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0
179장. 도광양회(韜光養晦)!
“이사님이 접견을 허락하셨습니다.”
“밤늦게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여기도 직원을 얼굴 보고 뽑았다.
1층 데스크 안내 여직원이 얼굴을 붉혔다.
지금 시각은 저녁 9시 10분.
대한민국의 권력자들과 상류층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 봉사하는 리앤장은 불야성이다.
광화문에 있는 건물 두 개가 이들 사무실이다.
그중에 메인이 위치한 스타 빌딩은 야밤에도 불이 환히 켜졌다.
회사 대표 연봉이 공식적으로 700억이다.
말단 변호사들도 연봉이 억은 가뿐히 넘는 괴물 집단이다.
그곳 심장부에 쳐들어왔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전쟁 중에도 대장끼리 만나 담판 짓는 행위는 언제나 있었다.
일송회의 중요 인물이 확실한 손대균을 만나보고 계획을 짜고 싶었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궁금했다.
“1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적진에 와서도 여유를 부렸다.
조 변호사님과 대화를 나누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슈트 같은 복장도 아니다.
학교에서 입고 있던 청바지에 셔츠 차림이다.
띠잉.
엘리베이터는 고속으로 움직였다.
15층에 도착했다.
“장태산 대표님?”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자 비서가 대기 중이었다.
이분은 더 미녀다.
돈 많이 벌면 남자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
“제가 장태산입니다.”
“이사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다리기는 개뿔!
야밤의 방문에 허를 찔렸을 것이다.
쌍판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아직도 선구자를 꿈꾸는 일제 앞잡이 주구 노릇을 하는지 보고 싶었다.
넓은 창으로 광화문이 보였다.
앞으로 일주일 후 저 드넓은 공간이 촛불로 밝혀진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조상들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 같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사 손대균이라는 문패가 붙은 사무실이다.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심장 1도 안 떨린다.
적의 소굴이 지금처럼 차라리 안전할 때가 있다.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 놓여 있는 샴페인.
오늘 LOR 제대로 훔치지 못해 화풀이 하는 것 같다.
“안녕하십니까.”
고개도 돌리지 않는 손대균을 향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일단 기본 싸가지는 없었다.
“이쪽으로 앉아요.”
손대균이 입구에 있는 자신의 왼쪽 자리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보이는 얼굴…….
완전 잘생긴 미중년이다.
관상도 완벽하게 좋았다.
귓불이 도톰하니 평생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콧날은 통통하게 오똑했다.
광대뼈도 좌우 대칭이 완벽하다.
이마도 훤칠해 따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친일파로 보이지 않는 관상이다.
자기 인생을 완벽하게 완성해 가는 인격적인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도 회장의 말을 이제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주나 관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믿었다.
손대균에 대한 정보 없이 만났다면 적을 친구로 삼을 뻔했다.
“무슨 일이죠?”
손대균은 와인 잔을 들고 느긋하게 물었다.
모르는 척 연기를 눈앞에서 펼쳤다.
페르소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선배님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사업 문제로 상의 드릴 것도 있어서 말입니다.”
“제가 선배인가요?”
“한국대 법학과 동문이시지 않습니까. 학연, 지연, 혈연 참 좋은 인연의 시작점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맞네요. 제가 선배가 맞는데…… 이름이?”
웃음 가식적인 거 봐라.
몰라서 묻는 건 아니다.
눈동자 저 깊은 곳에서 엿보이는 호기심과 경계심.
날 지금 떠보고 있다.
이럴 때는 직진!
“에이,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LOR 투자법인의 대표 장태산입니다. 요즘 관심이 많다고 들어 직접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뻔뻔한 놈 처음이지?
손대균이 어이없는 눈빛을 보였다.
“선배님 말 놓으십시오. 올해 갓 입학한 신입생입니다만 교수님들에게 선배님 위명은 쟁쟁하게 들었습니다. 한참 후배입니다.”
친하지도 않은 교수를 끌어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리앤장이라 해도 한국대 교수는 무시하지 못했다.
“그럴까?”
직진과 직구에 손대균도 가면을 벗기 시작했다.
“저도 블랑 한 잔 주시겠습니까?”
돈 많은 리앤장 이사답게 한 병에 150만 원 정도 나가는 샴페인을 마셨다.
“이 와인에 대해서 아나?”
허영이 가득한 상류층답게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눈치다.
“물론입니다. 프랑스 상퍄뉴 지역 시니 레 로즈 마을에 위치한 까띠에르 가문에서 제조한 샴페인 아닙니까.”
“호오, 그걸 아나?”
“와인이 취미입니다.”
“신입생이면 스무 살 아닌가?”
딱 걸렸다.
자신과 취미가 같은 동지에 대해 마음을 살짝 열었다.
“아르망 드 브리냑 블랑 드 블랑. 셀럽들이 즐겨 마시는 샴페인입니다. 2006년도부터 출시되었으며 단박에 유럽과 미국 상류층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하하. 별걸 다 아는군.”
흡족했는지 와인 잔에 기꺼이 한 잔 따라줬다.
“마음 맞는 후배의 건투를 기원하네.”
웃기시네.
웃으면서 칼 꽂는 친일파 주제에 마음에 맞는단다.
