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5
174장. 색마의 최후
“리앤장에서 안아 대리인으로 나왔다.”
“예상대롭니다.”
“돈 뿌렸겠지.”
“결과는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이건 뭐 빼도 박도 못할 팩트만 넘치니까 법원도 어쩌지 못할 거다. 외국계 투자법인도 들어가 있어 법원도 못 도와줘. 그런데…….”
“뭐가 문제입니까?”
“방위사업법을 이유로 발목 잡을 것 같다.”
“예상 답안 범위지 않습니까?”
“흐흐. 법이라는 게 판사 방망이 마음대로라 문제지. 우리야 안아 경영진만 교체한다고 나섰지만 넓게 해석하면 그건 또 아니잖아.”
“법의 기본 명제가 명확성 아닙니까?”
“그건 교과서나 그렇지.”
“최대한 푸쉬해 보십시오.”
“아는 인맥 다 동원 중이다. 그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힘내십시오.”
“최대한 올 여름 휴가 전에는 끝낸다!”
“투지가 좋습니다.”
조 변호사님 목소리에 파이팅이 넘친다.
안아 이사회에서 임시주총을 거부했다.
법원에 소장이 들어갔다.
안아에서 리앤장을 선수로 섭외했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중용대학교 이사장하고 합의 봤다. 몇 달 기회를 더 주겠단다.”
“잘하셨습니다.”
중용대학교 인수를 좀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신설 재단뿐만 아니라 인수할 안아 그룹을 합류시킬 생각이다.
대한민국 대학교는 교과서적인 공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이 낮았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 미래형 대학으로 업그레이드 해 대한민국의 청년 인재들을 육성할 생각이다.
학교는 돈 버는 사업체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대부분 사립대가 이사장과 주변 친인척들의 취직자리나 재산 보존용으로 사용됐다.
4차 산업을 준비하는 대학교가 거의 없다.
이대로 과거의 유물 같은 공부에 취중하다 한참 뒤처지고 만다.
기업과 학교가 결합해 미래주도형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학교와 학생은 취업률이 올라가고 기업체는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용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그런데 장 대표 그거 언제 터지냐?”
“그거요…… 지금쯤이면 깔리기 시작했을 겁니다.”
“아우! 혼자 아껴보던 건데…… 크크.”
“좋은 일에 기부했다 생각하십시오.”
“……나중에 혹시 내가 변심할 낌새라도 보이면 바로 충고해 줘라. 너 무서운 놈이라고 말이다.”
“그럼요. 보낼 때 화끈하게 보낸다는 사실은 주지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장 대표.”
“사랑합니다. 조 변호사님.”
“끊는다.”
통화가 끝났다.
4월이 되니 계절이 확 바뀌었다.
교정에도 여기저기 꽃이 보였다.
개나리, 목련이 앞다투어 피고 꽃비를 내릴 벚꽃이 기다렸다.
학교 참 널널하게 다녔다.
법학과 과목을 뺀 건 신의 한 수였다.
다시 오지 못할 꽃날을 대학교 수업 받다가 보낼 수는 없었다.
“태산아 안녕~”
음대 3학년 선배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손에 액세서리로 보이는 강의 노트 한 권과 손가방 하나를 들고 있다.
“선배님. 날이 좋습니다.”
“언제 시간 내줄 거야? 개인 레슨 해준다며~.”
“요즘 일이 바빠서요.”
“그래도 귀한 그 시간 좀 내주지? 너 소개 시켜달라는 미모의 후배들 줄 섰다.”
나도 마음은 이미 줄 섰다.
소개팅과 미팅 각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 날 때마다 학교에 온다.
지나가는 음대와 미대 여선배들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자신들이 모두 대단한 선배인 척하지만 30대 시선에는 다 앳된 소녀로 보일 뿐이다.
그녀들과 대화하는 이 순간이 즐겁다.
지루한 일상에 대학 생활만큼 낭만 넘치는 것은 없었다.
회귀하기 전 가장 아쉬웠던 시절이 캠퍼스 라이프였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그리웠다.
허구한 날 쪼아대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무서울 때마다 캠퍼스가 생각났다.
2008년만 해도 이렇게 낭만이 살아 있었다.
