야? 이제 먹는 걸로 퉁 칠 생각하지 마~.”
리더 주민이 타르트를 무시했다.
턱 하니 허리에 손을 얹고 내 앞에 섰다.
많이 컸다.
여러모로…….
“여기 치즈타르트 완전 죽여? 한번 잡숴봐.”
“오빠. 우리 점심에 타르트 간식으로 먹었어요.”
“초이스 실패랍니다. 키키.”
황연태 대표에게 상 줘야겠다.
애들 발육 상태가 훌륭했다.
“오빠…… 몸에서 낯선 여인의 향기가 나는 이유가 뭐지?”
귀신같은 서련.
“무슨 소리야. 요즘 사업 때문에 눈뜨고 코로 숨쉬기만 해도 하루 금방 간다.”
최대한 거짓으로 온몸을 도배했다.
“우리 연습실에서 피땀 흘릴 때 누구는 꽃길만 걸었네~?”
“오빠~ 나만 바라봐~♬.”
조아, 선미가 화음으로 날 놀렸다.
활짝 웃는 녀석들…….
쟤들도 착하게(?) 컸구나.
“학교 수업이 힘들다. 너희들 보고 힐링 좀 하려 했는데 이런 오해라니…….”
목소리 쫙 깔았다.
위기돌파는 전공이다.
신들 상대로 사기치고 사기당하던 실력이 어디 안 간다.
“학교에 다들 괴물만 산다. 너희들도 알지?”
학교를 팔았다.
“그…… 그랬어?”
마음 약한 서련이 일단 넘어온다.
“오빠 사시 준비 시작한 거야?”
똑똑한 선미가 돕는다.
넌 다음 달 보너스 추가 입금이다.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말하다 분위기 깰 수도 있다.
“그래. 한국대 법대라면 그렇겠다.”
“미안…… 난 그것도 모르고.”
내가 더 미안하다.
오빠가…… 미국에서…….
양심은 후딱 저 멀리 최대한 멀리 던져 놓았다.
“장 이사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그때 구원자 황연태 대표가 등장했다.
“맞아! 오빠 우리 회사 이사더라? 와아아아…… 진짜…….”
“장태산 이사님! 우리에게까지 속이다니…….”
위기는 언제나 한꺼번에 몰아서 오는 법.
대책은 각종 보험처럼 빵빵하게 들어놓으면 된다.
“너희들 때문이다.”
일단 분위기를 잡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우리 때문이라니?”
“…….”
다들 궁금한 표정 한가득이다.
“너희들 전 대표가 힘들게 했다는 소리에 어머니께 부탁드렸다. 아는 동생들이 악마 같은 놈들 밑에서 착취를 당한다고…… 말씀 드리고 내 사업 자금 미리 과불 받았다.”
난 신이 아니니 거짓말 좀 해도 된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일단 무시한다.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도 포인트다.
카르마 차별하는 배부른 남자 아니다.
언젠가 쓸 데 있을 게 분명했다.
“오…… 오빠.”
“그런 일이…….”
애들이 아직 어려서 금방 넘어간다.
“장 이사님. 자수성가 했다 하지 않았습니까?”
눈치 없는 황연태 대표가 끼어들었다.
당분간 보너스 없다.
“자수성가 자본금을 부모님께 받았습니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아니 인간으로 살다보면 선의의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거지 뭘 그렇게 야박하게 계산하는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 카르마 계산법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 같다.
“그래서 이사 자리를 맡았다. 오빠가 너희들 옆에서 케어해 주고 성장하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죠 대표님?”
황연태 대표를 보고 인상을 한 번 가볍게 썼다.
잘 못 보이면 확! 어떻게 하겠다는 무언의 신호.
“그, 그렇지! 장 이사님이 FOB 특별히 사랑한다. 그건 내가 보증한다!”
황대표가 화들짝 놀랐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게 협박도 아니고!
이제 막 나가자는 거지?
“오빠. 미안해. 난 그것도 모르고…….”
“우리도 미안해요. 오빠.”
“미안해 태산아, 아니 이사님.”
단체로 애들이 사과를 한다.
뭐가 미안해.
너희들 쑥쑥 크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일송회고 지랄이고 이런 내 취미 생활 방해하면 국물도 없다.
회귀해서 걸그룹 한 팀 못 키운다면 회귀자 자격 반납해야 한다.
남자들의 로망이 뭔지도 모르는 고자 같으니라고.
“사과는 됐다. 먼저 밝히지 못한 내 잘못도 있다.”
“헤에~ 역시 우리 오빠 짱짱!”
서련이 활짝 웃으며 나에게 하트 뿅뿅을 날린다.
“오빠~ 우리 진짜 많이 사랑한다. 크크.”
“나도 사랑해~. 흐흐.”
단체로 애들이 하트를 날린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선물 하나 준비 했습니다. 여러분~.”
“선물? 뭐?”
선물이라는 말에 일곱 천사는 큰 눈동자 활짝 떴다.
앞트임이 잘 된 것 같다.
“너희들을 위해 신곡을 작곡해 왔다.”
“엥? 작곡? 오빠가?”
“오빠 법대생이잖아?”
“이사님 그게 무슨…….”
단체로 놀라는 이들.
“곡 제목은…… 당신을 말해 봐!”
미안하다 소녀시절!
지난 생엔 너희들을 사랑했지만 이번 생은 FOB가 소중하다.
우리 애들 꽃길에 너희들 밑장으로 깔련다.
혹시 다시 회귀하면 너희들부터 챙기마.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듬뿍 획득하셨습니다.
# 17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