“대한민국 정점에 위치한 선배님의 무궁한 영광을 기원합니다.”
낯간지럽지만 찰지게 빨아줬다.
돈도 안 들고 귀한 술까지 마셨으니 이 정도는 서비스다.
팅.
잔이 맑게 부딪쳤다.
적과 와인을 나눠 마셨다.
“흐음! 환상입니다.”
“어떤 맛인 줄 아나?”
어떤 맛이냐고?
이 양반아 내 손으로 와인 귀신을 천당 보냈어!
“품위와 청순도가 높은 은은함이 제대로 된 부케(Bouquet) 향이 납니다. 산도는 가볍고 산뜻 단순하며 세상에 타협하지 않는 고귀한 매혹감이 혀끝에서 감지됩니다. 까띠에르 가문의 8명의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녀석답습니다. 선배님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캬아! 칭찬 오지다.
여우 굴에 와서 잔머리 팍팍 굴렸다.
“대단하군. 그 나이 때 정확한 와인 품평이라니…… 하하하. 후배 아주 마음에 들어!”
손대균이 호탕하게 웃었다.
진짜 친일파만 아니라면 선배님 하고 오늘 술 좀 빨았을 것 같다.
그런데 웃는 손대균이 아주 낯이 익다.
어디선 본 것 같은 친밀감이 들었다.
날렵한 몸매에 잘생김의 모범답안 같았다.
감출 수 없는 부티가 났다.
오늘 처음 봤는데 느낌이 낯설지 않다.
“선배님 혹시 저 보신 적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 후배는 나 본 적 있나?”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마음이 통해서 그런지 오래 뵌 것처럼 낯설지가 않습니다.”
아부를 덤으로 확 뿌렸다.
“그래 이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찾아왔나?”
유쾌한 분위기는 이제 끝낼 때가 왔다.
와인 잔을 내려놓고 손대균이 날 봤다.
“회사 문제로 상담 받고자 왔습니다.”
“상담이라…… 나 상담료 비싼 거 알지?”
“그럼요. 야간 수당까지 특별히 얹어 드리겠습니다.”
파바밧.
눈과 눈이 부딪쳤다.
가면을 쓴 채 나누는 진검 승부가 흥미롭다.
즉흥적이었지만 찾아오길 잘했다.
이런 적을 모른 채 상대했다면 큰 사고 날 뻔했다.
“그래 말해봐. 들어주지.”
소파에 양손을 걸치고 아주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이 조직의 왕.
마음 같아서는 확 재떨이를 날리고 싶지만 참았다.
이곳까지 오면서 짧고 굵게 생각했다.
회귀했지만 나에게는 돈 버는 재주만 있다.
적은 대대로 내려온 대한민국 적폐 친일파다.
이번 정권과 분명 연결되어 있었다.
최병박은 태어난 곳 자체가 일본이다.
이번 정권 내내 일본과 국방협력이 강화된다.
일왕을 알현할 때 고개까지 숙였다.
대통령이 그럴진대 나머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권력의 도움 없이는 나를 비롯해 주변인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도 소리 없이 자살로 처리되던 시기다.
이건 부딪쳐봐야 대가리만 아팠다.
외국에 나가 살 거 아니라면 지금은 부딪칠 때가 아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씨익 웃었다.
“선배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도와줘? 뭘?”
알고서도 시치미를 뗀다.
“안아 곧 망합니다. 재 투자자들이 확실히 물어뜯을 준비 끝냈습니다.”
“안 망해.”
“로버트라는 월가 투자 천재와 친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미국 정치권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습니다.”
“…….”
손대균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나에 대해 공격할 정도라면 김포 공항에서 있었던 일도 다 알 것이다.
미리 나를 깠다.
“그들이 왜 노리는데?”
“……이거 우연히 들은 얘기입니다만…….”
목소리를 깔고 분위기를 돋웠다.
이제 연기대상은 탈 만한 한국급이다.
“정치 자금을 뽑기 위해 안아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과거 대웅을 날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 정치자금 때문에 안아를?”
“로버트의 투자 자본 상당수가 정치인들 비밀 계좌 자금이라도 자랑하더군요. 자가용 비행기에서 들었습니다.”
“로버트라는 자가 그 비밀을 후배에게 말했다고?”
왜 너 따위에게 그런 고급 정보를 발설했냐고 묻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이다.
“선배님. 오늘 손님들 보내서 그 정보 얻고 싶었던 거 아닙니까?”
“…….”
손대균이 대답하지 않았다.
부언도 긍정도 아니었지만 법에서 침묵은 동의로 간주한다.
“선배님…… 제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도발 같지만 같은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자는 피력이다.
“흐음…… 그래서?”
손대균이 관심을 보였다.
“천재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전…… 우연히 그 기회를 붙잡았습니다.”
회귀라고는 절대 말 못했다.
이건 평생 품고 가야 할 극비다.
“후후……. 재밌는 후배군.”
관심을 넘어섰다.
손대균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의미였다.
이제는 결정을 볼 때!
“선배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손대균을 조용히 응시했다.
독사 같은 짙은 청색으로 빛나는 손대균의 눈빛.
난 가지고 있던 패를 던졌다.
“조만간 열릴 큰 도박판에 판돈 좀 얹어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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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