술 사주는 선배도 있었고 풋풋한 연애 감정도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트렸다.
오직 20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인생의 행복한 꽃 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모두 소중했다.
“다음 주 강의 시간에 뵙겠습니다.”
“그날 오는 거야?”
“네~.”
“흐흐. 화장빨 무한변신 무죄변신을 보여주마!”
선배라 그런지 겁 없이 들이대는 음대 3학년 선배다.
강의실에서 처음 나와 대화를 나눴던 그녀는 언제나 밝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그날 레슨 봐드리겠습니다.”
“내가 1번이다! 꼭!”
“넵!”
미대나 음대 강의에 들어가면 준 교수 취급을 받았다.
교수들보다 원곡 해석에 뛰어나니 다들 개인 레슨을 받아보고 싶어 했다.
교수들도 적극적으로 날 활용했다.
1학기 성적은 모두 다 A+를 예약했다.
실기를 나보다 멋지게 보여 줄 예술대생들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 가?”
“공대 수업 받으러 갑니다.”
“무슨 과목인데?”
“컴공과 1학년 전공 필수 과목입니다.”
“오올! 태산이 너 컴퓨터도 잘 다뤄?”
다루는 정도가 아니라 어지간한 프로 클래스는 넘었다.
요즘 블라드미르와 해커 놀이에 맛 들였다.
과거 녀석들이 격파했던 해외 비밀 사이트들을 격파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핵폭탄 발사 암호 정도는 아니더라도 미국이나 러시아 신형 무기의 설계도까지는 빼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획득할 필요가 없다.
그걸 가져와서 오픈할 대상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괜히 애국한답시고 알려줬다가는 나라 팔아먹은 배신자들에게 내 정보가 노출된다.
“야! 봤냐? 그 동영상?”
“너도 봤어?”
“흐흐. 미국 사이트라 그런지 화끈하더라.”
“지금 트래픽 폭주로 접속도 안 돼.”
“거기 말고 다른 데 뚫어라. 지금 사방에 미친 듯 퍼지고 있다.”
“그래? 거기 주소가 어디야?”
지나가던 남자 대학생들 입에서 동영상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라며?”
“현재 장주시 국회의원이라던데?”
“그래?”
“안아 그룹 회장 동생이잖아. 흐흐. 대화 중에 자기가 안아 회장 동생이라고 떠벌리잖아.”
“아! 그 개판 집안 국회의원!”
안아~ 미안하다.
너희들 집안은 올해로 대한민국 역사에서 사라질 것 같다.
“쟤들 무슨 얘기야?”
“비디오 영상 하나 터진 거 같습니다.”
“에휴…… 짐승들. 남자들은 다 왜 그러니?”
음대 선배가 한숨을 쉬었다.
여자들은 이해 못하는 남자들만의 야성 세계.
괜히 한쪽 가슴이 찔렸다.
“우리 철벽 태산이는 빼고~.”
“가, 감사합니다.”
오늘 나로 인해 강제 미투 운동이 시각용으로 풀렸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는 이 시점.
한 놈 보내기에 딱 좋은 날이다.
***
“자랑스런 장주시 한국자유당 국회의원 오주혁! 한 번 더 밀어주십시오! 비록 이곳 장주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고향처럼 여기고 불철주야 노력해서 지난 4년 동안 혁신도시를 비롯해 여러 기업체를 끌어왔습니다! 현 대통령도 저와 매우 가까운 사이입니다! 밀어만 주신다면 또다시 4년 동안 장주시를 지역 중심 경제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장주시민 여러분!!!”
“와아아아아아아아!”
“오주혁! 오주혁!”
“그대를 믿는다 기호 1번 오주혁! 오주혁!”
봄비가 내리는 장주시청 사거리에서 장주시 국회의원 오주혁은 열변을 토했다.
한 달 바짝 고생하면 4년을 꿀 빠는 자리가 국회의원이었다.
4년 전 돈으로 찔러 전혀 인연 없는 전략공천으로 이곳 장주시 국회의원이 됐다.
아슬아슬하게 승리했지만 그 열매는 달콤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오주혁은 고개를 숙였다.
“장주시의 희망! 오주혁! 오주혁! 오주혁!”
선거운동원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오주혁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시청 옆 건물에 위치한 선거사무실로 들어갔다.
“의원님. 여기 도라지차 드십시오.”
보좌관이 따뜻한 차를 바로 준비했다.
“아오. X발. 남들은 다 거저 먹는데 이건 뭔 개쪽이야?”
오주혁은 인상을 팍 썼다.
한때 든든한 후원자였던 안아 그룹 덕분에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초선이었지만 돈을 뿌려 당직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형과 조카가 뿌린 똥질에 요즘 살얼음판을 걸었다.
현직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돈을 뿌려서 공천을 받았을 정도였다.
“조금만 힘내십시오. 여론 결과 조사가 아주 좋습니다. 상대 후보 측과는 15프로 정도 압도적으로 차이 납니다.”
“흐흐흐. 멍청한 새끼들 헛발질로 올해는 대승이다. 이번 기회에 빨갱이들 싹 쓸어버려야 해! 데모하던 새끼들이 무슨 정치야.”
여론 조사 결과에 오주혁은 기분이 상승했다.
형과 조카가 헛발질해도 대통령과 여당 이름값으로 무조건 앞섰다.
신도시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손맛 좋은 그 누구야? 걔 불러와. 어깨가 뭉친 것 같아.”
“넵! 의원님.”
보좌관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후 의원사무실 인턴으로 새로 들어온 여직원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장 양. 나 어깨 아프다. 좀 주물러 봐.”
호칭도 비서가 아니었다.
“네…….”
지방 국립대 정치언론학과를 졸업했지만 갈 곳이 없다가 우연히 합격한 국회의원 인턴 자리.
올해 스물넷의 꽃다운 나이의 장아름은 입술을 깨물고 오주혁에게 다가갔다.
한두 번 한 일이 아니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서울 하늘에 갈 곳이 없었다.
어릴 적 꿈이 정치인이었다.
이곳에서 경력을 쌓아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에게 손을 더 이상 벌릴 수도 없었다.
힘없는 여자 사회초년생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세상살이였다.
그날 이후로 죽고 싶었지만 부모님 때문에 참았다.
최소 인턴으로 1년은 버텨야 했다.
스윽 스윽.
장아름은 기름 덩어리 밖에 없는 오주혁의 어깨를 주물렀다.
“오오! 시원하다~. 역시 어깨는 영계들이 주물러야 한다니까.”
“!!!”
더할 수 없는 치욕에 장아름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강한 힘으로 오주혁의 어깨를 만졌다.
“크으! 좋다! 좋아!”
쾌감에 신음을 흘리는 오주혁.
그때!
“의원님!!!”
벌컥 의원 사무실이 열렸다.
“뭐, 뭐야! 김 보좌관 너 미쳤어! 나 쉴 때…….”
시동을 걸던 여흥이 깨지자 오주혁의 인상은 일그러졌다.
“의원님 큰일 났습니다! 빠, 빨리 인터넷에…… 접속해 보십시오!”
의원의 날카로운 눈치에도 샛노랗게 변한 보좌관은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인데? 누가 죽었어?”
오주혁은 심상치 않는 분위기에 인터넷에 접속했다.
“허억!”
포털 사이트 뉴스 란을 보던 순간 오주혁은 그대로 몸이 굳었다.
– 한국자유당 장주시 오모 국회의원 섹스 동영상 급속도로 유포!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제목이 메인 뉴스에 떴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동시에 울리는 보좌관 핸드폰 벨소리.
“의, 의원님. 원내대표님이 전화를…….”
순식간에 얼이 빠진 오주혁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10년 전 망나니 시절 여대생을 꾀여 몇몇 지인들과 섹스파티를 벌였다.
그때 찍었던 동영상이다.
그것이 지금 세상에 유포됐다.
그것도 이름까지 나올 언급되고 선명한 화질과 음성을 자랑했다.
“발정난 개새끼 사퇴하라!!!”
“오주혁 네놈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와자장창! 차자장.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분노의 외침과 함께 3층 사무실에 날아 들어온 짱돌이 바닥을 굴렀다.
“꺄아아아아악!”
선거운동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몸을 피했다.
상상도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오주혁의 악몽.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오주혁은 허탈감에 빠져 하염없이 자신의 과거를 까발리는 뉴스를 바라봤다.
# 17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